[매거진] 서브, 그것이 알고싶다

권민현 / 기사승인 : 2016-01-28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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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서브란? 배구 경기에서 공을 인플레이(in play) 상태로 하기 위해 엔드라인 뒤쪽에서 네트를 넘겨 상대편 코트에 넣는 것을 말한다. 배구 서브는 상대팀에게 공격을 시작하라고 공을 넘기는 일종의 ‘서비스(service)’ 개념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날카롭게 내리 꽂는 스파이크 서브는 공격의 첫 단추이자 그 자체로 훌륭한 득점원이 된다. 서브는 다른 선수 도움 없이 혼자 득점하는 유일한 기술이다. 서브가 강하면 에이스도 많이 얻지만, 상대 리시브를 흔들어 공격이 원활하지 못하게 방해하여, 나아가 자기 팀 플레이를 수월하게 유도할 수 있다. 시속 120㎞ 서브는 1초에 33.3m를 날아간다. 9m 떨어진 네트를 넘어 상대 코트에 꽂히기까지 0.5~0.6초면 충분하다. 수비 진영에선 공의 낙하지점을 쫓아가 리시브를 하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리하다.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개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서브도 전략이다
그냥 때리는 것 같아 보여도 서브에는 나름 전략이 숨어있다. 일단 감독들은 하나같이 안정적인 서브 리시브를 강조한다.

하지만 안정적 리시브를 바탕으로 약속된 공격이 이뤄지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 리시브를 흔들기 위해 서버들은 리시브가 비교적 약한 상대를 골라 서브를 집중시키는 ‘목적타’ 서브를 넣기도 한다.

또한 공격수를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 상대 공격수를 목표로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플로터 서브, 스파이크 서브 등 볼 자체에도 변화를 준다. 결국 서브는 득점 뿐만 아니라 리시브를 흔드는 데에도 그 목적이 있다.

지난 12월 6일 OK저축은행과 우리카드 맞대결. 이날 송희채는 서브에이스 4개를 기록하며 승리에 힘을 실었다. 경기 후 그는 “서브를 바꿨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초반에는 플로터 서브를 했었다. 그런데 상대가 곧 구질에 익숙해지면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틈틈이 연습해온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했다. 그렇다고 계속 강하게 때리는 건 아니다. 강약을 적절히 섞어가며 서브를 넣었다. 그리고 상대 레프트 공격수가 공을 많이 받게 하려 한다.” 이러한 서브 전략은 이날 상대를 괴롭히기에 충분했다.

김세진 감독도 “팀에서 바꿔주는 부분도 있다. 희채가 전에 플로터 서브로 바꿨던 것은 연달아 범실이 나오면 다음 선수가 부담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브를 한 가지만 구사한다면 상대가 익숙해진다. 때문에 플로터, 스파이크 식으로 갔었던 것이다. 이것 또한 익숙해질 수 있다. 익숙해지면 또 바꿔야 한다. 서브 오더 순서를 바꿀 수도 있다”며 서브 또한 숨겨진 전략임을 인정했다.

여기에 송희채는 “우리 팀은 빠른 세트와 속공을 많이 하는 팀이다. 그래서 상대가 우리 팀과 경기하면 서브를 강하게 때려서 우리 플레이를 하기 힘들게 하려는 것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브는 단순히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쉬운 방법이기도 하지만 경기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전략이기도 하다.



서브 킹 & 퀸을 말하다

11월 18일 남자부 한 경기 최다 서브에이스 기록이 갈아치워졌다. 주인공은 그로저(삼성화재). 무려 9개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은 2005년 12월 21일 현대캐피탈 숀 루니와 2010년 1월 16일 한국전력 정평호가 기록한 8개.

서브에서 단연 압도적인 그로저다. 서브 1위는 당연한 결과. 현재(12월 15일 기준) 세트 당 0.843개를 기록하고 있다. 2위 시몬은 0.444개. 거의 2배 가까이 되는 격차다. 서브 속도도 차원이 다르다. 지금까지 국내 공인 최고 서브 속도는 문성민(현대캐피탈)이 올스타전 서브 콘테스트에서 기록한 시속 122㎞. 그로저는 지난해 9월 러시아 리그 경기에서 최고 131㎞까지 찍었다. 국내 리그 경기에 스피드건을 사용하지 않아 정확한 속도를 측정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은 그로저의 서브 평균 속도가 120㎞를 넘는 걸로 추정한다. 큰 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타점 높은 서브는 그만의 무기. 서브 에이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

그로저는 서브 에이스가 많은 이유를 묻자 “잘 모르겠다. 나한테 묻지 말고 리시브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자부에서는 이 선수 이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27경기 연속 서브 득점의 주인공이자 여자부 국내 선수 한 시즌 최다 득점 기록(2014-2015시즌 56점)을 보유하고 있는 문정원. 아쉽게도 올 시즌에는 그녀의 서브를 볼 수 없다.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 당했기 때문.

하지만 또다른 서브 퀸 백목화가 있다. 여자부에서도 강한 서브를 넣는 선수로 손꼽힌다. 문정원이 기록을 깨기 전까지 한 시즌 최다 서브 득점 주인공은 그녀였다. 2012-2013시즌 55점 서브 에이스를 기록했다. 2013-2014시즌에는 세트 당 0.461개, 서브 득점 53개를 기록하며 서브상을 수상했다. 역대 통산 서브 득점에서도 황연주와 양효진에 이어 3위(12월 15일 기준 186득점)에 올라있다.



서브, 다 같은 게 아니다?
서브는 자세에 따라 크게 언더핸드, 사이드핸드, 오버핸드 서브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언더핸드 서브와 사이드 핸드 서브는 공격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국내 및 국제경기에서 거의 볼 수 없다. 오버 핸드 서브는 수행동작 및 구질에 따라 플로터(floater) 서브, 플랫(flat) 서브, 스파이크(spike) 서브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스파이크서브 보다는 플로터 서브가 효율성면에서 주목받는다. 그동안 외국인선수들의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많이 받아본 국내선수들이 대처능력이 좋아지면서 스피드 보다는 변화에 방점을 둔 플로터 서브 장점이 두드러지고 있다.



플로터 서브(floater serve)
플로터 서브는 공이 임팩트 된 뒤 회전 없이 네트를 넘어가서 상대 코트에 떨어질 때 좌우로 흔들리거나 갑자기 지면으로 낙하하도록 하여 상대팀 리시브를 불완전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플로터 서브는 공 한가운데를 ‘밀어내듯’ 때려 거의 무회전으로 날아간다. 공 속도는 느리지만 좌우 흔들림이 심해 낙하지점을 포착하기가 어렵다. 스파이크 서브보다 정확도가 높기 때문에 리시브가 약한 선수에게 ‘목적타’를 날릴 수 있는 것도 장점. 단, 실수로 공에 회전이 들어가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밋밋한 서브가 되는 약점이 있다.



플랫서브(flat serve)
플랫서브는 엔드라인 바로 뒤에서 상대팀 코트의 지정된 장소 또는 특정 선수를 겨냥하여 구사하는 목적타의 일종으로 서브 방향과 낙하지점에 정확성을 요구하는 서브이다. 위력적인 플랫서브는 임팩트 된 공이 네트와 안테나 사이를 지면과 거의 평행하게 통과하도록 구사하여야 하며 이렇게 구사된 플랫서브는 상대팀 코트의 약 7m 후방에 떨어지게 된다. 플랫서브를 정확히 구사했을 경우, 플로터 서브의 특성으로 인하여 공이 지면에 떨어지기 직전에 공 끝이 살아서 위로 부상하는 특징이 있다.



스파이크 서브(spike serve)
뒤쪽에서부터 달려오며 점프해서 스파이크하듯이 서브하는 것을 말한다. 공격을 위한 강력한 서브로, 상대 팀 리시브 불안 또는 서브 에이스를 노리는 효과적인 서브 방법이다. 스파이크 서브가 수비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강한 회전과 빠른 속도에 따른 물리적 효과뿐 아니라 스파이크 서브에 대한 상대 수비수들의 심리적 긴장도 물리적 효과 못지않게 많은 영향을 끼친다.



서브 Step by step



서브에도 순서가 있다!
배구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바로 서브순서. 득점을 하는 사람이 서브를 한다? 아니다. 서브에도 순서가 있다. 로테이션에 따라 서브 순서가 정해진다.

1918년 6인제 경기에서 로테이션제라는 국제규칙이 확립됐다. 서브를 독점으로 행사하지 않고 다른 선수에게도 서브 기회를 골고루 부여하기 위해서 로테이션을 통해 서브 순서를 정한다. 하지만 로테이션에도 규칙이 있다. 리시브를 한 팀이 득점에 성공하면 시계방향으로 한 칸씩 이동하고 서브권을 얻는다.

상대가 득점했을 경우나 한 팀이 연속득점을 했을 때는 로테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당신이 궁금해 할 서브 규칙의 모든 것!



첫 번째, 서브는 어떻게 결정하는 거죠?
매 세트 첫 서브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첫 세트와 최종 세트 서브는 심판 토스에 의해 결정된 팀이 실행한다. 만약 첫 세트에서 A팀이 먼저 서브를 했다면 그 다음 세트에서는 서브를 하지 않았던 B팀이 서브 한다.
서브 순서는 라인업 용지에 기재된 서비스 순서에 따라야 한다. 서브를 넣은 팀이 득점하면 앞서 서브를 했던 선수가 다시 서브를 한다. 그러나 리시브를 한 팀이 득점을 올리면 시계방향에 따라 전위 우측에서 후위 라이트로 옮긴 선수가 서브 한다.



두 번째, 서브 던지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볼을 손에서 놓거나 던진 뒤에 한 손이나 팔, 어느 부분으로도 치면 된다. 하지만 한 번만 토스가 허용된다는 것. 공중 위로 토스 후 서브를 못할 시에는 서비스 파울로 점수를 내준다. 볼을 드리블하거나 움직이는 것은 허용된다. 단 심판이 서브 휘슬을 부는 순간부터 8초안에 서브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 마시길! 8초를 넘기게 되면 바이얼레이션으로 점수를 내준다.



세 번째, 서브에도 반칙이 있나요?
정해진 서버가 아니고 다른 선수가 서브를 할 경우 로테이션 반칙을 받게 된다. 로테이션 반칙 결과 상대에게 1점과 서브권을 내준다. 또한 기록원은 반칙을 범한 정확한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반칙을 범한 사이에 얻은 그 팀 모든 점수는 무효가 된다. 반면 상대편 점수는 그대로 유지된다. 만약 서브 순서가 틀린 시점을 알 수 없다면 이미 얻은 점수 무효는 없고 벌칙으로 점수만 잃게 된다. 로테이션에 따른 선수 위치는 상대가 서브를 넣기 직전까지 바뀌면 안 된다. 만약 바뀔 경우 포지션 폴트로 실점한다.



여기에 하나, 리베로는 서브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리베로가 전위로 나가야하는 상황에서는 후위센터가 리베로와 교체한다. 로테이션 반칙뿐만이 아니라 서브를 할 때 엔드라인을 밟거나 넘으면 파울이 선언, 점수를 내준다는 것도 잊지 말자.



서브 루틴, 무엇이 다를까요?
서브를 넣기 전 선수들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 적이 있는가. 서브 종류가 다양하듯 선수들도 저마다 서브 넣는 방법이 있다! 어떤 이는 제자리에서 공을 살짝 넘기기도 하고 어떤 이는 달려와서 때려 넣기도 한다. 알고 보면 더욱 재밌는 서브 루틴(습관적으로 행하는 준비자세)! 무엇이 무엇이 다를까요?



송명근 l OK저축은행
공을 손에 든 송명근. 서브를 하기 위해 엔드라인 근처에 선다. 하지만 바로 공을 때리지는 않는다. 두 팔을 벌려 심호흡을 하고 나서야 서브를 넣는다. 이런 루틴은 긴장감을 떨쳐내기 위한 것. “긴장을 많이 해서 ‘어떻게 하면 긴장을 떨쳐버리고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지난 시즌부터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 하기 시작했어요. 긴장을 아직 완전히 떨친 건 아니지만 그전보다는 괜찮은 것 같아요.” 송명근의 말이다. (이제 긴장을 떨쳐낸 걸까. 어느 순간부터 송명근의 심호흡을 볼 수가 없다는 슬픈 소식이.)



백목화 l KGC인삼공사
다소 독특하다. 볼을 손에 든 백목화는 발을 ‘다다다다’구른 뒤 힘차게 뛰어와 강하게 내리 꽂는다. 독특한 서브루틴은 그녀를 서브퀸으로 만들었다.



한송이 l GS칼텍스
한송이의 서브 차례. 엔드라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송이는 오른쪽 엄지손가락을 이용해 볼을 3번 회전시킨다. 그게 끝이 아니다. 사선으로 달려가 서브를 넣는 것까지 그녀의 서브루틴. 한송이는 “서브 동작 8초가 주어지는데 이를 충분히 이용하면 상대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혜진 l 흥국생명
그녀의 서브에는 순서가 있다. 첫 번째 우선 허리를 숙인다. 두 번째 볼을 계속 튕긴다. 여러 차례 ‘통 통 통 통’. 세 번째 공을 머리 위로 들어올린다. 네 번째 앞으로 달려간 뒤 한발로 점프 후 서브를 넣는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야 비로소 김혜진의 서브가 완성된다.



[BOX] "리시버들에게 물었다!" 가장 까다로운 서버는 누구?
서브는 쉽게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하나의 무기. 그 창이 날카로우면 날카로울수록 힘들어지는 건 리시버들. 그래서 물었다. 누구의 서브가 가장 까다로운가.



송희채 l OK저축은행
플로터 서브는 유광우(삼성화재)가 제일 받기 어렵다. 스파이크 서브는 외국인 선수들이 다 좋기 때문에 어느 것 하나 받기 쉬운 볼이 없다. 다 어렵다. 그 중에서도 그로저(삼성화재) 서브는 받기 더 힘들다. 일단 스피드가 빠르다. 실제로 받아보면 순식간이다. 회전도 많이 없는 편이라 받기가 어렵다.



서재덕 l 한국전력
외국인 선수 중에서는 시몬(OK저축은행)이 까다롭다. 정확도도 있고 서브도 강하다. 국내선수 가운데서는 유광우다. 코스도 그렇고 상대방 리시버 타이밍을 잘 뺏기 때문에 좋은 서브를 갖고 있다고 생각 한다.



류윤식 l 삼성화재
외국인 선수는 시몬이 까다롭다. 다른 외국인선수들보다 파괴력이 있다. 여기에 스피드도 빠르다. 리시브 하는 선수들 모두 부담스럽지 않을까. 국내선수로는 한선수(대한항공)가 까다롭다. 강약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리시브 하는 스타일을 봐서 강약을 조절한다. 선수 형 같은 경우에는 어떻게 때릴지 빨리 읽어야 잡을 수 있다.(어깨 수술 후 서브스타일이 바뀌었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까다롭나?) 연타도 때리고 강타도 때리기 때문에 어렵다.



[BOX] 원포인트 서버


야구는 대타를 기용해서 반전을 꾀한다. 농구에서도 ‘식스맨’이라 불리는 벤치 에이스를 투입, 분위기를 바꾼다. 배구도 있다. 바로 원 포인트 서버다.



‘출격!’ 언제든지 준비됐습니다
웜업존을 보면 코트를 응시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들은 잠시라도 눈을 떼지 않는다. 감독들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할 때 교체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웜업존을 흘겨본다. 눈이 마주친 순간, 재빨리 트레이닝복 상의를 벗고 코트에 들어갈 준비를 마친다. 어느 샌가 교체되어 코트에 서 있고, 서브를 때린다. 비록, 서있는 건 세트당 단 한 순간이지만, 긴장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 순간을 위해 그들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준비한다. 조금이라도 오랜 시간 동안 서 있기 위해 서브 하나에 온 신경을 다한다.

그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할까? KB손해보험 한기호(31, 리베로)는 “들어가기 전까지 항상 긴장한다. 오늘 잘 할 수 있을까, 서브범실 나오면 어떡하지….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일단 다른 건 다 접어두고 경기에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선다”고 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 현대캐피탈 김준영(23, 라이트)은 “서브를 잘 넣는데 집중할 뿐이다. 그런 마음 밖에 안든다”고 이야기했다. OK저축은행 김천재(28,세터)는 “연습했던 그대로, 자신감 있게 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며 “어디로 넣을까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엔드라인에 서서는 자신 있게 때린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 잡고 몸을 푼다. 그런데, 너무 과하게 하진 않는다. 막상 들어갈 때 힘이 빠지기 때문. 도로공사 오지영(29. 리베로)은 “많이 풀다 보면 지쳐버린다. 대신, 코트에 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어떻게 서브를 넣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준비한다”고 했다.



원포인트 서버, 어떻게 활용하나
보통 원 포인트 서버로 들어오는 선수 대부분 포지션이 리베로, 세터다. 서브로 상대 리시브라인을 흔들어 놓음과 동시에 수비강화까지 꾀할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강타보다는 목적타 성격인 플로터 서브에 능해 범실이 적은 것도 한 몫한다.

잠깐, 여기서 궁금한 점. 왜 리베로가 서브를 하는가? 경기 당일, 선수명단을 제출할 때 리베로를 2명씩 등록할 수 있다. 따라서 이날 리베로로 등록되지 않았다면 서버로 나서는 데 하등 문제가 없다. 한규호, 오지영, 임형섭(26, 한국전력)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워낙 서브를 잘 하는 덕에 감독 입장에선 웜업존에 묵혀두기에는 아까운 입장이다.

특히, 도로공사는 오지영 활용으로 3가지 효과를 보고 있다. 그녀는 매 세트 중반마다 장소연과 교체, 투입된다. 서브가 워낙 좋아 상대 리시브라인을 흔들어놓을 수 있다. 서브권이 넘어가더라도 전위에 위치할 때까지 리시브를 도맡는다. 여기에 황민경, 김미연이 후위 가운데 위치에 서 있을 때 리베로와 교체할 수 있어, 별다른 교체 없이 일정시간 휴식을 줄 수 있다. 박종익 감독대행은 “(오)지영이가 (황)민경, (김)미연이보다 리시브가 좋기 때문에 가능하다. 분위기를 바꾸고,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자주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오지영도 “어떻게 보면 나한테 주어진 임무다. 팀에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 생각을 많이 한다. 힘들진 않다”고 말한다.

현대건설 김주하도 이에 해당된다. 주공격수 황연주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휴식을 주기 위해 투입된다, 들어가자마자 예리한 목적타 서브로 상대 리시브라인을 흔들어버린다. 수비력 강화도 꾀할 수 있다.

남자부에선 주로 반전을 위한 ‘한방’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통할 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대표적으로 김천재가 꼽힌다. 김세진 감독은 세트 중반만 되면 어김없이 그를 찾는다. 삼성화재 이민욱(22)도 투입될 때마다 예리한 목적타 서브를 날린다.



성공할 때 뿌듯, 욕심부려선 안돼
대체적으로 성공보다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감독들은 한번을 기대하며 그들을 미련 없이 투입한다. 실제로 서브로 점수가 났을 때,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한다. 주위에서 그러한데 본인은 오죽할까? 김천재는 “내 서브로 팀 분위기를 바꿔놨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경기 2세트 중반에 투입, 상대 리시브라인을 흔들어놓으며 분위기를 바꿔놨다. 그가 코트에 있는 동안 OK저축은행은 16-16에서 내리 4점을 뽑으며 승기를 가져갔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2세트에 김천재 서브로 분위기를 바꿨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안혜리(23, GS칼텍스)도 “투입될 때 조금이라도 흔들어놓자 하고 서브를 넣는데, 점수로 연결되면 기분이 좋다”고 언급했다. 오지영은 “점수를 낸다기 보다는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덕에 팀에 보탬이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뿌듯해했다.

욕심을 과하게 부리는 것도 아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 범실이 많아진다. 자칫하다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들이다. 공통적으로 ‘평소 하던 대로 편하게, 초심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코트에 들어간다. 원 포인트 서버, 말 그대로 ‘히든카드’다.





[BOX] 그로저 서브, 알고도 당한다!


한경기 최다 서브 기록의 주인공 그로저. 뿐만 아니라 지난 12월 3일에는 4연속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절대 강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쯤 되면 알고도 못 막는다고 할 수 있다. 도대체 그의 서브는 뭐가 다른 걸까.

옆에서 지켜보는 임도헌 감독은 “스윙이 좋다. 깨끗하다. 그리고 그 키에, 점프에, 스윙이면 서브가 잘 될 수밖에 없다. 웨이트도 좋다”고 말했다. 그로저 본인 역시 서브를 즐긴다고. “본인도 서브를 제일 좋아한다. 서브에 대한 욕심도 많다. 좋아하니까 잘하는 것 같다.” 임도헌 감독 말이다. 여기에 감독 생각을 덧붙였다. “축구도 스핀킥이 있지 않나. 공을 강하게 때리면 무회전이 된다. 위에서 내려찍는데 무회전으로 가면 받기가 힘들다. 움직임이 많아서 상대 리시브가 받기 힘들다. 그리고 마지막에 약간 볼을 밀 때도 있다. 그건 타고난 감각이다. 서브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 잘하고 있다(웃음).” 팀 동료 류윤식도 그로저 서브에 혀를 내둘렀다. 훈련 때 서브를 받는다는 그는 “우리도 똑같이 당한다”며 웃었다. 이어 “파워랑 스핀면에서 자유자재로 때릴 수 있는 선수다. 그리고 워낙 힘이 좋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렇다면 본인이 말하는 서브 강점은 어디에 있을까. 그로저는 고민도 없이 바로 “서브 에이스”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5번이나 6번에 있는 선수 사이를 노리고 때린다. 내 코스다.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조절도 가능해서 다른 곳도 때릴 수 있다”며 영업비밀(?)을 밝혔다. 팬들도 그의 서브를 ‘열추적 미사일’ 혹은 ‘5.5번 서브’라 부른다. 미사일처럼 날아가 상대 코트의 로테이션 번호 5, 6번 사이 자리에 정확히 꽂아 넣기 때문이다. 과거 독일 리그 시절 구단 코치로부터 “5, 6번 사이 지점에 때리는 게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는 조언을 들은 뒤 5년 넘게 이 지점으로 가는 서브만 집중 연마했다고 한다. 서브로 득점을 올리거나, 상대 리시브를 마구 흔들어 놓는 그로저가 무서운 이유다.



# 사진 : 문복주,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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