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12월 15일 김연경이 입국했다. 터키리그가 잠깐 휴식기를 맞아 들어온 것. 하지만 달콤한 휴식은 없었다. 한국에 오래 머물 수 없는 상황 탓에 한국에서 일주일을 바쁘게 채웠다. 광고 촬영부터 팬미팅, 시투까지. 그녀의 일주일을 따라가 보았다.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개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Day 1 Welcome to KOREA
12월 13일 경기를 끝으로 잠깐 터키리그 휴식기를 맞은 김연경. 그녀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일정은 인천공항에 발을 디디면서부터 시작됐다. 김연경 입국소식을 전해들은 취재진들이 그녀를 기다렸다. 피곤할 법도 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으며 질문에 차분히 응했다. 소속팀 페네르바체는 13일 있었던 갈라타사라이와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하며 10승 1패를 기록, 현재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10일에는 CEV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E조 4차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 좋은 4연승을 달리고 있다. 김연경은 “일단은 잘 마친 것 같다. 1패밖에 안했다. 중요한 건 후반기다. 후반기 때 잘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전반기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그렇게 간단한 인터뷰를 마친 김연경은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으로 향했다.
Day 2 가족들과 오붓한 시간
한국에 들어온 김연경을 기다리고 있는 건 달콤한 휴식은 아니었다. 광고촬영에 팬미팅, 여기에 시투까지. 빡빡한 일정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지만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날만큼은 가족과 함께 한 김연경이다.
Day 3 광고촬영 현장에 가다
공식 일정이 시작됐다. 그 처음은 두드림 치킨 광고촬영이었다. 기자가 광고용 사진 촬영이 이뤄진 스튜디오에 도착한 건 10시 30분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스튜디오 문을 열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역시 김연경이었다. 훌륭한 기럭지를 자랑하며 서 있었다. 포스마저 느껴졌다.
그렇게 촬영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어색함이 감돌았다. 디렉팅을 하던 박명호 대표도 어색했는지 연신 자신은 입으로 사진을 찍는다며 멘트를 남발(?)했다. 분위기는 차츰 누그러졌다. 몇 번 촬영이 끝나자 김연경 역시 익숙해졌다. 먼저 “하트할까요?”라며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적극적인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촬영 스태프들도 웃으며 작업에 임했다.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안다’는 말은 김연경을 위한 말이었다. 알아서 척척 사진도 소화했다. “반대편도 찍어야죠?”라며 오히려 촬영을 주도했다. 그 덕분에 순조롭게 진행됐다. 김연경의 성격은 털털하다고 알려졌고, 소문대로였다.
에피소드 하나! 한 여자 스태프가 김연경에게 웃는 모습이 예쁘다며 웃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김연경, 사진을 가리키며 “에이 사진 봐봐요, 잘 나왔죠?”라고 응수했다.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김연경을 보면서 하나 느낀 것이 있다. ‘프로는 프로구나!’ 때로는 툴툴대기도 했지만 디테일 하나도 놓치지 않던 그녀였다. 손모양, 손가락 위치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 하지만 광고 촬영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듯, 연신 “쉽지 않네”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첫 번째 컨셉트 촬영이 끝나고 두 번째 촬영을 위해 옷을 갈아 입었다. 그리고 나온 그녀는 그야말로 ‘여자’였다. 그녀를 생각할 때 떠올릴 수 있는 건 유니폼이나 트레이닝 복을 입은 모습. 그러나 몸에 붙는 회색 원피스도 잘 소화했다. 촬영을 위해 헤어를 다시 매만지던 중 P.P.A.P 매니지먼트 양진용 대표가 방문했다. 그러자 김연경의 표정도 한층 더 밝아졌다.
에피소드 둘! 히터를 틀었음에도 김연경의 입에서 춥다는 말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자 양 대표, 자신의 외투를 벗어 김연경에게 덮어줬다. 김연경 왈 “오오, 봤어 봤어?”
이후로도 사진촬영은 계속됐다. 김연경은 사진을 확인하면서 사진작가와 하이파이브를 하기도 하고 자신이 먼저 점프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곧 후회했다. “괜히 얘기했다. 하지 마시죠(웃음)”라며.
어느덧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가까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잠깐 휴식이 주어졌고 촬영은 계속됐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아직 시차적응도 되지 않았을 테지만 김연경은 끝까지 웃으면서 촬영을 마무리했다.
Day 4 친구들과 즐거운 한 때
팬미팅 전 하루 시간을 얻었다. 김연경은 그 시간을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을 만나는데 할애했다. 그러나 가시지 않는 피곤함은 어쩔 수 없었다. “친구들 만나는 게 쉬는 게 아니네요(웃음)” 15일에 입국해 17일 광고촬영, 19일 팬미팅, 20일 농구장 시투, 21일 출국으로 이어지는 일정. 그 사이 틈틈이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지만 빡빡한 일정에 쉽지 않다고 말한다.
Day 5 Thanks to fan
19일은 팬들과 공식 만남이 예정되어 있던 날. 팬 미팅 시간은 3시부터였지만 2시부터 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만큼 김연경과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으리라. 3시를 조금 넘어서 팬미팅이 시작됐다. 김연경이 등장하자 자리에 앉아있던 팬들은 열렬한 박수와 환호로 맞이했다. 처음 김연경은 조금 어색한 모습이었다.
짧은 인사말이 끝나고 ‘김연경에게 묻는다!’ 시간이 찾아왔다. 사전에 팬들은 질문을 포스트잇에 작성했다. 사회자가 대신 질문을 읽으면 김연경이 답하는 형식.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Q 이적을 결심했나?
A 생각 중이다. 한국에서는 콜이 없더라(웃음). (사회자가 팬들에게 원하는 연봉 액수를 물었다. 그러자 팬들은 저마다 20억, 30억 등을 부르며 김연경 몸값 올리기에 열을 올렸다)
Q 20대 끝자락과 30대 초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A 동반자를 만나야 하지 않을까. 30대 초에 결혼을 하고 싶다. 운동과 관련해서는 메달을 따고 싶다.
Q 한국에서 가장 마시고 싶었던 소주가 있다면?
A 뭐였더라… 블루베리! 그런데 한국에 와서 술 한 모금도 안 마셨다.
Q 다른 스포츠도 즐기나?
A 터키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한정 돼 있다. 롤러브레이드를 가끔 탄다. 그런데 잘 못 타서 위험하다. 날 좋을 때 한 바퀴씩 돈다(웃음).
이 외에도 여러 질문들이 이어졌고 김연경은 시원시원하게, 거침없이 답변에 응했다.
질문이 이어지던 중 훈훈한 장면 하나가 연출됐다. 그냥 넘어가기에는 아쉬워 소개하고자 한다.
에피소드 셋! 팬미팅 전 더스파이크와 김연경 단독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찍 현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기자와 같은 시간에 팬미팅 장소를 찾은 이가 있었다. 누구일까. 알고 보니 반영이라는 중국 유학생. 중국 친구들이 팬미팅이 있다는 소식을 알려줘서 오게 됐다고. 팬미팅 중 한 팬이 “중국에서 뛸 의향은 없어요?”라는 돌발 질문을 남겼다. 그 팬이 바로 반영씨 였다. 한국에 온지 몇 달밖에 되지 않아 한국말이 서툴지만 또박또박 “연경 언니 좋아해요”라며 애정을 표했다. 또 중국인 친구와 영상통화를 부탁하기도 했다. 화면속 친구 모습에서도 설렘이 느껴졌다. 김연경은 시원하게 인사를 나눴고 친필사인이 담긴 유니폼을 전했다.
팬미팅을 통해 김연경은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팬과 섞여 앉아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일 축하 시간도 이어졌다. 김연경 생일은 2월 26일. 아직 많은 날짜가 남았지만, 팬클럽에서 미리 앞당겨 축하 시간을 마련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듯, 김연경은 놀라워 했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허명진 팬클럽 회장은 터키에 있을 때 생일이면 선물을 보내기도 했지만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을 때 축하해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김연경만을 위한 기내용 캐리어를 선물로 전달했다. 캐리어에는 김연경 이니셜 K.Y.K.와 등 번호 10번이 적혀있었다. 김연경은 “크리스마스 선물 감사합니다. 생일 때 선물 기대하겠습니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더욱 유쾌하게 만들었다.
이어 사인회 시간을 가졌고, 팬들은 김연경과 함께 셀카를 찍으며 추억을 간직했다. 어둠이 살짝 내린 5시가 넘어서야 팬미팅은 끝이 났다.
허명진 회장은 “발뒤꿈치가 안 좋은 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이 회복한 것 같은데 어디 가든 소녀가장처럼 일당백으로 뛰고 있어 안타깝다. 건강하게 잘 마쳐서 본인이 원하는 성적 거뒀으면 좋겠다. 팬 마음으로는 지난번처럼 MVP를 휩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웃음). 파이팅! 힘내세요”라며 응원 메시지를 전했다. 모든 팬들의 한결같은 마음일 것이다.
Day 6 김연경, 농구장에 가다
2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삼성과 전자랜드의 농구 경기. 배구장도 아닌 농구장에 김연경이 등장했다. 김연경은 시투를 하기 위해 농구장을 찾았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그녀는 많은 박수 속에 시투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 이에 김연경은 한 번 더 기회를 요구했고 레이업 슛을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김연경은 시투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시투 영상을 공유하기도 했다.
Day 7 Good-bye KOREA
한국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일주일이라는 시간. 그 시간들을 꽉꽉 채워 보낸 김연경이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시간을 뒤로 한 채 오후 2시 25분 비행기로 떠났다. 김연경이 다치지 않고 남은 후반기도 후회 없이 보내기를 바란다. 일주일 동안 함께 한 인연으로 한마디 덧붙인다. “김연경, 파이팅!”
# 사진 : 유용우 기자
[BOX] H·K·절·친 시끌벅적 유쾌한 그녀들의 수다
12월 19일 저녁 7시. 용인시 강남대 앞 중화요리 음식점으로 향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지만, 거리는 썰렁했다. 하지만 발걸음은 가볍다. 오랜만에 배구 월드스타 김연경을 만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배구장을 열심히 찾다보니 몇몇 선수들과 친분을 쌓게 되었다. 쌓인 우정 덕인지 그들만의 ‘절친 모임’에 까지 어울리게 되었다. 주로 흥국생명 배구팀 전현직 선수들로 구성된 ‘HK절친’ 모임이다.
터키리그에 진출한 김연경을 비롯해 이효희, 한송이, 태솔, 김다정, 조상희, 배수민 등이 주요 멤버다. 이날 김천에서 IBK기업은행과 경기가 있던 이효희(도로공사)와 전지훈련 중인 배수민(수원시청)이 부득이하게 빠졌다. 김연경 소식에 한유미와 양효진(이상 현대건설), 배유나, 표승주(이상 GS칼텍스)까지 참석할 거라는 소식과 함께 멤버들이 속속 도착했다.
사실 일주일 휴가를 받아 고국을 방문 중인 김연경은 바쁜 한국일정을 보내느라 오늘 모임에 참가할 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이날 수원 광교에서 팬미팅이 벌써 몇 시간째 진행중이었다.
오! 서프라이즈~~ 약속 장소에 가장 먼저 나타나 우리를 기다린 주인공은 김연경이었다. “아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늦게 오는거야. 나 그냥 가려고 했어.”
먼저 와서 기다려준 김연경에게 친구들은 반가운 인사 대신 구박을 쏟아냈다. 태솔은 김연경이 팬미팅 때 차려입은 버건디색 자켓을 보고 “터키 대사관 옷을 빌려 입고 왔냐”고 했고, 한송이는 “머릿결이 망가진 걸 보니 미용실에 다녀왔구나?”라며 놀렸다. 누가 들으면 엄청난 디스 잔치지만 이 또한 우정의 표현일 것이다.
음식점 2층엔 다른 손님이 없어, 우리끼리 마음껏 수다를 떨 수 있었다. 탕수육과 누룽지탕, 짬뽕, 짜장으로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한송이가 준비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에 촛불을 붙이기도 했다. 루돌프 사슴 머리띠와 구레나룻 안경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크리스마스 기분도 냈다. 음식 값은 한송이가 쿨하게 쐈다. 식사를 마친 우리는 인근 카페로 옮겨서도 수다는 계속 이어졌다.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과 카드를 나눴다. 한송이가 준비한 화장품, 조상희가 준비한 직접 만든 캔들이 있었고, 정말 맛있는 라면이라며 표승주는 김연경만을 위한 라면을 선물했다. 김연경은 한송이가 준 선물 화장품을 두고 “혹시 협찬받은거냐, 이거 누가 쓰던거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고, 한송이는 예상했다는 듯 “그냥 써!”라고 핀잔을 준다. 김연경은 친구들과 기분 나쁘지 않은 유쾌한 농담을 즐겨한다.
2박 3일 짧은 휴가 중인 현대건설 소속 한유미와 양효진은 밤이 깊어가자 졸기 시작했고, “노는 사람들이 더한다”는 김연경의 구박이 이어졌다.
화제는 올스타전으로 옮겨갔다. 좌장 격인 한유미가 서브퀸 콘테스트에 출전하는 것에 대해 꼭 1등 하라는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올스타전 이벤트에 대해서도 의견을 얘기하는 등 다양한 얘깃거리가 이어졌다.
진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오갔다. 유럽은 현재 올림픽 예선전이 한창 진행중에 있다며 5월에 열릴 올림픽 최종예선전에 최선을 다하자는 각오도 다졌다. 대표 선수들이 많아 애국심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불참한 맏언니 이효희와는 전화 통화로나마 아쉬움을 달랬다. 이효희는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언니. 못봐서 아쉬워요. ㅠㅠ” 김연경의 아쉬움도 잠깐, 통화는 이날 4세트를 25:8로 내주며 BK기업은행에 3-1로 패한 경기에 대한 놀림 아닌 놀림으로 마무리 되었다.
바쁜 시즌 중에도 시간을 내 유쾌한 만남을 이어간 흥국절친 멤버들은 세 시간여 수다에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체육관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김연경이 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는 봄에 다시 뭉치기로 한 멤버들. 정기적인 만남을 유지하고, 틈틈이 소식을 전하며 ‘함께’라는 느낌을 갖고 있는 것이 타국에서 고생하는 김연경과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지 않을까.
글·사진/ 민희정 인터넷기자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