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안건 상정" V-리그에 아직 적응하지 못한 나, 비정상인가요?
최근까지 러시아리그에서 뛰었던 모로즈입니다.
V-리그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한국에 오게 되었는데요. 일단 첫 경기를(12월 13일) 소화하고 나서 느낀 점은 수비를 중요시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다른 것보다 제게 어려움을 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공인데요. 아직 공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서브에서 범실이 많았기도 했고요. 점차 적응되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지만 볼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나, 비정상인가요?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12월 13일 모로즈가 팬들 앞에 첫 선을 보였다. 모로즈는 2011-2012시즌 러시아 리그 득점왕을 차지했던 톱 클래스 선수. 세계 정상급 선수 등장에 팬들 역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모로즈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30득점을 올리며 팀에 승리를 안겼다. 화끈한 세리머니는 보너스. 그러나 아직 적응이 덜 됐던 것일까. 범실도 12개나 기록했다. 이에 모로즈는 “공에 대한 적응 시간이 부족했다.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다른 공이어서 생소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그래서 모로즈보다 먼저 V-리그를 경험한 ‘선배’ G5들이 나섰다. 자신들이 보고 듣고 경험했던,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는 V-리그 이야기들. 일명 ‘V-리그, 이렇다고 전해라~’ 한 시즌 이상 혹은 몇 개월, V-리그를 경험한 시간은 차이가 있지만 자신들이 경험한 V-리그에 대해 전했다.
이런 점이 다르다고 전해라
누구나 처음은 힘들다. 설령 여러 나라를 거치며 배구를 해왔을지라도 적응 문제는 늘 새롭다. ‘같은’ 배구지만 그렇다고 ‘같은’ 배구는 아니니까. 그래서 궁금했다. 한국배구, 어떤 점이 힘들었을까.
먼저 대답을 전한 건 얀 스토크였다.
얀 스토크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물론 새로운 나라와 리그 환경에 적응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그 나라에서 선수로서 해야 할 행동들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에 대해서 잘 인지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로저 유럽에서는 주로 수요일과 토요일에 경기가 있고 경기시간 또한 저녁경기이다 보니 일정한 패턴을 가지고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낮 경기가 있어 이런 부분이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시몬은 포지션 변경에 애를 먹었다고. 센터였던 그는 OK저축은행에서는 라이트 포지션을 겸하고 있다.
시몬 적응하기 어려웠던 것은 포지션 변경이다. 공격, 점프 뭐든지 더 많이 해야 한다. 점프, 공격량이 그리 많지 않았던 센터시절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처음 와 본 한국이라는 나라, 여기에 새로운 사람과 환경. 분명 달라서 어려운 것들이 많았을 테지만 그래서 더 인상 깊었던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느낀 한국배구는 어땠을까. 5명 외국인선수 중 가장 늦게 데뷔전을 치른 그로저가 먼저 답변을 내놨다.
그로저 한국 배구는 상당히 빠르고 콤비네이션 플레이가 많다. 그리고 수비에 중점을 많이 두기에 이런 부분 또한 인상 깊었다.
얀 스토크 한국 리그는 훈련 때 러닝 훈련이 많다. 그 점이 기존에 뛰었던 유럽 리그와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다. 또한 한국 팀들의 수비 능력이 인상 깊었다.
시몬과 오레올은 조금은 다른 답변을 했다.
시몬 경기 수는 많고 서로 수준차이는 크게 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더 힘들고 매 경기 어려운 경기를 하게 된다.
오레올 외국인선수가 한 명밖에 없어서 책임과 의존도가 높은 것이 다른 점이다.
감독님은 이런 분이라고 전해라
팀 종목이라는 특성상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팀과의 케미(chemistry). 아무리 세계적인 선수라 할지라도 팀과 맞지 않는다면? 굳이 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그런 점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얼마나 코칭스태프들, 동료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그래서 마련한 시간. ‘우리 팀 감독님을 소개합니다’ 외국인선수들의 입을 통해 들어보았다.
먼저 OK저축은행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시몬 답변이 궁금했다. 다른 외국인선수들과 달리 함께 보낸 시간이 길기에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시몬 (김세진 감독) 정말 좋으신 분이다. 마음이 넓고 항상 선수들을 이해하려 한다. 감독님이 아니더라도 인간적으로 참 좋으신 분이다. 언제나 우리 이야기를 들으려 하신다. 내가 보기엔 한국 최고의 감독이다.
그로저 (임도헌 감독) 나는 감독님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통과 신뢰가 중요한데 이런 부분에서 믿고 따를 수 있는 좋은 지도자인 것 같다. 또한 배구 뿐 아니라 생활하는 면에서도 나와 비슷한 게 많아 이런 부분 또한 좋다.
얀 스토크 (신영철 감독) 매우 좋으신 분이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데 많은 도움을 줬다. 팀에서 플레이 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지지와 도움을 주고 있다.
마틴 (강성형 감독)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났다. 첫 인상은 매우 좋았고 성격도 좋아 보였다. 6개월이 지난 지금도 같은 생각이다. 모든 면에서 너무 좋게 느끼고 있다.
오레올 (짧고 굵은 표현으로) 최태웅 감독님은 성실하신 분, 열정적이신 분, 재미있으신 분.
에피소드 풀어놓겠다고 전해라
선수들에게 팀원들은 동료 그 이상이다. 한솥밥을 먹는 것은 물론, 고된 훈련을 함께 하고 승리 기쁨을 나누며 패배 아픔을 함께 짊어지는 사이다. 가족과 같은 끈끈함과 정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시즌 동안에는 가족보다 더 자주 본다. 동료들과 에피소드도 그만큼 잔뜩 쌓였을 것. 그래서 외국인선수들에게 그 보따리 중 하나를 풀어줄 것을 부탁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흔쾌히 동료 이야기를 풀어놨다. 얀 스토크는 요즘 ‘형’에 대해 배웠다고.
얀 스토크 요즘 한국어 ‘형’이라는 것에 대해 배웠다. 그래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후인정 선수나 방신봉 선수, 주상용 선수에게 형이라 불렀더니 다른 어린 몇몇 한국선수들이 나를 ‘얀 형’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근데 형이라 하면 괜히 나이가 많은 것처럼 느껴져 그냥 형 말고 얀이라고 불러 달라고 했다.
마틴 알레시아(딸) 생일파티 때 자녀를 둔 팀 동료들이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왔었다. 동료들의 아내, 아이들과 모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굳이 특별한 에피소드가 아니어도 자신이 느낀 동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로저 동료들 이름을 외우는 게 힘들어서 쉽게 별명을 부른다. 고맙게도 이 부분을 선수들이 이해해줬다. 그리고 내가 선수들 별명을 부를 때 마다 웃어준다.
시몬 장준호, 김규민, 박원빈이 재밌다. 훈련시간이나 일과시간에 옆에서 보면 참 열정적이고 가끔은 바보스럽게(crazy and stupid) 웃긴 친구들이다.
오래 만난 관계는 아니지만 그들의 답변에서 서로 간 배려가 느껴졌다. 그리고 한 가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다른 팀 중에서 같은 팀원이었으면 하는 선수가 있냐고 물었다. 그러자 예상을 빗나가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똑같았다. “다른 팀에도 잘하는 선수들이 있겠지만 우리 팀 선수들이 최고다. 다른 선수는 원치 않는다.”
한국 팬이 최고라고 전해라
처음 V-리그를 경험한 모로즈는 한국 팬들에 대해 “일단 경기장에 이렇게 많은 관중이 있어서 놀랐다. 그리고 한국 팬들의 에너지틱한 관중석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모로즈 말처럼 한국 팬들의 열성적인 응원에 외국인선수들은 짐짓 놀랐던 눈치였다. 그리고 저마다 기억에 남는 팬들과의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그로저 한국 팬들은 경기 후에 작은 선물이나 간식거리를 챙겨 준다. 그리고 팬 중에 매번 편지를 보내주시는 분이 있는데 항상 좋은 말로 힘을 줘서 감사하다. 한국전력과 경기(12월 12일)에서는 내 얼굴을 닮은 인형을 선물로 받았다. 기분이 좋았다.
얀 스토크 한국 팬들은 매우 멋지다. 경기가 끝나면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많은 응원과 웃음으로 나를 포함한 선수들을 반겨준다. 특히 얼마 전 경기가 끝나고 손 편지와 함께 사진을 선물해준 팬이 기억에 난다.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선물은 받아본 적이 없어 매우 기억에 남고 감사했다.
오레올 한국 팬들은 배구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다. 응원하는 팀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많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팬은 내 딸 사진을 크게 출력해 코팅까지 해서 나에게 선물로 준 팬과 블랙베리청과 함께 편지를 준 팬이 기억에 남는다.
시몬 항상 경기에 응원 오는 어린 남자아이가 있다. 홈경기, 원정경기 가리지 않고 내 이름과 여자친구의 이름까지 머리띠로 만들어서 응원을 온다. 정말 열심히 응원해줘서 고맙다.
마틴 체육관에 많은 팬들이 와서 큰 소리로 응원해줘서 좋다. 기억에 남는 팬들이 많아서 한 분을 뽑기 어렵다.
결론은 이렇다.
모로즈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본 외국인선수들의 V-리그 경험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한 것. 그리고 모로즈는 단 세 경기만을 치렀을 뿐이다. 여러 차례 경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적응될 것이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주리라. 고로 볼이 생소하게 느껴진다는 모로즈의 안건은 정상이다!
[BOX] 외국인 선수들이 직접 말한 ‘내가 느낀 한국은…’
이대로 마칠 줄 알았지? 더스파이크 독자들을 위해 외국인선수들을 좀 더 괴롭혀(?)봤다. 이번에는 한국생활이다! 그들이 보고 듣고 경험한 한국생활에 대한 모든 것. 이름하여 ‘코리아 문화대전!’
시몬 “Respect for everything”
한국에 와서 문화적 차이를 느낀 것이 있다면 어른이나 다른 사람을 공경하는 문화가 강하다. 특히 식사 때나 대화할 때, 항상 인사하는 모습들이 다르다. 한마디로 “Respect for everything.”
좋아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김밥. (연어, 참치초밥을 좋아하지만 한국 김밥도 굉장히 맛있다). 못 먹는 음식이 있다면 매운 음식이다. 조금이라도 매운 음식은 못 먹는다.
한국말 중에 좋아하는 말이나 자주 하는 말이라면 나쁜 남자! 훈련이 힘들고 어려울 때 스태프들에게 가끔 한다. 그리고 또라이(웃음). 선수들끼리 신나게 뛰며 서로한테 장난으로 한다. 절대! 욕이나 상대를 폄하하는 의미로 하지는 않는다.
그로저 “모든 것이 흥미롭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 아시아를 와 본적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는 두려움도 있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이 잘 대해주고 친절하더라. 한국 생활을 하면서 재밌는 점이 있다면 평생 유럽에서 배구하던 내가 한국이라는 다른 스타일의 배구, 생활, 문화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 모든 것들이 흥미롭다. 다만 불편한 점이 있다면 소통하는 부분에서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얘기를 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가족들과 연락을 자주하는 편인데 시차가 8시간이라 불편하다. 한국에 와서 좋았던 것은 서로 존중하는 모습. 나이를 중요시하여 윗사람에게 두 손 모아 인사를 한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오레올 “친절하고 정이 많다”
한국에 대한 첫 인상은 많이 발전된 나라라는 것. 사람들은 친절하고 정이 많다고 느꼈다. 쉬는 날에는 주로 집에서 가족과 영화도 보고 대화도 많이 하며 지내려고 한다. 특별하게 가는 곳이 있다면 맛집.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다니려고 한다. 한국말 중에 “감사합니다, 많이 먹어, 많이 드세요, 파이팅” 이런 말들을 좋아한다. 빨리빨리, 천천히도 많이 하는 편이고.
마틴 “이제는 한국인이 된 느낌”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문화적 차이를 느꼈다. 모든 것이 새롭게 느껴졌다. 많은 것이 달랐지만 지금은 너무 좋다. 이제는 한국인이 된 느낌이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특별한 고궁이나 휴전선을 가보고 싶다. 비무장지대(DMZ)를 가보고 싶지만 시간이 없다.
“좋아!” 는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특히 코트 안에서 옆에 있는 선수들에게 자주 말하곤 한다.
사적으로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있다면 얀 스토크.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 이탈리아에 있을 때 한 팀에서 2년 동안 같이 뛰었다. 가족끼리도 친하게 지낸다. 그에 대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얀 스토크 역시 친하게 지내는 선수로 마틴을 꼽았다. “마틴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다. 서로 시즌이 끝나면 자주 만나 함께 식사도 자주 했었다. 그리고 올 시즌 마틴 숙소와 우리 숙소가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가끔 시간이 될 때 함께 식사도 한다. 여전히 친하게 지내고 있다.”)
얀 스토크 “아들, 아쿠아리움 좋아해”
한국에서 훈련이 없는 날에는 주로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가끔 가족들과 밖에 나갈 때에는 관광지 책에서 본 여러 곳에 가보려고 노력한다. 특히 아들이 코엑스와 제 2롯데월드의 아쿠아리움을 좋아해서 자주 간다. 한국에서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제주도다. 주변 지인들이 매우 아름답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추천해줬다.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꼭 함께 가보고 싶다.
내가 느낀 한국은 사람들이 친절하다. 마트에 가면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도 다 친절하게 도와준다. 감사하다.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은 많이 없다. 아! 굳이 고르자면 버스 기사.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버스 기사님들이 가끔 난폭하게 운전을 하거나 빨리 달리는 것을 겪은 적이 있다. 그 때 조금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외국인선수들이 말하는 ‘한국’은 대체적으로 비슷했다. 우선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는 것. 그리고 놀라웠던 것은 우리는 당연하다고 느끼는 어른들에 대한 예의, 공경하는 문화가 그들에게는 문화적 충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답게(?) 한국음식 중 못 먹는 음식으로 대부분 매운 음식을 꼽았다. 물론 그 중에는 개고기와 버섯음식을 못 먹는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선수들에게 짓궂은 질문 하나를 던졌다. “나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다면?” 답변이 궁금하지 않은가. 여러분이 생각했던 그대로! 예상했던 그대로! 다들 저마다 이유를 들며 답변을 피해갔다.
# 사진 : 문복주 기자, 구단 제공
# 일러스트 : 김민석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