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냉정과 열정 사이' 유광우 X 류윤식

권민현 / 기사승인 : 2016-03-04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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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오효주 KBS N 아나운서] 삼성이라 쓰고 절제라 읽는 ‘삼성문화’가 뼛속까지 배인 ‘형’ 유광우, 아직은 조금 낯선 ‘동생’ 류윤식과 함께 유쾌한 대화를 시작한다.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먼저,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인터뷰에 앞서 걱정이 많았다. 배구 팬이라면 알 것이다. 삼성화재 선수들이 공식적인(?) 자리에서만큼은 다소 경직되어있다는 것을. (모르겠다면, KBS N 스포츠 <스페셜V>프로그램의 <닥터V> 코너를 참고하시라) 게다가 형과 동생이 함께 인터뷰를 하는데 동생이 편하게 인터뷰를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예상대로 형식적이고 다소 뻔한(?) 대답이 난무했고, 형은 동생을 종종 컨트롤(?)했다. 하지만 그 속에 숨겨진 재미가 있었다. 그 동안 알지 못했던 솔직한 모습들도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 속에 돌발적인 형과 동생의 행동들은 큰 웃음을 주었다.

삼성화재 프랜차이즈스타이자, 늘 중심에서 경기를 조율하는 세터 유광우 선수와 삼성화재로 팀을 옮겨온 류윤식 선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명가 삼성화재, 오늘이 있기까지


삼성문화 핵심은 바로 ‘절제’
- 삼성화재를 대표하는 두 선수인 만큼 ‘삼성화재 배구단’ 그 자체에 대해 묻고 싶네요. 배구명가라는 이미지, 어떻게 생각하나요?
- 배구명가라는 이야기처럼, 팀 전통이 있잖아요. 개인이 누가 되면 안 되니까 신경도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죠. 좋은 팀이 되려면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 같은 생각입니다. 형이랑.
- 묻어가려고 하네?

- 처…천재인데(걱정이 스멀스멀). 그렇다면 ‘아, 이래서 삼성이구나’ 싶었던 게 있을까요?
- 생활 패턴이나 훈련하는 것들까지 모든 게 다릅니다. 선배들이 항상 모범을 보인 것도 있고요.

- 이런 전통에는 선배 구실이 중요하군요. 시간이 흐르면서 무게를 하나씩 얹어가는 건데요.
- 권력도 같이 얹어요! 하하(장난스럽게 웃으며)

- 한편으로는 즐길 수 있는 것도 있지 않을까.
- 즐기기에는 웬만한 내공으론 안 되는 것 같아요. 선배 형들은 전형적인 해탈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까요. 스스로 알아서 하는 단계죠.

- 삼성배구단의 문화에 대해 듣고 싶은데요. 음, 제가 듣기로는 통제 문화라고 하던데.
- 통제가 아닌 절제문화지요!

- 아, 절제문화. 죄송해요. 여기에 대해서는 류윤식 선수에게 묻고 싶어요.
- 저도 다른 팀에서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런 절제문화가 조금 힘들기도 했어요. 사실 스포츠는 결과론이잖아요. 결과가 좋다면 당연히 따라야 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건 뭐지?’ 싶은 게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문화가 선수를 지켜준다는 걸 깨닫게 되더라고요.

- 반감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보호해주는 거니까.
- 그…렇…죠….(한숨)

- 류 선수는 조금 눈빛이 흔들리는 것 같은데요?
- 이걸, 터뜨려? 말아?(웃음)

- ‘이것만큼은 바뀌었으면’ 하는 게 있을까요?
- 요즘에는 세상이 무서워서 선수들이 더 보호받아야 돼요.
- 지금 얘기가 이만큼 나올 뻔 했는데.
- 형이 너 보호해주고 있는 거야.

- 이것 봐. 한 명씩 인터뷰를 해야 했어.ㅠㅠ
- 선배로서 후배를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윤식이를 보호해주고 있는 거예요.



삼성화재 하면 떠오르는 이름, 신치용
- 이젠 단장이시죠. 팬들의 시선으로 보면요, 호랑이감독 이미지가 참 큽니다.
- 잘하는데 지적하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실력이 부족해서 지적 받고, 그러다보면 주눅이 들면서 무서워지는 것 같아요.

- 류 선수는 삼성에 오기 전에 감독님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품고 있었나요?
- 사실 삼성이라는 팀 자체가 조금 두려웠다고 해야 되나. 창단 때부터 팀을 이끌어 오신 감독님이다 보니 카리스마가 더 많이 느껴져서 유독 주눅이 들기도 했고요.

- 신 감독님이 예전에 두 선수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일 것 같아요?
- 저는 좋은 얘긴 아닌 것 같고요.
- 윤식아, 여기서 궁금해 하면 말려드는 거야. 그냥 넘어가.

- (ㅠㅠ) 유광우 선수, 감독님 말을 잘 안 듣는다던데요?
- 제가요? 앞으로 잘 들으면 되죠 뭐. 하하하하.
- 아, 그게 운동할 때 그런 게 아닐까요? 세터는 원래 고집이 있어야 되니까.

- 지금 형 두둔해주는 거예요?(둘이 하이파이브) 그렇다면 두 선수에게 신치용 이란?
- 어렵네요. 이거.
- 저는 말할 수 있어요. 신치용 감독님은 ‘은인’이세요.
- 아이고, 깜짝이야.
- 제가 삼성에 와서 힘든 것도 많았지만 절 필요로해서 불러주셨고, 제 배구도 이전보다 더 잘 되고 있으니까 은인이죠.



늘 위기? 정말 위기!
- 훈훈합니다. 그럼 잠깐, 지난 시즌 이야기를 해볼까요. OK저축은행이라는 삼성화재의 새로운 라이벌 팀이 생겼어요.
- 아무래도 OK저축은행과 챔피언 결정전에서 경기들이 아쉬움이 많이 남아요. 상대가 완벽한 경기를 했다기 보다는 우리가 많이 못했던 것 같아요.

- OK저축은행 챔프전 우승은 배구팬들에게 조금 낯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항상 우승은 삼성화재 차지였으니까. 삼성화재 선수들의 어색함은 팬들보다 더 했겠죠?
- 그렇죠. 어라, 어라, 하다 보니까 2패더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해보지 못했어요. 사실, 챔프전 준비는 저희가 늘 해온 대로 하려고 했죠. ‘여기까지 왔으니까 우리가 우승하겠지’ 싶었던 마음도 없었다면 거짓말이고요. 그러다보니 준비가 소홀했고 아쉬운 경기를 남겼죠.



다시, 신발 끈 동여매고
- 자, 이젠 쫓아가는 처지가 됐어요.
- 초반에 변수도 있었고 잡아야 하는 경기를 놓쳐 지금까지도 힘든 레이스가 되고 있어요.

- 그래도, ‘삼성은 삼성’이구나 싶은 게 다시 훅 치고 올라가더라고요.
- 연승하면서도 조심스러워요. 연승 뒤엔 연패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차근차근 이겨내려고 합니다.
- 저도 제 역할이 확실히 정해져 있는 만큼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고 있어요.

- 그런데 한 가지 변수는 그로저가 자국팀 올림픽 예선 참가로 인해 한동안 V-리그에서 자리를 비운다던데.
- 저희로서는 큰 손실이죠. 그렇지만 국내 선수들로 최상의 조합을 이뤄 좋은 경기를 하려고요.

- 류 선수 임무가 달라질 수도 있네요.
- 책임감은 광우 형이 더 커지지 않을까요?
- 윤식이만 잘하면 됩니다.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삼성화재 둥지 속 ‘광우’와 ‘윤식이’
- 두 선수의 인간적 면이 궁금합니다. 뭐, 별명은?
- 그로저가 저를 쿵푸팬더라고 불러요. 닮았다고요.

- 오, 괜찮네요. 그럼 류 선수는요?
- 저는 그로저가 지어준 별명이 있는데 말하기가 좀 그래요.

- 그로저가 별명을 많이 붙여줬나 봐요?
- 아무래도 한국 이름이 외우기 어려우니 써니(이선규), 퐈니(지태환), 여비(최귀엽), 우기(이민욱), 캡틴(고희진). 뭐 이렇게 불러요. 그런데 윤식이 넌 뭐라고 부르더라?
- 저요. (쑥스러워하며)프린스….
- 그로저가 나한테는 너 다리 ‘이쑤시개’ 같다고 그랬는데.

- 왜 프린스예요?
- 경기할 때 그로저는 감정 표현을 많이 하잖아요. 전 그런 게 별로 없는 편이라, 경기를 곱상하게 한다는 뜻에서요.

- 배구 모습을 보고 그런 별명을 지어졌군요. 그렇다면 평상시 성격은 어떤가요?
- 윤식이는 비밀이 많아요. 뭘 하는지 몰라요. 신비주의예요. 그래서 제가 화를 많이 내요. 공유 좀 하라고.
- 그냥 성격이에요. 모두에게 그래요. 조심스럽기도 하고요.

- 그럼 광우 형은 어떤가요?
- 가정적인 남자인 것 같아요. 성격은, 음 생활패턴이 달라서.
- 그렇지. 넌 밤에 움직이고 난 낮에 움직이니까 다르지. 모르겠지.
- 아니, 알아요. 다른 선배들보다 카리스마가 더 있어요. 그런데 다른 선배들보다 더 여린 면도 있어요. 후배들이 먼저 다가가면 정말 잘 챙겨주시고. 다만 팀 전체를 아우르는 ‘세터’이다 보니까 카리스마가 있죠(웃음).



아, 그때? 아~ 그때!
- 시간이 금방 가네요. 이제 인터뷰 막바지네요. 각자 인생을 한 번 돌아보죠. 전체를 통틀어 터닝포인트를 콕 집어볼 수 있을까요.
- 프로에 들어와서 2년 동안 부상으로 쉬었을 때. 운동을 할까 말까에 대한 고민도 많이 했고 그 동안을 뒤돌아볼 수 있었어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 가장 궁금한 게 2009~2010시즌 챔피언 결정전 때 심정이요. 그 중에서도 7차전 5세트! 이렇게만 말해도 알죠?
- 아, 정말 잊을 수 없죠. 우승이 결정지어지는 7차전, 그것도 파이널 세트. 지금 현대캐피탈 감독인 최태웅 선배가 주전 세터였을 때인데, 감독님께서 저더러 먼저 코트에 들어가라고 하는 거예요. 부상에서 돌아온 첫 시즌이었는데. 그땐 정말 미쳤었죠. 다시 생각하면 정말 아찔해요. 두려운 건 없었는데,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어떻게 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 정신차려보니 희진이 형이 뛰어다니고 있더라고요. 그때야 ‘이겼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정말, 지금 단장님께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들 중 하나죠.

- 듣기만 해도 참 신기하네요. 그럼 류 선수는요?
- 전 아무래도 팀을 옮겼을 때. 제일 걱정이었던 게 ‘내가 삼성에서 버틸 수 있을까’였어요. 몸이 워낙 약했기 때문에 부모님도 걱정하셨고. 그런데 다행히 많이 도와주셔서 이렇게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제 다시 시작이다!
-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거든요. 각오를 들려주시죠.
- 늘 말씀 드리지만, 전보다 더 잘하고 싶어요. 제 기준에서 말고 다른 사람들 기준에서요. 그러기 위해서 땀을 더 흘리고 있습니다.
- 모든 선수가 같을 거예요. 우승을 바라고, 그걸 위해 땀 흘리고.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나가 챔피언 자리에 서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 시즌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삼성화재로서도 이번이 새로운 전환점이거든요. 다 노력하고 있는 만큼 땀이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 은퇴 전에 이루고 싶은 목표는요?
- 국가대표.
- 삼성화재 벽에 지금 별이 일곱 개 그려져 있거든요. 한 세 개만 더 달고 은퇴하고 싶어요.



To, someone special ♡
- 좋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 임신 중인 와이프요. 사실 운동선수 아내가 정말 힘들거든요. 함께 있는 시간도 많지 않고, 내조도 계속해야 하고요. 외로울 수도 있겠고, 특히나 홀몸이 아닌데도 내색 않고 항상 힘을 줘요. 자랑을 한다면, 정말 신사임당의 성품에 예쁘고 몸매도 좋고?(웃음) 할 수 있는 게 전화, 영상통화뿐인데 늘 웃어줘서 정말 고맙고요. 또 부모님께도 정말 한 번도 이런 이야기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데 감사하고,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 저는 돌아가신 외삼촌께 전하고 싶어요. 저한테 정말 힘이 많이 돼주셨거든요. 갑자기 떠나셔서 속상하기도 하지만, 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이야기 전하고 싶어요.


더스파이크 공식질문!
유광우에게
그로저란?
나에게 날개를 달아준 존재. 최태웅이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먼저 걸어가고 있는 선배.
우승이란? 삶의 일부이고 싶은 것. 우승의 기쁨은 그날 하루예요. 그날 하루를 위해 364일을 고생해요. 단지 하루만이 아니라, 365일 내내 느끼고, 누리고 싶은 게 우승인 것 같아요.
억지로 내 자랑을 해본다면? 세터 중에 가장 많이 이겼고, 가장 많은 우승을 한 선수라는 자부심.



류윤식에게
인기란?
잘 모르겠어요. 인기가 많은가요.


이상형은? 저희 어머니.
배구란? 아버지(류중탁)의 타임머신. (동시에 오글오글)



# 사진 : 신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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