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천안/권민현 기자] 최태웅 감독만 몰랐다. 선수, 구단이 몰래 준비한 뜻밖의 선물에 최 감독이 눈물을 흘렸다.
현대캐피탈은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시즌 마지막 경기인 우리카드와 경기를 승리로 장식, 18연승을 달성하며 V-리그 역사를 새로 썼다. 이어 못다한 정규리그 우승 세리머니를 팬들과 함께 했다.
깜짝 이벤트도 준비했다. 최태웅 감독 은퇴식을 마련해준 것. 현역 은퇴 후 바로 감독으로 선임된 터라 은퇴식을 제대로 치루지 못했다.
이에 현대캐피탈 측에서는 보도자료 없이 극비리에 준비했다. 미리 알았다가는 만류할 것이 눈에 보였다. 몰래 한 이벤트에서 효과가 높을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물론, 팬들도 경기장에 입장하기 전까지 모르고 있었다.
경기 후 정규리그 우승 기념영상이 상영됐고, 정태영 현대캐피탈 구단주, 구본영 천안시장이 우승트로피를 전달했다. 이어 최 감독과 주장 문성민 챔피언결정전에 임하는 각오를 밝힌 뒤, 체육관이 암전됐다.
최 감독은 당황했지만, 이벤트 내용을 알고 있었던 선수들은 놀라지 않았다. 이내 최태웅 감독 현역시절 영상이 공개됐고, 구단, 구 시장, 선수단, 서포터즈 자일즈에서 유니폼 액자, 꽂다발, 캐리커쳐 액자를 전달했다.
최 감독 눈에는 이미 눈물이 고였고, 부친 최만호 씨, 아내 조재영 씨와 작은 아들이 코트에 등장하면서 펑펑 울었다. 그는 “가족들도 모르지 않았나 싶다. 큰애가 이날 오지 못했다”며 “내가 어렸을 때 60mm 테이프를 넣고 녹화할 수 있는 비디오 카메라로 내 모습을 찍어줄 정도였다. 아버지, 어머니가 뒤에서 많이 도와줬는데, 잘해주지 못해 죄송하다. 못난 아들임에도 나에게 힘이 됐다. 그래서 오늘 보고서 눈물이 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에 팬 서비스로 최 감독이 윤봉우, 문성민, 오레올에게 세트를 했다. 오레올은 최태웅 감독 세트를 일부로 놓치며 웃음을 자아냈다.
최 감독은 “살짝 기분이 상하긴 했다(웃음). 정신없이 한 것 같은데, 그래도 3번째 한게 제일 잘 됐다. 사실, 그때 파이프 하고 싶었는데, 안될 것 같아 전위에서 했다”고 웃었다.
올시즌 홈 마지막 경기에서 현대캐피탈은 팬들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정태영 구단주가 '처음 사장이 됐을 때 어떻게 할지 몰랐는데, 막상 하다보니 되더라. 최 감독도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이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챔피언결정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우승을 위해서 스트레스 더 쌓여도 된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 사진 : 현대캐피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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