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호근 KBS N 아나운서] 2016년 첫 달을 보냈다. 야심차게 세웠던 새해 목표는, 이미 오래 전에 예쁘게 접어 내년을 위해 준비해뒀다. 달력을 한 장 찢어내고 나니, 그저 한 살 더 먹은 나이만 조금 적응되는 듯하다.
2월. 날씨는 아직 꽤나 춥고, 봄이 오려면 시간이 조금 더 남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마음이란 문 앞에는 어느 새 봄이 성큼 다가와 기다리고 있다. 대학에 합격한 새내기들은 한 학번 위 선배들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떠나고, 길거리엔 여기저기 사랑 고백을 부추기는 초콜릿 더미가 가득하다.
배구장엔 봄 배구를 위해 피 터지는 순위경쟁이 펼쳐지는 시기지만, 코트만 벗어나도 여기저기 핑크빛 아지랑이가 살랑거린다. 선수들도 배구 선수란 직업을 따지기 전에 청춘남녀다. 훤칠하고 늘씬한 배구 선수들은 어떻게 사랑에 빠질까.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젠 나만을 바라보는 팬이 되어줘!
숙소 생활을 하는 선수들은 아무래도 만남이 많지 않다. 특히 시즌 중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시즌 중 구단 관계자를 제외한다면, 선수들은 배구장 관중과 가장 많이 만난다. 팬과 사랑에 빠진다? 물론 흔한 일은 아니지만, 전혀 이상할 것도 없다. 누구보다 선수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바로 팬들이니까.
해설여신으로 불리는 KBS N 이숙자 해설위원은 배구 팬이었던 지금 남편을 만났다. 남편은 당시 ‘킥스 부대’라는 GS칼텍스 서포터즈였고, 이 해설위원은 FA자격을 얻어 현대건설에서 GS칼텍스로 팀을 옮긴 상황이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남편은 이숙자 해설위원의 팬은 아니었다고 한다. 처음엔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을 후보로 밀어낸 이 위원을 미워했다고. 그러나 미운 ‘정’이 쌓여 고운 ‘정’이 되었고, 지금은 후배 선수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부부가 되었다.
요즘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선수들이 많다. 코트에서 볼 수 있는 모습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평소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는데, 이런 SNS가 사랑의 메신저가 되기도 한다. 대부분 SNS에는 일대일 쪽지 보내기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사용하면 선수 연락처를 알지 못해도 서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듯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실제 SNS상에서 연락을 주고받다 호감을 느껴 실제 만남으로 발전된 경우도 몇몇 있다. 그러나 대부분 받은 쪽지의 양이 많아 의도치 않게 읽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우도 많고, 연락이 닿았다 할지라도 실제 연인으로 발전될 확률은 굉장히 낮은 편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고맙다 친구야!
선수들에게 가장 흔하고 익숙한 방법이 아닐까. 숙소생활을 하는 선수들은 외출이나 외박을 받아도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 집에 다녀오는 일이 아니라면, 같이 식사를 하거나 간단히 술을 마시며 자유 시간을 즐기곤 한다. 바로 이 시간을 이용하는 것인데, 여기엔 한 가지 중요한 전제조건이 따른다. 팀 동료 중 한 명은 반드시 이성친구가 있을 것! 만약 모두가 솔로라면 절망적이다.
동료의 이성친구가 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나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특히 남자 선수들에게서 많이 볼 수 있는 만남 방식이다. 만약 두 커플 사이에 어색한 솔로 남녀 두 명이 끼어있다면,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만남이 부드럽게 이어지면, 팀 선수들 연인이 대부분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재밌는 상황도 연출된다. 외출 시에 모두 모여 커플 데이트를 즐기며 단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한 명이라도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색하고 애매한 상황도 감내해야 한다.
멀리서 찾지 마!
등잔 밑이 어두운 법!
우린 언제나 이상형을 꿈꾸며 백마 탄 왕자나 아름다운 공주와의 만남을 기대하지만, 사실 이상형은 말 그대로 이상적인 형상일 뿐, 좀처럼 주변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오랫동안 아무렇지 않게 지내왔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내 마음 속으로 훅 하고 들어오는 일이 더 많을 듯싶다. 쌍문동 정환이와 택이가 덕선이를 보며 그랬던 것처럼.
대한항공 한선수 선수는 홈경기 때마다 미모의 부인과 귀여운 딸이 경기장을 찾는다. 부인과 친구 사이였다는 한선수 선수. 3년을 알고 지내며 편한 친구 사이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다. 친구일 때는 몰랐던 장점과 매력을 느낀 한선수 선수는 남자답게 밀어붙였고(?), 연애 6개월 만에 친구는 부인이 되었다.
종교 활동을 하는 선수 경우엔 친구의 폭이 넓은 편이다. 교회나 성당 등에서 모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프로에 와서도 꾸준히 연락을 하며 연인으로 발전되는 경우다. 어렸을 때부터 알던 사이가 대부분이기에, 프로 선수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명성이 아닌, 있는 그대로 모습을 봐주는 것에 감동하고, 종교를 통해 만났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해 좋은 관계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러운가? 그렇다면 주변을 둘러보라. 휴대폰을 열어 연락처를 살펴라. 은근 매력적인 상대가 근처에 있을 수 있다. 마음을 표현했다 어색해질까 두려울 수 있지만, 용기를 내지 못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연인이 될 수 있다.
'선수는 선수끼리?!' 네 마음은 내가 잘 알지!
운동선수의 연인이 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예정되어 있던 외출이나 외박이 취소돼 숙소 앞에서 헛걸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일까. 같은 운동선수를 만나는 배구 선수들도 있다.
KGC인삼공사 김해란 선수는 축구선수인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친구 소개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처음엔 그저 친구 사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성격이 잘 맞는 두 사람은 결국 결혼에 골인했다. 김해란 선수는 운동선수 배우자를 적극 권한다. 운동을 하며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주고,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큰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부분까지도 잘 알고 공감해줄 수 있다는 것이 운동선수 연인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이 아닐까.
지금은 배구 선수들이 진천선수촌에 머물지만, 과거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을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했었다. 젊은 청춘남녀가 모이는 곳엔 언제나 사랑의 속삭임이 있기 마련. 어찌 태릉선수촌이라고 예외가 있겠는가. 여자배구 선수들은 특히 인기가 좋았다. 여러 종목이 함께 모이는 곳에서 여자배구 선수들은 유독 눈에 띄었고 많은 관심을 끌었다. 식당에서 줄을 서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웨이트 트레이닝 센터에서는 선수들 집중에 방해가 될 수 있다며 긴 바지를 입어달라는 타 종목 코칭스태프들의 항의 아닌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고.
비밀 연애? 요즘은 공개 연애가 대세!
예전엔 선수들이 연애를 한다는 것이 금기시 되던 때가 있었다. 선수들은 운동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학교나 회사를 다니며 연애를 하는 것이 당연하듯, 선수들 역시 운동과 별개로 사생활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생각이 바뀌고 시대가 바뀌었다. 그리고 선수들 역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친한 동료들에게만 연애 사실을 비밀스럽게 털어놓았다면, 요즘엔 SNS를 통해 연인을 공개하는 선수들도 생겨났다. 물론 세대가 젊어지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며 서로가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려는 것은 아닐까.
선수들이 연인을 통해 안정감을 갖고 운동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답답할 수 있는 숙소에서 연인의 사진 한 장, 그리고 문자메시지 한 통이 주는 기쁨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올해는 더 많은 선수들의 사랑에 빠진 얼굴을 보고 싶다. 지금 당장, 연애하세요!
# 사진 :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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