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권민현 기자] OK저축은행은 14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시몬(26득점, 블로킹 3개), 송명근(20득점, 서브에이스 3개)이 46득점을 합작, 맹활약한 끝에 삼성화재를 세트스코어 3-1(25-18, 20-25, 25-19, 25-20)로 꺾고 두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
1차전 재탕한 1세트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1차전과 같은 계획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다. 서브를 강하게 넣었고, 시몬을 그로저에게 붙였다.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 역시 리시브를 유달리 강조했다. 1차전 패배 요인이 불안한 리시브에 따른 단조로운 공격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다. 리시브가 불안했던 탓에 속공이 제대로 구사되지 않았다. OK저축은행은 그로저가 공격할 때 블로커 3명이 따라붙었다. 공격 루트가 다양하게 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시몬, 가운데에서 속공 견제하면서 왼쪽으로 가. 상대가 시간차 공격할 때 한두개 정도는 줘도 괜찮아. 속공을 시도할 때 앞에서 붙어주고” 김 감독이 1세트 작전타임에서 한 말이다. OK저축은행은 1세트에만 블로킹 5개를 기록했다.
공격적인 면에서도 다양한 플레이를 가져갔다. 오른쪽에서 시몬이 전위와 후위를 왔다갔다하며 8개 중 6개를 성공했다. 속공은 단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송명근은 왼쪽, 가운데 파이프 공격을 적절히 구사, 6개 중 3개를 성공시켰다. 세터 곽명우는 오픈공격 없이 속공, 퀵오픈 등 빠른 공격을 펼치는데 중점을 뒀다.
팀 리시브 성공률도 57.1%에 달했다. 삼성화재는 23.8%에 그쳤다. 자연스레 그로저가 65.2% 공격점유율을 기록하게 만들었다. 준플레이오프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효과를 봤던 속공시도는 단 3번에 그쳤다. 이는 OK저축은행이 1세트를 따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 1세트 양팀 세터 공격분배 *
삼성화재, 그대로 물러날 수 없다
삼성화재는 1세트 잠잠했던 블로킹이 살아났다. 이선규가 시몬의 오른쪽 후위공격을 그대로 상대 코트에 떨어뜨렸다. 이 플레이가 삼성화재 대반격 신호탄이 됐다. 류윤식도 가운데에서 곽명우 페스페인트를 막아냈다.
경직됐던 몸도 풀렸다. 유광우도 이선규, 지태환에게 공을 올렸다. 17번 중 7번에 달했다. 성공률도 57.1%를 기록했다. 블로킹도 5개를 기록했다. 삼성화재 분업 배구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다.
삼성화재 블로커라인이 OK저축은행 공격 타이밍에 맞추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그로저도 서브에이스를 기록, 9-3으로 앞섰다. 들떠있던 OK저축은행 분위기는 순식간에 잠잠해지만, 송명근이 다시 되살렸다. 가운데에서 파이프를 성공시켰고, 왼쪽에서 연이어 강타를 때렸다.
삼성화재는 당황하지 않았다. 지태환이 시몬을, 이선규가 한상길 속공을 막아냈다. 의미가 컸다. 가운데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다음 세트에서도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
송명근, 지난 시즌 영광을 재현하다
V-리그에서 젊은 축에 속하는 OK저축은행은 끓어오르는 것도, 식는 것도 빠르다. 2세트에 잠시 식혔던 분위기를 3세트에 재점화했다. 한상길은 그로저 오른쪽 후위공격을 막아낸 후 미국춤을 추며 기세를 올렸다.
송명근도 날아올랐다. 3,4세트에 곽명우와 호흡이 맞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시몬도 송명근 덕에 한결 부담을 던 모습이었다. 송희채도 3세트 5득점을 해내며 살아나는 모습이었다.
* 송명근 세트별 기록 *
4세트 2-3 상황. 류윤식이 시간차를 시도했다. 첫 판정은 류윤식 네트터치 범실. 공격한 이후 내려오다 네트를 건드렸다. 임도헌 감독과 삼성화재 선수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먼저 공이 네트에 걸렸고, 흔들리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공에 맞았다는 이유에서다.
임 감독은 곧바로 재심요청을 했다. V-리그 운영요강 제 39조 1항에 따르면 ‘감독은 경기 중 주심이 규칙이나 규정을 적절하게 적용하지 못했을 경우(사실판정 제외), 로테이션 순서가 잘못됐거나 경기기록원 또는 전광판 조작 실수로 점수관리가 잘못된 경우에 경기감독관, 심판감독관에게 지체없이 경기중단을 요구하고 재심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임 감독은 첫 번째 사항에 의거, 재심을 요청했다.
화면 앞에 김건태 심판위원장, 김형실 경기위원장이 모여 지켜봤다. 결과는 류윤식 네트터치 범실이 아닌, 정당한 플레이였다고 판단, 삼성화재 점수로 인정됐다. 김세진 감독은 항의했지만, 납득하고 물러갔다.
이 상황에 대해 김건태 심판위원장은 “류윤식이 자의로 네트터치를 한 것이 아니라 볼에 의해 밀려서 어쩔 수 없이 몸이 네트에 닿았다. 이후, 공이 OK저축은행 코트 안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삼성화재 점수로 인정됐다”고 언급했다. 배구 규칙서에도 ‘볼이 네트를 친 것 때문에 상대 선수가 네트에 접촉하게 된다면 네트터치 반칙이 아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오히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됐다. OK저축은행 기세는 한없이 올라갔다. 시몬이 제자리를 찾았고, 송명근도 서브에이스 2개를 기록하며 타올랐다.
삼성화재는 그로저 공격이 연이어 무위로 돌아갔다. 플레이오프에 임하기 전부터 100% 몸상태가 아니었다. 대한항공과 준플레이오프를 마치고 “무릎은 괜찮다. 대신 어깨가 좋지 않다”고 언급할 정도다.
이날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타점도 떨어졌고, 상대 블로킹을 뚫어내지 못했다. 휴식을 취하고 경기에 임한 시몬과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26득점을 올렸지만, 공격성공률도 44.2%에 그쳤고, 범실도 15개에 달했다. 동료들 뒷받침도 없었다. 4세트에는 무려 73.1% 점유율을 기록했다. 무리했다.
* 그로저 세트별 활약상 *
OK저축은행은 22-16으로 앞선 상황에서 송명근이 후위공격을 성공시키며 23-16을 만들었다. 승기를 잡은 순간이다. 체력이 떨어진 그로저, 국내선수들이 부진했던 삼성화재는 좀처럼 추격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24-20으로 앞서 있을 곽명우는 시몬에게 속공 세트를 올려줬고, 시몬이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OK저축은행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삼성화재는 12시즌만에 처음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하는 아픔을 맞았다.
#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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