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오효주 KBS N 아나운서] 이번 시즌 ‘슈퍼 디그’로 전 세계 배구팬들에게 한국배구와 자신을 알린 작은 거인. 하지만 성격상 자신의 ‘진짜 매력’을 전하지 못한 그를 위해, 그에 대해 제대로 알 방법이 없었던 팬들을 위해 준비했다. 지금도 빛나지만, 앞으로는 더 빛날 정성현의 팬클럽을 모집합니다!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오 안녕하세요. 정성현 선수^^ <효주톡배구톡> 네 번째 주인공입니다.
정 네. 안녕하세요~(경계경계)
오 제가 그래도 지난 시즌에 정성현 선수를 몇 번 인터뷰 했는데, 대부분 이렇게 경계하면서(?) 이야기를 제대로 안 해주셨어요. 근데 팬들은 궁금하니까! 종종 자신이 인기 없다고 하는데, 그것도 이야기를 많이 안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제 생각엔 인터뷰를 통해서 팬들한테 매력을 전해야 되는데, 말을 많이 안 하잖아요. 일부러 신비주의 이런 건 아니죠?
정 아니에요. 성격이 원래 이래요.
오 팬클럽은 절대 모집하고 싶지 않다, 이런 것은 아니잖아요?
정 네 절대 아니죠. 항상 감사 드리고, 저도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힘들더라고요. 성격상.
탐구1 저, 무서운 사람 아니에요...(?)
오 그러니까, 이 기회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봅시다! 운동 내외적으로나, 자신에 대해 오해가 있다든지, 기회가 되면 이야기를 꼭 좀 하고 싶다든지 이런 생각해본 적 있어요?
정 아, 그런 얘길 많이 들어봤어요. 제가 눈 쪽이 매섭게 생겼다고요. 그래서 처음 보는 분들이 많이 무섭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전혀 안 그런데.
오 첫인상을 보고 사람들이 무섭게 많이 느끼는데 그런 사람이 아니다? 그럼 어떤 사람?
정 무섭진 않은데.. 좀 친해져야 돼요. 안 그러면 무뚝뚝하고 말 잘 안 하고 그런 성격이라서요.
오 친해지면 어떻게 돼요?
정 아, 근데 친해지기가 좀 어렵대요.
오 왜일까요?
정 말도 잘 안 하고 그러니까. 근데 진짜 친한 애들이랑은 말 많이 하거든요. 근데 안 친한 사람들한텐 제가 먼저 다가가고 그런 걸 잘 못해서 그런가 봐요. 운동하는 사람들하고는 두루 친한데, 운동 안 하는 분들이랑은 잘 안 맞아서 그런가...
오 일단 팬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건, 난 무서운 사람이 아니다?
정 네. 근데 팬들도 무섭게 안 볼 텐데...
오 (...?) 그럼 팬들은 어떻게 보는 것 같아요? 뭐 들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정 음, 단호박? 제가 한때 가방에 인형을 달고 다녔어요. 근데 인형이 너무 많아서 다 빼고 이젠 안 달고 다니거든요. 그러다 어떤 팬이 인형을 주었어요. 그리고 다음 경기에 오셔서 “왜 인형 안 달았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제 인형 안 달 거라고” 그냥 그랬는데, 그때부터 단호박이라고 하더라고요.
오 정말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냥 말이라도 달겠다고 해주면 안 돼요?
정 그럼 정말 달아야 되잖아요. 안 달면 또 실망시키는 거니까.
오 근데 상처 받으셨겠다.
정 그러니까요.
오 그럼 달아볼 생각은.
정 없어요.
오 단호박 맞네요. 무서운 사람 아닌 거 맞죠...? (^^;)
탐구2 제가 말하는 제 성격은요~
오 아직까진 잘 모르겠네요. 그럼 정성현 선수 생각에 본인 성격이 어떤 것 같아요?
정 무척 활발해요. 그런데 배구장에 있을 때는 활발한데, 나가면 좀 무뚝뚝하고 그런 편이기는 해요. 그리고 좀 급하다고 해야 되나, 뭐든지 빨리 해야 하고. 약속시간 있으면 미리 준비해서 미리 나가 있어야 되고, 늦으면 불안하고 그래요.
오 상대가 늦으면요?
정 어느 정도는 괜찮죠. 남자가 늦으면 화나겠죠(웃음). 제가 늦으면 많이 불안해요. 그래서 (강)영준이 형 같은 성격 부러워요. 쿨한 성격?
오 정성현 선수는 그러지 못한가 봐요.
정 네. 예를 들어 어디 간다고 하면 영준이 형은 “그래 다녀와~” 하는데, 저는 “어디 가는데, 왜, 언제 올 건데” 이렇게 계속 물어보고 싶고 궁금하고..
오 재밌네요. 그래도 스스로 생각했을 때 ‘이런 건 참 괜찮다’ 하는 것도 있겠죠?
정 잘 참아요. 원래는 잘 못 참았는데, 참는 걸 많이 배웠어요.
오 어떻게요?
정 여기가 저희한텐 직장이잖아요. 학생 때랑 다르게, 이제는 맞춰가야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참게 되는 것 같아요.
오 이것까지 참아봤다!
정 누구 한 사람 때문에 전체가 피해를 입잖아요. 원래는 저 그런 거 정말 못 참거든요. 매우 싫어하는데, 여기서는 꾹꾹 참았어요.
오 지금도? 나중에는 터뜨릴 계획이 혹시 있을까요?
정 아니에요. 계속 참을 거예요. 터뜨려봐야 좋을 게 없어요.
오 선수 아닌 일반 사람으로서는?
정 일반 사람으로서도 참아야죠.
오 좋네요. ㅎㅎ 그렇다면 가치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뭐예요?
정 정직해야 되고요. 성실해야 돼요.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저도 그렇게 살려고 해요. 그리고 사람 대 사람으로는 예의. 저는 선배들한텐 항상 깍듯이 존댓말 써요. 편하게 하라고 해도 그건 꼭 지켜야 된다고 생각해요.
탐구3 여러분이 볼 수 없는 매력까지, 모두 공개할게요!
오 조~금씩 알 것도 같네요. 지금까지 내면적인 부분에 대해 얘기해봤다면 이젠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그런 매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요? 외형적으로 내가 가장 자신 있는 건?
정 하체! 허벅지!
오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 있다?
정 네.
오 운동을 특별히 하나요?
정 그런 건 아니고, 타고난 것도 아닌데... 중고등학교 때 학교에 오르막길이 있었어요. 그래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 보면 다 이래요. 다 키 작고(웃음).
오 정성현 선수로선 결국 도움이 됐네요. 그럼 외모, 얼굴은요?
정 별로 내세울만한 얼굴은 아닌 것 같아요.
오 왜요? 그럼 잘생김의 기준이 뭐예요?
정 제 기준에는, 박해진! 부드럽게 생긴 사람이요.
오 근데 본인은 좀 무섭게 생겼으니까(웃음). 팀에서 잘생긴 사람은요?
정 (한)상길이 형! 남자답게 생겼어요. 제일 잘생겼고요. 제가 말했던 부드럽게 생긴 사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은 (곽)명우!
오 음, 근데 한상길 선수랑 정성현 선수 이미지가 비슷해요!
정 그런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 아, 이런 식으로 어필하는구나.
정 아뇨,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좀 들었어요.
오 그럼 본인도 잘생긴 거잖아요.
정 아니요, 아니죠. 음, 상길이 형은 남자가 봐도 잘생긴 얼굴이고 전 아니에요.
오 친구들이 잘생겼단 이야길 안 해주나 봐요?
정 네, 맨날 못생겼다 그래요. (김)정훈이 형이 항상 저 볼 때마다 “넌 왜 이렇게 못생겼냐” 라고 해요. 처음엔 뭔가 정훈이형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는 게 받아들여지지 않아서(웃음) 제가 정훈이형 어렸을 때 사진 봤거든요. 근데 진짜 잘 생겼더라고요. 그래서 인정.
오 아, 인정?(웃음) 뭐 그렇다면, 자신의 매력을 어떻게 전하고 싶어요? 만약 스스로 팬클럽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낸다고 한다면,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큰 매력. 코트에서 볼 수 없는!
정 아 그러면! 저는 같이 노래방을 가야 돼요. 가서 노래를 불러야 돼요.
오 어떤 노래요? 자신 있는 거예요?
정 그냥 발라드 주로 불러요. 노래는 그래도 자신 있어요.
오 궁금하다. 근데 아직 기회가 없었던 거죠?
정 네. 시즌 전에 팬들과의 행사에서 한 번 부르려고도 했었는데 안 됐어요. 준비를 못해서.
오 팬들은 잘 모르니까요, 그렇죠?
정 네 전혀 모르죠.
오 모두에게 인정을 받은 건가요?
정 그렇죠! 그렇게 잘하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래도 일반 사람들보다는? 여기 선수들보다는? 잘하는 것 같아요(허허).
오 그럼 노래방 가면 매력이 발산 되는 거예요?
정 네, 조금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오 즐겨 부르는 노래는?
정 옛날 노래 좋아하거든요. 정재욱 노래 좋아해요. 정재욱의 <잘가요>. 자주 불러요.
오 궁금하네요. 언제 기회가 되겠죠?
(옆에 있던 프론트 직원 : 마지막 경기 때 추진해보겠습니다. 정재욱의 <잘가요>)
정 헐..
탐구4 배구선수 정성현입니다!
오 이제야 좀 팬클럽 모집 같네요! 코트 밖 모습까지, 더 많이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요. 그럼 이제 배구 이야기를 해봐야겠죠. 진짜 배구인생은 언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정 프로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교 땐 우승도 못해봤고. 프로에 들어와서부터 진짜 배구 인생이 시작된 것 같아요. 딱 입단했을 때부터.
오 드래프트 때 기억을 떠올려볼게요. 당시 러시앤캐시는 어떻게 다가왔어요?
정 신생팀에 들어가면, 주전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더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뭘 하든, 자리를 하나 만들어 놓자는 마음가짐으로 입단을 했어요.
오 어떻게 보면 평범했던 학창시절을 보내고, 신생팀에 입단을 했어요. 그리고 우승도 처음 겪었고요. 그때 뭐 생각이 바뀌었다거나 한 게 있을까요?
정 우승했을 땐 너무 좋았죠. 근데 그날 회식자리에서 영준이 형이 그런 얘길 했어요. “지키는 게 더 힘들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 된다.” 그 얘기가 크게 와 닿았어요. 그리고 바로 다음날 되니까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허무하기도 했고요.
오 지난 시즌을 통째로 보면 몇 점?
정 50점. 왜냐면 정규리그 기간에는 잘 못했거든요. 그래도, 플레이오프랑 챔피언결정전 치르면서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때 그나마 조금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중요한 순간 보여줬으니까 50점 주고 싶고요. 정규리그 때 못해서 부족한 50점.
오 얘기한대로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진짜 잘했어요. 그래서 저는 최고 수훈선수가 정성현 선수라고 생각했거든요. 시즌 내내 모든 팀이 알고도 못 막는 삼성화재 레오 선수 서브며, 공격이며 잘 받아냈던 게 인상적이어서. 근데 우승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게 많이 떨리지 않았나요? 게다가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겪게 될 우승인데.
정 엄청 떨렸죠. 근데 그 경기보다 한국전력이랑 했던 플레이오프가 더 떨렸어요. 그때 자신감을 많이 얻었어요. 그래서 삼성화재와 경기할 때, 좀 더 편하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오 신기한 게, 그런 무대에 서면 욕심이 앞서게 되잖아요. 팬들도 많이 오셨으니까 조금 더 보여주고 싶고. 근데 그런 감정의 변화 같은 게 티가 안 나요.
정 경기할 때, 제가 수비 잘해서 점수가 나면 좋은데, 그때가 끝이에요. 그냥 요만큼. 잠깐이에요. 그리고 또 다음을 준비하고 그래야 되기 때문에, 그 한 순간에 흥분하고 그럴 수 없잖아요.
오 침착하다고 해야 되나.. 그게 맘대로 조절이 되나요? 환호를 받고 그러면, 내가 조금 더 보여주고 싶고 그런 욕심이 사람이라면 당연이 나지 않나요?
정 그렇죠. 저도 나름 드러내려고 하는데, 워낙 팀에 화려한 선수들이 많다 보니 그게 크게 티가 안 나요.
오 파이팅 넘치는 거랑 다르게, 들떴다든지, 긴장했다든지 그런 게 잘 안 보여요.
정 티를 안 내는 거죠. 긴장을 해도 안 내려고 해야죠.
오 다른 사람들도 그러고 싶은데 그게 맘대로 안 되잖아요.
정 아, 제가 표정관리를 잘해요. 고등학교 시절 공격수 할 때 블로킹 하면서 제 손에 맞고 나가도, 저는 안 맞았다고 화내요. 고등학교에는 비디오 판독이 없잖아요. 그래서 상대 팀한테, 심판한테도 안 맞았다고 자주 시치미를 떼곤 했어요.
오 연기를 잘하시는구나.
정 그렇죠. 티를 안 내려고 해요.
오 그럼 본인만의 마인드컨트롤 방법이 있을까요?
정 마인드컨트롤이라고 하기보다, 경기 전날, 상대 서브하는 장면을 눈 감고 상상해요. 사람마다 다른 폼이 있으니까 그에 따라 상상해 봐요. 그리고 다음날 경기 가면 그게 보이는 거죠. 상상했던 거랑 똑같거나 비슷하니까, 그게 긴장이 덜 돼요.
오 그런 것도 신기하네요. 그럼 이젠 이번 시즌 이야기를 해봐야죠. 지난 시즌에 비해 어때요?
정 더 잘 맞죠. 호흡도 더 좋고. 말을 많이 하면서 맞춰가고 있고요. 더 여유가 생겼죠. 작년에는 서로 할 일 바빴는데, 요즘엔 서로 도와가면서 하고 있는데 잘하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그냥 여유가 더 생기고, 시야가 넓어졌어요. 지난 시즌엔 딱 서브 넣는 사람밖에 안 보였거든요.
오 근데 이번 시즌에 또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게 뭐라고 해야 할까요, 화려한 디그! 슈퍼디그! 원더디그! 파워디그!
정 진짜 잘 맞긴 잘 맞았어요. 근데 운이 정말 좋았죠.
오 정말 멋졌는데요, 다칠까 걱정도 됐어요.
정 다쳤죠. 순간에는 괜찮았는데, 떨어진 쪽 어깨에 힘이 안 들어가는 거예요. 또 다음날 되니까 허벅지에 통증이 있고. 그래서 안 해야지 싶었죠. 그리고 한 게임 뛰지도 못했죠. 그리고 다음에 KB손해보험이랑 경기였는데 또 그런 상황이 나왔어요. 근데 그땐 어쩔 수 없었어요, 점수가. 못 잡으면 경기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오 감독님도 걱정된다고 하셨잖아요.
정 그렇죠. 상황마다 다르겠죠? 점수가 많이 벌어지면 조금 여유롭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급한 상황이라서, 다시 그 상황이 와도 가겠죠. 근데 사실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그리고 안 넘어갈 줄 알았어요. 근데 뛰어가다 보니 되더라고요. 그리고 뒤에 계신 스태프 분들한테 너무 죄송했어요. 그 때도 사과드렸는데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도 정말 죄송했어요. 이 자리를 통해서 다시 죄송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어요.
오 이해해주실 거예요. 근데 뭐 웃긴 얘기라고 해야 될까요? 화제가 됐던 순간 뿐 아니라, 멋지고 어려운 수비를 하고도 득점으로 연결이 안 되기도 했어요.
정 아쉽긴 했죠. 그래도 팀 분위기가 바뀌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오 그게 징크스처럼 되기도 했죠. 성현이가 좋은 수비하면 다음에 범실로 이어진다?
정 그냥 장난으로 하는 이야기지 하고 넘겼어요.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게 수비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죠.
오 근데 그 슈퍼디그 보여준 그 날은 득점으로 연결이 됐죠.
정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여느 때처럼 득점하니까 그냥 좋았고 신났어요.
심화 이 순간 충실하기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남자!
오 자,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미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게요. 배구 시작할 때 가졌던 목표는 뭐였어요?
정 처음 시작할 때는 초등학교 때라 구체적인 목표는 사실 없었어요. 뭐 아마추어, 프로 이런 것들이 어떤 시스템인지 잘 몰랐으니까, 처음에는 그냥 재밌어서 했거든요. 그러다 고등학교 땐 대학만 가자, 대학 가선 프로만 가자, 이젠 우승만 하자, 이런 생각으로 하나 하나 그려갔어요. 이제는 우승을 했으니까 통합우승 하자, 지금까지 목표는 여기까지예요.
오 그 이후의 목표는?
정 일단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한 거 같아요.
오 원래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눈앞에 있는 목표를 하나씩 달성해가는 그런 스타일인가 봐요.
정 네, 저는 먼 미래를 내다보기보다는 지금 당장 처해있는 상황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편이에요. 솔직히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잖아요. 보통 사람들이랑 다르게 운동을 하니 이런 저런 변수도 있을 거고요. 그렇다 보니 뭐 구체적으로 생각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러니 나도 그래야지 하는 것도 없어요.
오 국가대표에 대한 생각은 좀 어떤가요? 주변에서 이야기도 많이 하잖아요.
정 그래요? 한 번도 못 들어봤는데. 누가 그랬지 (웃음).
오 저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는데. 차세대 국가대표 리베로 이런 이야기들 조금씩 하잖아요.
정 저는 전혀 몰랐는데(웃음). 근데 그건 뭐 잘하는 사람이 가는 거고. 일단 대표팀도 중요하지만 그 전엔 직장이 여긴데 여기에 집중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대표팀에 가면 좋은 걸 많이 얻어올 수 있겠죠. 부족한 걸 지금 여기서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 기회가 오겠죠?
정 올 수도 있겠죠? 그럼 그때 열심히 하면 되는 거죠. 한 번 해봤으면 하는 욕심은 당연히 있죠. 근데 거기에 연연해서 괜히 욕심내고,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일을 소홀히 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 이렇게 이야기만 나누는데도, 그 동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열심히 하고, 더 깊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저는 정성현 선수가 열심히 하고, 중요한 순간에 좋은 활약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많이 관심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아서 좀 아쉽기도 했거든요.
정 그렇죠. 화면에도 많이 안 잡히고. 시몬이 절반이고, 공격수들, 세터가 많이 나오고 그렇다 보니까. 제가 TV로 봐도 저는 그냥 가끔 흰색 유니폼이 지나가는 모습 정도?(웃음)
오 서운하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정 네, 저는 그런 거 전혀 없어요. 그냥 같은 팀이 잘되면 좋죠. 같이 다니면서 덩달아 저까지 득도 보고. 제가 더 잘해야죠. 관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긴 한데, 거기까지 신경 쓸 만한 실력은 아직 안 되는 것 같아서, 운동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요.
오 지금도 충분히 잘하시잖아요. 잘함의 기준이 대체 뭐예요?
정 뭐, 제 앞에 오는 건 다 잡아야 되고. 뒤에서 조금 더 끌어주고. 팀에 힘 실어주고. 그런 거요.
응용 이런 분들! 제 팬이 되어주세요!
오 멋지네요. 자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팬클럽 모집 마지막 단계! 어떤 사람에게 어필을 하고 싶은가요? 이런 분들이 내 팬이 되어주신다면 참 좋겠다.
정 음, 제 포지션이 뒤에서 받아주고 그런 자리잖아요. 그러니까 다른 일을 하는 분들도, 보여지는 사람들 말고 그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이요. 꼭 필요하지만 주목 받지 못하는 그런 분들? 저랑 상황이 비슷하니까요.
오 그럼 그런 분들에게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한 마디 한다면?
정 언젠가 좋은 날이 오겠죠.
오 정성현 선수에게도 더 좋은 날이 올 겁니다! 파이팅!
스파이크 질문!
배구란? 내 삶의 반. (전부 아니고?) 반! 배구가 인생의 전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배구는 지금 인생의 과정 중 일부. 지금은 전부지만, 크게 봤을 땐 전부이면 안 되죠.한 나날들.
리베로란? 조연. (오 멋있다)
송희채란? (웃음) 희채란.. 왜 희채일까요? 하.. 희채란.. 말 잘해야 되는데, 희채 삐치는데. 기댈 수 있는 선수. 제가 리시브가 안 될 때 희채가 도와줘야 돼요. 희채 아님 도와줄 사람이 없거든요. 그래서 느꼈어요.
노래방이란? 매력발산을 할 수 있는 곳.
인터뷰란? 어색하지만 많이 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럼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많이 해봐야 될 것.
TO SOMEONE SPECIAL
엄마. 멀리서 자주 오시거든요. 경기만 딱 보고 가셔요. 근데 경기에서 지면, 저희가 버스를 바로 타요. 날도 춥고 한데 좀 걱정되죠. 오시는 것도 물론 좋지만, 대구에서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오시면 너무 힘드시니까요. 또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셨음 좋겠어요. 또 제가 막내라서 더 신경이 쓰이시는 것 같아요. 저는 알아서 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자주 해요. 정말, 걱정 안 하셔도 돼요!
# 사진 :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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