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강호동, 자네 배구 해 볼 생각 없나?"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현장 스케치

권민현 / 기사승인 : 2016-04-01 15: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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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정고은 기자] 농구도 하고 테니스도 하고 유도도 하는데! 배구는 언제?! 라고 아쉬워했을 팬들이 있었다면 그 마음을 진정시키기 바란다. 우리동네 예체능 11번째 종목은 배구다. 이제 당신은 화요일 밤만을 기다리게 될지니. 벌써부터 궁금하다고? 그런 분들을 위해 촬영 현장 뒷이야기들을 살짝 공개하려 한다.


2016년 2월 24일 오전 11시, 한껏 추워진 날씨를 뚫고 KBS스포츠월드를 찾았다. 그 곳에서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편을 촬영하고 있기 때문. 촬영은 제2체육관에서 진행됐다. 한창 촬영 중이던 체육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건물 안으로 들어와 모퉁이를 돌자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 건 배구코트. 김세진 감독을 비롯해 출연진들이 일렬로 늘어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TV속에서만 보던 연예인들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 쯤 기본적인 배구설명을 마친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포지션을 알려주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이름이 불린 건 이재윤. 그에게는 센터자리가 주어졌다. 이재윤은 네트로 뛰어와 블로킹 시범을 보이며 의욕을 내비쳤다. 그러자 김 감독은 박수와 함께 “됐어, 됐어”를 외치며 흡족해했다. 이어 에이스는 당연히(?) 학진이 꿰찼다. 학진은 대학교 1학년 때까지 선수생활을 했던 그야말로 숨겨진 보물. 김 감독은 학진에게 레프트 자리를 맡겼다. 한 명 한 명 선수들 포지션이 정해졌고 이제 세터는 누가 맡을 것인가에 이목이 집중됐다. 강호동은 “이호근 아나운서가 ‘재미삼아도 세터는 하지 말라’ 했다”며 세터는 욕받이 포지션이라고 한껏 부담감을 얹었다. 김 감독도 “이건 발표가 아니라 부탁해야 한다”며 직접 오타니 료헤이 앞으로 걸어간 뒤 고개 숙여 요청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오타니 료헤이는 일본에서 배구선수로 뛴 적이 있다. 오타니 료헤이는 흔쾌히 수락했고 수비에 강남과 조타, 강호동, 오만석이 지명되며 포지션 선정은 끝이 났다.


포지션 발표가 끝나자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각자 등번호가 적힌 유니폼을 전달했다. 오타니 료헤이는 7번을 배정받자 친누나 이름을 번역하면 ‘7’이라며 흐뭇해했다. 누나 이름은 나나라고 한다. 선수들은 김 감독의 바람과 자신만의 의미가 깃든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그렇게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조용했던 현장도 다시금 분주해졌다. 촬영하는 중간에 찾아간 터라 어색함 속에 고요함마저 잔뜩 느끼며 기침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촬영이 끝나자 그 공간은 마치 다른 공간이 됐다. 활기가 가득 찼다. 스태프들은 네트를 점검하고 카메라 테스트를 하며 다음 촬영을 위해 준비를 서둘렀다.

선수들도 한 명 한 명 코트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자연스레 볼을 집어 들고 자신들끼리 훈련에 나섰다. 이제 겨우 2번째 촬영임에도 선수들 모습은 벌써 경기에 나서려는 듯 의욕이 엿보였다.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이어진 시간은 공에 대한 무서움을 극복하기 위한 훈련. 강호동은 “넘어지는 걸 무서워하면 씨름 못 한다”며 거들었다. 공에 대한 공포심을 이겨내기 위해 김 감독이 택한 방법은 공이 날아왔을 때 눈을 깜빡이지 않는 것. 네트 건너편에 선수가 서있으면 김 감독이 네트에 공을 때리고 이 때 날아오는 공에 눈을 깜빡이지 않으면 성공이다. 진짜 맞으면 어떡하냐 등 이런저런 걱정에 사로잡힌 선수들은 실제 선수들도 볼이 날아올 때 무서워하지 않냐고 물어봤고 김 감독은 시몬을 예로 들며 인정했다. 하지만 이내 “피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다들 불안한 마음을 안은 채 1번 주자로 강남이 지명됐다. 투덜투덜 네트 반대편에 선 강남. 이윽고 김 감독이 때린 공이 네트를 맞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모두의 예상대로 강남은 실패. 나머지 선수들이 속속 탈락의 고배를 마신 가운데 조타만이 두 눈 똑바로 공을 쳐다봤다. 이재윤은 다소 억울한(?) 판정을 받기도. 공이 날아와도 부릅뜬 눈을 유지하며 성공을 확신한 이재윤. 그러나 슬로모션 확인 결과 김 감독은 볼이 이재윤 얼굴 쪽으로 가지 않았다며 재훈련을 요구, 결국 이재윤은 날아오는 공 앞에 눈을 감았다. 모든 선수들의 순서가 끝나고 이대로 훈련을 마칠 수 없었던 강호동이 김 감독을 네트 건너편으로 밀어 넣었다. 졸지에 훈련을 받게 된 김감독. 오타니 료헤이가 팔을 걷어 올렸다. 오타니 료헤이 손에서 볼이 빠져나갔고 그 볼은 김감독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두 번째 훈련은 살인배구. 살인배구의 룰은 간단하다. 선수 한 명이 가운데에 선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 주위로 원을 만든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패스를 주고받다 안에 있는 사람을 공격하면 된다. 이 때 안에 있는 사람이 수비에 성공하면 탈출이다. 반대로 공격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안으로 들어간다. 이번에도 역시 스타트는 강남. 여러 번 패스 끝에 조동혁이 스파이크를 때릴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강남을 맞히지 못했고 결국 같이 안으로 들어왔다. 여러 번 패스와 스파이크가 오간 끝에 두 번째 훈련도 끝이 났다.

한 시간여 점심시간이 끝나고 촬영이 재개됐다. 그리고 그들 앞에는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배구 레전드들의 방문.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천식, 박희상, 마낙길 3명 선수가 우리동네 예체능을 찾았다. 뜨거운 박수와 함께 입장한 이들은 강호동의 진행 아래 추억 속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들을 꺼내 들었다. 이제 레전드가 우리동네 예체능 방문을 한 이유! 목적!인 5대5 모의경기를 위한 팀 편성에 나섰다. 김 감독과 마낙길 감독, 두 팀으로 나뉜 가운데 감독들이 직접 선수를 지목했다. 첫 번째로 지목된 이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강호동. 그러자 상대에서는 오만석을 뽑아갔다. 그 뒤로는 학진과 오타니 료헤이가 선택을 받았다. 모든 선수들의 팀이 정해지고 이들은 유니폼 환복을 위해 잠시 자리를 떴다.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자연스레 네트를 사이에 두고 자리를 잡은 선수들은 누가 하자고 할 것도 없이 자신들끼리, 팀 상관없이 배구를 시작했다. 그 가운데 오만석이 센스를 뽐냈다. 네트를 살짝 넘기는 연타로 득점을 기록한 것.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선수들은 몇 번의 랠리로 몸을 풀고 경기에 들어갔다.

11점 3전 2선승제 경기, 강호동 서브로 그 막을 올렸다. 1세트부터 치열했다.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1세트 주인공이 가려졌다. 그렇게 3세트까지 간 끝에야 승리 팀이 결정 났다.

촬영의 모든 순서가 끝났다. 레전드들을 비롯해 전 선수들은 일렬로 늘어서 엔딩장면을 촬영했고 우리동네 예체능 구호를 외치며 이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편은 3월 8일 밤 11시 10분, 첫 방송을 시작으로 팬들을 찾아간다.


마낙길·최천식·박희상, 다시 배구공 잡다
2시 40분쯤 시작된 오후 촬영. 오프닝촬영 때와 마찬가지로 김세진 감독을 비롯해 전 출연자들이 코트 안에 일렬로 섰다. 이윽고 강호동의 멘트로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됐다. 말을 이어가던 가운데 강호동 입에서 익숙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바로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최천식, 박희상, 마낙길.

그렇다. ‘우리동네 예체능’을 위해 레전드들이 기꺼이 출연을 결심했다. 힘찬 박수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세월의 흔적을 비켜갈 수는 없었지만 그 당시를 추억하는 이들에겐 여전히 영웅으로, 선수로, 우상으로 남아있을 이들. 모두가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추억 속으로 젖어 들었다.

소개와 함께 한 명 한 명 이야기가 시작됐다. 박희상은 1994년 월드리그 최우수 수비상의 잊고 싶은(?) 추억, 마낙길은 계약금 2억원의 진실과 백지수표, 최천식은 동일방직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어머니 등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추억을 한 보따리씩 펼쳐갈 무렵, 모두를 한 데 묶은 영상 하나가 재생됐다. 때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있던 한일전.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올림픽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 영상과 함께 잠시나마 추억여행을 떠났다.

2시간여 걸친 토크 시간이 끝났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들이 모인 이유가 밝혀질 시간이 왔다.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모의 경기. 양팀 감독은 김세진과 마낙길로 낙점됐다. 감독 지명 아래 팀원들도 정해졌다. 원래 계획은 5대 5 경기. 그러나 감독을 맡은 김세진과 마낙길도 경기에 참여하여 6대6 경기로 바뀌었다.

심판 휘슬로 경기가 시작됐다. 아무래도 몸은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그러나 레전드들은 변함없는 센스를 뽐내며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최천식은 센터 출신답게 블로킹으로 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3세트까지 간 승부 끝에 승리의 주인공이 가려졌다. 모든 순서가 끝났고 구호를 외치며 촬영은 종료됐다. 출연자들도 악수를 나누며 뿔뿔이 흩어졌다. 하지만 이대로 레전드들을 보낼 수 없었다. 최천식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근황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저는 인하대 감독과 SBS SPORTS에서 해설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섭외 전화가 와서 참가하게 됐습니다.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시청자로서 이 프로그램을 많이 봤어요. 이번에 배구를 한다고 해서 도움이 될까, 배구 붐 조성에 힘이 될까 싶어서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오랜만에 배구를 하셨을 것 같아요.
지금 죽겠어요(웃음). 별로 많이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무릎도 아프고 아킬레스건 쪽도 이상하고.

시청자분들 중에는 배구를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배구의 매력을 말해 주신다면요?
배구는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할 수 있잖아요. 주변에 보면 생활체육배구가 활성화 되어있더라고요. 조금만 시간을 들여서 같이 배우고 해보면 그 나름 재미와 성취감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예전에 비해 배구 인기가 줄어든 것이 사실이에요. 어떻게 하면 배구 인기가 다시 오를 수 있을까요?
다음 시즌부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한다고 알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국내선수 비중이 커지겠죠? 다음 시즌이 되어봐야 알겠지만 국내스타를 키워야 할 것 같아요.

이 방송을 기대하고 있을 시청자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프로랑은 차이가 있지만 출연자들이 회를 거듭할수록 실력이 늘어갈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시청자분들에게는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김세진, 박희상도 나오고 하니까 좀 더 잘해서 오래 계속되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어요.


땀 흘리는 모습이 아름다운 배우 학진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 편에 우리동네 선수로 출연한 다부진 체격에 훈훈한 외모까지 겸비한 8명.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선수는 신인 배우 학진이다. 배구선수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에 만 24세 젊은 나이까지. 일찍부터 기대주로 꼽혀온 학진은 예체능 팀의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촬영 중 진행된 모의게임에서도 남다른 공격력을 뽐냈다. 배구공을 놓은 지 꽤 됐지만, 여전히 건재한 실력을 과시했다. 땀 흘리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배우, 학진을 만나보았다.



소감부터 들어보고 싶어요.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좋았어요. 제가 학창시절 선수 생활을 할 때 다 보여주지 못 했던 실력을 여기서 펼쳐 보이고 싶어요. 제게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아요.

선수로 발탁됐다는 기사가 나간 후 주변 반응은 어땠나요?
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아요.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고요, 다들 조언도 해주고 잘 챙겨주시더라고요. 특히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셨어요. 저도 덩달아 뿌듯했고요.

배구는 언제 시작하신 건가요? 그만두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처음 시작해서 대학교 1학년 때까지 했어요. 딱 10년이에요. 포지션은 레프트 공격수였어요. 그런데 운동을 하면서 어깨와 무릎이 좋지 않아 수술을 하게 됐어요. 수술 후 재활을 열심히 했지만 아프고 나니 원래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고민 끝에 그만두기로 했죠.

배구 경험이 있는 팀원이 오타니 료헤이와 본인뿐이에요. 에이스 역할을 맡게 됐는데 어떠세요?
책임감과 부담감을 많이 느껴요. 동료들이 에이스라며 저를 치켜세워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줘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어요. 코트에서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요. 목숨 걸고 할 거에요(웃음)

팀에서 주목할만한 선수를 뽑아주세요.
우선 료헤이 형이 배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 같아요. 기대 중이에요. 그리고 (이)재윤이 형이 신체 능력이 정말 좋아요. 상·하체가 골고루 발달했거든요. 어떤 플레이도 거뜬히 소화해낼 거라 믿어요.

촬영을 위해 개인 훈련도 하고 계신가요?
제가 소사중학교 출신이에요. 그래서 일주일에 3~4번 정도 모교에 가서 연습하고 있어요. 중학교 선수들과 경기도 하고요. 다른 멤버들도 스케줄이 없을 때 틈틈이 와서 같이 해요.

팀원들 중 가깝게 지내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조타에요. 제가 여기 합류하면서 처음 알게 된 사이인데 조타가 먼저 거리낌 없이 다가와 줬어요. ‘형 번호 좀 알려주세요’ 하면서요. 조타한테는 동질감 같은 게 느껴져요. 저희 둘 다 운동을 하다 부상으로 그만둔 경우거든요. 공통점도 많아요.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쇼핑도 같이하고 커피도 자주 마셔요.

시청자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세요?
팀이 실점이나 범실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게 제 임무입니다. 점수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소한 실수가 없어야 어떤 상대를 만나든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으니까요. 다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배구를 그만둔 지 좀 돼서 가끔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릴까 걱정돼요. 그래도 그런 모습까지 예쁘게 봐주시고 격려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팀에 어떻게든 보탬이 될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글/ 최원영 인터넷 기자)



#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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