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V-리그 썰전 '2015~2016, 그 해 겨울은 뜨거웠네' ②

최원영 / 기사승인 : 2016-04-19 2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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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아웃, 양날의 검:
#국내선수발굴 #리그침체우려


김동준 여자부는 이번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시행했고, 남자부는 다음 시즌부터다. 남자부 트라이아웃 개최 시기는 오는 511일부터 13일까지다. 팀당 1명의 외국인 선수와 한 시즌만 계약할 수 있으며 적정 연봉은 30만 달러(35천만 원)로 제한돼 있다. 도입이 확정됐지만 여전히 말이 많다.
이기호 지난 시즌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 경기가 개막전이었다. 레오와 시몬의 맞대결이 장안의 화제였다. V-리그 활성화에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들 영향이 컸다. 이미 배구 팬들의 눈이 많이 높아져 있다. 트라이아웃을 하면 연봉 제한으로 인해 정상급 외국인 선수를 볼 수 없다. 이번 시즌 우리카드의 새 외국인 선수 알렉산더 정도면 감사한 수준이다. 팬들은 실망하고 점차 관심이 없어질 것이다. 실례로 여자부가 트라이아웃을 도입했는데 지난 시즌 대비 시청률 편차가 심해지고, 전체적인 수치도 크게 떨어졌다.

김동준 우려되는 바를 방지하거나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는 무엇이 있나?
이기호 돌파구는 국내 스타 선수 발굴이다. 실력이 출중하면서 외모도 뛰어난 선수들을 스타화 해야 한다. 김요한, 문성민 등이 있긴 하지만 아직 스타 선수라 하기에는 2% 아쉬운 실정이다.
김대진 트라이아웃은 단순한 제도 변화가 아니다. 국내선수를 키우기 위한 장기적 계획이다. 최소 3~4년 지나야 효과가 나올 것이다. 이번 시즌 여자부를 보면 김희진, 이소영, 박정아 등 국내선수들이 두드러졌다. 공격 성공률, 점유율 등 기록에서 활약이 눈에 띄었다. 여자부에서 시청률이 가장 높은 경기는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다. 이재영, 이다영 자매 선수 때문이다. KGC인삼공사는 헤일리라는 걸출한 선수로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 했다. 최근 모든 구단의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이 심화됐다. 많은 금액을 쏟아 부었지만 투자 대비 효과를 본 팀은 몇 군데 없다. 모기업들 사정은 어려워진다. 국내선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책임감이 떨어진다. 세계적인 외국인 선수로 인한 효과는 당연히 인정한다. 그러나 이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

이기호 사실 흥국생명 인기는 지난 시즌부터 높아졌다. 박미희라는 스타 감독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선수 중 뚜렷한 스타 선수가 없으니 외국인 선수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다음 시즌부터는 이게 불가능해져 걱정된다.
문용관 최근 유럽, 브라질 등 세계에서 가장 큰 배구 시장들이 침체되고 있다고 한다. 30만 달러로 연봉이 제한되더라도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있다는 희망을 걸어보고자 한다.
김대진 연봉 30만 달러에 항공료, 숙식, 각종 수당 등을 포함하면 유럽리그에서 받는 금액과 비슷해진다. 트라이아웃 제도 유지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트라이아웃은 외국인 선수 영입에 드는 과도한 투자를 막아 구단의 부담을 줄여준다. 국내선수들에게 더 많은 성장 기회를 줄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의 하향 평준화로 기존 V-리그 팬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수 없다. 전체적인 리그 수준 하락이 우려된다."


(사진: 신승규 기자)



기억에 남는 순간 또는 경기:
#현대캐피탈 #그로저 #장소연

김동준 어느 때보다 뜨거운 시즌이었다. 각자 인상 깊게 본 경기가 모두 다를 것 같다.
김대진 문용관 27일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의 5라운드 경기(세트스코어 3-2 현대캐피탈 승). 5세트에서 현대캐피탈이 14-11로 지고 있던 것을 뒤집어 이겼다. 단순히 역전승이어서 재미있는 게 아니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상대 플레이를 예상해 짧은 서브로 속공을 유도하고 블로킹으로 막아내는 작전을 지시했는데 적중했다. 강민웅 세터의 성향까지 읽은 것이다.

이세호 지난해 1110 2라운드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 경기(세트스코어 3-2 우리카드 승). 현대캐피탈이 수세에 몰리자 최태웅 감독이 세터 노재욱에게 오레올을 쓰지 말라고 했다. 그 이후 노재욱이 오레올을 안 썼다. 어려운 상황에서 선수가 감독을 전적으로 믿고 따르는 것이 보이는 경기였다. 팀이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이기호 당시 노재욱이 경기가 잘 안 풀리니 오레올 점유율을 급격히 높였다. 최태웅 감독은 노재욱의 성장을 위해 져도 좋으니 국내선수를 활용해 다양한 세트 플레이를 만들어보라는 의미로 지시한 것이다. 그 경기 이후 노재욱이 위기 상황에서도 문성민, 박주형 등 국내 선수를 활용하는데 능해졌다. 세터의 성장을 위한 감독의 극약 처방이었다.

주건범 1174라운드 KB손해보험과 삼성화재 경기(세트스코어 3-1 삼성화재 승). 삼성화재 그로저가 한 경기 최다 서브에이스 15개로 신기록을 세웠다. 굉장한 선수가 대단한 기록을 세웠는데 다소 묻힌 것 같아 아쉬웠다.
이호근 2296라운드 도로공사와 흥국생명 경기(세트스코어 3-2 흥국생명 승). 4세트를 흥국생명이 이기며 경기는 5세트로 연장됐고, 도로공사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5세트 시작을 앞두고 도로공사 장소연 선수가 눈물을 흘리며 코트에 들어왔다. 선수 생활을 하며 우승만 해봤지 플레이오프에 못 올라가는 기분은 잘 몰랐단다. 43살이 돼 처음으로 느낀 감정이 슬펐다고 했다. 이번 시즌이 선수로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사진: 신승규 기자)



젊은 감독으로 세대교체:
#실행력 #구단의 #지원과 #신뢰

김동준 남자부 감독들의 연령이 40대로 낮아졌다. 세대교체가 이뤄졌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문용관 김세진, 최태웅 등 젊은 감독이 변화를 일으켜 성공했기 때문에 계속 추구될 것이다. 올해 현대캐피탈 정규리그 우승에는 오레올 역할이 매우 컸다. 어택 라인 근처로 공을 올려주기만 하면 알아서 성공시켰다.

김동준 오레올 카드가 성공한 것은 최태웅 감독의 혜안인가 오레올의 한국 적응에 따른 자연스런 결과인가?
이세호 우선 최 감독 선택이 좋았다. 오레올이 LIG손해보험(KB손해보험)에서 까메호로 뛰던 시절에는 어깨 부상으로 기량을 다 발휘하지 못했다. 지금의 현대캐피탈 배구 스타일도 오레올과 부합했다. 만약 아직도 현대캐피탈이 높이를 이용한 배구를 했다면 오레올은 이번에도 실패했을 것이다. 감독의 세대교체는 썩 와 닿지 않는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배구 발전 방향에 대한 생각과 노력이 있으면 된다. 변화를 잘 읽고 실행할 의지가 있다면 나이는 상관없다. 구단에서 감독을 믿고 장기적으로 맡겨야 한다. 감독이 노력할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호근 공감한다. 성공한 젊은 감독들 공통점은 구단의 대대적인 투자와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많은 권한이 부여됐기에 성과가 나온 것이다. 구단이 얼마나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느냐가 중요하다.





"젊은 감독들이 부임하며 성공을 거둔 것에 대해 구단-감독간 신뢰가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부 구단의 성과주의를 꼬집었다."





(3편에 계속)

진행 / 김동준 편집 주간
글 / 최원영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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