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OK의 후예 송송 브라더스가 써낸 우승 드라마①

정고은 / 기사승인 : 2016-04-22 16: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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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태양의 후예로 들썩였다. 그 열풍의 중심에는 송(혜교)-(중기)커플이 있었다.
두 사람의 케미(chemistry)에 시청자들 마음도 살랑였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송송커플이 배구 팬들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송희채, 송명근이 그 주인공. 두 사람이 함께 열연을 펼친 챔피언결정전이라는 드라마를 보며 행복했을 팬들을 위해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또 우승했지 말입니다
지난해 봄(41)이었다.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열렸던 날. 1, 2차전을 잡아 챈 OK저축은행은 최종 우승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기고 있었다. 경기는 OK저축은행이 내리 두 세트를 잡으며 기세를 탔다. 3세트 들어 갑자기 부진에 빠졌다. 상대 범실 5득점 포함 11득점에 그쳤다. 그리고 4세트.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던 가운데 OK저축은행이 먼저 매치포인트를 잡았다. 이어진 삼성화재 레오의 서브. 스파이크 서브는 네트를 넘어가지 못했다. 전광판은 25를 가리켰다. OK저축은행 우승이 확정된 순간이었다. 마치 기적 같은 승리. 창단 2년 만에 거둔 우승이었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지난 324. OK저축은행은 당시 감격을 다시 한 번 맛봤다. 단일시즌 18연승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쥔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시리즈 전적 31패를 기록,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자존심을 지켰다. 언제 느껴도 좋은 우승의 달콤함. 송명근은 천안까지 가지 않고 우리 홈에서 이겨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시즌에도 우승했지만 이번에도 그 때 못지않게 기분이 좋았고 저희가 아직 어린 팀인데도 불구하고 정상에 한 번 더 올라섰다는 것에 자부심을 많이 느껴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라고 소감을 전했다. 송희채 역시 챔피언결정전에 들어가기 전부터 감독님이 힘든 경기가 될 거라고 했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게 챔프전 때 악을 쓰고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어요. 현대캐피탈이 우리보다 낫다는 생각이어서 이기려고 악을 썼거든요. 저도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라며 그날의 감격에 대해 전했다.

챔피언결정전에 들어가기 전, 많은 이들이 현대캐피탈의 우세를 점쳤다. 그럴 것이 현대캐피탈은 단일시즌 최다 연승인 18연승을 기록한 팀. 더군다나 챔피언결정전까지 체력을 비축할 시간마저 챙겼다. 그 기세대로라면 현대캐피탈을 꺾을 팀은 아무도 없어 보이는 게 당연했다.

뚜껑을 열자 결과는 달랐다. 김세진 감독의 전략이 주효했다. 오레올에게 목적타 서브를 집중시켰다. 송희채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로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오레올 선수를 공략하자고 한 작전이 잘 맞아떨어졌어요. 현대캐피탈이 세트플레이가 좋은 선수들이 많은 팀입니다. 리시브 많이 하는 레프트를 흔들어서 단순하게 플레이하게 하는 방법이 통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걸 리그 후반기 때 느꼈잖아요. 감독 및 전 스태프가 이번에는 오레올을 집중 공략한다고 하셨죠. 오레올이 공을 많이 받고 뛰다보니 부담이 돼서 타이밍이 약간 어긋나더라고요. 그 타이밍을 공략한 것이 1, 2차전 승리요인이었어요.”

송희채는 지난해 챔피언결정전 때 이야기 하나를 들려줬다. “삼성화재와 경기 작전이었죠. 어땠는지 아세요? 시몬이 내가 레오를 막을 테니까 너희는 다른 선수를 막으라고. 누가 봐도 레오한테 올라갈 볼인데 내가 막겠다고 하는 거예요. 정말 혼자 맨투맨으로 잡아서 그 기세에 저희가 살아나 분위기를 탔죠.”



그러나 지난 챔피언결정전과 달리 우승으로 향하는 길목은 쉽지 않았다. 벼랑 끝에 몰린 현대캐피탈이 3차전을 잡은 것. 3차전 패배 후 김 감독은 분위기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현대캐피탈 분위기가 살아난다면 OK저축은행 우승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2승으로 앞서 있지만 정규리그 우승 팀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송명근은 당시에 대해 위기감이 있기는 있었죠. 베테랑들이 모여 있다 보니 아무리 우리 분위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자칫 분위기를 넘겨주면 놓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부담스러웠어요. 그래도 플레이오프를 치르고 올라오면서 질 거라는 생각은 없었어요. 부담감보다는 한 번 더 악바리로 해서 이기자는 생각이었죠라고 전했다.

그렇게 맞은 4차전. 경기에 앞서 김세진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줬을까. 이에 송희채는 “3차전을 지고 나서 감독님이 5차전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하시면서, 오늘로 안 끝날 수도 있지만 후회 없이 하라고 얘기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경기 들어가기 전 느꼈던 설렘이나 경기장에서의 희열을 1, 2차전 때처럼 끌어올려 보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송희채 말처럼 부담감 대신 설렘과 희열을 가지고 경기에 임했기 때문일까. OK저축은행은 3세트를 상대에게 내주긴 했지만 4세트 현대캐피탈의 거센 추격 속에서도 리드를 잃지 않으며 지난해에 이어 홈팬들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나눴다.

프로 3년차에 벌써 2번 우승컵을 들어 올린 송명근과 송희채. 이번 우승은 지난 우승과는 느낌이 다르단다. 먼저 입을 뗀 송명근은 처음 우승했을 때는 정말 얼떨결에 멋모르고 우승한 거라 짜릿함이 엄청 났어요. 두 번째 우승도 기분이 좋기는 하지만 다르게 느껴지기는 해요. 안 좋다는 건 아니에요(웃음). 두 번째니까 첫 번째 우승과는 느낌이 다르기는 했어요라고 밝혔다. 송희채도 저도 달랐어요. 기분 좋은 건 똑같은데 아무것도 모르고 우승한 것과 한번 해보고 난 다음에 우승한 것, 그 차이였던 것 같아요라며 이번에는 안 울었어요(웃음). 지난 챔프전 때는 워낙 마음 고생이 심해서 끝나고 나니까 와 드디어 끝났다하고 복받쳤는데 이번에는 어떻게 보면 지켜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내줬기 때문에 도전하는 입장이다 보니 작년과는 다르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를 수상했던 송명근. 그에게 내심 MVP에 대한 욕심은 없었는지 물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제 욕심보다는 시몬이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그가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생각조차 안했어요. 당연히 시몬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모든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했을 거예요.” 옆에 있던 송희채가 한마디 거들었다. “플레이오프 내내 미친 게 아니라 한번 고꾸라졌잖아(웃음).”

#사진_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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