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속으론 쌍꺼풀 수술을 고민 중인 그녀. “우스갯소리로 했는데 화제가 돼 부끄럽다. 지금 당장은 보는 눈이 많아 못 하겠다. 주위에선 이미지와 안 어울린다고 말린다”라며 속내를 밝혔다. 눈 외에 고민거리는 볼이다. “볼에 살이 많아 다이어트 하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프로 3년 차에는 살에 묻혀 입이 잘 안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라며 삐죽거렸다. 귀여운 외모에 솔직한 성격이 사랑스럽다.
역시 그 나이 또래 가장 큰 관심사는 ‘연애’인가 보다. 하지만 그녀에게 연애란 너무 큰 숙제다. ‘양효진은 남자도 블로킹한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 이는 양효진이 선수로서 갖는 프로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스스로 억제를 많이 했다. 다른 곳에 눈길 돌리면 배구에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다. 잘 노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억누르고 살았다. 배구를 하면서 얻는 성취감이 더 크고 뿌듯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연애보다 배구가 더 중요한 천생 선수다.
남자에게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30살에 하고 싶다. 2~3년밖에 남지 않았다. 결혼은 가장 예쁠 때 하는 거라는데 이미 포기했다. 그러려면 지금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상형은 내면이 알찬 남자다. “외적인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화가 잘 통하고 나를 많이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매년 리그와 대표 팀을 왕복하다 보니 만날 시간이 거의 없다. 나는 상대방을 오래 지켜보고, 겪어본 뒤 만나는 편이다”라는 그녀는 “담배 냄새에 민감해 비흡연자였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식단 관리도 철저하다. “좋은 음식을 많이 챙겨 먹는다. 즉석 식품, 술, 탄산음료 등은 피하고 있다. 필요한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한다”며 채소 요리를 즐긴다고 한다. 그 외에 연어 초밥, 삼겹살 등을 좋아한다. “고향인 부산에 내려가면 가족들과 삼겹살을 먹을 것”이라며 눈을 반짝인다. 소고기는 느끼하고 더부룩해 별로이고 닭 요리는 무엇이든 좋아한다.
‘거요미’ 대신 ‘양 똑똑이’
양효진의 대표적 별명은 ‘거요미’다. 블로킹을 잘해 ‘거미 손’, 귀엽다는 뜻의 신조어 ‘귀요미’가 합쳐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 별명이 쑥스러워진다는 그녀. 본인이 직접 ‘양 똑똑이’라는 별명을 지었다. 평소 친분이 두터운 김연경(페네르바체) 때문이다. 김연경이 ‘양 멍청이’라고 놀리자 뿔이 난 양효진이 ‘양 똑똑이’로 불러달라고 했다. 김연경도 휴대전화에 자신을 ‘양 똑똑이’로 저장해놨단다.
똑똑한 별명답게 그녀는 ‘독서’라는 취미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고 있다. “내 지식이나 지혜로 감당하기 힘든 상황들이 많다. 내적으로 힘들 때, 배구가 안 될 때,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등이다. 책은 나보다 높은 위치에서 훨씬 많은 생각을 하는 작가들이 쓴 것이다. 독서를 하면 내가 부족했던 점을 돌아보게 되고, 헤쳐나갈 수 있는 믿음도 생긴다”라며 수줍게 얘기했다.
그녀는 이지성 작가의 오랜 팬이다. 프로 입단 2년 차에 ‘꿈꾸는 다락방’을 읽고 푹 빠졌다. 독자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단다. “자기가 되고자 하는 방향으로 계속 상상하라는 내용이다. 마음이 먼저 움직여야 몸이 움직인다. 또, 몸만 움직이고 마음이 따라오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지금은 그때 바랐던 것이 전부 이뤄졌다”라며 상기된 표정이었다. 휴일이면 숙소 근처 도서관에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해 찾아가기도 한다.
책에는 원하는 바를 이뤘다면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양효진은 2011년부터 ‘기아대책’이라는 기관을 통해 아동 후원을 시작했다. “나는 좋은 환경에서 자라 나름대로 성공했다. 불우한 아이들은 좋지 못한 환경을 선택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니 그들에게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도 예전부터 돈을 많이 벌면 타인을 도우며 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설명했다.
양효진은 ‘남몰래 선행파’다. 선행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는다. 지인들에게 특별히 권유하지도 않는다. “상대방이 강요하는 것처럼 받아들일 수 있다. 선행은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 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밝혔다. 대화를 할수록 느껴지는 깊은 내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3편에 계속)
글 / 최원영 기자
사진 /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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