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비디오판독, 그것이 알고 싶다 ①

정고은 / 기사승인 : 2016-04-24 2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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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끝에 볼이 아웃 되며 득점을 가져갈 팀이 결정 났다. 하지만 감독은 바로 블로킹 터치 아웃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이내 마이크 너머로 판독 결과 오심으로 판독되었습니다라는 말이 울려 퍼진다. 그 판정 하나로 전광판은 25점을 가리켰고 경기는 끝이 났다. 비디오 판독 결과 하나로 양 팀의 희비가 엇갈린 순간이다.


비디오 판독이란?
2007~2008시즌부터 결정적인 순간에 오심을 줄이고 팬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시행한 비디오 판독은 2013~2014 시즌까지는 합의판정과 같이 쓰였고 경기당 1회로 제한되었다. 2014~2015시즌부터 합의판정이 폐지되면서 경기당 기회가 2회로 늘어났다.

비디오 판독 규칙
2014~2015시즌부터 경기당 1회에서 2회로 늘어난 비디오 판독. 세트 당 1회 이내로 제한을 두고 있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오심이나 판독불가일 경우 추가 기회를 부여한다. 올바른 심판 판정일 경우에는 기회를 소멸하게 된다.

5세트에서는 더욱 공정한 판정을 위해 어느 한 팀 득점이 10점을 넘는 순간 양 팀에게 1회씩 스페셜 비디오 판독을 추가로 부여한다. 그 전까지 남아있던 비디오 판독 신청권은 소멸된다. 5세트 10점 이후에는 양 팀이 한 번씩만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다. 오심이나 판독불가로 판정되더라도 추가는 없다.

2013~2014시즌까지는 경기감독관, 경기판독관, 심판감독관 총 3인이 비디오 판독관에 참여했지만 2014~2015시즌부터는 경기감독관, 심판감독관에 부심이 직접 판독에 참여한다.

FIVB 규정에 따른 비디오 판독 요청 사항
1. 공이 라인 안에 떨어졌는지 바깥에 떨어졌는지에 대한 판정(엔드 라인, 사이드 라인 인 & 아웃)
2. 안테나 혹은 네트를 신체 일부 부위로 건드린 행위(안테나 터치, 네트 터치 혹은 오버 네트)
3. 공격 직후 혹은 블로킹 직후에 공이 안테나를 건드렸는지 여부
4. 엔드 라인(서브 시), 어택 라인(백어택 시도 시), 센터 라인 침범 여부
5. 전위에서 리베로의 오버핸드 세트


비디오 판독의 순기능과 역기능

>> 순기능
비디오 판독 도입 목적은 오심을 줄이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 아무리 심판 기량이 뛰어나다고 해도 심판 역시 사람. 보는 위치와 시선, 판단에 따라 판정이 달라질 수 있다.

비난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디오 판독 결과를 통해 판정 근거를 제시하면 그만큼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다. 애매한 판정이 일어날 경우에는 판정시비를 줄일 수 있다. 물론 비디오 판독 도입은 심판 권위를 떨어트릴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는 정확한 판정을 요하는 만큼 보다 정확한 판정을 제시할 수 있다.

>> 역기능
비디오 판독 도입 초기 여러 의견들이 있었다. 그 중 도입 반대를 외쳤던 이들은 심판 권위를 실추시킨다, 국제 룰에는 없는 제도다, 카메라 부족으로 정확한 판독이 힘들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전용 카메라가 아닌 방송용 화면에 100의존하는 현 시스템에서는 늘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던 초기에는 판독요청을 한 문제 장면을 찍은 화면이 없어서 판독불가 판정이 내려지기도 했다.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지 시간이 흐른 지금도 판독불가 판정은 나오고 있다.

매끄러운 경기운영을 위해 도입된 비디오 판독이 오히려 경기지연의 요인이 될 때도 있다. 장비의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판독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할 때가 생기기도. 치열한 경기에서 양 팀이 판정에 수긍하는 장치가 될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비디오판정 결과에 항의하는 장면도 나온다.



비디오 판독도 전략이다?
비디오 판독의 목적은 판정을 바로잡는 데에 있다. 하지만 단순히 1점을 얻는데 그치지 않는다. 잘 활용한다면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비디오 판독이 강화되면서 경기 흐름을 끊거나 뒤집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각 팀 사령탑들이 선수교체 못지않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전략이 바로 비디오 판독. 감독들은 상대 팀이 상승세를 보일 경우 경기를 잠시 중단시켜 흐름을 끊거나 작전시간을 모두 사용했을 경우 임시 작전시간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215일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 경기에서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졌다. 최태웅 감독은 이날 단 한 번도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았다. 대신 비디오 판독 요청만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오심 여부를 가려달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 흐름을 끊기 위함이었다. “흐름상 대한항공이 뒤집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상대 분위기만 끊어주려고 비디오 판독을 썼다.” 최태웅 감독의 말이다. 비디오 판정을 통해 자신 팀에 유리하게 판독이 내려질 경우에는 흐름이 넘어오는 것은 물론이다. 비디오 판독은 승부 고비에서 흐름을 바꾸는 주요 전략이 됐다.

비디오 판독 논란
정확한 판정을 위해 시행된 비디오 판독. 하지만 비디오 판독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비디오 판독을 했음에도 오심으로 논란이 일고는 한다.

대표적인 예를 하나 꼽아본다면 지난 해 1124일 대한항공과 삼성화재 경기. 삼성화재가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선 채 맞은 3세트. 류윤식의 블로킹으로 삼성화재는 18-16으로 달아났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수비 성공 실패에 관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판독 결과 수비 성공으로 밝혀졌다. 그러자 임도헌 감독이 거세게 항의했다. 최재효 주심은 이광훈 부심을 불러 무언가를 이야기했고, 이광훈 부심은 이를 이경석 경기감독관과 이점세 심판감독관에게 전달했다. 경기장에는 다시 해당 건에 대해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정 안내가 나왔다. 이번에는 김종민 감독이 항의했다. 최 주심은 경기가 지연된다는 이유로 김종민 감독에게 옐로카드를 내밀었다.

비디오 판독 내막을 살펴보자면 김종민 감독은 류윤식에게 가로막혀 자신들의 코트 쪽으로 넘어온 공이 최부식의 발에 맞고 코트 바닥에 떨어졌다면서 수비 성공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비 성공·실패 여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다. 경기감독관은 중계 화면을 다시 돌려보니 공이 최부식의 발을 맞고 코트 안 바닥에 떨어진 것이 맞다며 수비 성공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공이 최부식의 발을 맞은 것은 명백하지만, 문제는 볼데드를 뜻하는 호각이 언제 울렸나였다. 김종민 감독은 공이 최부식의 발을 맞고 코트에 떨어지기 전, 즉 공이 아직 살아있을 때 호각이 불린 것을 파악하고 판독을 요청했다. 어차피 발을 맞고 바닥에 떨어져서 대한항공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수는 없었지만, 볼데드 되지 않은 상황에서 호각을 일찍 분 것은 주심의 착각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임 감독이 최부식이 발을 댔지만, 어차피 연결 동작이 이어지지 않은 공이었다판독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맞는 의견이었다. 수비 성공 이후 공이 살아나 경기가 이어졌을 때만 해당 수비에 관한 성공·실패를 비디오 판독할 수 있다. 이를 뒤늦게 깨달은 판독관들은 판독 대상이 아니라고 선언하고 최 주심의 원래 판정대로 경기를 진행했다.

이후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도 볼 데드 선언과 비디오 판독을 접수하는 과정, 비디오 판독을 진행하는 과정, 양 팀 감독 항의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운영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디오 판독의 역사
비디오 판독은 1986년 미 프로 풋볼(NFL)에서 처음 도입했다. 이어 1991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2002년 미 프로농구(NBA)가 뒤를 따랐다.2006년에는 테니스가 호크 아이’(Hawk-E ye)로 불리는 획기적인 공 추적 시스템을 US오픈에서 처음 가동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공 진행 속도를 인간이 정확하게 인-아웃으로 판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코트 지붕에 설치한 고속 카메라 힘을 빌렸다. 이 카메라는 초당 60프레임 속도로 촬영, 공이 바닥에 떨어진 장소를 오차 범위 3안팎까지 측정했다.

미 프로야구(MLB)2008년부터 비디오 판독을 받아들였다. 심판의 권위를 철저하게 존중해 온 국제축구연맹(FIFA)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골인 여부는 기계 판단을 받도록 했다. 1단위까지 식별 가능한 14대 초고속 카메라가 다양한 각도에서 공 위치를 확인해 공이 골 라인을 넘으면 주심 손목 수신기로 전달됐다.

국내에서는 프로배구가 처음 도입했다. 프로야구는 2009MLB를 따라 홈런에 대한 판독을 허용했고, 플레이오프에서만 판독을 인정하던 프로농구도 2011~2012시즌부터 모든 경기로 확대했다.

비디오 판독이 늘어난 데에는 그 이유가 있다. 테니스를 살펴보면 2004US오픈 때 세리나 윌리엄스와 제니퍼 캐프리아티(이상 미국)8강전이 도화선이 됐다. 세트 스코어 1-1로 맞선 3세트 첫 번째 게임 듀스 상황에서 선심은 윌리엄스가 백핸드로 친 볼을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고 판정했다. 그러나 주심이 번복해 아웃을 선언했는데, 리플레이 화면을 보면 이 볼은 라인 안에 떨어졌다.

MLB가 판독을 확대한 것은 2010년 나온 희대의 오심 영향이 컸다. 디트로이트 투수 아르만도 갈라라가는 클리블랜드전에서 퍼펙트게임까지 아웃카운트 단 하나를 남겨 놨다.

하지만 1루심의 오심으로 역사적인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92사에 타석에 들어선 클리블랜드 타자는 평범한 땅볼을 쳤고, 1루 커버에 들어간 갈라라가는 타자보다 먼저 베이스를 밟았다. 그러나 심판이 세이프를 선언하는 바람에 기록은 물거품이 됐다.

한편 국제대회에서 비디오 판독이 중단된 적도 있다. 지난해 128일 있었던 여자 핸드볼 세계선수권 한국과 프랑스 예선전. 전반 1622초 유현지가 슈팅한 공이 골 라인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 현지 TV 중계에도 이 장면이 잡혔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을 거친 심판진은 이를 노골로 선언했다. 논란이 일자 국제핸드볼연맹은 경기 후 재판독했고 오심을 인정했다. 연맹은 동시에 비디오 판독의 부정확성이 밝혀진 만큼 남은 기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계배구 속 비디오 판독
V-리그에서 비디오 판독이 성공적으로 정착되자 이 제도를 입안했던 KOVO 김건태 심판위원장은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심판 시절 때 비디오 판독제도를 FIVB에 입안했고, 2012FIVB 월드 리그()/월드 그랑프리(), 세계 클럽 선수권대회 때부터 비디오 판독이 시행되고 있다.

2012년 유럽배구연맹(CEV)은 챔피언스리그 4강전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그리고 FIVB2015 FIVB 월드컵 여자배구대회에 태블릿 PC를 활용한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다. 판독 신청은 감독 혹은 벤치에 착석한 지도자 중 1명이 할 수 있다. 주심 역시 애매한 상황이 나오면 직접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판독이 접수되면 예비심과 담당자가 화면을 보고 결정을 내려 주심에게 블루투스 헤드셋을 통해 결과를 통보한다. 판독 신청은 볼 아웃과 안테나 접촉, 선수 터치네트 범실, 서브 시 엔드라인 침범, 후위 공격시 어택라인 침범, 상대팀 센터라인 침범, 블로킹 시 볼 접촉 여부 등에서만 가능하다.

횟수는 팀 별 세트당 두 번으로 제한된다. 팀이 요청한 비디오 판독이 맞을 경우 횟수는 유지되며 틀릴 경우 1회가 차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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