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의 눈을 찾아라!
비디오 판독에 대해 조사하던 중 각 팀 비디오 판독 성공률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정규시즌까지 각 팀 비디오 판독 요청 수와 성공률에 대해 알아봤다. 과연 어느 팀이 매의 눈을 가졌을까.
>> 2015~2016 V-리그 정규리그 경기 판정 결과
우선 올 시즌 프로배구 전체 판독 요청 수는 정규리그까지 총 720건, 이 중 정심이 57%(402개), 오심이 39%(287개)로 판독됐다. 나머지 4%(30개)는 판독불가로 나왔다.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만 살펴본다면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가 74번으로 가장 많았고 여자부는 도로공사가 58번으로 가장 많은 횟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판독 횟수가 많다고 성공률이 높은 건 아니었다. 판독 요청 대비 오심 판정을 살펴본 결과(정심과 판독불가 제외) 가장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 팀은 대한항공과 KGC인삼공사였다. 각 54%와 52%를 자랑했다(소수점 세 번째 자리 반올림).
반면 한국전력과 흥국생명은 31%와 30%를 기록하며 가장 낮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사실 하나. 비디오 판독 성공률과 성적은 무관했다. 비디오 판독 성공률 1위를 기록한 대한항공과 KGC인삼공사는 정규리그 4위와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우리나라 4대 스포츠 속 비디오 판독
야구
2009년 홈런에 한해 비디오 판독을 했던 프로야구는 오심 시비가 크게 불거지자 2014년 후반기부터 심판합의 판정, 즉 비디오 판독을 확대했다. 심판 합의 판정 대상은 홈런·파울,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야수의 포구(파울팁 포함), 몸 맞는 공 등이다. 심판 판정이 번복되지 않을 땐 추가 요청이 불가능하고, 번복될 경우에는 한 번 기회가 더 주어진다. 경기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두 번 신청만 허용했다. 기존에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었던 홈런·파울 판정은 요청 횟수에 제한이 없다.
감독이 이닝 도중에 합의 판정을 요청하려면 심판 판정 뒤 30초 안에 해야 하고, 이닝이 끝난 뒤에는 10초 안에 경기장으로 나와 신청해야 한다. 합의 판정은 감독이 이의를 제기한 심판과 심판팀장, 대기심판, 경기운영위원 등 4명이 하게 된다. 그리고 올시즌 비디오 판독이 확대 시행된다. 합의판정 대상은 홈런 타구를 비롯해 외야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야수의 포구, 몸에 맞는 공 등 기존 5가지 항목에 타자의 파울-헛스윙, 홈플레이트 충돌 등 2가지 항목이 추가됐다. 또한 최초 합의판정이 번복되지 않을 경우 추가 신청이 불가하던 것을 번복 여부 관계없이 2회까지 신청할 수 있도록 기회도 확대했다.
농구
플레이오프에 한해 비디오 판독 제도를 시행했던 KBL은 2011~2012시즌부터 정규리그 경기에도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했다. 2014~2015시즌을 앞두고는 국제농구연맹(FIBA)이 기존 단순했던 비디오 판독 규정을 다양한 상황으로 확대하며 판정 공정성을 기했다. 이에 KBL도 매 쿼터 종료 시점과 4쿼터와 연장 종료 2분 이내에서만 적용했던 비디오 판독을 FIBA 규정을 도입하면서 확대했다. 확대된 비디오 판독을 살펴보면 우선 반칙이 선언된 것에 대해서 반칙이었냐 아니냐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될 수 없다. 이는 심판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는다. 다만 싸움이 발생해 누가 싸움에 관여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다.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은 하나다. 경기 종료 2분 이내 상황에서 골텐딩 혹은 바스켓 인터피어런스가 발생했을 때다. 단 이때도 볼이 데드가 된 상황에서만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있다. 이외에는 감독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할 수 없다.
경기 중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는 사항은 따로 있다. 2점인지 3점인지 애매할 때, 24초 공격제한시간 계시기가 오작동을 해 시간을 정정해야 할 때, 누가 자유투를 던져야 하는지는 수시로 비디오 판독을 통해 결정할 수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실격 퇴장이나 싸움이 났을 때도 언제든지 비디오 판독을 해서 결정을 할 수 있다. 4쿼터와 연장 종료 2분 전에만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는 사항도 있다. 여기에는 3가지 사항이 추가된다. 24초 공격제한시간 버저가 울리기 전에 공이 슈터 손을 떠났는지와 야투가 파울이 선언되기 전에 손에서 떠났는지 여부다. 그리고 누구 손을 맞고 아웃 오브 바운드가 되었는가를 확인하는 절차다. 따라서 이 세 가지 사항은 종료 2분 전이 아닌 다른 경우에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매 쿼터 버저비터를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 시간에 관한 사항이다. 슛이 아웃 오브 바운드가 되었을 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24초 바이얼레이션이 불렸을 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8초 바이얼레이션이 불렸을 때 얼마나 시간이 남았는지, 경기 종료 전 반칙이 발생했을 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비디오 판독을 할 수 있다.
축구
국내 4대 스포츠(축구, 야구, 농구, 배구)중 유일하게 비디오 판독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5시즌 전 페널티지역에서 일어나는 반칙에 대해 비디오 판독하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반칙이 선언될 경우, 상대팀이 골을 넣기 쉬운 페널티킥이 주어지는 만큼 판정 정확도를 높이기 위함이었다. 판독 결과 정심으로 나타났을 경우 이의를 제기한 팀에 대한 페널티 부과 방법 등도 논의했다. 각 팀이 비디오 판독 요청을 남발할 가능성을 막기 위한 차원이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논의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연맹에 앞서 네덜란드 축구계가 이와 비슷한 제안을 국제축구평의회(IFAB)에 했다가 기각된 영향이 컸다. IFAB는 축구 경기 규칙을 개정하는 기구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대표 한 명씩과 국제축구연맹(FIFA) 대표 4명으로 구성된다. IFAB는 그 당시 이 사안에 대해 보류했다. 각국 리그가 비디오 판독이란 ‘로컬 룰’을 시행하기 위해선 IFAB에 제안해야 한다. 네덜란드 사례가 나오면서 비디오 판독을 하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축구계 의견이다. FIFA는 배구 등 다른 종목과 달리 축구에 대한 ‘로컬 룰’ 단속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 축구협회 관계자도 “FIFA에서 허용한 기계적 판정은 아직까지 ‘골라인 판독’ 하나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 자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골라인 판독에 한해서는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고 있다. FIFA는 골라인 판독기술을 2014 브라질월드컵에 처음으로 도입했다.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은 비디오 판독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전 잉글랜드와 독일전에서 나온 골 판정에 대한 오심 이후 브라질 월드컵에 골라인 판독 기술 도입을 결정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초고속 카메라가 공 궤적을 실시간으로 분석, 골라인 통과 여부를 가려내 주심이 손목에 찬 장치로 전달하는 ‘골 콘트롤’이 사용됐다.
그리고 FIFA를 이끌던 제프 블래터가 물러나고 지아니 인판티노가 회장으로 부임하며 비디오 판독 도입은 새 바람을 맞았다. 인판티노 회장은 비디오 판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가능한 빨리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고 언급했다. 국제축구평의회 IFAB가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연례총회를 열고 비디오 판독 도입에 합의했다. IFAB는 일단 시험적으로 2년간 비디오 판독을 실시한 뒤 경기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영구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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