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태 심판위원장에게 듣는다.
-비디오 판독 도입배경과 개선 방안은?
>> 비디오 판독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하거나 해야겠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배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판정이 아주 많은 종목이에요. 예를 들어 농구, 축구는 내가 드리블해서 혼자 골인을 해도 반칙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배구는 혼자 할 수 없죠. 그러면 배구가 25점이니까 한 팀에 휘슬을 불고 판정을 내리는 게 쉽게 말해 25번입니다. 그런데 상대방도 25점을 내야 하므로 두 팀이 25대 25라고 하면 결국 심판은 한 세트에 약 50번 정도 판정을 해야 해요.
그리고 배구는 서브 넣을 때부터 리시브, 세트, 공격까지 모든 동작에서 다 반칙이 수반되잖아요. 양 팀을 다 봐야 하니까 평균 300번 장면을 봐야 해요. 5세트까지 간다고 하면 1,500번에 달하는 수준이지요. 어떻게 그 모든 장면을 다 볼 수 있겠어요. 특히 터치아웃은 놓치면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순식간에 손가락 끝을 스쳐 지나가는데 그걸 누가 알겠어요. 그런데 화면상으로 보면 터치아웃이 분명하죠.
아무리 베스트 심판을 투입 하더라도, 제가 심판을 보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 터치아웃을 놓치게 되면 팬들의 악성 댓글이 어마어마해요. 팀들도 그거 때문에 졌다고 해서 경기 이튿날 연맹이나 심판에 엄청난 항의가 들어와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 궁리 끝에 프로배구가 전 경기 중계방송이 되니 화면을 이용해 비디오 판독을 해보자고 생각하게 됐죠.
>> 도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을 텐데요.
거의 한 달간을 잠도 못 자다시피 하면서 궁리를 했어요. 아무도 발상하지 못한 제도를 하는 거잖아요. 혼자 아이디어를 내서 만들려니 힘들었죠. 이런저런 궁리 끝에 (비디오 판독을)만들어서 시행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해를 못했죠. ‘왜 도입하려고 하느냐 등.’
저도 사실은 반대했어요. 이걸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주위에서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제도를 도입해서 시행하니 심판들 판정에 대한 오심이다, 정심이다 이런 걸로 인해 약간 상처받는 것도 있겠지만 판정 문화를 어느 정도 정착시키고 그걸로 인해 많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어서 천만다행이었죠. 그러나 연구하는 과정은 상당히 힘들었어요. 누구도 생각 못한 제도를 혼자만의 아이디어로… 아주아주 힘이 들었죠.
지금 와서 보면 아주 잘한 제도라고 생각해요. 당시 2007년, 국제연맹이나 일본협회나 아시아협회에서 왜 비디오 판독을 하려고 하느냐는 얘기도 많이 들었어요. 지금 와서는 국제연맹이나 다른 스포츠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잖아요. 그렇게 보면 우리 프로배구 비디오 판독 제도가 국내스포츠나 국제배구연맹에 끼친 영향이 아주 큽니다.
>> 정확한 판정을 위해 도입했지만 문제점도 있어요. 개선책이 있다면요?
문제점이라면 화면을 보고 판독을 하는 건데 방송사 화면은 시청자를 위한 화면이지 비디오 판독을 위한 화면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각도에 따라 볼 인·아웃 등 판독에 영향을 끼치기도 해요. 또 정확한 화면이 제공되지 않아서 판독불가가 나오는 경우도 있고요. 완벽한 비디오 장비 체제를 도입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개선책이라고 하면 정확한 비디오 판독을 위한 화면이 제공되어야 하는 거예요. 지금 추세를 보면 러시아나 태국, 이란에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만큼 세세한 부분까지 비디오 판독을 하는 나라는 없어요. 그만큼 비디오 판독이 힘들다는 거예요. 호크아이도 한 경기 비용이 600만 원이 넘어요. 그리고 배구에서 인·아웃 여부는 일부분이에요. 그것 말고도 봐야 할 것들이 많죠. 인·아웃만을 위해서 호크아이를 사용하는 건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지 않죠. 비디오 판독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은 비디오 판독만을 위한 기계와 사람을 투입해야 하는데 쉽지 않죠.
김건태 심판위원장이 들려준 이야기 하나.!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러시아, 태국, 이란에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항목에서는 차이점을 보인다.
태국은 단순하다. 볼 인·아웃 여부만 판독 한다.
러시아는 인·아웃, 엔드 라인(서브 시), 어택 라인(백어택 시도시), 센터 라인 침범 여부, 전위에서 리베로의 오버핸드 토스, 안테나 터치가 비디오 판독 대상이다.
이란은 볼 인·아웃, 엔드 라인, 어택라인 침범 여부. 인터피어링(수비방해)에 대해서 비디오 판독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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