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이호근의 발리뷰' 바쁘다 바빠! 어디서나 '엄마'가 필요해! ②

최원영 / 기사승인 : 2016-04-29 0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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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자극되는 감사한 시즌이었어요!”
흥국생명 플레잉코치 이수정
여자부 플레잉 코치는 장소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번 시즌 흥국생명 플레잉 코치로 코트 안팎을 누빈 이수정 코치도 있다. 흥국생명 주전세터 조송화 부상으로 팀에 합류하게 된 이수정. 그녀는 어떻게 다시 코트로 돌아오게 되었을까.

“1997년 한일합섬 팀이 해체되면서 은퇴하긴 했지만, 2014년까지 실업에서 뛰었어요. 계속 공을 만지고 있었기 때문에 몸 상태는 괜찮았어요. 그래도 프로니까 부담은 됐죠. 많은 생각을 했고, 고민 끝에 결정하게 됐죠.”

팀 합류를 결정하고,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을까? 세대차이? 그녀는 오히려 선수들과 지내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이전에 중고등학교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고,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과도 이미 안면이 있었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지낼 수 있었다. 나이 차이도 워낙 많아, 선수들도 항상 그녀에게 깍듯했다. 그것보다는 체력과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언제 어떤 상황에 투입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적정 수준 이상으로 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머쓱한 웃음과 함께 대답했다.
핑크색 유니폼이요? 맞아요. 사실 유니폼이 정말 많이 부담스러웠어요. 살을 좀 빼고 최대한 유니폼을 넉넉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죠. 어쩌겠어요. 그래도 입다 보니 괜찮아지더라고요.”

이수정은 주로 선수들이 흔들리는 순간에 경기에 투입됐다. 가장 부담되는 순간에 코트에 들어갔기 때문에 최대한 마음을 비우려 했다. 자신이 튀기 위해 화려한 플레이를 하기보다는, 선수들 마음이 진정될 수 있도록 깨끗한 연결을 해주려 노력했다.

흥국생명 작전 시간을 보며,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다. 박미희 감독 이야기 후 항상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주는데, 이수정 코치는 단 한 번도 입을 연 적이 없었다.

물론 입이 근질근질하죠. 그런데 저까지 이야기를 하면 선수들이 너무 힘들잖아요. 잘 안될 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으면 역효과가 나요. 그래서 최대한 행동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자신 위치와 자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이수정. 그래서 선수들은 오히려 그녀에게 편하게 다가와 힘든 부분에 대한 조언을 구한다. 코트에서는 침묵하지만, 숙소에 오면 개인적으로 선수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수정. 기술적인 이야기보다는 주로 정신적인 부분이나 마음가짐에 대한 조언을 해준다고 한다.

그녀는 선수로 코트에서 뛰기 위해 운동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되고, 코칭스태프로서 역할도 신경 써야 하기에 플레잉코치는 훨씬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전보다 경기를 보는 시야가 훨씬 넓어져 좋긴 하지만, 때로는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고 한다. 선수들끼리 시간이 필요할 땐 선수 쪽에 끼지 못하고, 가끔 코칭스태프 회의에도 끼지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 생길 때도 있다. 그래도 그녀는 묵묵히 자신 임무를 하려 노력했다.




코트에 돌아와 한 시즌을 보낸 이수정.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평가를 내렸을까.
사실 생각보다 많은 경기를 뛰었고, 힘들었던 부분도 있었어요. 그래도 선수들이 기복 없이 잘 해줘 고마운 부분이 많아요. 제 자신에게 100% 만족은 못하지만, 그래도 걱정했던 것보다는 잘했어요. 70점 정도 주고 싶네요.”

시즌이 끝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배구 코트에 있다. 지방에서 열리고 있는 중고배구연맹전에서 경기를 보고 있다는 이수정. 그녀는 고등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있다. 둘 다 엄마 뒤를 이어 배구 선수 꿈을 키우고 있는데, 이수정은 휴가를 받자마자 딸과 대회를 함께 하고 있다.

그녀가 프로에 복귀했을 때, 아들은 엄마가 텔레비전에 나온다고 그저 신기해했고, 딸은 늦은 나이에 코트에 복귀하는 엄마를 걱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은 선수인 엄마를 보며 자극을 받고 더 열심히 했다. 자신을 통해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며 이수정은 뿌듯함을 느꼈다.

이수정이 프로에 복귀하면서 집안에도 작은 변화들이 생겼다. 남편은 적극적으로 집안일을 도왔고, 아이들에겐 자신이 해야 할 엄마 역할도 해줬다. 어린 아들이 가장 걱정됐지만, 예상보다 아들은 어른스럽게 그녀를 이해해줬다. 가족에게 늘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했던 이수정. 시즌이 끝나자마자 아들과 딸을 챙기며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론 휴식도 중요하지만, 조촐하게 가족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

한 시즌을 되돌아보면, 저는 가족과 팀 모두에게 큰 도움을 받은 시즌이 아니었나 싶어요. 조금 더 보탬이 되지 못해 아쉽기만 하지만, 그래도 그저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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