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선수 개인 기록, 더 치열하게 관리합니다! 차금지 실장

최원영 / 기사승인 : 2016-05-02 09: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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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 코트 양 사이드에 보면 개인기록원, 전산입력원이 자리하며 데이터로 남긴다. 공이 빠르게 왔다 갔다 하는 위험 속에서도 정확한 기록을 입력하기 위해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그 가운데, 기록원들을 총괄, 운영하고, KOVIS 프로그램을 구축해 언론관계자와 팬들에게 기록을 제공하는 차금지 실장(41,주식회사 딤)을 만나 기록원에 대한 모든 것을 들여다봤다.

기록 업무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했고, 현재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없었는데, 회사 입사하고 처음 맡은 일이 2002년 월드컵 때 축구국가대표팀 히딩크 감독에게 분석자료를 제공하는 것이었어요. 그러다 TV중계화면에서 양팀 패스성공률, 분포도 등이 나오는데, 관련 자료들을 제공하는 업무도 같이 했어요.

배구와는 어떻게 인연이 됐는지?
2003년 대한배구협회에서 각종 대회 때 누적기록을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2005년에 프로 V-리그가 시작됐는데, 당시에는 협회에서 국제대회용으로 사용했던 VIS(Volley Information System)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했어요.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어요. 비로소 2005~2006시즌부터 KOVIS(Korea Volley Information System) 프로그램을 개발해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KOVIS 기록원은 크게 개인기록원, 전산입력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 경기에 선수 별로 기록을 호출하는 개인기록원 3, 호출 부호에 따라 입력하는 전산입력원 3명 등 모두 6명이 투입됩니다. 이들은 대부분 전직 배구선수 출신들로, 한국배구연맹(KOVO) 소속이에요. 저는 프로그램을 제작, 관리하고 현장에서 기록지를 배포합니다. 데이터가 잘못됐을 때 수정하고, 기록운영이 제대로 되는지 관리합니다. 아울러 방송사와 기자단, KOVO에 데이터를 알려주거나 집계하는 등 총괄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축구로 시작했다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차이가 있나요?
축구는 위치정보를 제외하고 패스, 드리블하는 시간이 길어 시간적 여유가 있어요. 농구도 마찬가지였죠. 배구는 랠리로 운영되다 보니 입력방식 자체가 달랐어요. 축구, 농구는 통계 체크방식으로 했는데, 배구는 서브, 리시브, 세트, 공격하고 디그하는 등, 플레이 중심으로 기록해야 하기에 익숙해지는데 애를 먹었어요.

팬들도 기록에 대해 세밀하게 보는 추세인데?
요즘 들어 기자에게 질문을 많이 받는 것 중 하나가 연타공격에 대한 구분이에요. 저희는 따로 구분하지 않고 오픈 공격으로 다 통일해요. 물론, 연타로 점수를 올리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전체 팀을 놓고 봤을 때 중요한 데이터인지 하는 부분은 다 같이 논의를 해야 하는데, 공식기록이다 보니 바로 반영하기가 어려워요. 프로그램도 바뀌어야 하고, 모두 24명에 달하는 기록원이 판단하는 기준점을 동일하게 세우고 반영해야 하니까요. 이런 문제 때문에 흐름에 따라가기가 쉽지 않죠.

예를 들어 이야기한다면?
리시브 정확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세터 중심으로 반경 1m 이내로 안정적으로 올려줄 때리시브 정확이라고 기록해요. 그런데, 세터가 세트하는 위치에 따라 약속된 패턴 플레이인지, 아닌지 논점이 되는 것도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많이 해요. 포지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죠. 그래서 KOVO 경기위원장, 경기팀장과 같이 명확하게 기준을 정해 기록하게 되죠.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많았는데
?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것 같아요. V-리그 초반에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세팅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경기 자체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라인업에 없는 번호가 찍힌다든지, 데이터에 오류도 생겼어요. 지금은 데이터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니터링 하는 화면들이 따로 있어요. 이런 과정을 거쳐 시스템이 정착된 뒤로는 데이터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서로 기준이 달라 원년부터 5년간 기록원 모집, 교육,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시스템을 구축했죠. 최근 2~3년간은 우리가 무엇을 더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분을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요.

규정 숙지는 선택이 아닌 필수겠네요?
그 전에도 통계를 내고 분석하는데 있어 어떻게 추출을 할 것인가에 따라 관련 규정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3~4년전부터 현장에 나가기 시작했는데, 모르는 부분이 의외로 많았어요. 그때부터 플레이 관련 규정 공부를 많이 했어요. 2014~2015시즌을 앞두고 KOVIS 기록원 매뉴얼 책자를 내는 과정에서 알게 된 부분도 있어요. 보는 눈도 달라졌어요. 이전까지 숫자로 분석을 했다면, 지금은 상관관계에 대한 부분을 분석하려고 계속 보고 있어요. 패턴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2,3차 데이터를 준비하려 합니다.

선수 연봉협상 때 관련 기록을 토대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그에 따른 책임감이 있을 텐데?
V-리그 창설되고 5~6년째 되던 해부터 들었어요. 저도 시스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는데, 개발을 잘못해서 한 개 차이로 기준선에 걸릴 수도 있으니, 최근 2~3년간 객관적이고 남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기 위해 고민했어요. 기록은 정확해야 하므로 오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됐습니다.

기억에 남는 기록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2011~2012시즌에 김요한(KB손해보험) 671득점을 올린 적이 있어요. 당시 팀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개인으로는 국내선수 중에서 한 시즌 역대 최다득점을 기록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디그, 리시브, 수비, 세트 기록 등 데이터를 다각도로 보게 됐어요. 그래야 분석적인 면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김요한 기록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12시즌동안 프로그램을 변경한 적이 있었나요?
업그레이드된 부분은 있어도 내용이 변경되면 통계프로그램, 데이터베이스를 수정해야 하니까, 규칙을 적용하는 부분에 완전히 바뀐 것은 없어요. 프로그램 자체는 컴퓨터 운영체제에 따라 업그레이드된 것은 있어요.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있었을 것 같은데?
한번은 경기장 밖에 있던 안테나가 낙뢰를 맞아 인터넷이 먹통이 됐는데, 경기 개시 15분전에 가까스로 인터넷 연결이 됐어요. 그나마 스마트폰 테더링으로 연결했는데, 인터넷 라인을 사용할 때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느렸어요. 경기 전 감독관에게 자료를 주는데 5분밖에 안 걸렸던 부분이 1시간이 걸렸어요. 기록원석에 전원이 나간 적도 있어요. 전원이 나갈 경우 전산운영 업무가 모두 마비되죠.





인터넷이 안될 경우 어떤 대처방법이 있을까요
?
시즌 초에 경기장 가면 인터넷 라인부터 확인해요. 제가 처음 경기장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는 인터넷 연결선도 직접 만들었고, 허브, 공유기 등 기계도 가지고 다녔어요. 사람들이 나중에 일 그만두면 인터넷 설치하는 업무를 해도 된다고 말할 정도에요(웃음). 만약, 경기장 인터넷이 나가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죠. ! 경기장 나갈 때 드레스코드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정장입고 다녔는데 지금은 편한 복장으로 입고 다니니까요.

기록석이 코트 뒤쪽에 있어서 위험하지는 않나요?
V-리그 원년에는 보호막이 없어서 공이 노트북을 때려 책상 밑으로 떨어지면 노트북 액정이 나가는 경우가 흔했어요. 이후, 2006~2007시즌부터 개인 기록석, 경기 기록석에 투명 아크릴 보호대를 설치하게끔 경기 규정에 명시됐죠. 올 시즌에는 엔드라인에서 기록석까지 폭이 6.5m로 줄어드는 바람에 기록원들이 다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저는 눈을 직격으로 맞아서 망막이 손상되는 바람에 레이저 시술을 한 적도 있어요. 노트북도 요즘엔 좋아졌지만, 예전에는 전원이 나가면 데이터가 저장이 되지 않았죠. 지금은 기록을 백업해놓던지, 메인 PC 전원이 꺼지더라도 전환해서 쓸 수 있게끔 모든 컴퓨터에 세팅되어 있어 기록이 저장이 안되는 경우는 없죠.

기록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 전까지 숫자만 가지고 수치를 분석했다면, 2~3년 전부터 통계전문기법을 써서 공식기록을 가지고 다른 데이터를 분석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1월에 최태웅 감독(현대캐피탈)이 수학책을 가지고 다닌다는 기사를 보고 자극을 받았어요. 제가 통계학 전공했었는데, 전문기법을 쓴지 오래됐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제가 데이터를 만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하면 오류를 제거하고 진짜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했어요. 그 과정에서 힘들긴 하지만 재미를 많이 느껴요. 그러니까 12년째 기록업무에 매달리고 있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글/ 권민현 기자
사진/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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