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생에게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무엇일까? 축구, 야구, 농구 등을 제치고 당당히 아이들 마음을 사로잡은 종목이 있다. 주인공은 ‘배구’다. 유소년 배구교실이 시작된 2012년 첫 해부터 배구공을 잡은 터줏대감 서울 상지초등학교를 다녀왔다.
상지초등학교(교장 김혜영)는 2007년 3월 2일 개교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둥지를 틀었다. 상지초에서는 4학년을 대상으로 월, 수요일에 수업을 한다. 월요일에는 방과후 수업이 두 반 개설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지도는 이진희 지도자가 맡았다.
4월 20일 3교시, 4학년 희망반이 서브 수업에 임했다. ‘몸과 마음이 튼튼한 어린이’라는 교육 목표답게 배구 수업이 활기를 띠었다. 아이들은 준비운동쯤은 머리 속에 꿰고 있는 듯 알아서 척척 해냈다. 함성도 크게 넣었다. 선생님 말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이다 질문 폭탄을 던지기도 했다.
먼저 언더 핸드 서브를 연습했다. 이진희 지도자가 단계별로 시범을 보였다. 아이들은 공을 내려놓고 자세를 잡는 데 집중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자 두 조로 나뉘어 실제로 서브를 넣기 시작했다. 네트를 훌쩍 넘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공을 뒤로 날리는 아이도 있었다. 중간중간 잘못된 자세를 고쳐가며 반복하자 대부분 아이들이 언더 핸드 서브에 성공했다.
다음은 플로터 서브였다. 이 지도자는 왼발을 앞에 두고 어깨에 힘을 뺀 채 공을 때리는 순간 손목에 힘을 주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아이들의 공은 네트 너머로 뻗지 못하고 자꾸만 바로 앞 바닥에 꽂혔다.
희망반 담임 전현하 교사는 수업 내내 아이들 곁을 지키며 안전에 힘썼다. 자꾸 서브에 실패하는 아이에게는 처음이니 괜찮다고 다독였고, 멋진 서브를 넣은 아이에게는 “그렇지!”라며 칭찬했다. 전 교사는 “아이들이 이렇게 좋아할 줄 몰랐어요. 다들 배구 수업을 기다려요”라고 전했다.
박춘근 체육부장은 상지초 교직원 배구팀에서 최고 중앙 수비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서로 배구를 하려 해요. 학부모 반응도 좋고요. 어렸을 때 배워놓은 운동은 평생 가잖아요. 아이들이 열심히 해서 몸도 마음도 튼튼해졌으면 좋겠어요”라며 배구교실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한편, 체육관에 호랑이 선생님이 등장했다. 서하원 군이다. “네트 밑으로 지나다니지 말랬지!”라며 선생님 말을 듣지 않는 친구를 꾸짖었다. 이날 수업 MVP는 소현빈 군이 받았다. 언더 핸드 서브, 플로터 서브를 모두 멋지게 소화했다. 수업이 끝나자 자발적으로 나서 친구들이 입었던 조끼를 걷기도 했다. 현빈 군은 “배구가 정말 좋아요. 제 형이 중학교 1학년인데 평소에 같이 배구 연습을 해요. 형 꿈이 배구선수거든요”라며 자랑했다. 장래희망을 묻자 “제 꿈은 축구선수인데요?”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50분이 금세 지나가고 수업이 끝났음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그러자 아이들은 “경기는 언제 해요?” “서브 한 번만 더 치면 안돼요?”라고 아쉬워하며 교실로 향했다.
Interview
상지초 김혜영 교장
배구교실이 4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어요.
저는 지난해 상지초에 부임했어요. 만약 제가 제안을 받았다면 저도 흔쾌히 승낙했을 거예요. 전문가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니 기초부터 가르칠 수 있어 좋아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배구를 통해 어떤 걸 배웠으면 하시나요?
자신감을 키우고 두려움을 극복했으면 합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얻길 바라는 거죠. 배구는 여러 명이 하는 운동이잖아요. 서로 협동하고 배려하는 인성을 길렀으면 좋겠어요. 훗날 어른이 되어 사회에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예요.
배구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들도 있는지요?
물론이죠. 하지만 우리 학교에는 배구부가 없어요. 만약 학생과 학부모가 원한다면 언제든 배구부가 있는 학교로 가서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고 들었어요.
한국배구연맹에서 유소년 배구교실을 더 많이 퍼트려주셨으면 해요. 이런 혜택은 다른 학교도 꼭 누려봤으면 해서요(웃음).
글/ 최원영 기자
사진/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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