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제2의 배구도사는 어디에, ‘배구도사’ 명맥을 찾아서 ②

더스파이크 / 기사승인 : 2016-05-27 19: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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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 박희상)


원조 배구도사 박희상

박희상 이전에도 배구를 참 잘했던 선수는 많다. 박희상은 체육관이 아닌 TV 중계를 통해 배구를 본격적으로 접하기 시작한 세대와 선수 활동 시기가 겹친다. 그는 실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함께 갖췄다. 양수겸장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TV 중계 시대에 딱 맞춘 선수였다.

권 코치는 박 감독과는 유스 및 청소년 대표팀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고 했다. 그는 대학과 실업에서는 같은 팀에서 뛰지 않았지만 상무팀에서 다시 만났다고 웃었다. 나이는 권 코치가 어리다. 박희상이 선수시절 정점을 찍은 뒤 권순찬이 배구도사타이틀을 물려받았다.

권 코치는 박 감독 선수 현역시절을 공격, 수비 특히 블로킹을 정말 잘 했다고 기억했다. 박희상은 키가 큰 선수는 아니었다. 포지션도 센터가 아니었지만 전위에 있을 때 사이드 블로킹을 잡는 타이밍이 뛰어났다.

권 코치는 감독 선생님들이 정말 좋아하는 타입의 선수였다승부욕도 대단했다. 나도 그랬지만 경기에서 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했다. 소속팀이 지고 있어도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마지막까지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던 선배였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둘은 남다른 공통점이 있다. 강성형, 석진욱, 장영기 등과 비교해 선수로 뛴 기간이 짧았다. 권 코치는 박 전 감독과 나는 결국 부상을 이기지 못했다부상이 은퇴의 가장 큰 이유라고 섭섭해 했다.


(사진 설명 : 권순찬)



권 코치는 핑계나 변명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공개를 꺼렸다. 그러나 박 전 감독과 권 코치 선수 생활이 비교적 짧게 끝날 수 밖에 없었던 원인은 있었다. 둘은 군입대 동기다.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데 당시 부대 운동시설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코트도 현재와는 매우 달랐다. 코트를 깔긴 했지만 충격 흡수가 제대로 안됐다. 권 코치는 플로어 바로 밑바닥이 그냥 시멘트였다. 그러다보니 점프를 한 뒤 착지할 때 충격이 발목과 무릎에 그대로 전해졌다. 또한 지금과 달리 체계적인 운동이나 부상 관리 등이 없었다. “운동량은 지금 선수들은 잘 믿지 않겠지만 정말 많았다고 했다.

당시 배구 규칙도 선수 수명을 단축시킨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박 전 감독과 권 코치가 한창 선수로서 전성기를 누릴 때는 현재와 같은 랠리포인트제가 아닌 서브권제로 경기가 치러졌다. 권 코치는 중고 때는 정말 엄청 때렸다“5세트까지 가는 경기를 할 경우 100번 이상 공격을 시도한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웃었다. 지금은 농담 삼아 웃으며 말하지만 권 코치에게도 당시는 영광의 시대이기도 했지만 아쉬운 기억이다.

장 코치는 당시 권 코치의 플레이 모습을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는 중학교 시절 당시 전국체육대회 예선전에 참가했던 성지공고 3학년이던 권 선배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당시 중·고교 선수들에게 권 선배는 최고 선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 공격, 수비, 세트까지 모든 걸 혼자 도맡아 하다시피 했다. 그때 당시에 큰 인기를 끈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배구판이라고 또래 선수들끼리 얘기를 자주 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석진욱 배구도사의 완성체

팬들 기억에 가장 많이 남아있고 강한 인상을 남긴 배구도사로는 석진욱 이름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한양대를 거쳐 삼성화재 입단 후 실업시절과 V-리그 수많은 경기에서 팀 승리의 주춧돌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권 코치는 석 코치의 경우 오랜 기간 각 급 대표팀에서 서로 얼굴을 익혔다고 했다. 둘의 나이는 한 살 차다. 권 코치가 1975년생, 석 코치가 1976년생으로 같은 시기에 선수 생활을 했다. 삼성화재에서도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권 코치는 석 코치와 함께 인하사대부고에서 뛴 장병철(현 한국전력 코치)이 고등학교에서는 더 잘했다고 웃었다. 그는 석 코치는 고교졸업반을 시작으로 대학시절 부쩍 기량이 는 케이스라고 했다.

석 코치의 대학 후배인 장영기 코치는 배구 아이큐가 있다면 석 선배는 내가 본 어떤 선수들 보다 가장 뛰어났다고 말했다. 권 코치도 이 부분에 맞장구를 쳤다. 권 코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석 코치 만한 선수는 찾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배구도사란 타이틀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만든다. 기본기가 뛰어나 훈련에서 열외가 되는 게 아니라 훈련 때 자기 포지션은 물론 다른 포지션 훈련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하기 때문이다.

권 코치는 나중에 따져보면 내가 동료 선후배들보다 적어도 1시간 이상은 더 훈련을 했더라고 웃었다. 권 코치는 석 코치를 보면 배구 센스와 재능을 타고났다는 걸 느낀다배구도사라는 별명을 붙일 수 있는 정말 유일한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었다. 그는 후천적인 노력이 있어야겠지만 어느 정도는 운동에서 타고난 재능이 필요하다했다.


(사진 설명 :석진욱)



노력이 자리를 바꿀 수 있다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배구도사라는 평가를 받은 이는 장 코치다. 그는 레프트로 포지션을 뒤늦게 바꿨다. 중학교 시절부터 고교, 대학을 거치며 세터로 줄 곧 뛰었으나 자리를 바꿔야 했다. 장 코치는 세터로 갈 팀이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본격적인 레프트 수업을 받았다. 장 코치는 잘 될 리가 없었다수비와 리시브가 전혀 안됐다. 그 동안 해왔던 배구를 버리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장 코치는 그때 매일 리시브만 1천개 이상 했다. 팀 훈련이 아닌 오로지 개인훈련에서 매일 수행해야 할 횟수를 그렇게 정한 것이다.

대학시절 이어진 리시브 11천개 연습은 실업팀 현대캐피탈에 입단한 뒤에도 멈추지 않았다. 이런 노력이 더해졌기에 장 코치는 선수 시절 삼성화재에 석진욱이 있다면, 현대캐피탈에는 장영기가 있다는 평가를 얻었다.

현대캐피탈이 지난 2005~2006, 2006~2007시즌 2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는데 있어 장 코치가 코트에서 한 역할은 매우 컸다. 당시 송인석, 숀 루니(미국) 등 공격수를 포함해 윤봉우, 이선규(현 삼성화재) 등 센터진과 견줘 화려한 조명을 덜 받긴 했지만 소속팀이 영광의 시기를 보낸데 밑거름이 된 건 분명하다.

세터 얘기가 나오자 옆에 있던 권 코치는 장 코치에게 볼 배급이 그게 뭐냐고 핀잔을 줬다. 악의 없는 농담이다. 권 코치는 나도 중학교때까지는 세터로 뛰었다고 웃었다. 석 코치 경우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세터를 맡았기에 그 자리에서 뛸 일은 없었다. 장 코치는 그런데도 선수시절 어려운 볼을 올리는 걸 보면 정말 잘 올렸다석 코치는 그래서 더 대단하다고 강조했다.



배구도사 다음 후보는 누굴까

장 코치 이후 포스트 석진욱이라는 평가를 받는 선수는 드물어졌다. 권 코치는 아무래도 리베로라는 수비 전문 포지션이 생긴 뒤부터 레프트 쪽에서 공격과 수비를 모두 아우르는 선수가 나오긴 힘든 상황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V-리그에는 배구도사계보를 이을 가능성이 높은 유망주가 있다. 권 코치는 망설임 없이 송희채(OK저축은행)를 거명했다. 그는 석 코치와 같은 팀에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무래도 석 코치도 송희채에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보고 배우는 게 많기 때문에 앞으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송희채 역시 OK저축은행 입단 초기 뿐 아니라 지금도 석 코치와 함께 운동을 하고 배구를 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얘기한다. 송희채 등번호 14는 석진욱 현역시절 등번호와 같다.

장 코치는 전광인(한국전력)배구도사계보를 이을 후보라고 했다. 장 코치는 전광인은 공격적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그러나 후위에 있을 때 수비 동작, 풋워크, 그리고 배구 센스 등을 종합해서 볼 때 송희채보다 못하지 않다고 했다. 전광인의 수비 능력에 대해서는 소속팀 사령탑인 신영철 감독도 이미 여러 번 칭찬한 적이 있다.

배구도사의 출현은 배구팬 눈을 즐겁게 한다. 아직 미완의 대기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여 배구코트를 호령할지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3편에 계속)

/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편집부, KOVO, 본인 제공

(본 기사는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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