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두 분 첫 만남이 궁금해요.
나 감독님과는 순천제일고 2학년 때 처음 뵈었어요.
최 아니지. 중학교 때일걸. 경복이가 전남 담양중 재학 시절 순천제일고 감독과 함께 경복이를 보러 갔어요. 직접 가르친 건 대학 때가 처음이고요.
나경복 선수는 대학 시절 어떤 선수였나요?
최 순둥이. 완전 순둥이였어요. 가끔은 술 마시고 친구들도 만나고 말썽도 부려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어요. 운동할 때도 정말 성실한 선수였어요.
최천식 감독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나 잘못한 게 있으면 질책하고, 잘하면 칭찬 많이 해주시는 분이요. 선수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게 도와주셨어요. 무심한 듯하면서도 챙길 때는 많이 챙겨주세요. 저는 따로 잘못했던 건 없고요. 선수들이 운동할 때 건방지게 하거나 집중하지 않는 걸 가장 싫어하셨어요.
나경복 선수는 감독님께 어떤 가르침을 받았나요?
나 저는 공격할 때 빨리 들어가서 공을 매달리며 때리는 게 단점이었어요. 감독님께서 그 부분을 고쳐주셨고, 안 좋은 공격 자세도 잡아주셨어요. 숙소 생활은 편했어요. 감독님께서 개인 생활에는 거의 간섭을 안 하셨거든요. 제가 또 바른 생활 사나이에요. 외출 시간 아니면 특별히 나가지 않고 숙소에만 있었어요.
최 에이~ 솔직히 숙소에만 있었던 건 아니잖아.
나 여러 부분에서 참 많이 배웠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들려주세요.
나 제가 조금 소심하고 내성적인 편이에요. 대학 2학년 때 감독님께서 답답하셨는지 저한테 번지점프 하러 가자고 하셨어요. 제가 너무 소심해서 안 되겠다고요. 물론 뛰진 않았어요. 그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대학 시절 스승의 날에 선물 해주셨어요? 프로가 된 올해는요?
나 대부분 상품권이나 꽃 선물 해드렸어요. 노래는 부르지 않았지만요. 감독님께서 그런 거 별로 좋아하시지 않았거든요. 제가 부자는 아니지만 지금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올해는 좋은 것으로 생각해보려고요.
최 딱히 받고 싶은 건 없어요. 올해 신인상 받았으니까 그걸로 만족해요. 시상식에서 봤는데 정말 뿌듯했어요. 3학년 생이 프로에 1라운드 1순위로 갔잖아요. 상 못 받았으면 왠지 제가 굉장히 미안했을 거예요.
인하대 나경복, 우리카드 나경복이 되다
나경복 선수 1년 일찍 드래프트에 나왔어요. 어떻게 내린 결정인가요?
최 사실 경복이는 2학년 때도 나가려고 했어요. 저는 무조건 1라운드 1순위로 보내고 싶었는데 당시에는 상황이 불확실했어요. 그래서 1년 더 대학에 남기로 했죠.
나 2학년 때부터 감독님과 계속 얘기를 했는데 저는 그때 좀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대학에 1년 더 머물겠다고 했어요. 3학년을 마치고 다시 드래프트가 다가오니 부모님께서 나가는 걸 원하시더라고요. 때마침 감독님께서 제 의사를 물어 보시길래 프로에 도전하겠다고, 가서 잘하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최 경복이와 부모님, 저까지 모두 자연스레 드래프트에 나가는 걸로 인식하고 있었죠. 그래서 9월 17일 대학리그 챔피언 결정전 마지막 경기를 하루 앞두고 결정했어요.
결국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했어요. 드래프트 당일 어떤 이야기 나누셨나요?
나 제가 표정이 굳어있었거든요. 너무 긴장되는 거예요. 그랬더니 감독님께서 다 괜찮으니까 웃으라고, 긴장하지 말라고 말씀 해주셨어요. 지명 받은 뒤에도 프로 가서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주겠다고 하셨어요. 그 말이 그렇게 든든하고 감사했어요.
프로 입단 후 모교를 찾아온 적 있나요?
나 많이 왔죠. 후배들한테 먹을 거 정말 많이 사줬어요. 감독님과는 막상 술 한 잔도 나눌 시간이 없었어요. 시즌 중에는 제가 술을 못 마시고, 제가 휴가 때는 인하대가 대학 리그를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럼 감독님과 마지막으로 술을 마신 건요? 두 분 주량이 어떻게 되세요?
나 작년에 인하대가 대학배구리그, 남해대회, 해남대회, 전국체육대회까지 전부 우승했어요. ‘전관왕’ 달성이죠. 우승할 때마다 감독님과 선수들이 다 같이 술을 마셨어요. 그 때마다 감독님은 우승했으니 즐기라고 하셨죠. 감독님께서 술을 워낙 잘 드셔서 취하신 모습은 한 번도 못 봤어요. 항상 저희가 먼저 취했죠. 저는 주량이 그날그날 달라요. 왠지 잘 마신다고 하면 안 될 거 같네요(웃음).
최 저는 우승하면 부모님들 다 모시고 선수들과 같이 회식해요. 선수들에게 술 한 잔씩이라도 직접 따라주고 싶어서요. 그 외에는 따로 마시지 않아요. 졸업생들이 찾아오면 그때나 마시죠. 선수들이 저를 무서워한다기보다는 좀 어려워해요. 근데 어느 정도 어려워하는 건 있어야죠. 친구 같으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경복이는 진짜 술을 잘 못 해요.
대학리그를 호령하던 나경복 선수가 프로에서는 고전했어요.
최 프로와 대학은 실력 차이가 너무 커요. 올해는 프로가 어떤 곳인지 파악하는 시기랄까? 다음 시즌부터는 경복이가 제대로 해야죠. 무조건 발전해야 해요. 지금 어깨가 안 좋으니까 우선 치료와 재활을 통해 몸을 충분히 만들었으면 해요.
나 대학 때와 비교하면 힘과 높이가 완전히 달라 힘들었어요. 느끼는 게 많았고 기술적으로 제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리시브가 불안한데 꾸준히 훈련해서 보완하고 싶어요.
스승 김상우 vs 스승 최천식
나 형식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정말 어떤 분이 더 좋다고 할 수 없어요. 감독님마다 스타일이 다른 거라서요. 최 감독님께서는 나긋나긋 이야기하시는 편이에요. 한 두 개 실수해도 자신 있게 하라고 주문하세요. 김 감독님은 범실 하면 바로 지적하세요. 정교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잡아주시는 거예요. 솔직히 저한테는 두 분 다 무섭죠.
(2편에 계속)
글/ 최원영 기자
사진/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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