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에서 스승으로
나경복 선수 교생 실습 중이라고 들었어요.
나 저는 인하대에서 체육 교육을 전공했어요. 요즘 교생 실습 때문에 학교에 자주 와요. 저는 인하사대부속중학교를 맡았어요. 고등학교로 배정받았으면 배구를 가르치는 거였는데, 중학교로 가게 돼서 농구를 가르쳐요. 배구 선수가 농구 선생님이라니 웃기죠? 지금은 참관하면서 체육 선생님께서 하시는 거 보고 배우는 중이에요. 선생님이랑 똑같이 할 거예요.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싶어요?
나 무조건 즐겁게요. 저는 아직 정식 선생님이 아니라서 너무 엄격하게 하고 싶진 않아요. 아이들이 저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었으면 해요. 수업은 다음 주쯤 직접 할 예정입니다. 5월이 되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겠죠.
최 감독님께 조언 구하고 싶은 게 있다면요?
나 생각보다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듣더라고요. 다양한 개성을 가진 아이들을 어떻게 컨트롤하는지 궁금해요. 나중에 제가 선수 생활을 마치고 지도자 길을 걷게 된다면 감독님께 배워야 할 점이 많아요. 제자들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감독님 한 마디 해주세요.
최 그런 거 없어요. 자기가 직접 부딪치며 해봐야죠. 아까 제가 잠깐 물어봤어요. 교생 실습 나가보니 어떠냐고. 힘들다고 하더군요. 이제야 스승 마음을 조금 이해하나 봐요.
감독님께서는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셨나요?
최 저는 그냥 말로 제압합니다. 구타나 심한 언어폭력 등은 안 되잖아요. 욕을 할 수도 없고요. 육두문자도 안되니까(웃음). 사돈에 팔촌까지 가족들을 다 끌어들여요. 가족은 선수에게 맹목적으로 사랑을 주거든요. 최대한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요. 본인이 피곤하고 힘들어도 열심히 일해서 용돈 한 푼이라도 더 쥐어주려는 게 부모 마음이잖아요. 그런 얘기를 많이 해줘요. 선수들이 그때는 잠깐 정신 차리는 듯 해도 뒤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려요. 한창 혈기왕성한 때라서 그런가 봐요.
나경복 선수에게 지도자 길을 추천해주고 싶으신가요?
최 당연하죠. 프로배구가 많이 발전하긴 했어도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프로 선수들은 은퇴하고 나면 미래가 막막해져요. 프로가 됐다고 해서 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는 것도 아니고요. 드래프트에서 2, 3라운드나 수련선수로 지명된 선수들이 몇 시즌 만에 다 팀에서 나오잖아요. 실업 팀도 못 찾으면 배구 인생은 거기서 끝나는 거거든요. 그러니 안정적으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끔 지도자나 교사를 준비했으면 좋겠어요. 신경 많이 써야 할 거예요.
영원한 스승, 영원한 제자
제2의 나경복은 누가 될까요?
최 인하대 선수 중 꼽자면 김성민(L, 3학년). 신입생 중에서는 차지환(L, 1학년)이나 한국민(R, 1학년)? 좋은 선수들이라기보다는 앞으로 좋아질 선수들이죠. 경복이와 포지션이 비슷해요. 다들 공격은 강하고 수비는 많이 보강해야 하거든요. 경복이만큼 좋은 선수로 성장하길 바라죠.
나 다 저랑 비슷해 보여요. 제가 그렇게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서요. 인하대에서는 (차)지환이, (김)성민이요. 잘하지 않아요? 늘 잘한다고 들었는데.
스승 최천식에게 제자 나경복이란?
최 미완의 대기. 제가 경복이를 더 완성시켜서 프로로 보냈어야 하는데 아쉬워요. 일찍 내보내려 했던 게 대학보다는 프로에서 운동 능력을 전문적으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에요. 체계적으로 체력이나 기술 훈련을 할 수 있거든요. 경복이는 굉장한 잠재력을 지닌 선수에요. 가능성이 무궁무진한데 빨리 프로에서 경복이의 숨겨진 실력을 끄집어내고 발전시켜줬으면 해요. 경복이가 지금보다 더 훌륭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왼쪽 공격수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그럴 수 있는 재목이에요.
나경복 선수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요?
최 경복이가 인하대 입학 후 1, 2학년 때는 고등학교 때보다 못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애가 너무 순해서 문제였어요. 끈기를 품고 뭔가 해내야겠다는 열정이나 강한 승부욕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부족해 보였나 봐요. 이제는 프로 선수가 됐으니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걸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 더 절실함을 가지고 잘해나가길 바라요. 프로는 전쟁터에요.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타인과 경쟁에서 무조건 이겨야 해요. 정신력을 가지고 끈기있는 선수가 됐으면 좋겠어요.
제자 나경복에게 스승 최천식은?
나 새로운 배구를 하게 해주신 분이에요. 고등학교 때까지는 항상 높게 때리기만 했어요. 그런데 인하대에 오니 감독님께서 빠르게 해보자고 하셨어요. 빠른 배구를 가르쳐주셨죠. 그게 새로웠어요. 덕분에 무사히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었어요. 감독님, 감사합니다.
글/ 최원영 기자
사진/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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