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프로무대 #기회 #리시브
오 프로 입단 첫 해 이야기부터 들어보죠. 어떤 기억이 떠오르나요?
손 사실 정말 힘들었어요. 안 하던 리시브를 하고, 나이차가 꽤 있는 형들이랑 운동하고 그런 게 적응이 좀 어려웠어요.
오 그렇게 정신 없이 첫해를 보내고, 둘째 해부터는 그래도 여유도 조금씩은 생기고 목표도 생기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손 첫해 실전 경기에서는 (이)경수 형이 항상 들어갔으니까 플레이 보면서 감탄만 하고 있었죠. 경수 형이랑 같이 운동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했고, 영광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닮고 싶다 생각하면서 항상 뒤에서 지켜봤죠. 그러다 (이경수 선수가) 부상을 당하게 되면서, 갑자기 저한테 기회가 온 거죠. 진짜 정신 없었어요. 두 번째 해에도 운 좋게 기회를 많이 받았는데 그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여러모로 이겨내기가 조금 힘들었어요. 그런 이야기 많이 하잖아요. 공이 오는 게 무섭다고. 모든 공이 나한테 오는 것도 아닌데, 내가 다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더 위축됐고요.
오 성장통이군요. 2015~2016시즌, 프로 입단 후 세 번째 해를 맞이했을 때 목표가 뭐였어요?
손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하자가 목표였어요. 조금은 여유가 생겨 작년보다는 부담감을 덜었어요. 워낙 그간 못했다는 생각이 오히려 긍정적으로 작용했지요. 앞으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 또 공을 많이 받다 보니까, 조금이나마 경험이 쌓이면서 좋아졌어요. 결정적인 건 시즌 중에 리시브를 오버핸드로 바꾸면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오 시즌이 끝난 시점에 돌이켜봤을 때 세워놓은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한 거 같나요?
손 한참 부족하죠. 그렇지만, 지난 시즌보다는 나아졌다는 것에 만족은 아니더라도 저를 위로하고 있어요. 다음 시즌에 대한 의지가 더 커졌죠.
오 다음 시즌 목표에 대해 생각해볼까요?
손 너무 많아요. 가장 큰 건 일단 리시브. 지금 성공률이 50%가 안 되는데 성공률을 높여야 되고, 더 안정을 찾아야죠. 공격은 좀 더 빠르게 해야 하고요. 제가 힘이 많이 들어가는 스타일이라 힘을 빼고 하는 연습을 계속 할 거예요. 맘대로 안 되긴 하지만요. 서브는 시즌 막판에 감이 좋아 그걸 유지하려고요.
#여기서_잠깐② #공격vs수비 #손현종의 선택!
오 대학교 때까지만 해도 정말 제일 화끈하게 때리는 선수였잖아요. 프로에 와서 리시브가 최우선이 됐는데, 솔직히 공격 욕심 안 나나요?
손 공격이요. 때리면 좋죠. 근데 안 때려도 상관없어요. 딱히 연연하지 않아요.
오 내가 이 팀에서, 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나만의 강점 딱 하나만 꼽아보라면.
손 높이.
오 내가 이 자리를 계속 지키기 위해, 확실하게 보여줘야 하는 부분을 꼽아본다면.
손 리시브. 저보다 리시브를 더 잘하는 선수가 없을 만큼.
오 잘하는 걸 살리는 것과 못하는 걸 보완하는 것, 둘 중 고르라면?
손 저는 못하는 걸 보완하고 싶어요. 수비.
오 내가 모든 것들 중에서 훈련을 딱 하나만 할 수 있다고 한다면!
손 리시브.
#이경수 #제2의이경수 #그저_감사
오 이제 앞을 내다봐야죠. 배구선수로서의 목표. 훗날 어떤 선수로 남고 싶나요?
손 롤 모델은 경수 형이에요.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요소 하나하나를 다 닮고 싶어요. ‘제2의 이경수’라고 잠깐 이야기 들었었죠(웃음). 되게 부담스러워요. 제가 어떻게 경수 형의 빈자리를 메워요. 반만 닮아도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하는데요. 한참 부족하죠.
오 특별히 이런 부분을 닮고 싶다! 하는 건요?
손 경수 형이랑 저랑 나이차도 많이 나고, 같이 경기를 뛰기 보다는 제가 항상 바라만 봐온 거거든요. 그래서 특별한 뭐다 보다는, 그냥 다 닮고 싶어요. 아니 반이라도. 그런 선수로 남고 싶어요.
오 근데, ‘제2의 이경수’라는 게 괜히 나온 이야긴 아니지 않을까요?
손 경수 형이 부상 당했을 때 제가 그 자리에서 뛰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오 특별히 손현종 선수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손 음… 키가 커서? 기회를 많이 주신 덕분이죠. 앞으로 더 성장해야죠. 저는 제가 잘해서 경기 뛴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 없어요. 정말 운 좋게 기회를 받은 거죠. 그냥 항상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거든요. 내가 잘 해서 이겨야겠다는 생각 말고, 진짜 팀에 도움을 준다는 생각만이요. 큰 바람은 없어요. 매년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목표에요.
오 배구인생을 돌아봤을 때, 이것에서만큼은 최고로 남고 싶다.
손 음… 그런 건 한 번도 생각 안 해봤는데, 뭐가 있을까요? 그냥 잘했던 사람. 한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다 잘했던 사람.
오 그렇죠. 사실 손현종 선수 자리가 뭐 하나 기록을 세우기는 힘든 자리기는 하죠.
손 네, 그러니까 그냥 손현종 하면 ‘잘한다’ 느낌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고 싶어요. 갑자기 생각하려니까 좀 힘들기는 하네요. 하하.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오 그럼 마지막으로, 내 인생의 신조. 난 이런 인생을 살겠다.
손 ‘할 수 있다.’ 왜 그러냐면 대학교 때 제가 자신감이 되게 없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최천식 감독님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할 수 있다’를 계속 쓰게 했어요.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마음속에 새기게 됐죠. 할 수 있다!
오 저도 배워봐야겠네요. 이렇게 인터뷰는 다 마쳤습니다. 혹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손 모두에게 얘기하고 싶어요. 내년 시즌엔 정말 잘할게요. 진짜로.
------------
스파이크 질문!
배구란? 너무 어려운 것.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여전히 어려운 것.
이경수란? 그냥 대단한 분. 말 그대로 레전드. 진짜 경수형 하는 거 보면 감탄이 절로 나와요. 그냥 전부 다.
리시브란? 풀어야하는 숙제.
황민경이란? 남매. 처음에는 장난인줄 알았어요. 근데 진짜 닮았나 봐요. 제가 봤을 땐 닮았나? 싶은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TO SOMEONE SPECIAL
엄마.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살았으니까 앞으로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글/ 오효주 KBS N 아나운서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5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