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저는 리베로입니다” KB손해보험 전영산 단장

최원영 / 기사승인 : 2016-06-23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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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 전영산 단장(53)은 배구계에선 새로운 얼굴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3월 단장으로 부임해, 배구 팬들과 대면할 물리적 기간은 짧았다. 물론 연고지 구미 팬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것은 당연하다. KB국민은행, KB국민카드를 거쳐 KB손해보험이 출범하면서 고객부문장(상무)으로 합류하였다가 지난 3월부터 홍보업무를 관장하게 되면서 단장역도 겸임하게 되었다.



잘 알다시피 KB손해보험은 지난해 6월 24일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을 인수하면서 자회사로서 출범하였다. 그렇다면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은 언제부터 시작일까? 그 뿌리는 정확히 1976년,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교롭게도 그 해 6월 24일, 럭키금성그룹은 금성통신배구단을 창단했다. 금성통신배구단 탄생은 민간 실업배구단 출현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예고했다. 이후 고려증권 현대자동차써비스 대한항공 팀이 속속 창단되면서, 지금과 같은 운영체제의 기초를 다졌다. 금성통신배구단은 럭키화재배구단-LG화재배구단-LIG손보배구단으로 이어지면서 지금 KB손해보험까지 맥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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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단장과의 만남은 5월 2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KB손해보험빌딩 3층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배구 팬들에게 본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저는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 단장을 맡고 있습니다. 사내에서는 고객부문장을 담당하고 있고요. 이전에는 주로 개인금융, VIP 마케팅 등 고객을 위한 업무를 주로 하였습니다. 다른 금융회사들이 그렇겠지만, 보험회사는 고객이 그 무엇보다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고객관리차원의 다양한 사업계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소비자 보호를 통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고객에게 저희 회사가 최고 손해보험 회사임을 알리는 홍보업무도 함께 관장하고 있습니다. 배구단 역시 고객, 나아가 저희 배구단을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에게 최고의 경기를 선사하여 고객감동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고객부문장은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업무인 듯합니다. 배구단 단장까지 맡아 어려운 점은 없으신지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지금까진 없습니다. 저와 김태식 부단장(소비자보호본부장)은 배구단 일을 맡기 전까지는 솔직히 배구를 잘 몰랐습니다. 부임 이후 배구단 프론트(사무국)로부터 많은 내용을 물어보고 공부하고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직접 귀 기울여 많이 듣고 고민하여 해결해주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든 업무가 그러하듯 한 가지에만 집중한다면 좋은 것일 수 있겠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업무를 맡게 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점에서 많은 것을 도와주는 저희 부단장과 프론트 직원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전 단장은 배구가 ‘익숙하지 않다’고 말했다. 혹 배구와 인연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니 큰 애가 걸음마를 할 즈음, 모 백화점에서 쇼핑하던 중 누군가와 부딪혀 넘어졌는데 그 사람을 쳐다보던 아이가 뒤로 넘어졌다고 했다. 알고 보니 그 분이 강만수 감독이더라며 ‘정말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억했다. 그리고 마케팅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직원들이 막강한 공격수라면, 고객관리와 홍보 등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자신은 배구경기에 있어 ‘리베로’에 견줄 수 있을 거라며 웃었다.



팀은 40년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올드 팬들은 그간 성적에 대해 아쉬움이 큽니다.


LIG손해보험에서 KB손해보험으로 사명이 바뀐 지난 2015년 6월 24일은 KB손해보험으로는 창립기념일이라 할 수 있겠지만, 배구단으로 보자면 창단 39주년이자 KB손해보험 스타즈 배구단 창단 첫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 6월 24일은 창단 40주년이자, KB배구단 창단 1주년 해가 되는 셈입니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는 팀이기에 연고지(구미)를 비롯한 대한민국 올드 팬 분들이 정말 많이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프로출범 이후 괄목할만한 성과가 나타나진 못해 아쉬운 점이 많지만, 앞으로 팀이 점점 나아질 거란 믿음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지만 기대감은 부담감의 이복형제라 합니다. 너무 욕심을 내거나 미리 걱정하지 말고 오늘 할 수 있는 것만큼 집중하면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KB손해보험으로 한 시즌을 치렀는데 소감은 어떠셨는지?


아쉬움이 많이 남았습니다. 사명 변경 후 첫 시즌이라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는데,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다들 저희보다 준비를 더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시즌 초반 10연패를 겪는 동안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 코칭스태프도 많이 힘들어 했습니다. 주변에서 많은 우려를 하기도 해서, 이렇게 있어선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실제로 인천계양체육관에서 대한항공을 꺾고 10연패를 끝내던 날, 프론트와 코칭스태프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하니 그간 마음고생이 느껴졌다.)



그래서 어떻게?


감독과 선수들 사기를 올려주고 싶었습니다. 배구단 사기가 결국 회사 전 직원들 사기 고취와 직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숙소 내 침대, 매트리스, 의료시설, 운동기구, TV, 냉장고, 안마의자 등을 모두 바꿨습니다. 이와 함께 체육관, 전력분석실, 치료실 환경도 일체 바꾸어 주었습니다. 시즌 마치고 선수들 휴가 기간 중에는 숙소 도배, 도색까지 마무리를 했지요. 사내에 배구후원회가 있습니다. 회사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후원회인데, 여기를 통해서 선수들에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경기 일정 등을 감안하여 보양식도 수시로 지원하였습니다. 힘내라고 하기보다는 힘을 주고자 했습니다. 배구단을 사랑하는 마음이 잘 전달되었는지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이기는 배구를 하고자 열심히 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멋진 경기를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 점은 감독 선수들도 모두 같은 마음입니다.



전 단장은 최근 언론계에서 법률, 의료 전문가 출신 기자를 채용해 독자가 본 시각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는 사례를 들면서, 단장 자신은 팬 입장에서 구단을 바라본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상대 팀과는 경쟁관계, 동료선수들간에는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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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FA 협상기간에 이선규 선수를 영입하셨습니다.


지난 시즌 저희 팀에 부족했던 포지션이 센터였습니다. 시즌 준비를 했지만, 개막 직전 주전 선수 부상으로 전력에 차질이 발생해 아쉬웠습니다. 선수 보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느꼈고, 감독, 코치, 프론트 등에게 선수 보강할 기회가 생기면 절대 놓치지 말라고 당부를 하였습니다. 마침, 그러한 바람이 이루어진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선규 선수는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선수로 알고 있습니다. 팀 중앙 공격이 살아나고, 국가대표급 센터가 저희 팀에 들어왔다는 그것만으로도 선수들에게는 자신이 속한 팀에 대한 기대감이 나타나고 분위기 쇄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성형 감독도 착실하고 꼼꼼하게 선수 관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그 무엇보다 선수들에게 승리의 열망이 살아 숨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전 단장은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리듬체조 손연재 선수를 거명했다. 두 선수 모두 동년배 선수들 가운데서는 유독 많이 넘어지고 자빠진 노력 끝에 정상에 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구단도 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승부에서는 치열하게, 훈련과 생활 면에서는 성실하게 임하는 모습이 팀 컬러로 정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선규 선수 영입으로 높이가 높아진 만큼, 팀 순위도 올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이 처음 시행되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요?


다행히 2순위 지명권을 획득해서 팀이 원하는 선수를 지명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사무국장이 구슬색깔(노란색)을 잘 골라 행운이 따라온 것 같습니다(웃음). 제도는 첫 시행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한 제도는 없습니다. 시행하면서 조금씩 보완해서 다듬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트라이아웃을 통해 국내 선수들 점유율도 올라가고, 전체 외국인 선수들 기량 편차가 상당수 줄어든 만큼 나름 성공적이라 생각합니다. 외국인 선수만으로 팀 성적이 절대적으로 결정되어서는 발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승리를 위해서는 모든 선수가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마케팅 활동이 활발합니다.


저는 구단과 팬들의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와 달리 팬들이 접하는 매체가 매우 다양합니다. 스마트폰, 인터넷, 방송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때문에, 저희는 온-오프라인에서 팬들과 소통을 위해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고 좋은 방법은 꾸준히 추진한 결과라고 판단합니다. 배구단 프론트에서도 이러한 점을 잘 이해하고 있어 페이스북, 구단홈페이지, 네이버 등에 구단 소식을 자주 등재하여 많은 팬 분들이 쉽게 접하게 하고 있습니다. 소소한 내용이라도 온라인을 통해 팬들에게 알리고자 실무진들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한, 스포츠마케팅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챌린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구단 마케팅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평가 등을 통해 개인에게는 자신의 꿈과 목표를 이루어가는데 간접적인 도움을 주고, 저희 구단은 젊은 학생들을 통해 신선한 아이디어와 의견을 수렴하여 구단 마케팅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 부탁 드립니다.


비시즌 중에 미리 선발해서 마케팅과 관련된 교육을 실시하고, 시즌에 들어서면 전 경기를 직접 저희와 함께 움직이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적극 참여하려는 의지가 강해 제가 그 이유를 물어보니 다른 구단에서는 보통 파트타임 역할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KB스타즈 배구단 만큼은 직접 참여할 기회를 주니 신이 나서 더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내심 뿌듯한 기분도 들었고, 차후에 이 프로그램을 더욱 활성화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챌린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학생들 상당수는 지금도 배구단 프론트와 자주 연락하며 아이디어를 주고 받는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팬들이 저희들보다 선수들에 대한 신상이나 정보를 더 많이 알고 있는 경우도 많고, 관련 블로그 활동도 활발합니다. 팀 성적도 팬들 호응에 걸맞게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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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중 프랜차이즈 스타 이경수 선수에게 성대한 은퇴식을 열어주셨습니다. 주위에서 매우 좋은 평가를 내리던데요.


다른 팀에서 2세트 타임아웃을 활용해서 은퇴식 행사를 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나름 배려한 행사로 생각은 되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보니 선수 개인에게는 매우 소중한 순간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에 공헌도가 있고 큰 역할을 해준 선수라면 정말 진심 어린 축하를 받아야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경수 선수 은퇴식은 제대로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지난 시즌 말미에 주말 홈 경기가 있어 많은 팬 분들 앞에서 은퇴식을 열어주어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프론트를 통해 전달 받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배구 선수 역사상 은퇴식을 이렇게 화려하게 해준 전례가 없다고 하더군요. 특히 은퇴식 진행을 중계해준 방송사에도 이 기회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 말씀 드립니다.



최근 KB배구단은 홈커밍데이 행사를 치렀다. 이 행사는 지난 3월 취임한 양종희 사장이 사내를 순시하면서 계기가 마련되었다. 각 부서를 돌아보던 사장에게 유독 키가 큰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이들은 바로 회사 아마추어 신분으로 배구단을 거쳐간 선수들로 은퇴 후 회사 업무파트에서 근무하는 중이었다. 이들에 대해 ‘성실히 근무하고 부서원간 화합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부서 내 호평이 잇따르자, 사장이 ‘이들은 회사 브랜드 가치를 키우는 데 애쓴 직원’이라며 사기 진작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려, 이 참에 사내는 물론 외부로 진출한 인사들도 모두 초청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선수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은.


1982년 프로야구 출범 당시를 소재로 한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소개된 내용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책에서는 당시 꼴찌였던 삼미슈퍼스타즈는 ‘평범한 삶’ 5위 롯데자이언츠는 ‘꽤 노력한 삶’ 등으로 평가했습니다. 우승했던 OB베어스에 대해서는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지난 시즌 우리도 나름대로 준비하고 노력했지만 경쟁 팀들이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하는 사이 우리 팀은 그저 ‘꽤 노력한’ 수준에 그친 건 아닌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간만 흐른다고 미래가 되진 않습니다. 선수 개개인과 팀 모두에게 리셋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모두가 열심히 준비해서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팬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저희 KB배구단에게 끊임없이 응원과 성원을 보내주시는 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 드립니다. 팀이 더욱 단단해지고 내실 있는 운영이 되도록 구단에서도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대하는 그 이상의 것을 만들도록 지금도 최선을 다하는 저희 배구단에게 많은 사랑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있어, 지금의 저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pilogue
전 단장은 인터뷰를 처음 해본다며 어색해 했다. 지난 호 인터뷰이 한국전력 공정배 단장은 사진이 정말 잘 나왔다며 자신도 포토샵 해달라고 살짝 부탁(?)도 했다. “평소 말 수가 적어 인터뷰가 본인에게는 힘들었을 것”이란 이상엄 과장 염려와 달리 전 단장은 핵심만 꼭 짚어 전달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전 단장이 연패에 시달리는 강성형 감독에게 말했다는 일화 하나.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샷은 무엇? 정답은 다음(next) 샷! 패배에 얽매이지 말고 다음 경기에 집중하라는 뜻. 전 단장은 새로운 식구(이선규 선수)를 환영하러 선수단 숙소로 간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글/ 김동준 편집장


사진/ 문복주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6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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