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배구하자!
‘배구도시’ 화성에서 피어나는 새싹
‘KOVO 유소년 배구교실’ 발안초·한울초를 다녀오다
약 60여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시장 채인석)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배구도시다. 남양초-송산중-송산고, 나아가 실업팀 화성시청까지 이어지는 육성 및 연계시스템 구축이 잘 되어 있다. IBK기업은행은 적극적인 지역 밀착마케팅을 펼치며 연고지 팬 구축 확보에 힘썼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발안초등학교, 한울초등학교에 유소년 배구교실을 개설,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힘썼다. 발안초, 한울초를 방문해 배구 새싹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게 해주고 싶었어요’ 화성 발안초등학교
1935년 5월 발안간이학교로 개교, 1996년 발안초등학교(교장 박종석)로 교명을 변경한 이래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배구와 인연을 맺은 때는 2015년이었다. KOVO와 연계하여 매주 화요일 4, 5학년을 대상으로 방과후 수업 포함 3~6교시, 수요일 6학년 대상으로 1~4교시에 수업을 진행한다. 박 교장은 “용품 지원 등에 그치지 않고 지도자를 직접 파견해 아이들에게 배구를 가르쳐주는 부분에서 좋은 프로그램이라 생각했다”라고 유소년 배구교실 개설을 반겼다.
시작한지 2년 만에 배구교실은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수업으로 거듭났다. 교내에서 참여율이 가장 높은데다, 학부모들도 배구교실에 절대적인 신뢰를 보내고 있다. 아이들은 배구를 할 수 있는 화, 수요일만 기다릴 정도다. 박 교장은 “학교 내에서 배구에 대한 좋은 인식이 지배적이다. 일례로 해마다 경기도 교육청에서 만족도 지수를 조사하는데, 우리 학교가 경기도 내에서 행복지수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만큼, 배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불어넣었다”라고 언급했다.
6월 14일 오전 발안초등학교. 이날은 15일 화성시 내 학교스포츠클럽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첫 교시부터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2교시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아이들은 하나 둘씩 체육관에 입장, 신발을 신고 네트 앞에 모였다. 아이들은 인사를 하고 난 뒤, 준비운동에 돌입했다.
그런데, 스트레칭만 할 것이라 여겼던 예측을 뒤엎고 아주 요란하게 진행됐다. 2인 1조로 짝을 지어 점프를 하고, 스파이크를 하기 위한 스텝을 밟고 달리는 등, 스트레칭 보다 활동적인 면에 중점을 뒀다. 서명희 지도자는 “배구만 하면 아이들이 흥미를 금방 잃는다”며 “처음에 아이들이 움직이면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배려도 함께 했다. 아이들도 준비운동을 하는 동안에는 진지한 모습이었다.
이날 진행될 수업내용은 ‘공격‘이었다. 아이들은 “공격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여 이 수업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라고 반겼다. 주목할 점은 체육관 내 네트 옆에는 높이가 다른 스파이크 훈련기가 설치되어 있었다. 서 지도자는 “동작을 세분화해서 교육을 진행하고, 아이 한 명이 최대한 공을 많이 때릴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서 지도자가 의도한 대로였다. 아이들은 높이가 낮은 스파이크 훈련기 앞에서 스윙자세를 가다듬었고, 높은 곳에서는 스텝을 밟고 공을 때리는 데 중점을 뒀다. 때에 따라서 서 지도자가 높이를 살짝 낮추며 공을 치는 데에 중점을 뒀다. 이 과정 모두 소화하고 나면 네트 앞에서 서 지도자가 올려주는 공을 ‘하나 둘 셋’ 구령에 맞춰 스파이크를 때렸다, 높이가 다른 스파이크 훈련기와 네트를 왔다 갔다 한 덕에 휴식을 취하고 있거나 장난을 치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숨 돌릴 시간이 있었다면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아이들은 수업 중 어느 누구도 한눈 파는 아이 없이 교육에 임했다. 물론, 수업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아이들은 막간을 이용해 경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다음 수업을 기약하며 체육관을 떠나야만 했다. 그만큼, 이들 마음속에선 배구가 가장 재미있는 놀이고 오매불망 기다려지는 수업이다.
INTERVIEW
박종석 교장 발안초등학교
배구교실을 시작하게 된 계기?
2015년에 처음 시작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유소년 배구교실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유 속에서 질서와 배려를 배울 수 있다는 취지가 너무 좋았다. 또한, 지도자를 학교로 파견해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아이들이 배구를 통해 즐거움도 느끼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에 배구교실에 상당히 만족한다.
배구를 통해 아이들에게 닥친 변화가 있다면?
아이들이 생활함에 있어 서로를 알아가며 배려하고 협동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즐겁고 자유롭게 생각, 행동할 수 있게 됐다.
교내에서 배구교실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오전부터 스포츠클럽 중심으로 14개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는데, 가장 인기가 높은 종목이 배구다. 신체활동을 통해 학습효과가 높아지기에 교사들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서명희 지도자는?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고 진행을 잘 한다. 아이들이 배구하는 시간만 기다린다고 할 정도니 말 다했다. 할 수만 있다면 내년에도 맡아주었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계획?
배구 저변 확대를 위해 티가 나지 않더라도 KOVO 유소년 배구교실은 교육적인 측면에 따라 활성화되어야 한다, 학교에서도 운영이 잘 될 수 있게끔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또한, 짧게는 스포츠클럽 대회 참가부터 장기적으로는 저변 확대 및 학교 위상을 높이는 차원에서 팀을 창단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배구와 사랑에 빠졌어요’ 화성 한울초등학교
6월 17일. 한울초등학교(교장 천창혁)를 찾았다. 운동장에서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을 뒤로한 채 곧장 체육관으로 들어갔다. 2교시 시작하는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체육관 한편에 모여있는 아이들은 배구공을 가지고 네트 앞으로 모였다. 아이들이 배구 시간만을 기다렸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2008년 개교한 한울초는 56학급 1,600여명 학생수를 보유, 화성시 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학교다. 2015년 4월에 한국배구연맹(KOVO)과 MOU를 체결, 배구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2년째 되는 올해, 학교 내에서 배구가 제일 먼저다. 오죽하면 배구 수업을 하고 있는 중에는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체육관 사이드에서 타 수업을 진행하는 등, 학교 차원에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수업은 매주 월, 목, 금요일 2교시부터 방과 후까지 교육이 진행된다, 이날 역시 2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아이들이 일제히 네트 앞에 모였다. 예정된 수업 내용은 공격이었다. 준비운동을 한 뒤, 2인 1조를 이뤄 서로 공을 주고받기를 반복했다. 스파이크를 때리기 전 스윙 자세를 가다듬기 위해서였다. 이내 언더 핸드, 오버 핸드 서브 훈련까지 마친 뒤, 본 수업에 돌입했다. 학생 수가 30여 명에 달했던 만큼, 서명희 지도자 혼자서는 쉬는 아이들이 있을 법 했다. 이를 방지하고자 동행한 김재균 교사가 도우미를 자처했다.
아이들은 서 지도자 구령에 맞춰 네트 앞에서 스텝을 밟고 공을 때렸다. 네트 한편에서는 스파이크 훈련기를 이용, 스텝을 밟고 스윙하는 자세를 잡았다. 너무 수업에 열중한 나머지 훈련기에 달려있는 줄이 끊어질 정도였다. 그만큼, 배구 수업에 대한 집중도가 높았다는 증거다. 천 교장도 수업이 진행되는 내내 아이들 옆을 지켰다.
사실, 천 교장은 교내에서 소문난 배구광이다. 지난해 7월에 열린 제6회 KOVO컵 유소년 배구대회가 개최된 김천을 찾아 목이 터져라 응원했다. 천 교장 응원 덕에 중학년부에 출전한 선수들은 3위에 입상, 학교 명예를 높였다. 학교를 방문하기 이틀 전에는 화성시 내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출전, 3팀 중 2위를 차지했다.
그는 “등수에 연연하지 않고 조직력, 순발력, 민첩성을 길러 도전했다는 데 의의를 둘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그저 지켜볼 뿐 아니라, 교직원들과 함께 직접 배구를 즐긴다. 오죽하면 유니폼까지 따로 맞출 정도다, 마침 방문한 날에 새 유니폼이 도착했고, 보자마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은 배구 시간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 학교에선 배구가 무조건 최우선이다. 배구로 인해 단결한 한울초등학교. 그들은 배구와 사랑에 빠졌다.
천창혁 교장 한울초등학교
배구교실을 시작하게 된 계기?
아이들이 단체 활동을 통해 체력, 협동심을 기르는 데 좋은 운동이다. 마침 KOVO에서 도와준 덕에 시작하게 됐다.
배구교실 시작한 뒤 학교에 생긴 변화?
협동심이 길러지고, 아이들이 서로 이해하게 됐다. 여기에 신체활동을 통해 수업 집중도가 높아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학교 내에서 배구에 대한 관심도?
무조건 배구가 우선이다. 배구 수업이 진행될 때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체육관 사이드에서 다른 수업을 진행할 정도다.
앞으로 계획?
배구교실을 통해 저변 확대, 선수 육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이를 통해 먼 미래에 우리학교 출신 국가대표가 배출되길 바라지만, 현재는 즐기는 것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길 바랄 뿐이다.
글/ 권민현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