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날아든 낭보.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2012 런던 올림픽에 이어 2년 연속 올림픽 무대에 나서게 됐다. 이제 목표는 뚜렷하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의 아쉬움을 만회하고 시상대에 서는 것. 메달을 향해 힘든 시간들을 참고 견디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는 선수들. 이정철 감독의 마음 역시 뜨겁다.
3가지 동기부여
런던 올림픽을 생각하면 두고두고 아쉬울 뿐이다. 잘 싸웠지만 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3-4위전으로 밀려났다. 동메달을 두고 만난 상대는 일본. 예선전에서 3-1로 이긴 바 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한국을 외면했다. 두 번 웃어주지 않았다. 0-3 패배. 메달에 대한 희망은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아직도 진하게 남아있는 아쉬움. 이정철 감독은 그 아쉬움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3가지 동기부여에 대해 전했다. 앞서 말했듯이 런던 올림픽 당시 잘했음에도 아쉽게 메달을 따지 못한 속상함이 그 중 하나. 또 다른 하나는 한국에 배구가 도입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는 것. 마지막 하나는 1976년 선배들이 구기 종목 사상 처음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이후 40년이 되는 해라는 것이다. 이정철 감독은 이 같은 동기부여를 전하며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더욱 더 의지를 불태우길 바랐다.
메달 전초전이 될 6번째 경기
우리나라는 개최국인 브라질 포함 러시아, 일본, 아르헨티나, 카메룬과 함께 A조에 속해있다. 반대편 B조에는 미국, 중국, 세르비아, 이탈리아, 네덜란드, 푸에르토리코가 포진되어 있다.
이정철 감독은 냉정히 한국을 평가했다. 한국 순위는 8위 정도 되지 않을까 판단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도 있듯이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이정철 감독은 결국 6번째 경기가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8강에 올라가는 건 수월할거라 예상한다. 따라서 예선전 5경기를 모두 치른 뒤 맞게 될 6번째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물론 예선전을 잘 치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어떻게 올라가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경기에서 그 동안 쌓아온 경기력이 나오면 그 다음부터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6번째 경기에 어떤 상대와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이정철 감독 생각 역시 깊어지고 있다. “6번째 상대가 어딘지 생각 안 할 수는 없다. 예선전 3경기를 반드시 이긴다는 전제 하에 6번째 경기에서 맞붙게 될 상대가 관심 대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 우리가 6번째 경기를 치르기 위해서는 예선전부터 차근차근 밟아가야 한다. 그의 생각 역시 마찬가지. “브라질과 러시아와의 경기 결과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 결과가 6번째 어느 팀을 만나느냐를 결정할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예선전 경기는 다 잘 치러야 한다.” 이정철 감독은 “우리 조에서는 브라질과 러시아가 강 팀이다. 브라질은 모든 걸 갖추고 있으면서도 기본기가 좋아 어려운 상대다. 러시아는 워낙 높이가 높다. 일단 일본과 아르헨티나, 카메룬을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동메달 무산의 아픔, 설욕한다
8월 6일 한일전을 시작으로 올림픽 일전에 돌입하는 한국. 첫 경기도 매우 중요하다. 이정철 감독 역시 “첫 경기를 잘 치러야 한다”라고 그 중요성에 대해 말했다. 더군다나 상대는 일본. 지난 올림픽 최종 예선전에서 일본을 상대로 승리했지만 아직 갚아야 할 빚이 있다. 올림픽 무대에서 설욕한다는 것이 각오. 이정철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의지도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분위기는 희망적이다. 이정철 감독은 “지난 런던올림픽 예선전에서 승리했을 때 경기력보다 리우올림픽 최종예선전에서 보여줬던 경기력이 훨씬 좋다”며 “우리 선수들이 일본에 대한 공포감도 많이 회복됐고 밀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정신적인 부분이 이제는 잡혀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준비도 착실히 하고 있다. 일본 선수들이 변칙 공격에 능한 만큼 반복적인 수비 훈련을 통해 극복하려 한다. 이정철 감독은 덧붙여 “일본 세터 다케시다가 은퇴하면서, 일본은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세터가 헤쳐 나가는 부분이 과거보다는 떨어진다. 그걸 노려야 한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우리의 경기력. 범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에 아무래도 집중 공략이 될 김연경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되어야 할 것. 이정철 감독은 “상대가 김연경에 대해 대비를 많이 한다는 것은 우리한테 있어서 장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 한다”라며 “최종 예선전에서도 다른 선수들이 잘해줬다. 그리고 다른 선수들이 활약해준다면 오히려 그 때는 역으로 연경이 비중을 높일 수도 있다. 그 부분은 경기를 치르면서 맞게 운영해가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연경은 물론 전 선수가 자신 포지션에서 제 역할을 해준다면 상대를 이길 수 있는 경기를 할 것이라 생각 한다”라고 덧붙였다.
리우, 희망의 땅 될까
올림픽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대표팀은 지난 달 23일부터 28일까지 네덜란드로 넘어가 전지훈련을 가진 후 기회의 땅이 될 리우에 입성했다.
그동안 선수들에게 “견뎌라, 참아라”라고 말했다던 이정철 감독은 이제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 잘해라”라는 말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연습을 잘해왔다고 하더라도 몸에 무리가 오면 준비한 것들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 그리고 그만큼 올림픽이 가까워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이정철 감독은 마지막으로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장점을 최대한 뽑아내려 한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도 극대화시켜 위기관리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를 잘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글/ 정고은 기자
사진/ 신승규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8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