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소리 없는 영웅, 삼성화재 리베로 부용찬

최원영 / 기사승인 : 2016-09-15 03:45: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때때로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나를 위로해주는 듯한 노래가 있다. ‘내 인생의 OST’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보는 힐링캠프. 두 번째 주인공은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게 된 리베로 부용찬(27)이다. 그는 팔에 ‘언성 히어로(Unsung Hero)’를 새겼다. 팀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숨은 영웅이라는 뜻이다.


160803YW_삼성화재_부용찬_인터뷰_09.jpg


부용찬의 OST PART1. 제이레빗 ‘요즘 너 말야’
'힘이 들고 주저앉고 싶을 땐 이렇게


기쁨의 노랠 불러 씩씩하게 언젠가 모두


추억이 될 오늘을 감사해 기억해 힘을 내'


#뛰어난_운동신경 #외로운_타지생활 #축구보다_배구


부용찬은 제주 토평초에서 배구를 시작했다. 배구부 창단 멤버였던 친형을 따라 체육관을 다니다 자연스레 접하게 됐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어떤 종목이든 운동선수가 되고 싶었다.


“달리기가 빠르고 운동 신경이 좋았어요. 체육선생님 권유로 배구를 시작했는데 이렇게 잘 됐죠.” 사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배구를 그만두려 했다. 이유는 단 하나, 키 때문이었다. 지금도 키는 173cm로 리베로인 것을 감안해도 작은 편이다.


“키가 너무 작아서 안 하려 했는데 전남 벌교중학교에 스카우트 됐어요. 공 차는 걸 좋아해서 축구선수를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말이죠(웃음). 아마 축구 했으면 대학도 못 갔을 거예요. 왠지 그랬을 거 같아요. 배구하면서 제가 참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어요. 인복이 좋았죠. 결국 운 좋게 프로선수가 됐으니까요.”


결국 배구를 선택해 벌교중학교 입학을 결정한 부용찬은 고향 제주도를 떠나 전라남도 벌교로 올라왔다. 어린 나이에 홀로 시작한 객지생활은 생각보다 힘겨웠다.


“제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에요. 가족이 그리웠죠. 심리적으로 정말 힘들었어요. 물론 숙소생활을 하니 숙식이 해결돼 편하긴 했죠. 그런데 운동부는 작은 사회잖아요. 그 속에서 혼나면서 배우고 성장했죠. 그게 저를 조금이나마 사람으로 만들어준 듯 해요. 제가 성격이 괴팍하거든요. 고집도 세고요. 단체생활을 하면서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부용찬은 줄곧 공격수였다. 그러나 단신인 탓에 항상 벤치만 지키는 신세였다. 벌교제일고 진학 후 리베로로 포지션을 바꿨다. “제가 잔 부상이 많은 편이에요. 어릴 때는 공격하다 보면 어깨나 허리가 아프고 그랬어요. 그나마 부상이 적은 리베로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키가 커서 공격수를 했다면 아마 은퇴를 무척 일찍 했을 거예요.”


#뜻밖의_1라운드 #디그형(型)_리베로 #리시브에_관하여


한양대 졸업 후 2011~2012시즌 1라운드 3순위로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에 입단한 부용찬. 자신 이름이 불리자 화들짝 놀랐다. 1라운드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2라운드 정도에 대한항공에서 뽑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혼자 계획을 세웠죠. 지금은 은퇴한 최부식 선수 밑에서 배우다가 주전으로 발돋움해야겠다고요. 그런데 1라운드에 덜컥 뽑힌 거예요. 그 순간 지금까지 고생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어요. 어머니께서 드래프트 현장에 오셨는데 무척 좋아하셨죠.”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기쁨에 젖은 그는 “그때부터 잘 풀려서 계속 주전 리베로로 경기도 뛰고 국가대표로 태극기도 달게 되었어요”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리베로 부용찬은 디그는 잘하지만 서브리시브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본인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


160803YW_삼성화재_부용찬_인터뷰_20-1.jpg


“리시브 많이 부족하죠. 저는 디그에 적합한듯 해요. 그래서 리시브 형 리베로들이 부러워요. 더 안정적이잖아요. 제가 지도자였어도 리시브 형 리베로가 더 좋을 듯 해요. 요즘 리시브 연습에 공을 들이고 있어요. 신인 때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느껴요. 리시브에 비중을 더 둬야겠지만 디그도 분명 팀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그 장점을 살리려고요.”


그에게 디그를 너무 잘해서 한편으로 리시브가 약해 보이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해명하기 보다는 인정해야겠죠. 못하는데 잘한다고 할 순 없잖아요. 솔직히 가족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해줘요. ‘네가 디그가 뛰어나니까 리시브가 아쉬워 보이는 게 아닐까?’라고요. 근데 냉정하게 봤을 땐 제가 부족한 게 맞아요.”


본인을 ‘디그 형 리베로’라고 칭하는 부용찬. 그래서일까? 경기 중 부용찬은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플레이를 자주 선보인다. 지난 2015~2016시즌에는 수비하느라 안전펜스 밖으로 뛰어드는 바람에 치어리더와 충돌하기도 했다. 부용찬이 멋쩍게 웃었다.


“제 디그 하나가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래서 더 뛰어다니죠. 리시브에서 한 번 실수를 하면 디그로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요. 리시브와 디그 모두 잘하는 선수가 돼야죠. 연습하다 보면 발전하지 않을까요?”


부용찬의 OST PART2. 들국화 ‘걱정말아요 그대’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삼성화재_보상선수 #뜨거운_안녕 #울지않는_남자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3일까지 열린 2016월드리그에 부용찬은 정성현(OK저축은행)과 함께 리베로 포지션에 이름을 올렸다. 5월 11일부터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훈련하는 도중 소속 팀이 바뀌었다. 6월 3일, 삼성화재가 KB손해보험으로 FA이적한 이선규 보상선수로 부용찬을 지명한 것이다.


“월드리그를 준비하다 소식을 들었어요. 눈 앞에 큰 대회가 있기 때문에 사실 실감이 잘 안 났어요.” 부용찬은 LIG손해보험 입단 후 현재까지 다섯 시즌 동안 한 팀에 머물렀다. 정든 팀을 떠나려는 마음이 복잡했을 터.


“처음엔 어리둥절했어요. 저는 신인 때부터 팀에 뼈를 묻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삼성화재에서 저를 필요로 했다는 거잖아요. 그 사실 자체가 감사하고 설레었죠. KB손해보험에서 저를 버렸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요. 섭섭함은 없었어요.”


이제는 어엿한 삼성화재 선수가 됐지만 여전히 마음 한 켠에는 KB손해보험 팬들에 대한 미안함이 남아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 같은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KB손해보험 연고지였던 구미 팬 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커요. 팀에 오래 있었는데 한 번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잖아요. 제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 아쉽죠.”


정든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도 물었다. “모두 친하게 지냈죠. 제가 시즌 때마다 항상 힘들어 하는데 (김)진만이 형이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고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영혼 동반자였죠. 양준식, 손현종 등 동생들도 저를 잘 따라줬고요. 그래도 앞으로 안 볼 사이는 아니니까 괜찮아요.”


160803YW_삼성화재_부용찬_인터뷰_25.jpg


눈물은 나지 않았다. 오히려 걱정이 더 앞섰다. 월드리그를 마치고 일주일 휴식 후 삼성화재에 합류한 부용찬은 그 시간 동안 충분히 마음 준비를 했다.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제가 삼성화재에 와서 해야 할 역할이 크다는 걸 알기 때문에 부담감이 조금 있었죠. 근데 잘됐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제가 KB손해보험에서 계속 주전으로 뛰면서 현실에 안주하는 게 있었어요. 프로선수로서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방심한 거죠. 그런데 이곳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잖아요.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어요.”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부용찬을 끊임없이 격려했다. “저를 높게 평가해주시는 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감사했죠. 제가 잘 못 하는 부분을 해낼 수 있게 긍정적인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정말 도움이 돼요. 이곳에서 제가 더 발전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요.”


그가 말한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지, 임 감독이 어떤 조언을 해줬는지 조금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했다.


“제가 불완전한 2단 연결을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 해요. 불안한 게 있었는데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게 해주세요. 물론 훈련도 많이 하죠. 어쨌든 다 저 잘되라고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어요. 훈련이 힘들 때 옆에 오셔서 ‘너는 더 잘할 수 있다. 지금보다 최고가 될 수 있다’라고 말씀해주세요. 딱 보면 카리스마 있는 인상이신데 속은 굉장히 포근하신 분이에요.”


#그의_회식사랑 #미남구단_삼성화재 #지옥훈련에_대한_진실


삼성화재라는 팀에 적응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 우선 친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희한하게 전 구단을 통틀어 친한 동료가 가장 없는 팀이 삼성화재라고 한다. 팀 합류 후에도 선수들과 가까워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인터뷰(8월 3일) 하기 며칠 전 치른 회식에서 동료들과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훈련하고 끝나면 방에서 쉬는 일정이 반복되다 보니 동료 선수들과 이야기를 많이 못 나눴어요. 그런데 회식 때 술 한잔 걸치면서 조금 편해졌죠. 역시 술이…아 아닙니다. 어쨌든 아직도 적응 단계라 누구와 가장 친해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제가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데 짓궂은 장난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죠(웃음).”


그럼에도 가장 도움을 준 선수는 김명진과 임효상이다. 김명진은 한양대 후배고, 임효상은 룸메이트다. “명진이가 대학 후배라 그런지 많이 알려줘요. 걔가 ‘나는 아무 것도 몰라요~’ 이런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사실 똑똑해요. 효상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착해요. 약간 무뚝뚝한 면이 있는데 그래도 제 말을 잘 들어줘요. 저보다 후배지만 의지하게 돼요. 효상이가 처음에는 저를 어려워했는데 요즘엔 경계를 푸는 듯 해요. 회식 이후로는 먼저 와서 장난도 쳐요.”


160803YW_삼성화재_부용찬_인터뷰_07.jpg


갑자기 부용찬이 무언가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 이내 웃으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삼성화재 선수들은 인물이 다 훤해요. 정동근, 김명진, 류윤식. 이렇게 세 명만 봐도 알 수 있잖아요. 지금은 입대한 (지)태환 형도 있고 이제 (박)철우 형도 11월이면 제대하고 팀에 복귀하잖아요. 개인적으로는 삼성화재가 외모는 최고인 듯해요. 아우 저는 비주얼로 설 자리가 없죠.”


KOVO컵 대회(9월 22일~10월 3일 청주)와 V-리그 개막(10월 15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삼성화재는 수비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수비 전문 선수’인 리베로 부용찬은 부담이 크진 않을지 궁금했다.


“삼성화재는 수비나 2단 연결 등에 비중을 많이 둬요. 70% 이상은 이 부분에 대해 훈련해요. 저희가 경기를 잘 풀어 나가려면 반드시 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에요. 삼성화재가 수비가 좋은 이유가 있어요. 훈련은 거짓말을 안 한다고 하잖아요. 솔직히 저도 책임감이 클 거라고 각오하고 왔어요. 그런데 제가 혼자 다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팀원들과 서로 도와주면서 하면 된다는 마음이 커졌어요. 수비는 저만 하는 게 아니고 다른 선수들도 저만큼, 혹은 저보다 더 잘하니까요.”


모든 구단이 비슷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삼성화재는 ‘지옥 훈련’으로 명성이 자자한 구단이다. 직접 느껴본 삼성화재 훈련은 어땠을까. “확실히 힘들긴 해요. 하지만 삼성화재가 수차례 우승을 해온 팀이잖아요. 많은 훈련이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이라 믿고 열심히 따라가려 하고 있어요. 실제로 강도도 높고 운동량도 많은 편이에요. 그래도 운동선수가 몸이 편하면 그게 운동선수인가요(웃음)?”


부용찬의 OST PART3. 노을 ‘함께’


'함께 숨쉬는 마음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든든한 벽은 없을 것 같아


그 수많은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서'


#여오현_바라기 #눈물의_아시안게임 #제2의_디그요정


배구 인생을 통틀어 최고 장면은 프로 데뷔전과 첫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됐을 때다. 부용찬은 2011~2012시즌 개막전부터 곧바로 주전으로 데뷔했다. 2011년 10월 22일 삼성화재와 경기였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2-3(22-25, 25-23, 25-19, 18-25, 12-15)으로 LIG손해보험 패배였다. 그래도 부용찬은 마냥 행복했다.


“제가 운동을 하면서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어머니께서 ‘배구 시작했으면 팬한테 사인 한 장 해줄 정도까지는 하고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하셨어요. 그 말에 자극 받고 열심히 했죠. 프로 무대에서 한 번쯤은 뛰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그런데 시즌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출전해서 그토록 동경하던 리베로 (여)오현이(삼성화재-현대캐피탈) 형과 악수를 하고 상대로 뛴다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그때 제가 꿈을 이뤘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처음 성인 국가대표로 가슴에 태극기를 달았을 때는 목표를 뛰어넘었다는 생각에 설레었다. 부용찬은 프로 첫 시즌 후 2012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 조별리그 4주차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기분이 좋은데 어리둥절했어요. 미국에 4전 전패하긴 했지만 저에겐 매 경기가 의미 있었죠. 그때도 대표팀에 오현이 형이 있었거든요. 같은 팀에서 뛰니까 정말 기뻤어요.”


부용찬_크레딧.jpg


한편, 가장 아쉬운 순간은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다. 당시 부용찬이 속해있던 남자배구 대표팀은 준결승에서 일본을 만나 세트스코어 1-3(19-25, 25-18, 18-25, 23-25)으로 패했다. 이후 중국과 3·4위 전에서 세트스코어 3-1(20-25, 25-20, 25-13, 25-22)로 승리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짙게 남았다.


“저는 그때 정말 목숨을 걸고 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저뿐만 아니라 대표팀 선수 12명이 다 그랬어요. 결승까지 올라가서 졌으면 그래도 괜찮았을 듯 해요. 그런데 준결승에서 그것도 일본한테 지고나니 정말 고개를 못 들겠어요. 그때가 제일 아쉬웠죠.”


분위기 반전을 위해 그가 흥미로워 할 이야기를 꺼냈다. 대한항공에서 리베로 은퇴 후 코치 길을 걷고 있는 최부식이 제2 디그요정으로 부용찬을 꼽은 사실을 전했다.


“부식이 형이요? 저야 영광이죠. 제가 부식이 형과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긴 해요. 디그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니까요.” 내친김에 제2 부용찬을 점쳐보자고 권했다. 부용찬은 호탕하게 웃으며 손사래 쳤다.


“제2 부용찬이 되면 안될텐데. 아마추어 선수들 중에서는 잘 모르겠어요. 후배 프로선수들은 다 잘하죠. 저와 2014년에 아시안게임을 같이 뛰었던 (정)민수(우리카드)는 외모까지 닮았단 얘기를 많이 들어서 약간 라이벌 의식이 있었어요. 이번 2016 월드리그를 함께 다녀온 (정)성현(OK저축은행)이도 잘하더라고요. 자극이 됐고, 다른 선수들에게 배울 점이 크다고 생각했어요.”


#서재덕과_고준용 #몰빵_배구 #신인의_마음가짐


다른 팀 선수 중 한 팀에서 뛰어보고 싶은 선수를 묻자 부용찬은 추억 상자를 꺼냈다. 기억은 2011 쉔젠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한양대 소속이었던 부용찬과 성균관대 서재덕(현 한국전력), 인하대 고준용(현 삼성화재-상무 입대)은 어렸을 때부터 쌓아온 친분으로 사이가 돈독했다.


“셋이서 대표팀에 같이 발탁된 건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요. 저랑 준용이가 재덕이한테 너라도 국가대표 계속 하라고 그랬거든요. 시간이 흘러 저와 재덕이는 대표팀에서 자주 만나는데 준용이가 없잖아요. 배구 실력을 떠나서 셋이서 한 팀에서 뛰면 무척 재미있을 거예요. 2011년 그때도 배구를 정말 신나게 했고요.”


삼성화재는 배구 명가다. 그러나 가빈, 레오, 그로저 등 외국인 선수 공격 점유율이 높아 소위 ‘몰빵 배구’를 한다는 말도 듣는다. 부용찬은 이에 대해 조심스레 생각을 밝혔다.


“몰빵 배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외국인 선수 역할이 큰 건 맞지만 다른 선수들이 그만큼 받쳐줘야 가능해요. 스피드 배구든 몰빵 배구든 그 팀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는 게 정답이지 않을까요?”


YWY_7670.jpg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새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우선 어떻게 해야 팀에 잘 녹아 들어 우승에 한 발 다가설 수 있을지 생각해요. 지금 마음이 신인 때와 비슷해요.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하려고요.”


마지막으로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했다. “삼성화재에서 저를 필요로 해서 왔기 때문에 우승을 위한 제 역할을 다해야죠.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KB손해보험 팬 분께는…갑자기 마음이 아프네요. 아쉽지만 구미에 원정 경기 가면 저도 많이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를 잊지 않아 주셨으면 해요. 저는 친정 팀 KB손해보험과 경기할 때 더 최선을 다할 거예요. 삼성화재에 가서도 잘하고 있다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지난 2013~2014시즌 롤모델 여오현에 이어 디그 2위에 오른 부용찬. 2014~2015시즌 해당 부문 1위로 올라선 데 이어 지난 2015~2016시즌에도 세트당 디그 2.89개로 1위를 차지했다. 꾸준히 팀을 위해 몸을 날린 결과였다. 그는 마침내 소리 없는 영웅으로 거듭났다.


깜짝 응원 메시지


여오현=부용찬 롤모델. 현대캐피탈. 38세


"같은 리베로로서 네 플레이를 보고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야. 워낙 실력을 갖춘 선수라 처음 프로에서 봤을 때부터 잘하는 선수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 지금도 잘하고 있고! 훈련 때 집중하고 웨이트 트레이닝 꾸준히 하면 부상없이 프로 생활 오래할 수 있을 거야. 나를 롤모델로 생각해줘서 고맙다. 아마 너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들도 많을 거야. 앞으로도 열심히 하자!"


김진만=부용찬 영혼의 동반자. KB손해보험. 29세


"삼성화재에서 적응 잘 해서 좋은 모습 보여주길 바라. 삼성화재는 대대로 리베로가 좋았던 팀이잖아. 부담 아주 많이 가지고 하고! 네가 그 자리를 더 빛내줄 거라 믿는다. 이제 상대 팀으로 만나니까 멋진 승부할 수 있었으면 해. 소속 팀은 달라졌지만 우리 인연이 끊어진 건 아니니까 밖에서 만나면 좋은 형, 동생으로 지내자. 오해는 마, 보고 싶은 건 아니다!"


숨겨진 이야기


이날 부용찬이 입고 온 사복 티셔츠는 승일희망재단에서 판매하는 것으로 수익금이 모두 루게릭 병 환자를 위한 루게릭 요양병원 건립기금에 기부되는 상품이다. 뜻 깊은 일에 동참한 부용찬 마음씨가 돋보였다.


글/ 최원영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