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외국인선수 새로운 물결, 각 팀 활용 설명서

정고은 / 기사승인 : 2016-09-15 22: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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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9월. 프로배구는 기지개를 켠다. 2016~2017 V-리그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KOVO(한국배구연맹)컵 대회가 팬들을 먼저 찾아간다. 이번 컵 대회는 9월 22일부터 10월 3일까지 청주에서 열린다. 보통 컵 대회 경우 지난해까지는 7월 또는 8월에 주로 열렸다. 이번에는 시기가 다소 조정됐다. 리우올림픽이 열리는 기간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올해 컵 대회는 여느 해보다 정규시즌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또한 이번 컵 대회는 남녀부 각 팀 외국인선수들이 코트에 나선다. 컵 대회 종료 후 2주 뒤 2016~2017시즌이 개막되기 때문에 사실상 각 팀들에는 시범경기 무대가 된다. 국내선수들로만 치렀던 앞선 컵 대회와는 성격이나 집중도 면에서 다를 전망이다. 여자부와 달리 남자부는 트라이아웃 이후 드래프트로 외국인선수 선발 방식이 바뀐 뒤 맞는 첫 번째 실전이다. 어느 때보다 새로운 외국인선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외국인선수가 팀 전력 절반’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만큼 외국인선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V-리그가 갖고 있는 독특하지만 씁쓸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적을 내야 하는 프로팀이기 때문에 외국인선수에 대한 부분을 외면할 수는 없다. 당장 지난 시즌 남녀부 정규리그 순위와 포스트시즌 결과를 살펴봐도 잘 알 수 있다. 외국인선수가 팀에 잘 녹아 들거나 기대만큼 활약한 팀은 거의 ‘봄 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외국인선수 문제에서 어긋난 팀들은 시즌 초반부터 어려워했다. 순위경쟁에서 일찌감치 밀려났다. ‘봄 배구’에 나선 팀들도 외국인선수 활약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현대건설_에밀리.jpg구관이 명관, 변화 대신 안정
여자부는 지난 시즌 V-리그 코트를 뛴 외국인선수 중 두 명이 올 시즌에도 변함 없이 나선다. 소속팀이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 에밀리(현대건설)가 대표적이다.



에밀리 외에 니콜이 떠난 빈자리를 나름 잘 메웠던 시크라(한국도로공사)도 재계약에 성공했다. 현대건설과 도로공사는 변화를 주기보다는 기존 전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방점을 찍은 셈이다.



현대건설은 디펜딩 챔피언으로 이제는 수성을 해야 한다. 양철호 감독은 안정에 무게중심을 뒀다. 은퇴 의사를 밝혔던 베테랑 한유미를 한 시즌 더 잔류시켰고 국가대표팀에서 소속팀으로 돌아온 양효진, 황연주도 건재하다. 양 감독 입장에서는 굳이 모험을 걸 이유는 없다. 단, 에밀리에 쏠리는 공격 비중이 지난 시즌과 견줘 좀 늘어날 여지는 있다.



에밀리는 수비와 서브 리시브에서만 강점을 보이는 선수는 아니다. 정미선 등 또 다른 윙스파이커 자원에서 공격 활로를 뚫지 못할 경우에는 에밀리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시크라 경우 김종민 감독이 재계약 결정을 일찌감치 내렸다. 김 감독은 “엇비슷한 수준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트라이아웃에 나온다면 기존 선수들과 이미 손발을 맞춰 본 경험이 있는 시크라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자유계약선수(FA) 보상 선수로 황민경이 팀을 떠났기 때문에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황민경이 차지하던 공격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왼쪽에서 시크라를 지원할 대체 자원 발굴이 필요하다. 하혜진이 출전 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시크라는 부상을 조심해야 한다. 그는 지난 시즌 막판 손가락을 다쳤다.
해결사가 빠진 도로공사는 결국 ‘봄 배구’에 나서지 못했다. FA이적으로 공격력을 갖춘 배유나가 팀에 합류했기 때문에 시크라는 공격 점유율 조정에서 한결 수월해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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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껑은 열어봐야
현대건설과 한국도로공사를 제외한 여자부 4팀과 남자부 7팀은 모두 새 얼굴로 바뀌었다.



준우승팀 IBK기업은행은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 때문에 한해 농사를 잘 지어놓고 정작 수확에는 실패했다. 맥마혼이 경기 도중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정작 필요한 순간 코트에 없었기 때문이다.



IBK기업은행은 맥마혼과 재계약을 선택하는 대신 메디슨 킹던을 영입했다. 문제는 이정철 감독이 다른 팀 사령탑과 견줘 외국인선수에 대한 파악이 늦었다는 부분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다. 이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2016 리우올림픽에 치중해야 했다.



킹던 임무는 앞서 IBK기업은행에서 뛴 외국인선수들과 비교해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유영입 시절 팀에서 뛰었던 알레시아, 데스티니, 카리나 그리고 맥마혼까지 이 감독은 공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스타일 선수를 선호했다.


03_sp14.jpg흥국생명은 ‘봄 배구’ 진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외국인선수로 시즌 후반 걱정이 많았다. 테일러 역시 부상으로 제 임무를 못했기 때문이다. 교체 선수로 알렉시스를 데려 왔으나 효과는 적었다.



박미희 감독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영입 선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미리 정해뒀다. 큰 공격을 할 수 있는 오른쪽 공격수 자원을 찾았고 독일 분데스리가 등 해외리그 경력이 있는 타비 러브를 주저하지 않고 선택했다.



박 감독은 “미들블로커 전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지난 시즌에는 테일러를 중앙공격수로 기용할 생각도 했다”라며 “교체선수로 알렉시스를 데려온 데는 이런 이유도 작용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러브는 팀에서 맡을 임무가 분명하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재영에게 몰리는 공격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흥국생명은 지난 시즌과 견줘 좀 더 뚜렷한 제 색깔을 낼 전망이다. 러브가 합류하면서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좀 더 확실하게 잡았다.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이 필요해
현대 배구 특징 중 하나는 선수들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능력이다. 전위와 후위를 오가며 로테이션 되는 배구 플레이 특성상 두 자리에서 제 몫을 해주는 선수는 그만큼 희소가치가 크다.



V-리그에서는 이미 성공 사례가 있다. 남자부 OK저축은행을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시몬(쿠바)이 좋은 예다.



시몬은 주 포지션이 미들블로커이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이런 시몬을 100% 활용했다. 시몬은 전위에선 중앙공격수로, 후위에서는 아포짓 임무를 잘 수행했다. 영입 초기 두 포지션 소화에 대한 회의적 전망도 있었지만 김 감독과 시몬은 이를 보기 좋게 날려버렸다.



여자부에서는 한 팀이 ‘시몬 효과’를 노리고 있다. GS칼텍스가 그렇다. 중앙 부분이 고민이다. 중앙공격수 임무를 어느 정도 기대했던 지난 시즌 캣 벨은 그 부분만큼은 제 몫을 못했다. 알렉사 그레이에게도 시즌 초반 비슷한 임무를 맡길 가능성이 높다. 배유나가 오프시즌 FA 자격을 얻어 도로공사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이선구 GS칼텍스 감독은 윙스파이커였던 한송이에게 중앙공격수로 출전시간을 더 많이 줄 수 있다. 그레이를 중앙에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왼쪽 공격수 자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는 소속팀 선수 구성상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해야 한다. 이 부분이 틀어질 경우 정규시즌 초반부터 고비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KGC인삼공사는 외국인선수 사만다 미들본을 교체했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FA시장에서 ‘집토끼’ 백목화와 이연주를 모두 놓친 부분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_MG_9339.jpg남자부에서도 멀티 포지션 선수가 있다.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은 덜 호스트(네덜란드)와 KB손해보험의 우드리스(벨라루스)다. 덜 호스트는 상황에 따라 3개 포지션까지 맡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선규가 KB손해보험으로 이적한 삼성화재 중앙은 2016~2017시즌 다른 팀과 견줘 전력이 처진다. 베테랑 하경민을 영입했으나 활용폭은 제한적이다. 또 다른 자원인 고희진도 부상 후유증 때문에 100% 정상 컨디션은 아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덜 호스트는 멀티 포지션이 충분히 가능한 선수”라며 “그런 부분을 고려해 지명을 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중앙에서 충분히 뛸 수 있다”라고 했다.



덜 호스트는 신장이 205cm라 높이도 갖췄다. 미들블로커 임무는 한시적이 될 수 있다. 박철우가 공익근무에서 소집해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1월 말 복귀한다. 박철우 가세로 삼성화재는 사이드 블로킹 높이를 보강할 수 있다. 덜 호스트에 대한 포지션 선택지는 그만큼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난달 초 입국해 중국 전지훈련도 동행했다. 네덜란드 대표팀 차출 일정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복귀했다. 임 감독은 “포지션별 밸런스는 지난 시즌보다 이번이 더 나을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드리스는 아직 의문부호다. 우드리스에게 가장 적합한 자리가 어딘지 알아보는 과정에 있다. 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은 지난 시즌 마틴(슬로바키아) 때문에 마음 고생이 많았다. 주전 세터 권영민과 손발이 맞지 않아 시즌 내내 엇박자가 났다.



우드리스와 권영민이 얼마나 잘 맞는 플레이를 선보이느냐가 관건이다. 우드리스가 오른쪽 자리에서 뛸 경우 김요한, 손현종이 나서게 될 왼쪽이 여전히 약점이다. 그렇다고 우드리스를 오른쪽 공격수로 활용하는 카드를 쉽게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이선규, 하현용 등이 버티고 있는 중앙 전력도 탄탄한 편이다. 최적 조합을 찾아 이를 정착시키는 게 강 감독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 부분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우드리스는 자리를 찾다가 시즌을 허비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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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오른쪽 이것이 문제
V-리그 출범 초창기 삼성화재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과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올 시즌 같은 고민을 할 수 있다. 바로 외국인선수 자리가 그렇다.



우리카드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지명순위가 뒤로 밀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파다르(헝가리)를 선택했다. 우리카드가 믿는 구석은 역대 최연소(만 19세) 파다르가 가진 패기와 힘이다. 문제는 외국인 날개 공격수치고 비교적 작은 신장(196cm)이다. 또한 팀 구성상 파다르가 서브 리시브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최홍석이 리시브와 수비에서 흔들릴 경우 파다르가 대신해야 한다. 상무(국군체육부대)에서 뛰고 있는 김정환이 전역하는 내년 1월까지 파다르는 확실한 자기 자리를 잡지 못하고 두 군데 포지션에서 번갈아 나올 수 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속은 타 들어간다. 세페다(쿠바) 팀 합류가 불발됐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은 세페다와 계약을 해지했고 대신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를 새로운 외국인선수로 데려왔다.


보이치는 주 포지션이 윙스파이커이다. 몬테네그로가 속한 월드리그 3그룹에서 득점 부문 1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송명근이라는 검증된 날개 공격수 자원이 있긴 하지만 당초 구상했던 팀 전력과 차이가 난다. 그 간격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컵 대회와 정규시즌 초반 김세진 감독에게 주어진 과제다.


현캐_외국인.jpgOK저축은행과 함께 현대캐피탈도 많은 관심을 모은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오레올(쿠바)이 왼쪽 한 자리를 잘 커버해줬고 이 덕에 팀 전력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2016~2017시즌은 다르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랜크벨트(네덜란드) 자리를 왼쪽으로 못 박았다. 최 감독은 “(문)성민이는 아포짓에 고정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랜크벨트는 팀 합류 이후 수비력과 서브 리시브에서는 합격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역시나 공격력이다. 많은 득점 보다는 공격성공률이 더 중요하다.



최 감독은 “컵 대회 개막까지 남은 기간 동안 랜크벨트가 갖고 있는 공격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겠다”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랜크벨트가 매 경기당 15점 정도는 책임져 주길 바라고 있다. 기대치에 어느 정도까지만 맞춰 준다면 오레올 빈자리는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과 달리 대한항공과 한국전력은 포지션 이동이나 변경에 대한 고민은 적다. 큰 공격을 해줄 수 있는 선수를 데려왔다. 오른쪽 공격수가 필요했는데 그 부분을 딱 떨어지게 메운 셈이다.


160816sks_KA11.jpg대한항공은 외국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최고 수혜자다. 트라이아웃을 치르는 동안 모든 관계자가 입을 모아 얘기한 전체 1순위 후보 가스파리니(슬로베니아)에게 유니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은 “가스파리니는 당연히 아포짓으로 뛸 것”이라고 했다. 기존 날개 공격수 자원인 김학민, 신영수 등은 가스파리니 휴식 시간을 적절하게 메울 수 있는 특급 자원들이다. 박 감독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오히려 윙스파이커 교통정리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박 감독에게는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스파리니는 V-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다. 그는 당시 네트 쪽으로 볼이 붙거나 리시브가 흔들려 불안하게 올라오는 볼을 비교적 잘 처리했다. 가스파리니는 이름값에서는 지난 시즌 대한항공에서 뛰었던 마이클 산체스(쿠바)나 모로즈(러시아)와 견줘 떨어지는 편이지만 V-리그 경험은 대한항공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국전력도 외국인선수 선발에 있어 장고하진 않았다. 필요한 자리에 무난한 선수를 선택했다. 가스파리니와 마찬가지로 V-리그 유경험자를 뽑았다. 지난 2013~2014시즌 OK저축은행에서 뛰었던 바로티(헝가리)가 다시 돌아 왔다.



한국전력은 전광인과 서재덕이라는 토종 쌍포를 보유한 팀이다.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도 변화보다 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신 감독이 원하는 외국인선수상에 바로티는 어울린다. 신장도 206cm로 크고 힘까지 갖췄다.


신 감독은 “(바로티가) 국내 배구를 잘 알고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라며 “경기를 치를 수록 기량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선수라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바로티는 OK저축은행에서 뛰었을 때 실제로 그랬다. 가스파리니를 제외하고 가장 실속 있는 지명을 한 팀이 한국전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글/ 류한준 조이뉴스24 기자


사진/ 신승규 기자, 구단 제공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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