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도 서서히 지나가고 가을 냄새가 솔솔 풍겨오는 9월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이 됐다는 건 시즌 개막도 다가오고 있다는 것. 하지만 여전히 배구 팬들에게 시즌은 멀기만 하다. 그리고 그런 갈증을 해소시켜 줄, 배구 사랑을 웜 업 시켜 줄 대회가 배구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 여름에 열렸던 KOVO컵이 올해는 올림픽으로 한달 가량 미뤄지면서 9월 22일부터 10월 3일, 12일간 배구 팬들을 찾아간다.
KOVO컵은 어떤 대회?
KOVO컵은 대회명 그대로 한국배구연맹(KOVO)이 주관하는 대회다. 비시즌 동안 배구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단기 대회다. 2006년 KOVO컵 양산프로배구를 시작으로 2015년 청주 KOVO컵 프로배구대회까지 매년 개최되고 있다.
특히 KOVO컵은 비시즌 배구에 목말랐던 팬들에게는 단비와 같다. 제1회 대회가 열렸던 양산 실내체육관은 대회가 열리는 동안 3번 매진을 기록했다. 개막 전 양산시라는 낯선 곳에서 대회를 개최하여 일부 우려를 샀지만 배구 붐을 다시 재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회 대회는 양산시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시민들이 보여준 배구사랑으로 성대히 열려 현대캐피탈과 현대건설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KOVO컵은 마산, 부산, 수원, 안산, 청주 등 다양한 지역에서 개최되어왔다. 이번 2016 KOVO컵은 지난해 대회와 마찬가지로 충북 청주에서 열린다.
KOVO컵은 V-리그와 마찬가지로 국내 팀으로 치러진다. 그러나 딱 한 번 예외가 있었다. 2009년 유일하게 해외 팀이 참가했다. GS칼텍스를 제외한 프로팀들과 함께 남자부에서는 이란 사이파, 중국 제지앙, 일본 산토리 선버즈, 여자부에서는 태국 타이베브, 중국 톈진 배구단, 일본 덴소 에어리비스가 참여했다.
중국 톈진 배구단은 우승까지 차지했다. 결승에서 현대건설과 맞붙은 톈진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현대건설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특히나 내리 두 세트를 내준 뒤 세 세트를 따내며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기에 팬들에게 배구 묘미를 더해주었다. 블로킹 5개 포함 24득점을 올린 왕 리는 대회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남자부에서는 삼성화재가 외국팀 도전을 뿌리치고 한국팀 자존심을 세웠다. 컵 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었던 삼성화재는 국내 라이벌 현대캐피탈과 결승전에서 3-2로 승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남자부 MVP는 장병철이 차지했다.
한편 지난 KOVO컵부터 상무도 함께 참가하고 있다. 비록 성적은 조 4위에 그쳤지만 팬들에게는 이효동(KB손해보험), 김정환(우리카드) 등 상무에 입대해 한동안 볼 수 없었던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기회다.
KOVO컵 빛낼 깜짝스타는
KOVO컵 초창기에는 외국인 선수도 함께 뛰었다. 따라서 KOVO컵 대회는 V-리그에서 함께할 외국인 선수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KOVO컵 개최 시기가 외국인 선수 합류하기 이전에 시작되면서 더 이상 KOVO컵에서 외국인 선수를 만나볼 수 없게 됐다.
그 대신 국내선수가 깜짝 스타로 탄생했다. 대회 성격상 국내선수들로만 전력을 꾸리게 되면서 그 동안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도 코트를 밟으며 존재감을 알린 것. 특히 송준호(현대캐피탈)는 2013년 혜성처럼 등장, MVP를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스타 탄생 등용문이기도 했던 KOVO컵. 이번 대회 역시 어떤 선수들이 새로이 눈도장을 찍을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팬들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얼굴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남녀 동반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된 외국인 선수들이 시즌에 앞서 미리 팬들을 찾는다.
새 사령탑, 어떤 색깔 낼까?
KOVO컵은 신임 감독들이 첫 선을 보이는 자리기도 하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과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 KGC인삼공사 서남원 감독이 그 주인공.
2015~2016시즌 도중 대한항공 감독직에서 물러난 김종민 감독은 여자팀 감독이 되어 돌아왔다. 처음으로 여자팀을 맡은 그가 과연 어떤 리더십으로 팀을 꾸려갔을지 주목된다.
대한항공에는 박기원 감독이 부임했다. 2007년부터 세 시즌 동안 KB손해보험 전신인 LIG손해보험 사령탑으로 지내다 다시 돌아온 박기원 감독. 처음으로 시행된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를 뽑는 행운까지 얻은 그는 시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이기는 배구를 하겠다”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1순위 외국인선수 가스파리니와 함께 탄탄한 국내 선수층을 자랑하는 대한항공이 고공비행을 할 수 있을지도 기대된다.
지난 시즌 최하위를 기록하며 두 시즌 연속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KGC인삼공사는 서남원 감독과 함께 명예회복을 노린다. 서 감독은 2014~2015시즌 도로공사를 정규리그로 이끈 주인공. 물론 그 때와 상황은 다르지만 KGC인삼공사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시즌이 될지 지켜볼 만하다.
신임 감독들이 과연 팀에 자신들의 색깔을 얼마나 입혔을지도 이번 KOVO컵을 관전하는 포인트다.
KOVO컵과 V-리그 성적 상관관계
지난해 KOVO컵 남자부 우승 팀은 우리카드. 시즌 전초전이라고 볼 수 있는 KOVO컵에서 우승을 거두며 우리카드는 정규리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성적은 오히려 역주행 했다. 안타깝게도 우리카드는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최하위를 기록했다.
역대 우승 팀을 보더라도 KOVO컵 결과가 V-리그 성적을 보장해주지는 않았다. 2006년을 시작으로 2015년까지 10회가 열리는 동안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한 건 현대캐피탈. 4번이나 정상에 올랐다. 그 뒤로 대한항공이 3회, 삼성화재가 1회, LIG손해보험(現 KB손해보험)이 1회, 우리카드가 1회 우승 감격을 맛봤다.
하지만 2005년 프로화 이후 챔피언을 가장 많이 차지한 건 삼성화재. 아이러니하게도 삼성화재는 2009년 이후 KOVO컵에서는 단 한차례 우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그 사이 V-리그에서 5연패 위엄을 과시했다.
반대로 현대캐피탈은 2005년, 2008년, 2010년, 2013년 KOVO컵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지만 정작 V-리그에서는 2005~2006시즌, 2006~2007시즌 이후 우승이 없다.
여자부 역시 마찬가지. GS칼텍스가 2007년 KOVO컵 우승 후 그 해 2007~2008시즌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을 뿐 KOVO컵 우승 팀과 V-리그 우승 팀이 겹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2015 KOVO컵에서 우승 후 그 기세를 이어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KOVO컵 성적이 정규리그 성적을 보장하는 무지개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우승은 언제나 기쁜 법. 이번 KOVO컵에서는 어느 팀이 우승을 차지할지 기대된다.
경기 방식이 궁금해?
2016 KOVO컵 대회 방식을 살펴보면 남자부 15경기, 여자부 9경기 등 모두 24경기가 치러진다. 남녀 각 두 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 후 예선 1, 2위를 기록한 팀이 4강에 오른다. 4강은 크로스 토너먼트로 이뤄지며 승리한 팀이 결승에 진출한다. 지난 대회와 마찬가지로 남자부는 상무 포함 8개 팀이, 여자부는 6개 구단이 참가한다.
순위 결정은 승수 → 세트득실률 → 점수득실률에 의해 결정된다. 만약 동률일 경우에는 상대 전적에서 승리한 팀이 승리를 가져간다.
조편성
남자부
A조_ 우리카드/삼성화재/대한항공/상무
B조_ OK저축은행/KB손해보험/현대캐피탈/한국전력
여자부
A조_ IBK기업은행/KGC인삼공사/한국도로공사
B조_ 현대건설/ 흥국생명/GS칼텍스
경기일정
글/ 정고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