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vs말①] 윤성호-신승준 아나운서, 배구를 말하다

최원영 / 기사승인 : 2016-10-14 18: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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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끔히 차려 입은 두 아나운서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소재 카페에 자리잡고 앉았다. 멀리서 바라보니 CF속 한 장면이 따로 없다. 놀라긴 일렀다. 이들이 입을 열면 매력은 몇 곱절이 됐다. 수년간 다져온 내공에 한 번, 그 속에서 유감없이 발휘되는 위트에 또 한 번 감탄했다. 2016~2017시즌 V-리그 전망부터 좌충우돌 실수담까지. 윤성호, 신승준 두 남자가 거침없는 수다를 쏟아냈다.




윤성호 SBS 스포츠 아나운서
신승준 KBS N 스포츠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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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신승준, 윤성호 아나운서)


Chapter1 아나운서, 배구를 말하다


아직 KOVO컵 대회 전이라 평가하기 이르지만, 2016~2017시즌 V-리그에 대한 전반적 전망을 듣고 싶어요(인터뷰는 9월 20일 진행).




남자부는 3강 1중 3약입니다. 3강은 삼성화재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 1중은 대한항공, 3약은 한국전력 KB손해보험 우리카드예요. 남자부는 외국인 선수가 차지하는 부분이 큰데 트라이아웃 첫 해라 변수가 많을 거예요. 국내 선수들과 어떤 호흡을 보여줄지 봐야 해요.


연극은 배우의 예술이고 영화는 감독의 예술, 드라마가 작가의 예술이라면 남자 배구는 감독의 예술이 될 거예요. 각 팀 전력이 엇비슷해서 어떤 팀이 잘할 지 몰라요. 트라이아웃으로 외국인 선수간 실력 차가 줄어들며 감독 역량이 더 중요해졌어요. 3강 2중 2약 예상합니다. 3강은 OK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대한항공, 2중은 삼성화재 KB손해보험, 2약은 한국전력 우리카드요. 지난 시즌 노재욱(현대캐피탈), 곽명우(OK저축은행)처럼 신인급 배우인데 주연이 되는 선수가 나오는 팀이 좋은 성적을 낼 거예요. 개인적으론 전광인(한국전력), 최홍석(우리카드)이 기존 판을 허물어주길 바랍니다. 믿습니다!


여자부는 현대건설 기업은행 GS칼텍스가 강해요. 흥국생명은 박미희 감독이 워낙 팀을 잘 꾸리고 있어 다크호스로 떠오를 거예요. 한국도로공사도 괜찮을 거 같아요. 가장 걱정되는 팀이 KGC인삼공사예요. 선수층이 너무 얇아졌고, 백목화 이연주 선수 공백을 무시할 수 없어요.


KGC인삼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다섯 팀에게 모두 우승 기회가 있는 시즌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이요. 현대건설 2연패 결코 쉽지 않을 거예요. 1강 IBK기업은행, 4중 현대건설 흥국생명 GS칼텍스 한국도로공사, 1약 KGC인삼공사로 예상해요. 기업은행은 언제나 장기 시즌에 강한 멤버들이에요. 정말 견고하죠. 또, 이정철 감독이 외국인 선수 복을 타고 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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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한 팀씩 찬찬히 살펴볼게요. OK저축은행은 불가피하게 외국인 선수를 교체하기도 했고, 주전 선수 대부분이 수술 후 재활을 겪었어요. 가장 어려운 시즌이 예상됩니다.


시몬이라는 최고 공격수가 없어 다들 걱정을 많이 하는데요. 기존 경기대 3인방 송명근 이민규 송희채가 여전히 팀을 이끌고 있어요. 김세진 감독이 이번에 최고 대우로 4년간 계약 연장했잖아요. 팀 전체적으로 동기부여가 충분히 있어요. 3라운드까지 중상위권에서 버텨준다면 한 번 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을 거예요.


OK저축은행이 고전할 것이라는 데 전혀 동의하지 않아요. 단연 우승후보 1순위예요. 시몬 없이 우승하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을 거예요. 이 팀 최대 강점은 김세진 감독이에요. 작년에 현대캐피탈이 치고 나올 때 끝까지 인내하면서 팀을 컨트롤하고 포스트 시즌에 맞춰 경기를 운영했어요. 장기 레이스에선 감독 인내심과 지혜가 필요한데 그걸 충족하고 있죠. OK저축은행이 무조건 3연패를 달성할 필요는 없어요. 지금은 배구명가가 되기 위해 토대를 쌓는 과정이에요. 그래도 아마 우승에 근접하거나 우승하는 팀이 될 거예요.


현대캐피탈은 윙스파이커 포지션이 약해졌어요. 새 시즌, 괜찮을까요?


최태웅 감독에게 물어보니 크게 걱정 안 하더라고요. 미들 블로커 신영석이 날개 공격수로 변신했잖아요. 의외로 리시브가 괜찮아요. 아직 범실이 많아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만요. 오히려 미들 블로커 쪽에서 생긴 신영석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신장 좋은 선수가 필요하죠. 외국인 선수 공격력이 약한 게 아쉽지만 국내 공격수들이 잘 채워줄 거예요.


톤의 오레올化가 얼마나 완성되느냐에 따라 성적이 결정될 거예요. 나머지 선수들은 부족함이 없어요. 정말 톤 하기 나름이에요. 현대캐피탈도 최태웅 감독이 가장 큰 무기예요. 수가 정말 많아요. 아마 전반기 때 다 안 보여줄 거예요. 지더라도 안 꺼낼 겁니다. 시즌 후반기나 포스트 시즌에 가서야 새 카드를 하나씩 꺼낼 거예요. 갖고 있는 조합이 굉장히 많거든요. 실전에서 얼마나 완성도 있을지 모르지만 국내 선수들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잘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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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는 지난 시즌 처음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지 못 했어요. 구겨진 자존심 회복할 수 있을까요?


삼성화재는 굉장히 큰 기회 혹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는 시즌이에요. 외국인 선수 농사를 잘 짓는 팀으로 유명했어요. 이번에는 다른 팀도 마찬가지지만 외국인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 공격수들이 11월 박철우 전역 전까지 어떻게 메워갈지 봐야 해요. 현재 V-리그 최고 세터라 할 수 있는 유광우가 버티고 있는 게 장점이죠. 박철우 복귀 후가 중요할 거예요.


삼성화재는 기존 철학을 계속 고집하며 좋은 성적을 내왔어요. 그런데 김세진 감독이 시몬을 데려와 새 스타일로 판을 뒤집었고, 최태웅 감독이 공수 밸런스 좋은 외인과 함께 스피드 배구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일을 냈어요. 그런데 삼성화재는 아직 기존 스타일을 유지 중이에요. 이걸 완전히 버릴 필요는 없어요. 하지만 변화가 아예 없다면 새로운 시도를 하는 팀들에게 어느 정도 맞설 수 있을까요? 저는 회의적이에요. 왜냐면 지난 시즌 삼성화재 최대 강점은 리그 최강 미들 블로커들이었어요. 이선규 지태환보다 나은 중앙은 그래도 없었거든요. 이제 둘 다 없어요(이선규 KB손해보험으로 FA 이적, 지태환 군 입대). 배구에서 미들 블로커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 말이죠.


대한항공은 매 시즌 시작 전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현실은 달랐어요.


선수 구성이 워낙 좋잖아요. 그 공격수들로 우승 못 한다? 문제가 있는 거죠. 결국 대한항공은 우승을 향한 선수들 열망이 순위를 결정할 거예요. 항상 한 번 무너질 때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어요. 연패 횟수를 줄여야 해요. 컨트롤 타워가 있느냐, 감독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느냐 이런 것들이 중요해요. 아직 의문이에요. 그럼에도 희망적인 건 어쩌면 박기원 감독이 대한항공에 맞는 스타일일 수도 있어요. 자율적인 방식이라고 들었어요. 대한항공은 선수들 몸에 배어 있는 약간의 느슨함, 왕자병, 스타 의식을 완전히 버려야죠. 그래야 우승할 수 있어요.


가장 중요한 단어는 선수단 장악력이에요. 박기원 감독이 선수단을 잘 잡고 간다면 충분히 청사진대로 풀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기존처럼 어려운 시즌을 맞이할 거예요. 박기원 감독은 해외 리그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했기 때문에 경험이 풍부해요. 중요한 건 선수들이에요. 분위기를 다잡아야 해요.


상위권 팀들을 쭉 돌아봤어요. 한국전력 KB손해보험 우리카드에 대해서도 짚어봐야겠죠? 어느 팀이 가장 매서울까요?


단연 한국전력 고춧가루가 가장 매울 거예요. 전광인 서재덕이란 두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했잖아요. 긴장 고삐를 늦출 수 없어요. 세터 쪽에서 안정만 꾀할 수 있다면 제일 위협적인 팀이 될 거예요.


KB손해보험은 이선규 영입했는데 성적 못 내면 머리 아프죠. 작년보다 잘할 거 같아요. 4위 경쟁은 하지 않을까요? 원래 공격 지표는 괜찮은데 수비가 아쉬운 팀이었어요. 손현종이 재활 중이지만 외인이나 김요한이 공격력 끌어올리면 윙스파이커 한 자리를 김진만이나 황두연이 하는 게 더 밸런스가 좋을 수도 있어요.


우리카드는 비시즌 훈련량이 이번 시즌 행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거예요. 시즌 초반에 중위권 그룹을 형성하지 못 하면 어려워요. 초반부터 뒤처지지 않고 다른 팀과 발 맞춰 가는 게 중요해요.


우리카드는 김 감독이 꼴찌하고 잠잘 사람이 아닌데. 승부욕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아마 선수들 반 죽었을 거예요(웃음). 주장인 최홍석이 9월 셋째 주에 결혼 후 신혼여행도 못 가고 열심히 훈련했어요. 관건은 세터죠. 세터가 약해서 그 이상을 바라보기 힘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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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자부로 눈을 돌려볼게요.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은 리우올림픽 출전 멤버가 많아요. V-리그엔 어떻게 작용할까요?


선수들 일정이 굉장히 힘들었어요. 피로가 많이 쌓여있을 거예요. 특히 현대건설은 양효진 몸 상태가 썩 좋지 않아요. 염혜선도 몸이 안 올라와 있다고 해요. 황연주는 경기를 많이 소화하지 않아서인지 컨디션은 괜찮대요. IBK는 김희진이 제일 걱정이에요. 들어보니 지난 시즌 보여준 기량에서 절반 밖에 되지 않는대요. 김희진이 얼마나 정상까지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달려있어요. 박정아는 지금 정말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요. 잘하라는 의미에서 따뜻한 격려 메시지나 박수 많이 보내주세요. 저도 배구 팬 한 사람으로서 팬 분들께 부탁 드릴게요.


배구계 최근 격언 중 하나가 남자부 삼성화재 여자부 IBK기업은행 걱정이 가장 쓸데없는 거라고 해요. IBK는 걱정 안 해요. 잘하면 정규리그 우승, 적당히 하면 2위, 못하면 3위예요. 포스트 시즌에 떨어질 확률은 희박해요. 김사니 승부욕을 꺾을만한 세터가 있을까요? 리베로 남지연이 아무리 노쇠했다고 해도 받쳐주는 채선아 등 선수들이 좋잖아요. 세터-리베로가 이 정도 베테랑인 팀이 쉽게 무너질 리 없어요. 현대건설은 달라요. 염혜선이 챔프전 우승 후 리우에서 어느 정도 했다면 그 기세나 자신감이 엄청났을 거예요. 혜선이가 기회를 못 잡아 아쉬워요. 현대건설은 모 아니면 도예요. 언제 연패를 길게 할지 몰라요. 연승도 막을 수 없지만, 연패하면 본인들도 못 막을 거예요. 분위기를 타는 팀이라 무너질 공산이 커요. 시즌 초에 치고 나가야 해요.


GS칼텍스는 윙스파이커 황민경 영입으로 좀 더 폭 넓은 선수 운용이 가능해졌어요.


비시즌 때 이소영 기량이 굉장히 많이 늘었대요. 윙스파이커 중요한 축을 담당할 거예요. 중앙이 문제예요. 높이가 낮아져서 수비 조직력에 중점을 둬야 해요. 황민경은 아포짓 스파이커로 활약할 가능성이 있고, 강소휘는 좌우를 오갈 거예요.


우선 윙스파이커 포지션 미모 지수가 최고다, 월등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네요. 실력 지수는 어느 정도일지 봐야죠. 이 팀 장점은 멀티 플레이어가 많다는 거예요. 여자부 감독 중에는 이선구 감독이 가장 수가 많아요. 몇 경기를 하든 포지션 구성을 완전히 다르게 할 수 있어요. 문제는 고정된 포지션이 없으니 선수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거죠. 이걸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중요해요. 이번 시즌엔 해낼 듯 해요. 선수들이 악에 받쳐있더라고요. 황민경 합류로 경쟁이 시작됐어요. 긍정적 시너지가 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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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로공사와 흥국생명은 어떻게 보시나요?


흥국생명은 강력해요. 외국인 선수 선발을 정말 잘했고, 박미희 감독도 훌륭해요. 우먼 파워를 제대로 발휘하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요? 지난 시즌에도 현대건설이나 IBK기업은행에 견줄만한 경기력을 보여줬어요. 기대돼요. 도로공사는 배유나가 가세했지만 여전히 물음표예요. 김종민 감독이 선수들과 밀당을 잘 해야 해요. 섬세한 배려가 필요하죠.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을 얼마나 조화시킬 수 있느냐를 봐야 하고요.


소위 말하는 ‘케미(케미스트리)’가 중요해요. 도로공사는 배유나 정대영 이효희 세 선수 조화가 관건이에요. 김종민 감독한테 시간 줘야죠. 첫 시즌에 바로 성적내기는 쉽지 않아요. 선수 구성은 괜찮아요. 하나로 엮어서 힘을 모아야 해요.


앞서 말씀하신 대로 KGC인삼공사가 걱정인데요.




KGC는 총체적 난국이죠. 안정적인 포지션이 리베로밖에 없어요. 김해란이란 걸출한 국가대표 리베로 존재감이 단연 으뜸이죠. 그 외에는 모든 포지션이 다른 팀에 비해 열세예요. 시은미 세터를 GS칼텍스에서 임대해왔는데 출전 시간이 많았던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냉정한 프로 세계에서 이름을 알릴 수 있을까요? 미들 블로커 포지션은 유희옥이 IBK기업은행에서 왔기 때문에 문명화와 함께 한 축 담당해줄 거예요. 높이는 예년에 비해 좋아졌어요. 문제점이었던 수비가 얼만큼 발전했을지 궁금해요.


서남원 감독이 훈련이나 팀 운영 노하우는 충분히 갖고 있어요. KGC는 이번 시즌 오히려 좋은 조건이에요. 기대치가 없기 때문이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니 백지에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즌이에요. 근데 너무 안타까운 게 외국인 선수가 말도 안되게 교체됐어요. 지난 시즌 뛰었던 헤일리만 있어도 잘할 텐데. 새 외인 알레나가 어떨지 모르지만 이 변수가 너무 뼈아파요. 올해도 꼴찌를 면하기 힘들 거예요.


글/ 최원영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2편에 계속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0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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