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누구나 비밀은 있다! 가지각색 배구판 징크스

더스파이크 / 기사승인 : 2017-02-06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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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상대만 만나면 힘 한번 못 써보고 패한다든지 혹 누군가는 흐트러져 있는 신발 끈을 가지런히 묶는 것. 이 모든 게 바로 징크스에서 비롯된다. 재수 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을 일컫는 말인 징크스(jinx)는 선수들 혹은 감독들에게도 지나칠 수 없는 일. 만들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신경 쓰이는 가지각색 배구판 징크스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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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앞에만 서면 왜 작아지는가


1월 20일 현재 현대캐피탈은 24경기에서 15승을 챙기며 승점 43점을 확보, 순위표 두 번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그 15번 승리 중 단 1승도 빼앗지 못한 팀이 있다. 바로 한국전력. 이상하리만큼 한국전력만 만나면 작아지는 현대캐피탈. 이쯤 되면 ‘한국전력 징크스’라 할 만하다.



올 시즌 4번 만나 모두 패했다. 1라운드는 세트스코어 1-3으로 역전패했다. 2~4라운드는 풀세트 끝에 패배를 떠안았다. 그래서 더 아쉽다. 한국전력이 유독 5세트에 강한 면모를 보인다고 하더라도 지난 시즌 한국전력전 5승 1패를 기록했던 현대캐피탈이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상대 공격 패턴이 빠르지만 스피드가 있다는 것은 반대로 리듬을 흔들면 균열이 커질 수 있다”라고 전했다. 현대캐피탈로서는 좋지 않은 징크스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을 리 없다.



반면 현대캐피탈도 누군가에게 징크스가 된 적이 있다. KB손해보험은 프로 원년부터 천안에서 현대캐피탈을 한 번도 이겨보지 못 했다. 장장 10여 년 간 이어져 온 ‘천안 징크스’가 2014년 12월 21일 드디어 깨졌다. 26연패 끝에 27번째 경기 만에 천안에서 현대캐피탈에 승리를 거둔 것이다. 세트스코어 3-2(34-32, 21-25, 24-26, 25-17, 16-14)로 쉽진 않았다.



마지막 5세트 12-14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4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상대범실에 이어 김진만이 블로킹 및 오픈 공격으로 득점을 올리며 매치포인트가 됐다. 김요한이 후위 공격으로 마무리하며 승리를 확정했다. LIG손해보험에서 KB손해보험으로 팀 명이 바뀌기 전 마지막 시즌 거둔 수확이었다. 다음 맞대결(2015년 1월 17일)에서도 현대캐피탈에 세트스코어 3-2(18-25, 26-24, 22-25, 25-21, 17-15)로 승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KB손해보험은 올 시즌 4라운드까지 0승 4패로 절대 열세에 놓여있다.



누적 전적을 합치면 9승 67패로 여전히 현대캐피탈에 약하지만 지독한 징크스를 깼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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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들 행운의 넥타이는 ing


지난 시즌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유독 빨간 넥타이를 고집했다. 2015년 11월 7일 팀 창단 20주년 경기를 맞아 구단에서 넥타이를 선물한 것이 시초였다. 이날 우리카드전에서 승리를 거둔 삼성화재는 이후 연승행진을 이어갔다. 그리고 임도헌 감독은 목에 항상 빨간 넥타이를 착용했다. “20주년 기념으로 구단에게 빨간 넥타이를 받아서 매고 있는데 그 날 승리 후 연승을 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매고 있다.” 임도헌 감독과 빨간 넥타이(?)는 7연승을 합작했다.



올 시즌에도 넥타이 마스코트는 여전히 유효했다. 이번에는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이 골드 넥타이 단벌 신사가 됐다. 신영철 감독은 “예전에도 한 번 얘기했지만 계속 승리를 가져다 주는 행운이 담긴 넥타이다. 바로티 컨디션을 체크할 겸 유럽을 갔을 때 마틴이 우승하라며 금빛 넥타이를 골라줬다. 색깔도 좋지 않은가. 승리의 골드다. 기분 탓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매번 이 넥타이를 맨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 기간 동안 한국전력은 5연승을 질주했다.



넥타이는 아니지만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도 징크스는 어디 가서 뒤처지지(?) 않는다. 선수 시절 이야기다. 경기 전날 저녁엔 늘 정해진 시간에 맞춰 샤워를 했다. 양말부터 속옷까지 정리를 다 해놓았다. 경기 당일에는 코트 안에서 절대 금을 밟지 않았다. 머리카락 한 올도 용납하지 않고 치웠다. 금을 밟지 않는 건 감독이 된 현재도 계속 하고 있다. 지난 시즌 중 8연승을 달릴 때는 계속 같은 속옷을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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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쓰거나 혹은 무심하거나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는 우리카드.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김광국의 성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시즌 인터뷰실을 찾은 김상우 감독 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됐던 건 김광국. 물론 좋은 이야기는 아니었다. 올 시즌에도 여전히 김광국 이름이 거론된다. 하지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김광국 탓이 아니라 덕분이라는 것. 잘나가고(?) 있는 김광국에게 혹시나 징크스가 있는 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운동화를 가리켰다. 가지런히 묶여있는 신발 끈. “신발 끈을 묶을 때 공들여서 묶는다. 끈이 꼬이면 안 된다. 그리고 양쪽 끈이 맞아야 한다.” 이어 그는 “무릎보호대나 배구화, 양말 등 경기 때 차는 게 따로 있는데 전에 잘됐을 때 꼈던 걸로 착용한다”라고 말했다.



박상하에게는 팬들이라면 다소 아쉬워 할 징크스가 있다. “경기장 나갈 때 머리를 손질하면 잘한 적이 없다. 어렸을 때는 인기가 많고 싶지 않나. 그래서 몇 번 염색도 하고 머리에 뭐 바르기도 했는데 그러면 경기가 잘 안되더라. 그 이후에는 거의 매 시즌 삭발했다. 뭔가 꾸미면 시즌이 잘 안 된다.” 그래도 팬들에게는 한 없이 멋있어 보이는 박상하다.



氣가 필요해


기를 받아야 잘하는 선수도 있다. IBK기업은행 채선아는 원래 경기 시작 전 김언혜(전 IBK기업은행)에게 기를 받곤 했다. 그러면 경기가 잘 풀린다는 것. 김언혜 은퇴 이후에는 누구에게 기를 받고 있을까? 다름 아닌 신인 선수들. 팔팔한(?) 기를 받고 있다고 한다.



OK저축은행 곽명우의 징크스는 다소 무섭기까지 하다. 평소 귀신을 종종 본다는 곽명우. 경기장에서도 관중석에 앉아 있는 귀신을 마주한다고 한다. 그런 날은 대개 팀이 잘 된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 몸은 안 좋아지는 것 같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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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참 희한하다. KGC인삼공사의 아프면 더 잘하는 징크스다. 지난 2016년 11월 17일 수원에서 열린 현대건설 전에서 알레나는 장염 증세가 심해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펄펄 날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2017년 1월 1일 대전에서 치른 GS칼텍스와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날까지 배탈로 고생하느라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 했다. 뿐만 아니라 서선미 지민경 장영은 김혜원이 모두 배탈 증세로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럼에도 KGC인삼공사는 알레나를 비롯한 선수들 맹활약으로 GS칼텍스를 제압했다. 서남원 감독은 “액땜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멋쩍게 웃었다.



이번에도 KGC인삼공사 이야기다. 한 시즌 잘하면 다음 시즌엔 부진하다. 그럼 또 그 다음 시즌에는 성적이 좋다. 2009~2010시즌부터 KGC인삼공사는 성적이 징검다리처럼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2009~2010시즌에는 챔피언 결정전에 오를 만큼 성적이 좋았으나 2010~2011시즌에는 8승 16패로 4위에 그쳤다.



그런데 다음 시즌인 2011~2012시즌에는 통합 챔피언에 올랐다. 2012~2013시즌에는 다시 최하위로 떨어졌다. 당시 여자부 역대 최다인 20연패에 빠지는 수모도 겪었다. 다만 2014~2015시즌과 2015~2016시즌에는 연속으로 꼴찌가 됐다. 올 시즌에는 성적을 부쩍 끌어올렸다.



칭찬을 하면 잘 못하는 징크스를 가진 팀도 있다. 바로 IBK기업은행. 지난 2016년 11월 8일 GS칼텍스전을 마치고 인터뷰실을 찾은 이정철 감독은 “칭찬만 하면 경기를 못한다. 징크스를 깨야 하는데, 잘 안 된다”라며 “앞으론 칭찬을 안 해야겠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GS칼텍스전에 앞서 이정철 감독은 김희진과 박정아 동반 활약을 칭찬하며 “팀 조합이 이상적이다. 완벽하진 않아도 생각만큼 된다”라고 웃었다.



그러나 잠시 후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은 결과적으로 3-0 승리를 거머쥐기는 했지만 2세트는 14-18로 뒤지다 역전을 했고, 3세트 역시 15-15로 맞서다 단숨에 몰아쳐 경기를 끝냈다. 이날 박정아는 10점, 김희진은 6점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이정철 감독은 칭찬 노이로제에 걸렸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징크스라고 뭐 유다를 것도 없다. 사소한 거라도 징크스라면 징크스. IBK기업은행 박정아는 경기에 가까워지면 손톱을 깎지 않는다. 시즌이 긴 만큼 손톱을 계속 안 깎을 수 없어 경기가 끝나면 그날 바로 깎는다고 한다.



현대건설 주전 세터 염혜선은 경기 전에 신나는 음악을 듣지 않는다. 주로 발라드만 듣는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 흥분하거나 들떠 역효과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경기에 임하려는 노력이다. 양효진은 특별한 징크스는 없고, 배가 고프면 힘들다고 한다. 한유미는 매번 하는 루틴을 최대한 지키려 한다. 그녀 표현을 빌리자면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라고. 경기에서 이겼을 때 입은 유니폼을 계속 입고 출전한다고 덧붙였다.



2014~2015시즌 혜성처럼 등장해 27경기 연속 서브에이스를 기록하며 역사를 다시 썼던 한국도로공사 문정원. 서브퀸답게 독특한 서브 루틴이 있다. 문정원은 서브 넣기 전에 양 손 안에서 공을 몇 번 돌려본다. 공이 잘 돌아가야 서브도 잘 들어간다고 한다. 공이 잘 안 돌아가면 이상하게 서브 리듬이 깨진다고 전했다.



글·사진/ 더스파이크 편집부


* 배구 전문 매거진 <더스파이크> 2월호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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