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어떻게 그대란 행운이 온 걸까, 김미연 X 이고은

정고은 / 기사승인 : 2017-04-18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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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둥을 받치는 주춧돌이 약하면 그 어떤 아름다운 건물도 무너지고 만다. 아무리 좋은 공격수가 있어도 리시브와 세트가 나쁘다면 공격에 어려움이 있다. 여기 주춧돌 위에 기둥을 세우듯, 뒤에서 묵묵히 다른 팀원들을 받쳐주는 이들이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삼각편대를 앞세운 IBK기업은행은 높이 날 수 없었다. 소리 없이 강한 이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치고 이들과 1차 인터뷰가 이뤄졌으며, 챔프전 우승 뒤에 추가 인터뷰를 실시했다.


글/ 송소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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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속의 팀


김미연과 이고은은 각각 2011~2012시즌 3라운드 3순위, 2013~2014시즌 1라운드 3순위로 도로공사에 지명됐다.



김미연은 “2라운드까지 지명이 끝났는데 제 이름이 안 나왔어요. ‘난 안 뽑히겠구나’ 싶어서 정신을 놓고 아무 생각 없이 가만히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도로공사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거예요. 정말 기뻤어요”라고 드래프트 때를 기억했다. 그러면서도 “학교 다닐 때 도로공사가 제일 힘들다는 소문을 들었거든요. 그래서 걱정이 조금…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라고 덧붙였다.



이고은은 어느 순위에 뽑힐 것이란 예상을 주위에서 미리 들어 기대는 했지만 “1라운드 4순위 이후에나 뽑힐 줄 알았는데, 3순위로 뽑혔을 때 놀랐어요. ‘어, 내가 벌써?’(웃음)”라고 밝혔다.



김미연이 한국도로공사에 입단했을 때는 이미 팀에 윙스파이커만 6명(곽유화 김선영 문정원 임효숙 표승주 황민경)이나 있었다. 자연스레 3라운드에 뽑힌 신출 김미연에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힘들지 않았냐는 물음에 김미연은 “제가 어리니까 더 오래 한 언니들이 경기 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을 해서 힘들지는 않았어요. 물론 팀에 계속 남기 위해서 제 장점을 살리려고 노력하긴 했죠. 지금은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도로공사 시절에는 제가 공격에 강점이 있었거든요. 그 강점을 잘 살리려고 공격에 큰 비중을 두고 열심히 연습 했어요. 사실 저는 1~2년하고 은퇴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선수생활이 길어져서 저도 신기해요”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이고은은 이와 달리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원포인트 서버로 꾸준히 코트를 밟았다. 그래도 세터로서 뛰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는 않았을까? “전혀 아쉽지 않았어요. 아예 코트를 못 밟는 것보다 서브라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쨌든 그것도 코트 안에 들어서는 경험이잖아요.”



지금은 나란히 IBK기업은행 소속이지만 도로공사에 있었던 시간이 더 많았던 이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둘 다 그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김미연이 먼저 “저는 처음 ‘미콜’이란 별명이 생긴 경기가 기억에 남아요. 제 인생 경기였어요”라고 답했다.


2012년 11월 28일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있었던 흥국생명과 경기. 1세트 중반 도로공사 외국인 선수 니콜이 손가락 부상으로 빠지게 됐고, 그 자리에 김미연이 긴급 투입됐다. 이날 김미연은 팀 내 최고 득점인 17득점(공격 성공률 50%)을 올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후 팬들은 니콜과 김미연 이름을 합쳐 ‘미콜’이라는 별명으로 김미연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고은이 꼽은 기억에 남는 순간은 2013년 11월 3일. 프로 데뷔 첫 경기였다.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있었던 현대건설과 경기 2세트 19-10에서 원포인트 서버로 교체 투입됐다. 이고은은 프로 입단 첫 서브를 때렸고, 상대 정미선이 리시브에 실패하면서 서브 득점을 올렸다. 첫 서브가 득점이 돼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였냐고 묻자 김미연은 “항상 힘들죠”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이어 “제가 2014~2015시즌에 경기를 많이 못 뛰었어요. 훈련만하고 경기를 못 뛰니 무척 힘들더라고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때 정말 그만두고 싶었는데, 부모님께서 다음 시즌이면 트라이아웃이 되니까 한 시즌만 기다려보자고 설득하셨어요. 그래서 참고 버텼는데, 그 다음 시즌에 경기를 많이 뛰게 된 거예요. 그때 참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이고은은 고등학교 3학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그때 부상이 많았어요. 너무 아파서 ‘이렇게 참으면서까지 해야 하나?’하는 회의감도 들었어요.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주변에서 조언을 많이 해줘서 버틸 수 있었어요.”



그럼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냐고 묻자 두 사람 다 특별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며 한참을 머뭇거렸다. 이내 김미연이 “음… 시즌 중에는 거의 못 쉬잖아요. 그렇게 힘들게 지내다 시즌이 끝나고 휴가를 받았을 때!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가요? 어떡해요. 그게 제일 행복한데(웃음). 운동할 때도 행복한 순간이 있긴 하지만 다 끝내고 후련한 마음으로 쉴 때가 가장 좋아요”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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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닝 포인트


유난히 더웠던 2016년 여름, 여느 때처럼 오전운동을 준비하며 신발끈을 묶고 있던 김미연을 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불렀다. 무슨 영문인지 모른 채 불려간 김미연에게 김 감독은 IBK기업은행으로 트레이드 됐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김 감독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미연의 두 눈에선 눈물이 쏟아졌다. 트레이드는 남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자신에게 닥칠 것이라 상상도 안 해봤다는 김미연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날이 태어나서 가장 많이 운 날이에요”라고 쓴 웃음을 지었다.



IBK기업은행은 직전 시즌 정규리그 우승에 힘을 보탰던 전새얀과 최은지를 보내는 대신 도로공사 김미연과 이고은을 받아오는 2대 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이들은 섭섭할 시간도 없이 유니폼을 갈아입어야 했다.



김미연은 IBK기업은행에 U-23 대표팀에서 만난 노란과 김하경을 제외하고는 아는 선수가 없었다. 그나마 함께 지내던 이고은과 함께 와 서로 의지할 수 있었다며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었다고. “처음엔 아는 사람이 없어서 힘들기도 했지만, 다들 아는 사이었던 것처럼 편하게 대해줬어요. 오히려 요즘은 주변에서 ‘너 원래 IBK기업은행 소속이었던 거 같아’라고 할 정도로 잘 지내고 있어요.”



이들이 처음 팀에 왔을 때 이정철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으로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올림픽이 끝나고는 이고은이 AVC(아시아배구연맹)컵 대표팀으로 차출돼 이적 직후엔 서로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AVC컵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곧바로 KOVO컵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이고은은 감독에게 특별히 들은 이야기는 없었다. “그냥… 제가 키가 작으니까 블로킹 부분에서 한계가 있잖아요. 최대한 자리를 잘 잡아서 바운드 시키는 방향으로 가자고. 그런 얘기 들었어요.”



반면 도로공사에서 공격에만 중점을 뒀던 김미연에게는 “우리 팀에서는 네가 수비하지 않으면 해줄 사람이 없다”라며 수비에 중점을 둘 것을 강조했다. “처음에는 이 말이 너무 신기해서 고은이한테 ‘나보고 수비를 하래!’라고 얘기하기도 했어요. 저랑 리쉘과 (남)지연 언니 셋이서 잘 받쳐줘야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리시브와 수비에 엄청 신경 쓰고 있어요. 처음엔 매우 부담스럽기도 하고 압박감도 있었는데 이제는 제가 잘 받아낸 볼을 우리 팀 언니가 득점으로 만들었을 때 기분이 더 좋아요.”



올 시즌 이들 트레이드를 두고 배구 팬들은 물론 많은 언론들도 ‘성공한 트레이드’라고 말하곤 한다. 그에 대한 생각을 묻자 주위에서도 다들 IBK기업은행에 가서 정말 잘 된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고. “저희가 경기를 잘 치르면 항상 도로공사와 비교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도로공사도 (전)새얀이랑 (최)은지 언니가 잘 하고 있잖아요. 서로에게 윈-윈인 트레이드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 모두 배구 인생 터닝 포인트를 IBK기업은행에 트레이드 되어 온 것이라고 밝혔다. 김미연은 “프로 와서 제가 뛴 경기에서 우승한 게 이번 KOVO컵이 처음이었어요. 이 팀에 와서 첫 대회부터 기분 좋게 시작했죠. 너무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올 시즌 중반, 베테랑 세터 김사니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져 주전 세터로서 경기를 운영해야 했던 이고은은 “저는 원래 세터로 뛸 기회가 많지 않았잖아요. 이 팀에 와서 백업 세터로 뛸 수 있는 것도 좋았는데, 이젠 주전으로도 뛰었어요. 처음엔 너무 갑작스럽게 주전 세터를 해야 한다고 해서 남은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부담도 되고 걱정도 많이 했는데 벌써 이렇게 리그가 끝이 났네요(웃음). 이 팀에 온 덕에 경기를 많이 뛸 수 있게 됐으니 트레이드가 저에게는 신이 준 한 수예요!”라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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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기 넘치는 소녀들


경기장 밖에서 이들의 성격은 어떨까? 인터뷰를 하면서 살펴본 이들은 너무 조용하고 차분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장난기를 엿볼 수 있었다. 인터뷰가 익숙지 않은 탓에 한참 머뭇거리다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라고도 하고, 이고은이 답을 고민하자 김미연이 “기자님이 알아서 잘 써주실 거야!”라며 호탕한 모습도 보였다.


이들에게 직접 본인의 성격을 들었다. 김미연이 “전 무척 낯가림이 심해요. 그러면서도 엄청 시끄럽고 까부는 성격이에요”라고 답하자 이고은이 “낯가림이 심한데, 어떻게 그래요?”라며 웃었다. 그제야 김미연은 “친해지면요! 친해지면 엄청 까불어요. 그래서 언니들이 ‘쟤는 쉽게 건들면 안 돼!’라고 해요. 항상 제가 먼저 장난을 치는데 미안하다는 사과도 제가 받아요. 언니들이 먼저 항복하죠”라며 답을 정정했다.



이고은은 자신은 활발한 면도 있지만 소심하다고 했다. 처음 보는 사람한테는 낯가리긴 하지만 심한 편은 아니라고. 이에 김미연은 자기는 엄청 심하다고 덧붙였다. “맞아요. 아마 이정철 감독님은 아직도 언니가 조용한 성격인 줄 알 거예요”라고 이고은이 말하자 김미연은 생각 난 이야기가 있다며 도로공사 시절 이야기를 풀었다.



“김종민 감독도 도로공사에 온지 얼마 안 되셨잖아요. 저희 이적하기 전 마지막 날 다같이 밥을 먹는데 감독께서 ‘너 원래 이런 애였어? 조용하고 차분한 줄 알았는데, 완전 깬다!’라고 했어요. 원래 감독이 말 시키면 그냥 ‘예.. 아, 아니요…’ 이렇게 대답했는데, 그날은 마지막이니까 완전 편하게 이야기했죠.”



김미연에게는 ‘면공주’라는 별명이 있다. “그냥 제가 그렇게 부르라고 다들 세뇌(?)시켰어요. 예뻐야만 공주 하는 것도 아니고. 공주라고 불러주면 좋잖아요. 재미있고. 이젠 오히려 ‘미연아’라고 부르면 어색해요. 가끔 사니 언니가 저한테 ‘공주!!’이렇게 소리치면서 볼을 올려주기도 해요. 다 제가 만든 거예요(웃음).”



김미연은 롤 모델이자 친한 선수로 GS칼텍스 황민경을 꼽았다. 두 사람 다 도로공사에 소속 되어 있다가 올 시즌을 앞두고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 김미연은 황민경을 가리켜 “비교적 키가 작지만 공수 양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잖아요. 파이팅도 좋고, 쉽게 무너지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처음 도로공사에 갔을 때부터 민경 언니가 제 롤 모델이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황민경이 정말 장난꾸러기라며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민경 언니가 짓궂어서 장난치는 걸 좋아해요. 저랑 (고)예림이가 리액션이 엄청 크거든요. 언니가 저희를 놀라게 하면 저희는 소리 지르고, 언니는 그걸 동영상으로 찍어서 sns에 올리고. 매일 당하고 또 당하게 되더라고요(웃음). 어떤 장난을 쳤냐고요? 성남에서 있을 때 다 같이 씻어야 했어요. 하루는 머리를 감고 있는데 몰래 물을 찬물로 돌리고 도망가더라고요.”



이고은은 명세터 두 명을 닮고 싶다고 답했다. “사니 언니는 운동에서도 배울 부분이 많아요. 특히 정신력이 정말 좋아서 그 부분을 너무 닮고 싶고, 배우고 싶어요.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님은 학생 때부터 팬이에요. 볼을 올리는 모습도 멋있고. 아픈데도 하시는 거 보면 대단하시고… 여러 가지로 배울 부분이 많았어요.”



이들에게 팬들은 어떤 존재일지 물어보았다. 김미연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항상 ‘잘한다, 제일 멋있다, 수고했다’라고 얘기해주는 힘이 되는 존재예요. ‘감사합니다’라고 밖에 답은 못하지만 정말 힘이 돼요. 고마워요”라고 진심을 전했다. 이고은도 이에 동의한다며 “저도 힘이 되는 존재예요. 게임이 잘 안 풀리면 많이 속상하거든요. 혼자 되짚어보면서 생각에 잠기는데, 그럴 때 팬들이 ‘괜찮아, 잘했어’라고 해주면 그 말들이 힘이 돼요”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 목표는 어떤 것일까? 김미연이 먼저 “배구를 깊게 보시는 분들은 경기 내용에 대해 ‘이때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시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아, 이때 김미연이 있었으면 점수를 냈을 텐데, 김미연이었다면 저 볼 수비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팬들께 오래 기억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이고은은 한참을 고민하더니 “제가 주전으로 경기를 뛰면서 우승을 해보고 은퇴하고 싶어요. 국가대표팀도 한번 가보고 싶은데, 제가 키가 많이 작아 어렵겠죠. 그래도 키가 작아도 잘 했던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어요”라고 밝혔다.



서로에게 한 마디씩 얘기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당황한 이들은 뭐라 말해야 할지 예를 들어달라고 되물었다. 몇 가지 예를 들어주면서 “그렇다고 똑같이 대답하면 안돼요”라고 덧붙이자 김미연은 “잘 섞어서 이야기 할게요”라며 혀를 내밀었다.



김미연은 이고은이 ‘공격수와 호흡이 잘 안 맞으면 모두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성격’이라며 뭐라고 한 소리를 들으면 주눅이 들어서 무조건 오냐 오냐 해줘야 하는 애기 같다고 설명했다. 주전 세터로 뛰던 초반에 공격수와의 호흡에 관해서 많이 힘들어 해 ‘네가 흔들려서 게임이 말리면 안돼’라고 조언해줬던 적이 있다고.



“지금처럼 되든 안되든 언니가 잘 받아줄게. 너도 잘 올려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가자. 우리가 제일 볼을 많이 만지잖아(웃음).”
이어 이고은이 “게임 할 때 많이 얘기해주고 도와줘서 고마워요”라고 말하자, 김미연은 순간 민망한 듯 ‘으악’ 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고은은 새빨개진 얼굴로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언니도 마지막까지 힘내요”라고 전했다.


김미연-이고은_8875.jpg소리 없이 강한 그녀들, 고비에서 진가를 뽐내다
김미연과 이고은이 정규리그에서부터 보인 활약은 정말 쏠쏠하다. 정규리그 30경기 모두 출전한 김미연은 207득점(공격 156점, 공격 성공률 32.7%)을 올리면서 삼각편대를 보조하는 제4 공격수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또한, 장점인 서브를 31개나 성공시키면서 서브퀸 문정원(한국도로공사) 뒤를 이어 서브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수비에서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세트당 2.02개 리시브를 성공시키며 리시브 7위에 올라섰다. 공수 양면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김사니가 코트를 비운 사이 팀을 조율한 이고은은 초반엔 공격수들과 호흡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으나 경기를 치르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25경기에 출전하면서 세트당 10.23개 세트를 성공시켰다. 특히 5라운드에는 전승 주역으로 라운드 MVP에 뽑히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고은은 도로공사 시절 원포인트 서버로 교체 출전했을 뿐 포스트 시즌에 세터로서 뛴 적은 처음이었다. 김미연도 포스트 시즌에 경기를 뛴 경험이 전무했다. 따라서 이고은과 김미연 두 사람 다 포스트 시즌이라는 큰 경기를 치르는 것은 팀을 옮긴 뒤 비로소 처음이었다고 한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이고은은 “경기를 생각하면 긴장 돼요. 얘기하는데 벌써 땀 나려고 하네요(웃음)”라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미연 역시 “경기를 생각하면 심장이 두근거려요”라며 첫 포스트 시즌에 걱정을 비쳤다.



하지만 이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오히려 포스트시즌에 이들의 활약은 더 두드러졌다. 김미연은 KGC인삼공사와의 플레이오프 3경기동안 정규리그 평균 공격 성공률인 32.7%보다 훨씬 높은 공격 성공률(42.55%)로 분투했다.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공격과 리시브 모두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3차전에서는 공격 성공률 41.7%라는 순도 높은 공격으로 서브 1득점 포함 11득점을 올렸다. 리시브도 실패 없이 34.29% 성공률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해냈다.



포스트 시즌 동안 IBK기업은행을 주로 조율한 것은 김사니였지만 이고은도 교체로 꾸준히 코트를 밟으며 뒤를 받쳤다. 특히 챔피언 결정전 2차전은 교체 없이 이고은 혼자 팀을 이끌기도 했다. 이 경기에서 이고은은 세트당 15.25개 세트를 성공시키며 역전승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이 “김미연과 이고은이 없었으면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을 것”이라고 얘기할 만큼 이 둘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다. 김미연이 리쉘 남지연과 함께 수비에 힘을 보태지 않았다면, 김사니의 뒤를 이고은이 받쳐주지 않았다면 IBK기업은행은 챔피언의 영광을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김미연은 “너무너무 힘들었고 최고로 기억에 남을 시즌일 거 같아요. 이 팀에 오자마자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감독님, 코치님, 언니들, 동생들 모두에게 정말 고마워요”라고 답했다. 이고은도 “누구 한 명 빠짐없이 모두가 힘들었어요. 힘든 것들을 다 이겨내고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로 마무리 지어서 정말 좋아요. 처음으로 챔피언도 돼보고 너무 행복해요”라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우승을 확정한 뒤 서로에게 보내는 덕담을 추가한다. 김미연은 “우리 둘 다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와 챔피언 결정전이라는 큰 경기를 치렀네. 힘들었을 텐데 잘 이겨내서 고마워. 앞으로도 같이 좋은 경험 쌓아가자”라고 말했다. 이고은도 “팀을 옮겨오면서 힘든 부분도 많았을 텐데 잘 이겨내고 잘해줘서 멋져요. 고생했으니까 우리 휴가 즐겨요(웃음)”라고 덧붙였다.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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