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쑥쑥 크는 다재다능 배구소녀, 중앙여중 이예담

이광준 / 기사승인 : 2017-07-29 1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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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샛별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곧장 달려간 서울 중앙여중. 또래보다 한 뼘 더 올라온 큰 키 덕분에 그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악수하는 손에 온통 굳은살이 가득한 열네 살 소녀, 남다른 배구 유전자를 가진 이예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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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에 빠지지 않곤 못 배겼을 아이



이예담(14세, 183cm)이 배구를 처음 만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우연히 2박 3일로 진행되는 한 배구캠프에 참가한 것이 계기였다. 캠프는 주로 배구공과 친해지는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는데 리시브 서브 등 기본적인 것들을 해보니 흥미가 생기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옆에서 운동하는 선배들 모습을 보니 이걸 직접 한다고 생각하면 재미보단 두려움이 훨씬 컸다고 한다.



“처음 접한 배구는 의외로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런데 옆에 캠프에 참가한 사람들 말고 선수 생활을 하는 언니들이 있었어요. 그 훈련하는 모습을 보니 이걸 직접 하면 얼마나 힘들까 하고 겁부터 들었죠.”



그렇게 겁먹은 것도 잠시. 이예담은 어느새 하얀 공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이듬해부터 배구부 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공을 직접 만지고 친구들과 주고받다 보니 그 속에서 아기자기한 매력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훈련하는 게 두려운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배구 매력을 알게 되니 직접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훈련은 힘들지만 예전보단 훨씬 나아져서 다행이다(웃음)”라고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사실 이예담은 과거 호남정유에서 여자배구 무패 신화를 이룩했던 홍지연 선수 딸이다. 피는 못 속인다고 그런 어머니 아래 자란 이예담이 배구를 하게 된 건 그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배구를 시작한 데 어머니 홍지연의 영향이 있었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오히려 어머니는 배구하는 것을 반대했었다”라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어 “어머니는 선수 생활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어 내가 선수생활 하는 것을 반대했었다. 그러나 주변 친척들이 ‘어머니를 닮아 재능이 있을 테니 꼭 해야 한다’라고 어머니를 설득했다. 그래서 결국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선수 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예담이 배구를 계속 하게 된 건 어쩌면 그가 배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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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였던 어머니, 언제나 고마운 잔소리



스타 배구 선수였던 어머니를 둔 이예담. 그는 비록 처음에는 선수가 되는 것을 반대하셨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가장 큰 힘이 되는 사람이 바로 어머니라고 말했다.



선수시절 홍지연은 철벽 블로킹을 자랑하던 미들블로커였다. 우연히 이예담도 미들블로커로 뛰고 있다. 덕분에 이예담은 어머니에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어머니도 선수 시절 저와 같은 미들블로커셨어요. 자세라든가 발 놀림 등 많은 부분에 대해 가르쳐주세요. 물론 가끔은 잔소리처럼 들릴 때도 있어요(웃음). 그렇지만 다 제게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늘 고마워요.”



어머니가 활약하는 모습은 TV나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예담은 지금과는 다른 외모로 놀라운 경기력을 선보이는 어머니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어머니 얘기가 나오자 유난히 두 눈이 초롱초롱해진 모습은 영락없는 열 넷 소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예담은 ‘홍지연의 딸’이라는 이름표가 걱정일 때도 있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선수 시절 잘했다는 사실은 당연히 기쁜 일이지만, 본인 역시 그 만큼 혹은 그 이상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단다. 그는 “배구와 관련된 곳에 가면 꼭 ‘홍지연 딸이 누구냐’고 나를 보러 온다. 어머니 같은 선수가 되라고 격려해주시는데, 아직 스스로 부족한 것을 알기에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사실 부담스럽다”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 직후 “그래서 더 잘해야 돼요”라는 각오를 덧붙였다. 초롱초롱하던 눈빛에서 갑자기 강한 의지가 넘쳐 나왔다. 아직 어리지만 제법 선수다운 자세를 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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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저것도 다 욕심이 나



배구선수로서 이예담이 갖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신장이다. 이예담은 현재 183cm로 다른 학생들보다 한 뼘 이상 큰 신장을 가졌다. 힘이나 순발력 등 배구선수에게 중요한 요소는 다양하지만 신장이 주는 강력함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예담은 가장 큰 무기를 하나 안고 있는 셈이다.



이예담은 의사에게 성장판 검진을 받은 결과, 190cm까지는 무난하게 클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은 무리한 근력 운동보다는 스트레칭과 줄넘기 운동 위주로 하면서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큰 신장 덕분에 이예담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팀 주전으로 활약했다. 중등부에서는 아무래도 학년 간 성장 차이가 커서 대부분 3학년생 위주로 주전 멤버를 꾸리는데, 마침 중앙여중에 3학년 멤버들이 몇 명 없어, 주전으로 계속 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다양한 포지션에서 뛰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팀 사정 상 한 자리에서만 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 때는 아포짓스파이커에서도 뛰고 윙스파이커도 잠시 했었습니다. 지금은 다시 미들블로커를 맡고 있고요. 이왕 하는 거 다 잘하고 싶어요.”



배구를 처음 했을 당시에는 공격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포짓스파이커 자리가 꽤나 맘에 들었다고 한다. 반면 최근에 뛰고 있는 미들블로커 자리는 어려운 게 한 두 개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미들블로커는 상대적으로 아포짓스파이커보다 신경 쓸 게 많다. 블로킹도 그렇고 공격도 어느 정도 책임져야 한다. 또 리베로가 없어 후위에서 수비도 해야 해서 심적 부담이 간다”라는 고충을 전했다.



그래도 그는 최근 들어 수비의 재미를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공격이 좋아서 리시브 훈련을 할 때도 ‘빨리 공격 훈련시간이 왔으면’하고 기대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고 수줍게 웃었다. 공격도 수비도 다 잘하고픈, 운동선수에게는 아주 긍정적인 욕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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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목표부터 차근차근 한 걸음씩



이예담은 이렇게 공격과 수비 모두 훈련하면서 새삼 김연경이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이야기했다. 그와 동시에 김연경처럼 태극 마크를 달고 활약하는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국가대표 경험이 없는지 묻자 이예담은 지난해 겨울, 청소년 꿈나무 국가대표로 선발돼 약 20일 간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그곳에서 대회에 나간 것은 아니었지만 뛰어난 선수들을 많이 만나고 와 놀라웠다고 전했다.



그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이 어떤 뜻인지 그곳에서 바로 알았다. 내 주변에 잘하는 선수들이 대한민국 최고인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준 곳이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성인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큰 노력이 필요함을 알게 된 이예담. 그는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헤쳐 나가면서 꿈을 향해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태백산배 전국중고남녀배구대회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어요. 그런데 진 것보다 아쉬웠던 건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하나도 펼쳐보지 못했다는 사실이었어요. 1학년 세터와 아직 완전히 맞추질 못해 그런 것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답답함을 많이 느꼈어요. 그 이후로 지금은 확실히 나아졌어요. 7월에 있을 대통령배 전국중고남녀배구대회에 출전할 예정입니다. 그 대회에서는 분명 달라진 모습 보여줄 거예요. 대통령배에서 순위권에 드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한편 이예담은 김연경과 더불어 롤 모델로 GS칼텍스 윙스파이커 이소영을 꼽았다. 크지 않은 키로 때려내는 모습이 멋지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면 후에 프로 무대에 가게 되면 이소영이나 김연경처럼 공격수가 되고 싶은지, 아니면 지금처럼 어머니와 같은 미들블로커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당연히 미들블로커죠.”



인터뷰가 마무리될 즈음에 하고 싶은 말이 없는지 물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하겠냐고 하니 이예담은 기다렸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1학년 얘들아! 내가 가끔 짜증내기도 하는데 너무 귀담아 듣지 마.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줬으면 좋겠어. 앞으로 계속 팀 이뤄서 대회에 출전할 텐데 같이 잘 해보자. 그리고 엄마! 잔소리하지 말라고 짜증냈는데 사실 나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 다 알아요. 늘 고맙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니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환히 웃어 보였다. 아직 수줍음이 많은 열 넷 소녀 앞에 밝은 내일이 기다리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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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한 말씀!
김철용 총감독




추계초-중앙여중-중앙여고 배구부 전체를 총괄하고 있는 김철용 총감독. 무적 호남정유를 이끌던 명감독으로 따로 지면을 내 인터뷰를 진행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이번 주인공인 이예담을 위해 기꺼이 한 마디 거들었다.



“이예담은 엄마 유전자를 제대로 물려받았다. 지금은 아직 키가 더 클 수 있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자제하고 있다. 후에 이런 부분을 스스로 보완한다면 좋은 선수가 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 세계적인 선수 김연경은 어린 시절 키가 작아 수비를 전담하다 갑자기 확 크게 되어 공격까지 하게 됐다. 반면 이예담은 반대다. 그렇기 때문에 둘 다 가르쳐 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다.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수 있게끔 가르치고 있다. 지금은 미들블로커지만 아포짓스파이커 윙스파이커가 가능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성실하고 책임감도 있다. 성격은 그리 활발하진 않지만 그래도 코트 위에서는 먼저 나서 팀원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선수다. 예담아, 힘들어도 포기하지 마라. 선수는 그냥 되는 거 아니니까 말이다!”




단문단답 Time



Q. 좋아하는 가수는?
A. 아이유, 그리고 방탄소년단.



Q. 배구 외에 하는 취미는?
A. 소설책 읽기. (요새는 읽은 책이 없지만)



Q. 배구랑 인터뷰 중에 뭐가 더 어려워요?
A. 인터뷰죠.




글/ 이광준 기자


사진/ 유용우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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