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배구하는 오빠 '박준혁' × 농구하는 동생 '박지수' 그 환상의 케미

최원영 / 기사승인 : 2017-09-15 09: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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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다감한 말투와 손짓 따위는 기대도 할 수 없었다. 그만큼 ‘케미(Chemistry)’가 돋보이는 현실남매였다. 지난 8월 14일, 충남 천안에 위치한 KB스타즈 챔피언스 파크에서 박준혁과 박지수가 만났다. 배구 전문지 <더스파이크> 최원영 기자와 농구 전문지 <점프볼> 강현지 기자까지 합류해 네 명이 도란도란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박준혁은 순하고 착했다. 다만 동생에게는 조용히 할 말을 다 하는 스타일이었다. 박지수는 밝고 명랑했다. 인터뷰도 똑 부러지게 잘했다. 남매는 내내 티격태격하면서도 은근히 서로를 위했다.



- Intro


박준혁(20)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농구선수로 자랐다. 포지션은 포워드였다. 진로에 대한 고민 끝에 고등학교 3학년 때 배구로 전향했다. 이후 명지대에 입학해 미들블로커로 자리잡았다. 박지수(19)는 초등학교 2학년 때 농구공을 처음 잡았다. 살을 빼려고 시작했는데 어느덧 국가대표 센터로 훌쩍 성장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성인대표팀에 발탁돼 여자농구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 기록(15세 7개월)을 차지했다. 일찌감치 거물급 신인으로 눈에 띄며 2016~2017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B스타즈에 입단했다. 남매 가족은 스포츠 집안이다. 아버지 박상관(48) 씨는 국가대표 농구선수 출신으로 현재 분당경영고 감독을 맡고 있다. 어머니 이수경(49) 씨는 배구 청소년 국가대표를 거쳐 실업 팀 현대건설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 1992년 은퇴했다.



너는 농구, 나는 배구




Q. 어렸을 때부터 남매가 함께 운동해서 좋았겠어요.


지수 맞아요. 만약에 둘 중 한 명이라도 운동선수가 아니었다면 고충을 잘 몰랐을 거예요. 저희는 둘 다 운동을 하니까 서로 힘든 걸 잘 알아주고 이해해줘요. 그게 가장 좋아요.


준혁 배구선수 동료들이 다 제 동생을 알더라고요. 얘가 워낙 유명하니까요. 사람들이 지수를 알아보면 저도 왠지 좋아요.


지수 제 주변 사람들도 오빠를 다 알아요. 배구로 전향한 것도요. 각자 지인들은 모를 수가 없는 것 같아요.



Q. 운동신경은 누가 더 좋은가요?


준혁 동생이 나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농구를 더 잘하겠죠?


지수 아니에요. 오빠도 운동 잘하는 거죠. 농구에서 배구로 종목을 바꾸는 게 쉽지 않잖아요. 배구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도 잘 적응하고 있는 걸 보면 오빠도 운동신경이 좋은 듯 해요.


준혁 운동 유전자를 골고루 나눠가졌나 봐요. 둘 다 키도 크고요(박준혁 204cm, 박지수 193cm).


지수 농구와 배구는 쓰이는 근육 스타일이 달라요. 오빠는 딱 배구선수 몸이죠. 저는 농구하는 사람 몸. 뚱뚱이(웃음).



Q. 서로가 바라본 농구선수 박지수, 배구선수 박준혁이 궁금해요.


준혁 동생은 어딜 가도 다 알아봐요. 최고 선수라는 이야기 듣는 거 보면 무척 좋고 자랑스러워요.


지수 사실 저는 배구 규칙도 잘 모르거든요. 오빠 경기하는 걸 몇 번 봤는데 잘하는 것 같았어요. 오빠가 공격이나 블로킹으로 득점을 내면 혼자 박수치기도 하고요. 저희 엄마는 응원할 때 열심히 소리지르는 스타일이에요. 그럼 제가 조용히 좀 하라고 하거든요. 오빠 경기 보러 갔을 때는 오히려 제가 막 박수치고 있더라고요. 오빠를 좋아하나 봐요. 무의식 중에요.


준혁 저도 휴가 때 집에서 지수 대표팀 경기(2017 FIBA 여자농구 아시아컵. 7/23 ~29 인도) 중계를 챙겨봤어요. 지수는 잘 못하더라고요(웃음).


지수 아~오빠!



Q. 만약 두 분이 종목을 바꿔서 한다면 어떨까요?


준혁 지수는 배구해도 잘했을 거예요. 키도 크고 기본적인 운동 능력이 좋으니까요.


지수 비슷했을 것 같아요. 종목은 달라도 운동은 운동이니까요.



Q. 배구vs농구, 당신의 선택은?


준혁 농구는 선수들 개인기가 화려하고 멋있어요. 보는 재미가 있죠. 배구도 강한 스파이크가 빵빵 내리 꽂히는 걸 보면 시원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둘 다 좋아요.


지수 맞아요. 굳이 비교하자면 저는 배구요. 왜냐면 농구는 제 직업이니까요. 가끔 저는 배구하고 싶다고 하고, 오빠는 농구하고 싶다는 얘기를 해요. 바꿔서 하자고요.


준혁 다시 선수로 뛰고 싶단 말은 아니고요. 가끔 농구를 즐기면서 하고 싶단 뜻이었어요.


지수 모든 운동선수가 그럴 거예요. 아무리 좋아하는 종목이라도 자기 일이 되면 힘든 거니까요.



Q. 박준혁 선수는 최근에 농구해 본적 있나요?


준혁 정식으로 5대5 해본 적은 없고요. 명지대는 배구부와 농구부가 체육관을 같이 쓰거든요. 종종 슛 내기를 해요. 아직도 손맛이 좋은 것 같아요. 농구를 관두고 나서 슛이 더 잘 들어가는 듯 한데요(웃음)?



우리는 남매? 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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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준혁 선수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박지수 선수는 남자친구가 없어 외롭다면서요. 오빠가 좋은 남자 소개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수 남자분이 저보다 키가 작으셔도 돼요. 진짜 상관 없어요.


준혁 동생이 너무 유명해서요. 얘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남자 소개해달라고 하는데요. 막상 제 친구를 데려오면 어색해질 거 같아요. 얘 대표팀 다녀왔을 때 같이 놀러 나가려고 했는데 아프다고 해서 못 갔어요. 자고 있더라고요.


지수 그건 맞아요. 그때 많이 아팠어요.


준혁 그리고 제가 키 크고 잘생긴 멋진 남자… 그런 사람을 잘 몰라요.



Q. 연년생이라 무척 싸웠을 듯 해요. 아니면 반대로 사이가 좋은 편이었나요?


준혁 엄청 싸웠어요. 근데 제가 중학교 때부터 숙소 생활을 해서 자주 못 만났어요. 그쯤부턴 별로 안 싸운 듯 해요.


지수 말도 마세요. 어렸을 때 오빠가 저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너무 충격이 커서요. 하루는 선배 언니가 저희 집에 놀러 왔어요. 제가 집에 친구 데려오는 걸 좋아했거든요. 그때 오빠랑 같이 공기놀이를 했어요.


준혁 야 거짓말하지마~ 나 네 친구들이랑 논 적 없어.


지수 아니야. 아무튼 오빠랑 저랑 공기놀이를 했는데 그때는 막 ‘손기술 쓰지 않기’ 이런 게 정말 심하고 엄격했어요. 일명 ‘노 아이템(No Item)’으로 하자고 했는데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좀 움직인 거예요. 근데 오빠가 갑자기 절 때렸어요. 반격하면 더 맞을 까봐 뭐라고 말도 못 했어요. 울면서 엄마한테 전화해서 일렀죠.


준혁 야 내가 공기놀이를 할 줄 모르는데 무슨 소리야.


지수 와 진짜 오빠. 그러는 거 아니야. 얼마나 때렸는지는 비밀로 할게요. 그때는 오빠가 워낙 자주 저를 건드렸어요. 맨날 레슬링하자고 하면서요. 그럼 저는 엄마 아빠한테 이르고요.


준혁 난 그런 적 없다니까…TT



Q. 박지수 선수가 누나, 박준혁 선수가 동생이었다면 어땠을까요?


지수 그게 더 어울리지 않나…?


준혁 얘랑 같이 다니면 사람들이 저한테 누나는 어디 있냐고 그래요. 아무도 동생으로 안 봐요.


지수 저한테도 ‘남동생은 몇 살이야?’ ‘남동생 키가 몇이야?’ 이렇게들 물어보세요. 그럼 ‘제가 동생인데요’라고 해요. 매번 그래요. 제가 22개월 정도 늦게 태어났는데 말이죠.



Q. 서로 장점 세 가지씩 말해볼까요?


준혁 키 큰 거. 얘는 장점이 없는데.


지수 이럴 수가. 이것도 마음 속에 아주 오래오래 남을 거 같네요. 오빠는 키 크고 비율이 좋아요. 밖에 나가면 오빠를 모델로 많이 보시더라고요.


준혁 맞아 멋있어.


지수 여자친구 있는 것도 너무 부럽고요. 오빠는 잘생겼다는 말을 자주 들어요. 저는 외모는 아닌 거 같고요.


준혁 별로 안 친한 사람들한테도 연락이 와요. 동생 TV 나온 거 봤다고 사인 좀 받아달라고요. 여기저기서 그런 부탁이 정말 잦아요. 근데 동생한테 유니폼 가져다 달라, 사인해달라 하기가 그렇더라고요. 그냥 미안하다고 없다고 하거나 경기장 가서 받으라고 해요.


지수 와… 전혀 몰랐어요. 알았으면 퍼줬을 텐데.


준혁 지수도 줄 데가 많을 것 같아서요.



Q. 이번에는 단점이나 비밀을 폭로해주세요.


준혁 단점도 없는 거 같은데. 아, 지수 잠버릇이 안 좋아요.


지수 저는 돌아다니면서 자고, 오빠는 시끄러워요.


준혁 야 난 완전 가만히 자. 내가 뭐가 시끄러워. 한 번도 그런 말 들어본 적이 없는데~ 형들이 일부러 나 데리고 자려고 하거든! 내가 얼마나 얌전한데!


지수 뭐라고 막 중얼거려요. 혼자 웃기도 하고요. 진짜 무서워요.


준혁 자꾸 없는 말 지어내 너.


지수 제가 오빠보다 늦게 잘 때가 있단 말이에요.


준혁 내가 너보다 늦게 자. 나 깨어있을 때, 핸드폰 할 때 그랬겠지. 진짜 형들이 조용히 잔다고 얼마나 좋아하는데~ 잠버릇 없어.



Q. 사진 촬영할 때 얼핏 주량 얘기가 나왔는데요.


지수 오빠 말 잘해라. 안 그럼 내가 다 말한다.


준혁 아우 저 주당 아니에요. 가족끼리 술 마실 기회가 많지 않아서 얘는 잘 모를 거예요.


지수 오빠가 마시는 건 못 봤는데 소문이 자자해요.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사진 보면 대단해요 아주. 억지로 마시려고 해도 못 마시는 사람이 많은데 말이죠. 술 잘 먹는다는 소문이 진짠 거 같아요.


준혁 얘도 소주 한 3~4병 마신대요. 회식하면 아주 술만 마신다고요.


지수 저희는 (안덕수) 감독께서 술 한 잔 나누며 선수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세요. 그럴 때만 마시는 거죠. 저는 술 맛을 잘 모르겠어요.




- Outro



Q. 선수로서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


지수 저희 팀 V1이요. 여자 구단 중에 한 번도 챔피언을 못 해본 유일한 팀이잖아요. 이번에는 팀원들과 합심해서 꼭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해 우승하고 싶어요.


준혁 배구를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 거예요. 팀 성적부터 올리고 개인 기록도 높여서 저를 더 알리는 게 목표예요. 팀이 4강이나 결승에 올라 많은 분들이 저를 보러 오실 수 있게 하고 싶어요. ‘박지수 오빠’가 아니라 ‘배구선수 박준혁’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오빠 박준혁이 동생 박지수에게.


준혁 시즌 시작되면 부상 조심하고 열심히 해서 더 잘했으면 좋겠어. 넌 다치지만 않으면 잘할 거 같아. 나는 아픈 곳도 없고 몸 상태도 괜찮아. 우리 둘 다 부상 없이 잘하자.



Q. 동생 박지수가 오빠 박준혁에게.


지수 그동안 직접적으로 말하진 못 했는데. 오빠는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합숙생활을 했고, 나는 집에서 운동을 다니다 보니 엄마 아빠가 내 뒷바라지를 더 많이 해주신 것 같아. 오빠를 잘 못 챙겨줬다는 생각에 미안해하시더라고. 나도 오빠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었어. 앞으로는 둘 다 힘내서 잘 되도록 하자.



오빠 나 개인적인 바람이 있어. 오빠가 배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진천선수촌에서 봤으면 해. 선수촌은 농구와 배구 코트가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남녀배구대표팀도 자주 보거든. 여자대표팀하고는 쉴 때 같이 농구나 배구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어. 나중에 오빠가 선수촌 들어오면 나도 남자대표팀 선수들을 좀 알게 되지 않을까 싶어.


맞아 사심이야. 오빠 꼭 태극마크를 달도록 하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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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s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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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기 전에 고민이 많았어요. 제가 농구를 하기에 적합한 선수가 아닌 것 같아서요. 키는 큰데 덩치가 왜소한 편이라 몸싸움에서 밀리더라고요. 사실 운동을 아예 그만두려고 했어요. 그때 어머니께서 배구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셨어요. 아직까지는 배구를 시작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농구에 대한 미련은 버렸어요. 배구가 더 잘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배구를 하는 데 필요한 기본기가 아예 없었으니까요. 기본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어렵더라고요. 요즘도 기본기 훈련을 제일 열심히 해요. 블로킹, 속공, 서브 등은 예전보다 나아진 듯 해요.



그나마 자신 있는 건 블로킹이에요. 타이밍 맞추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처음에는 아예 몰랐어요. 상대 플레이를 볼 줄 몰랐거든요. 상대 세터가 세트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안 되더라고요. 대학 와서 차근차근 배우다 보니 눈이 트였어요. 그래도 어렸을 때부터 배구를 해온 친구들보다는 여러 면에서 부족하니 이 악물고 해야죠.



지수’s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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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배구를 시작할 때 무척 힘들어했어요. 제가 뭐라고 조언해주기가 그렇더라고요. 배구는 잘 모르니까요.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는 배구 못 했을 거예요. 배구할 몸이 아닌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통통해서요. 살 빼려고 농구 시작한 거 아시잖아요(웃음). 그래도 배구했으면 곧잘 적응했을 듯 해요. 엄마 피를 물려받았으니까요. 진천선수촌에서 배구대표팀 언니들이랑 서로 농구, 배구를 알려주곤 했거든요. 제가 서브도 잘 넘기고 키가 커서 블로킹도 잘하니까 언니들이 위협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프로선수가 돼 사회생활을 시작했어요. 일반 학생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하고 반대로 저는 그 친구들을 부러워해요. 어쨌든 전 취업에 성공했고, 숙식 제공 받으면서 돈도 벌고 있고, 미래가 정해져 있잖아요. 친구들은 등록금 문제나 취업 준비 등 때문에 힘들어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대학생이 돼 수업을 듣고, 다같이 놀러 다니고, 캠퍼스 생활도 해보고 싶어요. 로망이죠. 막상 해보면 별 거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요.



한 번은 대학생이 된 친구들과 만난 적이 있어요. 술자리에서 재미 삼아 술 게임을 했는데 전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저만 계속 걸려서 술을 다 마셨어요. 제가 그 친구들보다 술을 잘 먹어서 다행이었죠(웃음). 아무튼 대학생만이 누릴 수 있는 그런 자유로움,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유 등이 좋았어요. 농구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왔지만 그런 점들은 조금 부러웠어요.



글/ 최원영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9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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