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더스파이크>가 국내에서 유일한 배구전문 온·오프라인 매체로 세상에 선보인지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더스파이크>는 창간 2주년을 맞이한 11월호 잡지에 ‘숫자 2’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배구 계 절친과 짝꿍, 올해 2년차를 맞는 선수와 감독, 그리고 두 번째 팀에서 새롭게 배구 인생을 개척하는 선수들까지 ‘2’와 관련한 테마를 다뤘다. 길다고 생각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2년. 부디 <더스파이크>가 좀 더 오랜 시간 선수들과 독자 사이에서 ‘이야기꾼’ 역할을 맡을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자 주>
2년차 징크스는 없다
가슴 설레는 프로데뷔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신인에게 흔히 특급신인이란 수식어를 붙인다. 그들이 맞이하는 2년차 시즌은 부담이 가중되기 마련이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가 하면 상대팀의 견제가 심해지기도 한다. 여기에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변질되기라도 하면 슬럼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이른바 ‘소포모어 징크스’다. 신인때 잘 나가던 선수가 2년차에 힘겨운 시즌을 겪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프로배구 무대에서 2년차 징크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신인티를 벗어던지고 한층 성숙한 기량을 뽐내는 스타가 적지 않다.
신인왕 황택의, 2년차에 KB손해보험 돌풍의 핵
황택의는 2016~2017 남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뽑혀 KB손해보험에 입단했다. 황택의는 ‘최대어’라는 평가에 걸맞게 첫 해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34경기 128세트에 출전해 세트 당 평균 8.43개 세트를 기록했다. KB손해보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세터로 떠올랐다. 신인상은 단연 그의 차지였다.
태극마크도 달았다. 이민규, 노재욱 등 선배 세터들과 함께 2017 월드리그 대표팀에 승선, 세계무대를 경험했다. 김호철 감독은 월드리그 종료 후 가진 인터뷰에서 “가장 큰 수확이라면 황택의의 재발견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황택의는 그동안 교체 멤버로만 투입돼서 주전으로 뛸 때 어느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주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자신이 편한 선수로 멤버를 구성해보라고 했고, 그대로 선수를 내보낸 적이 있다.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긴장한 모습을 보였는데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아주 훌륭한 결과였다.”
그 시간들은 황택의를 더 성숙케 했다. “감독께도 많이 배웠지만 이민규 형, 노재욱 형을 보면서도 많이 배웠다.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비시즌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리빌딩에 나섰다. 팀 간판스타 김요한을 OK저축은행에게 내주고 강영준, 김홍정을 받아들였다. 베테랑 세터 권영민도 한국전력으로 보냈다. 황택의가 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그리고 황택의를 중심으로 팀을 개편했다. 권순찬 감독은 황택의에 대해 “타고난 강심장이다. 나도 놀랄 정도다. 보기에는 어리버리해 보여도 전혀 다르다. 아직 노력해야할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면 한국 남자배구를 이끌 훌륭한 세터가 될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올 시즌 황택의는 그 믿음에 응답하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속공패스도 보완했다. 여기에 서브는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최근 남자부에서 역대급 서브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에 대해 “단 한 명 때문에 이렇게 됐다. 황택의 서브 때문이다”라고 말한바 있다.
황택의는 알렉스에 이어 팀 내 두번째로 많은 서브에이스를 기록 중이다. 8경기에 나서 20개를 성공시켰다. 리그 전체로 봐도 3위다(11월 13일 기준). 이제 프로에 발을 디딘지 단 두 시즌. 하지만 베테랑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V-리그에 우뚝 선 황택의다.
송명근-전광인-이재영 ,2년차 징크스 몰랐다
황택의에 앞서 2년차 징크스라는 말을 무색케 했던 이들이 있다. 송명근(OK저축은행), 전광인(한국전력), 이재영(흥국생명)이 대표적인 선수다.
송명근은 두번째 시즌이었던 2014~2015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MVP를 수상하며 최고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2013~2014시즌 6위에 머물렀던 OK저축은행(前러시앤캐시)은 단 한 시즌 만에 전통의 강호 삼성화재와 나란히 챔피언결정전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시리즈 전적 3승으로 창단 2년 만에 사상 첫 V-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 대결로 예상됐던 챔피언결정전에서 단연 빛난 건 송명근의 압도적인 존재감이었다. 사실 송명근은 정규리그에서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보란 듯이 해냈다. 그리고 최강 삼성화재까지 무너뜨렸다.
전광인 역시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앞서 공격부문 3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예고했던 그는 2014~2015시즌 토종 거포로서 존재감을 더욱 굳건히 했다.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3년간 공격 종합 부문 1위는 가빈, 레오 등 외국인 거포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2014~2015시즌에는 전광인이 당당히 순위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0~2011시즌 김학민(대한항공)에 이어 토종공격수로는 4년 만이다. 득점에서도 문성민(현대캐피탈·640점)에 이어 국내선수 2위(539점)였다. 이에 힘입어 한국전력은 팀 역대 두 번째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이재영도 두 번째 시즌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선명여고를 졸업 후 2014~2015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이재영은 그 해 27경기에서 374득점을 올리며 득점 10위를 차지했다.
2년차에 팀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정규리그 29경기를 소화하며 498득점을 기록했다. 전체 7위이자 국내선수 가운데서는 1위였다. 리시브에서도 빛났다. 세트 당 3.478개를 받아내며 3위에 올랐다. 그의 활약에 흥국생명도 날아올랐다. 2010~2011시즌 정규리그 3위 이후 5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비록 팀은 챔피언결정전에는 나서지 못했지만 이재영은 베스트7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번외편
2년 만에 우승컵 들어 올린 감독은?
프로배구 감독 가운데 부임 2년차에 더 빛난 사령탑도 있다. 삼성화재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선후배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과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다. 두 감독은 나란히 부임 두 번째 시즌에 팀을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우선 김세진 감독은 2014~2015시즌 팀 창단 2년 만에 OK저축은행에게 V1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그것도 ‘V-리그 최강’이라고 불리며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첫 챔프전 8연패를 노리던 삼성화재를 3-0으로 꺾었다.
OK저축은행의 돌풍 요인으로는 세계 최고의 미들블로커 시몬의 대활약, ‘경기대 3인방’으로 불린 이민규, 송명근, 송희채의 급성장 등이 꼽힌다. 그 뒤에는 젊은 선수들을 조련해 하나로 뭉치게 한 김세진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숨어 있었다. OK저축은행의 우승은 때로는 엄하고 직설적인 지적을 가하고, 때로는 따뜻하게 감싸주며 선수들을 이끈 김세진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2015~2016시즌을 앞두고 현대캐피탈은 최태웅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이후 현대캐피탈은 스피드 배구를 앞세워 배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성적도 좋았다. 정규리그 막판 1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남기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OK저축은행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1승 3패로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현대캐피탈은 2016~2017시즌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챔프전 상대로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대한항공 우세를 점쳤다. 최태웅의 현대캐피탈은 그러나 챔피언결정전을 5차전까지 끌고가며 각본 없는 우승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 우승으로 현대캐피탈은 2006~2007시즌 이후 10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되찾았다. 1년 전 패장이었던 최태웅 감독도 한 시즌만에 다시 승장이 되어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2人시너지 우리는 짝꿍
혼자일 때보다 둘이 함께일 때 더 빛나는 선수들. <더스파이크> 창간 2주년을 기념해 환상의 짝꿍을 찾아봤다(이하 모든 기록 10월 30일 기준).
우리카드 나경복-한성정
윙스파이커 나경복(23)과 한성정(21). 우리카드 미래를 짊어질 선수들 이름이다. 올 시즌 우리카드는 윙스파이커 포지션에서 골머리를 앓았다. 신으뜸이 뒤를 받쳐주긴 했으나 아포짓 스파이커 파다르와 함께 공격을 책임져줄 선수가 없었다. 최홍석, 김정환, 안준찬 등이 골고루 기용됐으나 아쉬움을 남겼다.
이때 해결사로 떠오른 선수가 3년차 나경복이다. 나경복은 올해 9월 열린 천안 넵스컵 대회에서부터 물오른 공격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곧바로 위기가 닥쳤다. 첫 경기였던 대한항공 전(10월 19일)에서 경기 도중 허리를 삐끗한 것이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을 안고 있던 나경복에게는 큰 고비였다. 그는 정신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다음 상대인 현대캐피탈과 경기(10월 22일) 직전까지 훈련을 하나도 소화하지 못한 채 치료에만 매진했던 나경복. 1세트에 교체 투입돼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후에도 나경복은 한 경기도 빠짐없이 선발 출전했다. 팀 내 공격 점유율 23.5%로 파다르 짐을 덜어줬다. 4경기 16세트에서 총 62득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55.6%로 전체 선수를 통틀어 3위를 차지했다.
전체 1순위로 우리카드에 입단한 신예 한성정도 힘을 보탰다. 홍익대에서 전국체육대회(10/21~25) 결승전까지 마치고 돌아온 한성정은 27일 OK저축은행 전에 선발로 기용됐다.
설레는 프로 데뷔전. 프로 선배들의 강한 서브를 받아내느라 넘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꿋꿋이 버텨냈다. 리시브 점유율 46.43%, 성공률 30.77%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공격에서는 점유율 16.16%, 성공률 50%로 총 8득점을 지원했다. 신인답지 않은 영리한 플레이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한성정을 지켜본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도 흡족해하며 “신인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올 시즌 나경복과 한성정이 얼마나 성장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KB손해보험 , 황택의-알렉스
이번 시즌 초반 남자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팀은 KB손해보험이다. 최근 세 시즌간 연이어 7개 구단 중 6위에 머물렀던 팀이다. 저조했던 팀 성적에 권순찬 KB손해보험 신임 감독은 강한 리빌딩 의지를 보였다.
중심에 세터 황택의(21)가 있었다. 지난 시즌 전체 1순위로 KB손해보험 지명을 받은 그는 34경기 128세트에 출전해 프로에서 경험을 쌓았다. 동시에 신인상도 거머쥐었다. 올 시즌에는 주전 세터로서 본격적인 팀 운영에 나섰다. 1라운드 후반까지 보여준 플레이는 성공적이다. 팀 주포인 윙스파이커 알렉스(26)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알렉스는 4경기 15세트에서 공격 점유율 36.4%, 성공률 51.1%로 총 87득점(전체 5위)을 책임졌다.
황택의와 알렉스 공통점은 한 가지 더 있다. 두 선수 다 날카로운 스파이크 서브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아마추어 때부터 강 서브를 장착한 황택의는 올해 절정의 서브 감각을 뽐내고 있다. 서브 부문에서 황택의가 세트당 0.80개로 1위, 알렉스가 세트당 0.73개로 2위에 올라 나란히 이름을 떨쳤다.
특히 알렉스는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숱한 국내선수들을 제치고 세트당 2.13개 디그로 해당 부문 전체 2위에 자리했다. 이 같은 활약에 힘입어 알렉스는 쟁쟁한 V-리그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최고 외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일으킨 거센 돌풍에는 알렉스와 황택의가 있었다.
현대건설 이다영-엘리자베스 / 양효진-김세영
잘 나가는 팀에는 이유가 있다. 현대건설에는 환상의 짝꿍이 두 팀이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세터 이다영(21)과 엘리자베스(23)는 찰떡 같은 호흡을 자랑한다.
올 시즌 주전 세터로 완벽히 발돋움한 이다영은 안정적인 세트플레이로 팀을 이끌고 있다. 세트당 11.63개로 세트 부문 1위에서 미소 지었다. 윙스파이커 엘리자베스도 공격 선봉에 서서 화력을 자랑했다. 팀 내 공격 점유율이 43.8%로 다소 높긴 하나 총 112득점, 공격 성공률 44.21%로 만점 활약을 더했다. 엘리자베스는 득점 부문 전체 2위, 공격 부문 전체 1위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소문난 트윈 타워 양효진(28)과 김세영(36) 기세도 무섭다. 나란히 190cm 신장을 자랑하는 이들은 철벽 블로킹으로 상대 공격을 봉쇄했다. 한 경기 최다 블로킹 신기록(13개)을 보유 중이기도 한 김세영은 올 시즌에도 세트당 1.19개 블로킹으로 해당 부문 정상에 섰다. 양효진은 세트당 0.94개로 3위에 위치했다. 그는 현대건설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득점력을 과시했다. 공격 점유율은 14.1%로 황연주(19.2%, 총 49득점)보다 낮지만 총 득점은 54점(공격 성공률 46.7%)으로 앞섰다. 블로킹(15점)과 서브(4점)로 낸 점수가 많은 덕분이었다.
현대건설의 시즌 초반 4연승 질주는 이들뿐 아니라 황민경, 황연주, 김연견 등 모두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IBK기업은행 메디-김희진
디펜딩챔피언 IBK기업은행에는 건재한 좌우 쌍포 메디(24)와 김희진(26)이 있다. 미국 국가대표이기도 한 메디는 공수에서 완벽한 균형을 갖췄다.
우선 공격에서는 팀 내 최다 점유율 37.2%로 총 82득점(전체 5위), 공격 성공률 40.3%를 선사했다. 리시브도 팀 내 최다 점유율인 37.2%로 성공률 40.3%를 기록했다. 항목별 선수 순위에서 수비 세트당 7.73개, 리시브 세트당 2.93개로 각각 전체 4위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최고 살림꾼이다. *수비=[디그 성공 개수+(리시브 정확-리시브 실패)/세트 수]
김희진은 아포짓 스파이커로 포지션을 굳혔지만 미들블로커 역할도 병행하고 있다. 메디처럼 여러 부문에서 활약하며 코트를 누비는 중이다. 공격에서는 총 54득점(공격 점유율 21.2%, 공격 성공률 34%)을 선보였다. 서브 부문 전체 5위(세트당 0.40개), 블로킹 부문 전체 4위(세트당 0.80개)로 다방면에서 팀에 공헌했다. 주장으로서 팀 사기를 높이고 동료들을 다독이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여전히 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IBK기업은행. 올 시즌에도 정상에서 웃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번째 팀, 2번째 도전
한 사람이 삶의 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처하게 되는 건 인생행로를 바꿀만한 계기로 다가온다. 오랫동안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대응하기에 따라 누군가는 절망을 경험하거나, 또다른 누군가에는 기회와 희망이 될 수 있다. 이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개인의 마음가짐이다.
프로스포츠 선수들에게 팀을 옮기는 일은 어쩌면 직업에 따른 숙명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뜻이든 팀 이해관계에 따른 비즈니스든, 정든 소속팀을 떠나 낯선 팀에 가는 일이 시즌마다 다반사처럼 일어나는 것을 목격한다. FA와 트레이드에 의한 이적을 말한다.
여기 이적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다시 일어서겠다는 간절함 하나로 새 인생 개척에 나선 선수들이 있다. 새 팀에서 주어진 역할은 각기 다르지만 ‘다시 뛰겠다’라는 심정만큼은 결코 그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다.
한국전력 이재목 다시 달린다
매 시즌마다 백업 부재로 고생했던 한국전력. 그러나 올해만큼은 조금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다. 든든한 백업 멤버들이 새로 팀에 합류하면서 한 층 두꺼워진 선수층을 보유하게 됐다. 그 중심에는 올 시즌 새로 합류한 이재목이 있다.
올 시즌은 그에게 굉장히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바로 배구 선수로 다시 시작하는 시즌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5~2016시즌을 끝으로 이재목은 코트에서 모습을 감췄다. 2016년 1월, 오른쪽 무릎 수술을 받았다. 재활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며 결국 그는 전 소속팀 삼성화재에서 임의 탈퇴되며 자유 신분이 됐다.
이재목은 “재활이 길어진 탓에 선수 생활을 그만둘까도 생각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몇몇 구단을 돌며 입단 테스트를 봤다. 그 결과 올 시즌 한국전력에 들어와 새 인생을 살게 됐다.
그는 선수단에서 코트 위가 가장 간절한 선수 중 하나였다. 김철수 감독은 “꽤 오랜 시간 훈련하지 않아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러나 매 훈련에 정말 열심히 임하는 선수다. 하겠다는 의지가 보여 그를 영입하게 됐다. 올 시즌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그를 평가했다.
그 노력은 빛을 발했다. 결국 이재목은 쟁쟁한 팀원들을 제치고 윤봉우와 함께 주전 미들블로커로 낙점됐다. 이재목은 “나도 주전으로 뛸 수 있을 줄은 몰랐다”라고 그 감회를 밝혔다. 이어 “내겐 매 점수가 정말 소중하다. 나를 받아준 한국전력에서 필요로 하는 선수가 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간만에 잡은 배구공, KGC인삼공사 오지영
리베로 오지영(29)이 돌아왔다. 도로공사에서만 10년간 몸담았던 오지영은 지난 2016~2017 시즌을 앞두고 코트를 떠났다. 건강 상 문제로 휴식이 필요했던 그는 본의 아니게 코트를 잠시 물러났다.
배구를 떠나있던 기간 동안 그는 간절히 다시 배구를 원했다. “아파서 쉬는 동안 배구를 잊어보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한 동안 배구를 멀리하다 2016~2017시즌 말미 쯤 경기를 다시 챙겨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다시 코트로 올라가고 싶은 마음이 피어났다. 떠나온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 거기에 1년 공백이 있던 오지영은 “나를 찾아줄 팀이 있을까”하는 고민에 빠졌다. 다행히 운 좋게도 KGC인삼공사에서 그를 불러 원하던 코트 위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지난 2016~2017시즌, KGC인삼공사는 국가대표 리베로 김해란이 든든히 뒷문을 지켰다. 그러나 김해란이 FA 자격을 얻어 흥국생명으로 이적하면서, 그 부담은 고스란히 오지영에게 돌아갔다.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김해란 공백이 있지만 돌아온 오지영이 충분히 잘 해주고 있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오지영을 믿는다”라고 믿음을 보였다. 오지영은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시즌 초 세 경기에서 리시브 성공률 55.07%, 세트 당 디그 5.429개로 당당히 리그 수비 랭킹 1위(10월 28일 기준)에 오른 상태다.
1년 여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새 팀에서 큰 활약 선보이고 있는 오지영. 부디 코트 위에 서고 싶다는 그 간절함이 올 시즌 끝까지 계속 남아 좋은 활약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글/ 더스파이크 편집부
사진 / 더스파이크
(본 기사는 더스파이크 1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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