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때가 왔다’ GS칼텍스의 성장동력 이소영

이현지 / 기사승인 : 2018-12-16 19:03:00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대약진이다. V-리그가 개막하자 변화의 바람이 몰아친다.
GS칼텍스가 여자부 판도를 확 바꾸었다. 지난 네 시즌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한 GS칼텍스는 ‘이제는 때가 왔다’라며 연일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 날의 부진을 지우고 오래 기다려온 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GS칼텍스가 일으킨 돌풍의 중심에는 토종 에이스 이소영(24)이 있다. 한층 강력해진 공격력과 탄탄한 리시브로 코트 위에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던 11월 중순, 경기도 용인 강남대학교 인근 한 카페에서 이소영을 만나 GS칼텍스의 약진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이 바로 반전 매력, 아무도 몰랐던 GS칼텍스 돌풍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10월 18일, 청담 리베라 호텔에서 여자부 미디어데이가 진행됐다. 매년 그렇듯, 각 팀 감독들에게 올 시즌 우승후보를 물었고, 그 누구도 GS칼텍스를 호명하지 않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흥국생명, IBK기업은행과 함께 치열한 선두 싸움을 펼치고 있다.



이소영은 “사실 아무도 우리 팀을 우승후보라고 생각해주지 않아서 개인적으로 서운한 것도 있었다”라며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에 주목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이 상승세가 더 눈에 띄는 것 같다. 팀 분위기도 더 좋아졌다”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물론 시즌 개막전 GS칼텍스가 주목받지 못한 이유가 있었다. 주전 세터로 호흡을 맞췄던 이고은이 개막을 열흘 앞두고 무릎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아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보낸 우려의 시선과는 달리, 정작 GS칼텍스 선수들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소영은 “전부터 (안)혜진이랑도 늘 맞춰왔기 때문에 (이)고은이가 부상으로 빠졌다고 해서 당황하진 않았다”라며 “서로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면서 경기를 했던 게 결과로 나왔다. 우리 팀이 젊고 패기가 넘치는 팀이다 보니까 분위기도 좋다”라고 현 상황을 평가했다.



‘젊은 팀’ GS칼텍스는 패기가 넘친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기의 순간 노련미가 떨어지는 단점도 보였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클러치 상황만 되면 범실이 쏟아졌다.



이제는 달라졌다. 더 과감하고 화끈해진 공격력으로 돌풍을 몰아치고 있다. 이소영은 그 비결로 ‘도움’을 꼽았다. “우리가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연습하면서도 서로 다독여주고 도와가면서 하고 있어요. 혜진이도 처음 주전 세터자리를 맡았기 때문에 많이 힘들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도와주자는 마음이 가장 컸어요.”



이건_꼭_넣어주세요.jpg



완벽히 돌아온 ‘토종 에이스’ 이소영



이소영은 지난 시즌 개막 전 무릎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을 함께 시작하지 못했다. 긴 재활의 시간을 거쳐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1월 17일이 되어서야 코트 위로 돌아올 수 있었다. 힘든 시간이 지나갔다. 이소영은 한층 성장했다. 멘탈이 강해졌고, 기량은 무르익고 있다.



이소영은 “다들 워낙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제 존재감이 그렇게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다”라며 “어느 한 명이 잘해서가 아니라 팀워크가 좋고 분위기도 좋아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말로는 이렇게 해도, 그가 올시즌 남긴 기록을 보면 ‘역시 이소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지난 11월 3일,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30점을 몰아치며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공격점유율도 38.22%로 가장 높았다. 만점 활약을 펼친 이소영은 여자부 1라운드 MVP에 선정되며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소영은 올시즌 목표를 라운드 MVP로 잡았다. “매 시즌마다 목표를 설정해놓고 시작하는데 올해는 그 목표가 라운드 MVP였어요. 라운드 MVP는 팀 성적도 좋아야 받을 수 있는 거니까 더 간절했죠. 운 좋게도 이렇게 일찍 MVP에 선정될 수 있어서 동료들한테 정말 고맙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난 8월 충남 보령에서 열린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 여자프로배구대회에서 이미 완벽한 몸상태를 자랑했던 이소영이다. 하지만 지난 9월, 일본에서 2018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를 치르던 도중 발목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던 터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억한다. “9월 29일 태국전이 늦게 끝나서 치료나 마사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해야 했어요. 그 전부터 무릎이 별로 안 좋았는데 경기를 하면서 무리가 온 것 같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났는데 왼쪽 다리에 전체적으로 감각이 없는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서 걸으려고 발을 디뎠는데 감각이 없으니까 잘못 디뎌서 바로 접질렸죠.”



왼쪽 발목은 이소영이 2년차에 접어든 2013~2014시즌에 한 번 부상을 입었던 부위였기 때문에 작은 부상이라 할지라도 신경이 많이 쓰였다. 뿐만 아니라 동료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미안한 마음도 컸다고 한다. 이소영은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나고 팀에 돌아와 치료도 받고 재활훈련도 하면서 부상을 떨쳐냈다. 그는 “시즌이 시작할 때까지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을까봐 마음고생을 정말 많이 했다”라며 “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컨디션이 올라와준 제 몸에 고마워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큰 부상을 입은 선수들은 종종 트라우마에 시달리기도 한다. 다쳤던 부위에 무리가 오거나 다쳤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든다. 이소영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해낸 과정을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트라우마라는 게 없지는 않죠. 특히 부상 직후에는 더 심하죠. 그래도 그걸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니까 최대한 생각하지 않고 겁 없이 덤비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동료들도 제가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다들 잘 아니까 제가 실수를 하고 잘 못하더라도 이해해주고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감독님께서도 다시 한 번 해보자고, 실수해도 좋으니 자신감 있게 해보자고 조언해주셨죠.”



이소영은 ‘아직도 무섭다’라며 고백했다. “그래도 생각을 조금씩 버리니까 점점 더 대범해지는 것 같아요. 제가 경기하는 영상 보니까 지금은 거의 엔드라인까지 빠져있다가 달려들던데요(웃음)? 알리가 있지만 제가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니까요. 혜진이가 그만큼 저를 믿어주기 때문에 저한테 공을 많이 올려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DSC_9880.jpg



믿음, 책임감, 그리고 소망



올 한해만큼 이소영의 이름이 자주 거론된 적이 있었을까. 지난 시즌 말미에 복귀해 11 경기를 소화해 간신히 FA(자유계약) 자격을 얻었고(시즌의 1/4 이상을 소화해야만 한 시즌을 치른 것으로 간주한다), 2018년 4월 2일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공시한 2018 여자부 FA(자유계약선수) 취득자 명단에 이소영의 이름이 올랐다. 그는 단 사흘 만에 원소속구단인 GS칼텍스와 연봉 2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사실 공수 만능인 이소영의 영입을 노리는 구단도 여럿 있었다. 이소영이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럼에도 이렇게 빨리 FA계약을 끝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지난 시즌 전 워낙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이 정도 수준이면 그냥 시즌 아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FA라는 게 팀을 옮길 수 있는 제도이긴 하지만 저한테 그런 의미 말고도 그냥 'FA'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거든요. 그래서 FA를 미루고 싶지 않았어요. 재활하는 동안 정말 악착같이 했고, 구단이나 감독님과 상의할 때도 제 의사를 확실히 말씀드렸죠.”



어느 구단이든 이소영만한 선수라면 조금이라도 더 함께 하고 싶었을 것이다. GS칼텍스도 마찬가지였다. 이소영이 단 세 경기만 덜 뛰었어도 FA를 다음으로 미룰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소영에게 꾸준히 출전 기회를 줬고, FA자격을 얻을 수 있게 해줬다.



이런 구단의 배려에 이소영은 더욱 책임감이 생겼다. “솔직히 다른 팀은 어떨지 상상해본 적도 있긴 했어요. 그냥 내가 저기서 뛴다면 어떤 플레이를 할까 정도로만요. 이적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구단에서 저를 믿어줬고, 지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로서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GS칼텍스에서 보낸 6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긴 시간 동안 차츰차츰 쌓여간 신뢰는 자연스럽게 동행을 이어가는 바탕이 됐다. 이소영은 “최근 몇 시즌 동안 계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구단에서 힘을 북돋아줬기 때문에 당연히 그에 맞는 보답을 찾게 된 것 같다”라며 “이번 시즌에는 진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어깨 위에 두둑이 올라가있다”라고 유쾌한 답변을 이어갔다.



‘아기용병’은 프로 무대 입성과 동시에 에이스로 활약하며 얻은 별칭이다. 그렇지만 이소영은시 남모를 슬럼프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아기용병’이라는 말이 저를 칭찬해주시는 말인데도 경기력으로 보여드리지 못했기 때문에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어요. 어떻게 극복해야하는지 고민도 많이 하고 울기도 정말 많이 울었죠.”



고백이 이어진다. “그동안 이겨도 힘들게 이기고, 지면 또 너무 쉽게 져버려서 승점 관리를 제대로 못했거든요. 최근 몇 년은 정말 힘들었어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처럼, 이제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온 듯 하다. GS칼텍스도 도약중이고 이소영 개인 성적으로도 정점을 찍고 있다.



그는 “지금 이렇게 강팀이라는 소리를 듣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고, ‘이런 얘기를 듣기까지 참 오래 걸렸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며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금처럼만 쭉 이어졌으면 좋겠다. 끝날 때 까지는 끝난 게 아니니까”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누구나 그렇듯, 이소영의 목표는 역시 우승이다. 다름 아닌 통합우승. 프로 2년차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누렸지만 아직 정규리그 우승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이소영에게 없는 단 한 가지가 바로 정규리그 우승컵이다. 그는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꾸준한 모습 보여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며 힘찬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DSC_0175.jpg



강소휘, 박민지, 박혜민…후배 칭찬 릴레이



지금 기세로만 본다면 GS칼텍스는 내년 찬란한 봄을 꿈꿀지도 모른다. 정규리그 우승과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그것이다. 이소영뿐만 아니라 알리, 강소휘, 표승주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는 데다 박민지, 박혜민 등 어린 자원들도 성장 중이다.



팀내 분위기를 자랑하듯 말한다. “우리 팀에 윙스파이커 자원이 많아요. 자리싸움이라기보다 내 자리, 네 자리 나누지 않고 누구 한 명이 안 되면 다른 한 명이 들어가서 빈틈을 메워주면서 팀을 더 단단하게 다지고 있어요. 내가 흔들릴 때 다른 선수가 들어가서 분위기를 끌어올려주면 오히려 제가 더 기분 좋죠. 이기기까지 하면 훨씬 더 좋고요.”



팀은 지금 정상을 향한 한 마음이라고 했다. “지금은 정말 팀만 보고 있어요. 모든 선수가 똑같을 거예요. 그래서 분위기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말처럼 흘러가는 대로 다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기분이에요.”



이어서 그는 “어린 동생들의 성장은 저한테 자극이 되기도 한다. 잘못하다간 바로 웜업존으로 밀려난다. 그래서 제 장점인 리시브도 더 신경 써서 하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소영이 보는 후배들의 장점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가장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건 강소휘다. “소휘는 진짜 무섭죠. 제가 컨디션이 안 올라왔을 때 소휘가 하는 걸 보면 ‘나도 저런 걸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소휘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우기도 해요.”



강소휘에 이어 프로 2년차 박민지에 대한 칭찬이 늘어졌다. “민지는 공격하는 각도가 정말 잘 나와요. 훈련할 때 보면 다들 한 번씩 놀랄 정도예요.”



다음은 박혜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혜민이는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파악이 덜 됐지만 잘하는 친구라고 들었어요.”



똘망똘망한 후배들이 찾아와서 자신에게 질문을 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는 이소영. “‘얘가 나를 믿어주는구나’라는 기분도 들고 제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어린 친구들도 잘 따라올 수 있겠다는 책임감도 느껴요.”



DSC_0064.jpg



팬클럽 ‘쏘쏘패밀리’만 1,300명, 응원은 나의 힘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는 단연 7시 경기다. 이전까지 평일 5시에 경기를 했기 때문에 직장인은 물론 학생들도 경기장에 찾기 쉽지 않았다. 7시 경기가 시작되고부터는 관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체감할 정도다. 이소영은 “저녁에 경기를 하니까 관중분들이 정말 많이 찾아주세요. 경기를 하다가도 체육관을 한번 쭉 훑어보면 ‘진짜 여자배구 인기가 많이 늘었구나’라는 게 느껴질 정도에요”라며 화색을 띠었다.



경기 시간이 달라지면 그만큼 어색할 법도 한데, 이소영은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한다. “첫 경기 때만 개막전이라 조금 긴장한 정도였고, 그 다음부터는 원래 7시에 했던 것처럼 편하더라고요(웃음).”



관중이 늘어나자 홈팀의 이점도 살아났다. 이소영은 “우리 팀도 그렇고 다른 팀 홈으로 원정을 가면 각 팀별로 팬들이 많이 찾아와주셔서 홈팀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라며 “춥고 늦은 시간인데도 찾아와주셔서 감사하고,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는 건 결국 이기는 것밖에 없다”라고 투지를 불태웠다.



이소영에게는 더욱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다. 이름하야 ‘쏘쏘패밀리’라고, 이소영의 팬클럽이다. 1,300명에 가까운 회원이 있는 제법 큰 팬클럽이다. 2013년 문을 연 쏘쏘패밀리는 이소영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 그를 향해 뜨거운 응원을 펼친다.



쏘쏘패밀리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신이 난다. “제 팬들이 경기장에 와주시면 제가 먼저 가서 ‘또 와주셨네요’ 하면서 인사도 드리고 오랜만에 본 분들한테는 ‘저번엔 안 오셨던데요’라면서 장난도 치고 그래요. 오랜 시간 함께 했기 때문에 이름 그대로 정말 패밀리 같아요.”



이처럼 팬 친화력이 대단하다. 쏘쏘패밀리와는 시즌이 끝나면 팬미팅도 하고 함께 식사도 할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됐다. “제 팬분들 말고도 경기장에 와주시는 모든 분들께 사진도 찍어드리고 싶고 사인도 해드리고 싶은데 저희 이동 시간이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못해드리는 경우가 많아서 늘 죄송해요. 그래도 최대한 팬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토록 팬을 잘 챙기는 이소영이 자신의 팬들에게는 더욱 지극정성일 수밖에 없다. 그는 “팬미팅은 꼭 하려고 하고, 틈틈이 만나서 차를 마시는 시간도 가진다. 팬클럽 회장님께서 자리를 주선해주시고 오는 분들은 자주 오셔서 얼굴도 다 알게됐다”라고 자랑 아닌 자랑을 늘어놓았다.



쏘쏘패밀리 중에서도 열심히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GS칼텍스의 모든 경기를 다 챙긴다고 한다. 주말에는 아예 단체관람을 할 정도다. 지난 여름 보령에서 컵대회를 할 때도, 심지어 일본에서 세계선수권대회를 치를 때도 쏘쏘패밀리가 이소영의 곁을 지켰다. “일본까지 와주셨을 때는 정말 감사하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했어요. 다치는 바람에 경기를 뛰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뭐든 다 챙겨드리고 싶다가도 어느 분께는 해드리고 어느 분께는 안 해드리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될 것 같아서 많이 망설여져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해서 대접해드리는 정도로 하고 있죠.”



쏘쏘패밀리는 팬들 안에서도 가족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어있다. 이소영은 오히려 그런 모습에서 더 감동을 느낀다고 한다. “저로 인해서 모인 분들이 서로 잘 챙겨주고 사이좋게 지내니까 제 기분까지 좋아지더라고요. 연령대나 성별이나 구분 없이 다들 좋은 분들이에요. 제가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늘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죠”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쏘쏘패밀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고 했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제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따지지 않고 와주실 것 같아요. 늘 감사드리고 더 큰 보답을 해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네요. 제가 이런 식으로 얘기하면 쏘쏘패밀리 분들은 제게 ‘다치지 않고 경기를 잘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라고 해주셔서 정말 너무 기뻐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할 테니까 꾸준히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쏘쏘패밀리에게만 인사를 전하면 GS칼텍스 팬들이 서운할 것 같다. GS칼텍스를 응원하는 모든 분들을 향한 인사 한 마디도 부탁했다. 이소영은 알찬 인사를 건넸다. “팀 팬분들도 같은 마음일 것 같아요. 저희를 응원해주셔서 늘 감사드리고, 점점 날씨가 추워지니까 감기 조심하셔야 해요. 저희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더 많은 응원 보내주신다면 성적으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DSC_9979.jpg



“2020 도쿄올림픽서 연경 언니 돕고싶어요”



이소영은 V-리그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멀티플레이어로 통한다. 하지만 유독 국제대회에서만큼 빛을 보지 못했다. 국가대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긴 했어도 정작 중요한 대회였던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6 리우올림픽,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등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국제대회 중 가장 권위가 있는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는 부상으로 인해 단 한 경기만을 소화하고 물러나야 했다. 그만큼 대표팀 운세가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 솔직한 마음을 내보인다.



“대표팀에 갈 때마다 부상도 있었고 중요한 경기에서 제외되기도 해서 마음이 아프기도 했죠. ‘대표팀은 나랑 안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감사하게도 대표팀에 소집돼서 함께 훈련을 하다가도 정작 경기는 못 뛰었으니까요. 이번에는 드디어 경기를 뛰나 싶었는데 또 다치는 바람에…. 정말 잘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많이 속상했어요.”



GS칼텍스에서 이소영이 맡은 역할은 대표팀에서 김연경(30, 엑자시바시)이 맡은 역할과 같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대표팀에 있으니, V-리그에서 아무리 잘 한다고 한들 쉽게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소영은 배구 꿈나무이던 중학교 3학년 시절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롤모델로 김연경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김연경 언니처럼 해외로 진출하는 게 꿈이다’라는 당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약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번 이소영에게 해외 진출에 대한 꿈이 남아있는지 물었다. “제가 그 정도의 실력이 됐으면 벌써 진출했겠죠(웃음)? 저는 지금 제 자리에서 열심히 하려고요. 그 때는 어린 마음에 연경 언니가 하는 건 다 따라하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나봐요.”



대표팀에서 뛸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소영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지금의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것뿐이라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는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그 전까지 제가 더 보여줘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대표팀 감독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신다면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까, 그 전까지는 그냥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대표팀에서 저를 불러주신다면 연경 언니랑 같은 포지션이기 때문에 언니가 힘들 때 도와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소망 한자락을 펼쳤다.




글/ 이현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2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주요기사

더보기

HOT PHOTO

최신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