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올 시즌 V-리그 최고 히트상품은 단연 IBK기업은행 리베로 박상미가 아닐까.
활발한 움직임, 그리고 넘치는 코트 위 에너지. 여기에 숨기지 않고 본인을 드러내는 당당함까지. 박상미는 7년 가까운 무명 생활 내내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면서 비로소 기회를 잡아 올 시즌 마침내 꽃을 피웠다. 박상미에게 주어진 기회 뒤편에 숨겨진 노력은 무엇이었을까. 깜짝 스타를 넘어 주전 리베로를 향해 달려가는 박상미를 만나기 위해 지난 12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IBK기업은행 배구연습장을 찾았다.
어제는 웜업존, 오늘은 당당한 주전 리베로
요즘 활약이 대단해요.
감사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쏟아지고 있어 기쁜 요즘이에요. 행운이 몰아서 쏟아지는 느낌이에요. 선수 생활 7년 만에 인터뷰도 해보고 이렇게 사진도 찍고, 꿈꾸는 것 같아요. 이렇게 관심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거기에 팀 성적도 상위권에 있으니 더없이 기쁘겠어요.
그럼요! 제가 주전으로 뛰고 있으니 더 남다른 기분이에요. 제가 코트에 오르면서 팀 성적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제는 주전 리베로라는 말이 잘 어울려요.
아니에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니까요. 여전히 부족하죠. 첫 선발 투입됐던 현대건설전(11월 25일) 이후 몇 경기서 기복을 보였거든요.
그 이후로 ‘마음 놓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더 준비해야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좋은 일 많이 있는데 지금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올 시즌 선발로 나섰던 첫 날을 떠올려주세요.
경기
열리기 이틀 전쯤이었어요. 적응훈련 할 때 (한)지현이가 허리 통증을 호소했죠. 그 이후 감독님께서 저를 부르셨어요. 그 때
하신 말이 ‘2라운드 1순위로 왔잖아. 고등학교 때 잘 했고’라고 하시면서 선발 투입 준비하라고 하셨죠. 갑작스레 기회가 와서
정말 긴장도 많이 하고 떨렸어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그래도 모처럼 온 소중한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감독님이 해주셨던 말을 되새기면서 ‘그래 한 번 해보자’라고 다짐했어요.
경기장에 나가서는 정말 공 하나만 바라보고 뛰어다녔던 것 같아요. 뭘 했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 날 분위기, 제 눈에 들어온 장면은 선명하게 남아 있어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그 날 감독님께서 경기 후 인터뷰 때 ‘박상미는 완벽(Perfect)했다’라고 칭찬하셨어요.
윽,
그 말을 들으니 또 울컥할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 과찬하신 것 같아요. 물론 기분은 정말 좋죠. 그렇지만 경기 하면서도 그랬고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리베로라는 자리가 참 중요하잖아요. 여기서 잘 해야 다음이 있으니까요. 그 날은 정말 ‘잘 받아주고 싶다’
이 생각으로 가득 찼던 것 같아요.
그 경기가 끝나고 처음으로 수훈선수 인터뷰도 했잖아요(경기가 끝나면 현장에 취재 온 기자들이 보통 승리 팀에서 선수 몇 명을 선정해 인터뷰룸에서 인터뷰를 진행한다).
기자님
혼자 인터뷰룸에 들어왔던 그 날 맞죠? 들어가면서 ‘내가 해도 되나?’ 싶었어요. 리베로라는 자리가 주목받는 게 어렵잖아요.
그래서 한 편으로는 좋으면서 한 편으로는… 창피했어요. 사실 그 날도 창피했어요. 아마 다른 기자 분들 더 계셨으면 아무 말도 못
했을 거예요.
그 후로 방송 인터뷰도 했잖아요(12월 12일 KGC인삼공사전). 그 날 실시간 검색어에도 잠깐 올랐었는데요.
실시간
검색어 오른 건 몰랐어요. 그 영상 저는 민망해서 못 눌러봤어요. 그 날 아예 기사를 안 찾아봤어요. 이긴 뒤에 너무 들뜬
상태인데 저를 부르더라고요. ‘내가 해도 되나’ 하는 생각으로 인터뷰했죠.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도 안 나요(웃음).
뭘 했는지는 기억날 것 같은데요(이날 박상미는 카메라 앞에서 짧은 막춤을 선보였다).
그럼요.
임팩트가 너무 강했으니까요. 지난 비시즌 때 김보경 아나운서와 나왔던 프로그램에서 인터뷰할 때 춤추자고 공약했었거든요. 전
경기를 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약속한 건데 정말 인터뷰를 하고 춤을 췄네요. 실제로 시킬 줄은 몰랐는데. 시작 전에
시킬 거라는 김보경 아나운서 말도 장난인 줄 알았어요.
그래도 안 빼고 잘 하던데요.
시키면 해야죠. 운동선수는 빼지 말고 할 때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왕 할 거면 확실해야죠.
힘든 시간 이겨낸 비결 ‘나를 향한 채찍질’
2012년에 프로로 와서 벌써 7년차네요.
KGC인삼공사에
2라운드 1순위로 입단했어요. 그 때는 ‘가게 되면 KGC인삼공사에 가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 정말 성적이 좋은
팀이었거든요(KGC인삼공사는 박상미 입단 직전 시즌인 2011~2012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진짜로 가게 돼 놀랐던
기억이 나요.
리베로가 2라운드 1순위면 정말 높은 순위였네요.
맞아요. 리베로 중에서는 꽤 빨리 뽑힌 편이었어요. 제 출신학교인 전주 근영여고에서 많이 뽑혔던 해였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리베로를 했나요?
고등학교 2학년 마지막 대회를 마치고 나서 리베로를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윙스파이커로 뛰면서 공격도 종종 때렸죠. 수비 위주긴 했지만요. 어릴 땐 힘으로 배구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이건 지금도 여전하네요.
지금 보니 그 시절 멤버들이 좋았네요.
이소영(GS칼텍스),
정미선(전 현대건설) 포함해서 총 네 명이 그 때 드래프트에서 프로에 왔어요. 당시 우승권은 아니었고요, 대회 나가면
3~4위권에는 꾸준히 들었던 것 같아요. 3학년 마지막 대회인 전국체전에서 2위를 차지한 게 큰 수확이었어요. 그 대회에서 성적을
잘 내 여러 감독님들께서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그 때 1등은 지금 최수빈(IBK기업은행)이 있었던 일신여상이었어요.
리베로로 전환한 계기가 있다면요?
아무래도 키가 안 커서 미래를 위해 제가 선택했어요. 3학년 되어서 감독님께 ‘리베로 하겠다’라고 말씀드렸어요. 지금 166cm인데요, 이게 고등학교 2학년 때 멈춘 거예요.
신발 벗고 잰 키죠?
제가 처음에 신발 신고 170cm라고 나오니까 주변에서 아무도 안 믿더라고요. 그래서 ‘신어봤자 어차피 들통날거 솔직하게 적자’라고 생각해서 적었어요.
리베로 적응은 빠른 편이었나요?
사실
바꾼 뒤로 딜레마에 빠졌어요. 공격을 포기하면서 아쉬움도 있었지만 어려움이 컸어요. 공격수는 수비에서 하나 실수해도 공격으로
만회할 수 있는데 리베로는 무조건 수비로만 보여줘야 하잖아요. 그래서 한 번 말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말리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한참 힘들어 했어요. 그래도 고3 첫 대회 나가기 전쯤 털어냈던 것 같아요.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했나요?
내가
잘 하는 것에 최대한 집중했어요. 그 때 리시브 정말 자신 있었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내가 잘 올려줄 테니 블로킹 잘
해주고 공격 해결 부탁한다’라고 많이 말했어요. 또 제 안으로 채찍질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평소에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이유가 있다면요?
스스로에 평가를 냉정하게 하는 편이에요. 그래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프로에 와서 기회를 잡기까지 오래 걸렸어요.
프로에
오고 나서도 슬럼프였던 것 같아요. 자괴감도 많이 들었고요. 기회가 몇 차례 왔었는데 그 때마다 잡질 못했어요. 그럴 때마다
‘지금까지 노력이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노력해도 안 될 사람은 안 되나보다’하면서 내려놨던 것 같아요. 그렇게 조금 있다가 다시
‘그래도 할 수 있는 걸 해보자’라고 하면서 일어나기를 반복했죠.
프로 와서는 언제가 가장 힘들었나요?
늘
힘들었죠. 매번. 그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아 신입 때 팀이 연패가 길었어요(2012~2013시즌 KGC인삼공사는
20연패했다). 그 때 원 포인트 서버로 자주 들어갔는데 팀이 연패하니 분위기도 안 좋고 운동 분위기도 안 살았어요. 막내니까
제가 크게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래서 답답했던 기억이 나요.
그랬던 적도 있어요. 팀이 지고 있는데 웃는다고요. 인터넷에 그런 악성 댓글이 올라왔어요. 그 때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또 ‘아 경기 중에는 크게 웃지 말자’하면서 채찍질을 하고 그랬죠. 그런데 그건 잘 안 고쳐지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잘 웃는 표정이어서요.
예전부터 잘 웃었나 봐요.
힘들수록
자주 웃는 것 같아요. 까불고 하면서 겉으로 밝은 걸 좋아하는데 사실 제 마음 속을 표현하는 건 서툴어요. 많이 감추고 사는
편이죠. 이게 겉으로 드러나서 우울해보이면 별로 안 좋잖아요. 그래서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자고 생각해서 자주 웃어요.
이래보여도 저 진지하고 생각 많은 사람이에요. 감추고 있을 뿐이죠.
이정철 감독의 강훈련 “나를 강하게 키워요”
IBK기업은행에 온 지는 6~7개월 정도 됐네요.
올
때 걱정 정말 많이 했어요. 다른 것보다도 친한 사람이 많이 없었거든요. 또 항상 상위권에 있는 팀이니 분위기, 훈련 이런
것들도 걱정을 했는데, 웬걸. 다 돌아이(?)들이에요. 누구 하나 꼽을 것도 없어요. 전부 다 그래요. 선후배 사이에도 벽이
심하지 않고 지킬 것만 지키면 다들 편하게 대해줘요.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면요?
너무
많아요. 다들 조금도 예측할 수가 없어요. (김)희진 언니는 요즘 저를 자주 때려요. 장난 식으로요. 그리고 (염)혜선 언니는
팀에서 별명이 ‘염치기’예요. 거짓말을 정말 잘하거든요. 다들 그런 식이에요. 그러다 보니 분위기도 좋고 재밌어요. 그것 덕분에
힘든 훈련도 재밌게 할 수 있어요.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던 당시 기분은 어땠나요.
요즘은 워낙 많이 팀을 옮기잖아요. 그래서 별거 아니라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자 했는데 막상 계속 지내던 팀을 떠나려니 마음 아팠어요. 정신적으로 힘들었죠.
서남원 감독께서는 뭐라 해주셨나요?
가서
열심히 잘 하라고 하셨죠. 기회가 오면 잘 잡으라는 말이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IBK기업은행에서 온 (채)선아 언니와
(고)민지가 선수단 분위기 밝으니까 가서 생활하기 좋을 거라고 조언도 해줬어요. 운동은 조금 힘들 거라는 말도 했고요.
실제로 운동이 힘든가요?
그렇게
많이 힘든 건 아니고요. 음…. 포장이 잘 안 되네. 강도가 조금 세고요, 시간이 쪼금 더 길어요. 그래도 재밌게 하고 있어요.
저는 오히려 강하게 시키고 이런 게 더 재밌어요. 뭔가 살아있는 걸 느낄 수 있잖아요. 건강해지고 스스로 단련되는 느낌이에요.
트레이드가 본인 선수생활에 계기가 된 셈이네요.
새
팀으로 오면서 ‘다시 시작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마인드로 조금 더 어른스럽게, 냉정하게 해보자’라고 각오했어요. 그래서 뭐가
부족한지 늘 냉철하게 보려고 노력했어요. 부족한 점은 필기하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식으로 훈련 많이 했어요.
본인이 생각한 장단점을 살짝 알려주세요.
단점부터
할게요. 제가 좀 방방 뛰는 게 있어요. 그래서 안정감이 떨어져요. 리베로는 묵직하게 도움이 되어야 하는데 너무 리액션이 커요.
제가 봐도 주변에서 불안해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거기에 신경 많이 썼어요. 경기할 때는 차분하게 하자고요.
몸이 빠른 건 장점이에요. 남들보다 빠르니까 한 발 더 따라가고 어택커버 들어가고 그런 점이요. 그걸 살리면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자기분석이 큰 힘이 됐나요?
아무래도 의식을 갖고 훈련하니까 더 발전하는 걸 느꼈어요. 무엇이 부족한지 딱 생각하고 하니까요. 또 계획을 굉장히 세세하게 짜는 편이에요. 이번 주는 세 가지를 정해서 ‘이건 꼭 마스터하자’하는 식으로요. 예를 들면 이번 주는 팔을 빨리 펴는 연습을 하고, 그 다음에는 공 방향을 한 박자 더 빠르게 예측하는 거예요.
주변에서 가장 많이 도와준 사람이 있다면요?
음….
(백)목화 언니요. 정말 좋은 언니에요. 비시즌 때 둘이 카페에 가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주제는 다 운동이었어요. 저랑
운동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비슷해서 공감이 갔어요. 통하는 게 있으니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하자고 많이 얘기했어요.
백목화 선수는 프로 마인드가 뛰어나다고 소문이 자자하잖아요.
맞아요.
그래서 배울 점이 많아요. 저도 언니하고 이야기하면서 알고는 있는데 실천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시즌 중에는 가능하면 탄산음료 안
먹고, 찬 음식 안 먹고. 컨디션을 방해할 수 있는 것들을 배제하는 건데 사실 아예 안 먹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IBK기업은행 해피바이러스 박상미
분위기를 조금 바꿔서, 취미는 무엇인가요?
선수들한테 가서 장난치는 거요. 요즘은 그 재미로 살고 있어요. 하도 그러니까 주변에서 언니들이 ‘보기만 해도 기 빨린다’라고 그래요. 그래도 장난치는 게 너무 재밌어요.
지난 12일 첫 방송인터뷰를 마치고 구단 자체적으로 인터뷰를 했는데요. 거기서 제 응원가가 나오더라고요(가수 노라조의 ‘사이다’가 박상미 선수 응원가다). 그래서 춤을 추는데 동료들이 ‘아 이 노래 듣기만 해도 기 빨리는 기분이다’라고 그러더라고요.

그 음악은 본인이 정한 건가요?
네,
제가 구단에 부탁드렸어요. 신나잖아요. 원 포인트 서버로 들어갈 당시에는 서브 포인트를 내고 이 노래가 나오면 분위기가 살겠다
싶어서 골랐어요. 그런데 이제 리베로로 뛰니까 들을 일이 없어요. 그래서 희진 언니한테 이 노래 써달라고 했는데 결국 안
쓰더라고요. 많이 아쉬워요.
배구 안 하는 날엔 뭘 하나요?
사실대로 말하자면 여기(IBK기업은행 선수단 숙소)는 교통이 불편해서 어디로 잘 안 나가요(웃음). 나갈 기회가 있으면 이런 카페를 자주 다녀요. 혼자서 꾸미는 걸 정말 좋아해서 아무런 약속 없어도 굳이 화장을 하고 옷을 차려입고 좋은 곳에 가서 커피 마시고 드라마를 보고 사진도 찍고 놀아요.
경기장에 나설 때는 많이 안 꾸미는 것 같았는데요.
에이, 뛸 때는 어차피 땀에 번지잖아요. 발라봐야 입술 틴트나 선크림 정도죠. 정말 기초화장만 해요.
책도 자주 읽는다면서요.
배구만
하는 것보다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는 것도 필요하다 생각해서요. 대화하는 법도 알아야죠. 최근에는 ‘일만 시간의
재발견(안데르스 에릭슨, 로버트 풀 저)’이라는 책을 읽고 있어요. 이 책도 목화 언니가 추천해준 책인데요, 사실 좀 어려워요.
그래서 하루에 딱 두 장씩 읽어요. 어떤 일을 할 때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게 아니고 의식적으로, 깊게 생각하며 채우는 게
중요하다는 내용이에요. 모르는 말이 나오거나 하면 검색해보면서 읽고 있어요.
요즘 활약하는 모습에 가족들이 좋아하겠네요.
제가 외동딸이에요. 그런 딸이 TV에 나와서 뛰고 있으니 참 좋아하시죠. 외동이지만 버릇없이 자라면 안 된다고 아버지께서 정말 엄하게 기르셨어요. 그러면 옆에서 어머니가 달래주시고요.
그래서 그런지 몸에 예의가 밴 것 같아요.
요즘 사람들은 오히려 그러는 걸 불편해하기도 한다더라고요. 그래서 자제하려고 하는데 그래도 차라리 넘쳐서 욕먹는 게 낫지 않을까요?
거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새해에 한국 나이로 스물여섯이 되네요.
벌써 8년차에요. 지난 시즌 FA를 했는데 조금 아쉽네요. 올 시즌 FA였으면 더 나았을 텐데 말이죠. 이 아쉬움을 발판 삼아서 더 열심히 해야죠.
이번 시즌, 갑자기 찾아온 기회를 잘 잡았네요.
늘 꿈꿔왔던 자리에요. 그 전에는 뛰고 싶었지만 준비가 덜 됐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생각보다도 빨리 온 기회를 나름 잘 잡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기회가 언제쯤 올 거라 생각했나요?
사실
지금도 빨리 온 거라 생각해요. 팀에 (한)지현이도 있고, 다른 팀에도 쟁쟁한 언니들이 있으니까요. ‘지금은 경기에 나서지 못
하지만 미래에는 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훈련을 했는데 그렇게 준비를 해서 기회가 온 거라고 생각해요. 어렵게 잡은 기회
놓치지 않을 거예요.
선수 생활은 언제까지 하고 싶어요?
아픈 곳이 없어서 서른 넘어 까지는 거뜬할 것 같아요. 몸이 남아날 때까지 계속 할 거예요.
신년이니 새해 소망 하나만 말해주세요.
스스로에게 바라는 게 있어요. 상미야,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조금 더 생각하면서 배구해.
남은 시즌, 각오 부탁드려요.
항상 겸손한 자세로, 거만하지 않고 늘 노력하겠습니다. 그래서 어렵게 잡은 이 자리를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소 이런 자리에서 하고 싶었던 말 한 마디만 해주세요.
낯간지러워서
잘 못하는데…. 부모님께 하고 싶어요. 하나밖에 없는 딸 운동 시키셔서 늘 마음 조마조마하고 걱정하실 텐데 요즘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앞으로도 정말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너무 담백한데 조금 포장해서 써드릴까요?
아니요! 그건 제 성격하고 안 맞는 것 같아요. 최대한 담백하게 부탁드릴게요(웃음).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문복주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1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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