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프로선수에게 대학졸업장은 필수인가?

이정원 / 기사승인 : 2019-07-28 14: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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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이 지나가면 다시 신인드래프트 계절이 돌아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V-리그 남자부에서는 대학을 마치고 프로무대로 뛰어드는 선수가 주류를 형성했다. 최근 그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대학 2, 3학년 때나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도전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더스파이크>는 가을 드래프트를 앞두고 고졸 선수들에 대해 주목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프로에 오는 선수들에 대해 현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대학 진학과 프로 조기진출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본다.

프로배구가 고졸 선수를 주목하는 이유

지난 4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한껏 달아올랐다. 여러 대어급 선수들이 다수 나왔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가장 뜨거웠던 선수는 대한항공 정지석이다. 2013~2014년 드래프트로 대한항공에 입단한 정지석은 여섯 시즌을 마쳐 FA 자격을 얻었다.

정지석 주가가 치솟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공수 능력을 모두 갖춘 윙스파이커라는 점과 더불어 스타성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많은 팀이 주목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FA 계약 시점에 정지석이 고작 24세였다는 점이다.

정지석은 프로배구 출범 이후 첫 고졸 스타였다. 박철우 역시 고졸 선수이나 프로화 이전인 2003년 현대캐피탈에 입단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실력과 가능성을 갖춘 정지석이 주목을 받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나 정지석은 기술적인 면에서 이미 여러 선배를 뛰어넘어 V-리그 최고 날개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그가 대한항공과 재계약을 택하면서 열풍은 조금 가라앉았지만 앞으로 활약은 더욱 뜨거울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지석을 시작으로 프로에는 점점 어린 선수들이 도전장을 내밀기 시작했다. 고졸 스타 외에도 대학 2, 3학년 선수들이 프로에 진출하는 이른바 ‘얼리 드래프티(early drafty)’가 성행했다.

특히 지난 2017~2018시즌을 앞두고 열린 드래프트는 얼리 드래프티 풍년이었다. 드래프트에 참가한 선수 42명 중에 총 10명이 얼리 드래프티였다. 그 중에서 무려 9명이 프로 지명을 받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모두 2라운드 이내에 뽑혔다는 점이다. 이때 2라운드까지 지명된 선수 14명 중 대학 졸업생은 단 5명에 불과했다.

이 흐름은 그 다음해인 2018~2019시즌 신인드래프트까지 이어졌다. 총 9명의 얼리 드래프티가 드래프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 중 8명이 선택을 받았다.

이처럼 최근 V-리그 남자부는 데뷔하는 선수들은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어린 선수들이 많아진 걸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갈수록 선수층이 얇아지면서 프로 팀이 대학선수가 졸업할 때까지 기다릴 만한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최근 프로 팀은 새 얼굴 부족 현상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문성민, 한선수를 뛰어 넘을 만한 새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 V-리그 현실이다. 젊은 선수들 가운데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는 찾기 힘들다(정지석 주가가 높은 이유였다). 대학이나 고등학교에서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보이는 선수가 있다면 일찌감치 팀에 데려와 좋은 선수로 만들고자 하는 게 여러 감독들 생각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2017년부터 대학가에 시행된 ‘C제로룰(학점이 C제로 이하인 경우 대학 스포츠리그에 출전할 수 없다는 규정)’이 대학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는 현상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C제로룰이 대학가에 정착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전보다 대학 선수들에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다. 특히나 고등학교 때까지 배구만 한 선수들이라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에 더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정지석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드래프트에 진출한 선수들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2017~2018년에 1라운드 지명을 받은 세터 최익제(KB손해보험)와 아포짓 스파이커 임동혁(대한항공), 그리고 2018~2019시즌 그 열풍을 이어간 아포짓 스파이커 이태호(한국전력)까지. 고졸 선수는 이제 단순히 ‘특이한 경우’를 넘어 한 그룹을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고졸 선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또 과연 선수들에게는 어떤 선택이 유리할까. 대졸 선수가 대부분이었던 V-리그 프로 무대에서 고졸 선수들도 한 축을 형성할 수 있을까. ‘고졸 선수’라는 주제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볼 필요가 생긴다.




고졸 드래프트, 프로 감독 생각은?
현장의 프로배구 감독들은 고졸 선수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KB손해보험 권순찬 감독은 고졸 선수를 두고 “개인적으로는 반대다”라고 의견을 냈다. “오히려 대학에 가서 경험을 더 쌓고 오는 게 낫다”라는 이유를 붙였다.

기본적으로 선수는 경기에 자주 나설 때 성장하는 법이다. 이는 어떤 종목, 어떤 감독을 막론하고 모두 공감할 만한 사실이다. 고졸 선수는 프로에 바로 진출할 경우 경기 출전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고졸 선수가 가능성을 가진 건 분명하지만 프로에서 몇 년 간 뛴 다른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구력(배구 경력)’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래도 대학을 다니다 프로에 온 선수들 경력이 월등하다. 이런 이유로 현재 상황에서 고졸 선수가 곧바로 프로 무대서 활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권 감독은 “그 정지석도 실전에서 활약하기까지 2년 반이 걸렸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신인들에게는 대학리그가 도움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권 감독이 말한 현실적인 상황은 프로 팀 구조였다. 아직 V-리그에는 2군 리그가 없다. 실전을 뛰는 1군과 육성군인 2군으로 나뉘어 운영하는 일반적인 프로 리그와 달리 V-리그는 1군만 두고 있다.

권 감독은 “프로팀에 시설이나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다른 곳에서 경기를 자주 나설 수 있다면야 곧바로 프로에 오는 것을 막을 이유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프로 팀 상황이 그렇지 않다. 대학이 수업을 다 듣는 방식으로 되면서 힘든 건 있지만, 리그에서 뛸 수만 있다면 그쪽이 낫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7년 1라운드 3순위로 KB손해보험에 입단한 세터 최익제가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최익제는 고교 최고의 세터로 명성을 날렸다. 남성고에서 190cm 가량 되는 공격수들을 이끌며 숱한 대회 우승을 이끌어 냈다. 연령별 국가대표에도 출전해 2017 FIVB U19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4위, 2018년 U20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이끌었다. 소속팀 남성고에서도, 청소년 대표팀에서도 주장을 맡아 리더십도 발휘했다.

올해로 프로 3년차 가 된 최익제는 오는 7월 열리는 ‘2019 FIVB U21 세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한창 훈련 중이다. 그는 최근 슬럼프 아닌 슬럼프에 빠졌다. 프로에서 제대로 출전 경험을 쌓지 못하면서 본인 실력에 의문이 생긴 것이다.

훈련 현장에서 만난 그는 다소 위축된 모습이었다. 예전처럼 당당하고 패기가 넘치지 않았다. 그는 “나만 잘 하면 된다. 최근에 자신감이 조금 떨어졌다”라고 말했다. 몇 시즌 동안 제대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고민에 빠져 있는 듯 보였다.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평소 아마추어 배구에 관심이 많다. 각종 고교 대회 현장을 직접 찾아가 지켜보곤 한다.
최 감독은 고교 선수들에 대해 “대학 선수들과 달리 고졸 선수들은 ‘가능성’을 보고 팀에서 투자하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곧 고졸 선수를 선발하는 건 ‘당장 활약할 수 있는가’가 아닌 ‘팀에서 좋은 선수로 만들 수 있을 만한 자원인가’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곧 고졸 선수들은 일정한 ‘가공 시간’이 필요한데 선수들이 이를 버텨낼 수 있는지가 중요한 성공 요소라고 최 감독이 설명했다. “고졸 선수들은 프로 소속이지만, 최소 2~3년 동안은 성장해야 무대로 나설 수 있다. 바로 옆에서 나보다 뒤에 들어온 대졸 선수들이 무대에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묵묵히 이겨낼 수 있는가에 고졸 선수 성공이 달려 있다. 고졸 선수는 곧 자기 자신과 싸움이다”라고 최 감독은 덧붙여 말했다.

고졸 선수 신분으로 2017년 대한항공에 입단한 임동혁은 이에 대해 “선택의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조금 일찍 프로에 진출해 준비기간을 거치는 것도, 대학에 진학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프로에 입단하는 것도 모두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개인이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했다.

지난 2018년도 1라운드 3순위로 한국전력에 입단한 이태호 역시 고졸 선수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은 그를 두고 “언젠가 한국전력 미래가 될 선수다. 정말 착실히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팀 주장 서재덕 역시 “이태호는 몇 년 뒤 한국전력의 주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힘든 시간을 잘 견뎌주길 바란다”라고 했다.

프로 선수들과 대학 선수들을 비교해보면 정신적인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는 의견도 있었다. 과거 LIG손해보험 감독을 맡았던 이경석 현 U-21 청소년대표팀 감독은 대학, 프로에 있는 선수들을 소집해 한창 훈련 중이다. 이 감독은 “프로는 본인이 ‘1인 기업’인 셈이다. 본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프로선수는 국가대표팀에 와서도 본인 가치를 높이려 고민하고 노력한다. 그에 비해 대학 선수들은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 아쉬울 따름”이라고 프로와 대학선수간 태도 차이를 비교했다.



얼리 드래프티는 곧 ‘선수 당겨 뽑기’
최태웅 감독은 고졸 선수에 대해 이야기하며 “고졸 선수 드래프트를 따로 진행해도 좋을 것”이라고 의견을 냈다. 그렇게 될 경우 고교 선수들이 좀 더 주목받을 수 있고, 대학 선수들에게도 좀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는 뜻이었다.

최 감독은 더 나아가 고교선수 우선지명 제도도 언급했다. 각 팀이 속한 연고지에서 나온 선수들을 그 팀이 우선적으로 지명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재 프로야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다. 프로야구는 1, 2차로 나눠 드래프트를 진행하는데 1차에서는 연고지 선수를, 이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모든 선수들을 두고 드래프트를 한다.

최 감독은 “연고지를 두고 선수를 지명하게 한다면 구단 차원 투자가 훨씬 활발해질 것이다. 연고지 설정이 어렵다면 각 팀이 일정 지역을 나눠 갖도록 해 발전을 꾀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고졸 선수들은 팀에서 전력 보강의 의미보다는 미래를 향한 투자로 고려하는 선택지다. 그렇기 때문에 최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를 두 번에 걸쳐 진행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한 번은 전력 보강을, 한 번은 미래를 보는 투자로 하자는 뜻이었다.

이는 당연히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최 감독도 “지금 당장은 어려운 일”이라고 물러서며 “드래프트를 두 번 열려면 그만큼 선수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 정도로 풀이 갖춰져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최 감독은 사실 정말 ‘이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최 감독 역시 현실적 한계를 알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선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대학 선수들만으로 드래프트 유지가 어려워 지금과 같이 어린 선수들을 ‘당겨쓰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런 상황에서 고교 선수들만으로 드래프트를 연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졸 선수 환영하지만…현실이란 벽 높다
현장 의견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 1) 대학 제도 변경으로 공부와 운동을 병행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여전히 경험을 쌓는 측면에서는 대학 진학이 훨씬 낫다. 2) 고졸 선수들은 당장이 아닌 미래를 보고 뽑는 것이다. 3) 고졸 선수들이 프로에 오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다만 고졸 선수들이 현재 프로에서 바로 뛸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결국 선수들은 실전 경험을 중시할 것인지, 혹은 체계적인 프로 팀 훈련을 받으며 커나갈 것인지를 두고 고민해야 한다.

감독들을 비롯해 여러 관계자들과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마지막에는 꼭 ‘2군’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많은 고교 유망주들이 프로 팀 직행을 꺼리는 이유는 아직까지 V-리그에 2군 시설이 없어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제 아무리 많은 팀에서 선수 육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고는 해도, 1군과 2군을 분리 운영하는 것에 비교하면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또 선수가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넓은 무대서 사회생활을 미리 경험한 뒤에 프로에 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도 꽤 많았다. 대학 생활은 이전 중·고교 생활과는 차이가 있다. 꼭 배구가 아니더라도 대학에선 다른 경험도 하면서 본인의 인생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다. 또 대학에서 기본 소양을 쌓는다면 후에 다른 분야 일을 하더라도 도움 될 여지가 크다.

그러나 대학과 프로 팀 훈련을 비교해보면 차이가 어마어마하다.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야하는 대학은 훈련 강도가 프로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양 차이만큼 질 차원에서도 차이가 난다. 당장 성적을 내야 하는 대학의 경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선수를 육성하는 게 아무래도 쉽지 않다. 반면 고졸 신분으로 프로에 입단하게 되면 감독들은 아예 멀리 보고 선수를 육성할 수 있다.

또한 선수 입장에서도 프로에 일찍 나가게 되면 정신적으로 더 빨리 성숙해질 수 있다. 억대 연봉을 받으며 훈련에 매진하는 선배들을 두 눈으로 보면서 자극이 된다. 프로라는 치열한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일찍 눈을 뜨는 만큼 선수에게는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기간이 더 늘어나는 셈이 된다.

대졸 선수들이 다섯 시즌을 치러야 FA 자격을 얻는 것과 달리 고졸 선수들은 한 시즌 더 많은 여섯 시즌을 보내야만 FA 자격을 얻는다. 그렇다고 해도 나이 상으로는 엄청난 이득을 본다. 아직 전성기에 접어들기도 전에 FA 자격을 얻은 정지석이 좋은 예다.



프로배구도 2군 운영이 필요한 이유
이상적인 그림은 프로 팀 선수단 규모가 커져 1군과 2군 모두 제대로 가동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가능성 큰 선수들은 곧장 프로로 가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은 대학에서 경험을 더 쌓고 프로진출을 시도할 수 있다. 현재 프로야구가 이와 같은 구조다. 보통 대학을 거쳐 프로에 가는 배구와 달리 야구는 고졸선수들의 프로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져왔다. 류현진 같은 초고교급 선수는 프로 적응도 빨랐다. 물론 대학 졸업후 프로야구에 진출하는 경로도 주요 선수공급 루트로 존재한다.

고졸 선수들이 이상적인 건 선수들이 좀 더 일찍, 그리고 더 오래 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남자 선수들은 30대 초반을 넘어가게 되면 기량이 떨어진다. 그 사이 병역 의무도 해결해야 한다. 병역 문제가 걸려 있게 되면 선수들이 활약할 기간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진출해서 2~3년 정도 기량을 갈고닦은 후에 경기에 투입되면 그만큼 적응 기간도 줄어든다. 2군에 있으면서 팬들에게 조금씩 노출되며 관심도 끌 수 있다. 구단 측에서 선수를 스타로 만들 여지도 더 크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현재 구조상 2군 제도가 곧바로 생길 수는 없다. 의지를 가진 구단도 그리 많지 않고, 2군이 만들어진다고 한들 2군 빈자리를 채울 만큼 선수들이 많지도 않다.

희망은 있다. 최근 한국배구연맹(KOVO) 주도로 운영하는 유소년 배구가 점점 그 규모를 키워가는 중이다. 각 구단에서도 크고 작게 유소년 팀을 운영한다. 이들 가운데 실제로 배구에 흥미를 느껴 엘리트 체육에 도전하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올라오는 시기에 맞춰 다양한 제도들이 논의되어야 한다. 클럽 체육으로 배구를 즐기는 선수들이 엘리트 쪽으로 더 원활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필요하다.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은 “최근 많은 팀들이 클럽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다. 당연히 중요한 일이지만 이것이 엘리트 체육을 멀리하는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 엘리트와 클럽 스포츠가 함께 균형을 이뤄 발전해야 결국 배구가 발전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이 차고 넘치게 되면 자연히 구단은 2군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선수를 보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최근 배구 인기는 눈에 띄게 증가했지만 치고 올라오는 스타가 없어 고민인 상태다. 보다 많은 단체가 풀뿌리 배구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줘야 하는 까닭이다.

스포츠를 숨 쉬게 하는 가장 근본적 힘은 ‘선수’다. 제 아무리 인프라가 뛰어나고 구단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도 실력과 스타성을 갖춘 선수 없이는 생명력을 갖기 어렵다. 최근 들어 늘어나고 있는 얼리 드래프티는 어쩌면 앞으로 다가올 선수 부족 위기를 미리 알려주는 비상 신호일 수 있다. 지금 배구 인기를 앞으로도 계속 이끌고 가기 위해서는 보다 혁신적인 선수 투자가 있어야 한다.

글/ 이광준 기자
사진/ 더스파이크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7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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