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KE포커스] 기본기 돋보였던 한봄고-청수고가 반가웠던 이유

이광준 / 기사승인 : 2019-09-05 0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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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봄고, 단신에도 탄탄한 수비와 발빠른 공격 앞세워 정상 올라


[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CBS배 여고부 우승을 차지한 한봄고, 4강에 오른 천안청수고가 보여준 기본기 배구는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9 CBS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가 지난 4일 충북 옥천에서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8월 28일 사전경기를 시작으로 8일간 진행된 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여고부에는 총 7개 팀이 참가했다. 기존보다 참가수가 적었다. 때마침 여고부 신인드래프트가 4일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여고부는 다른 부보다 하루 앞선 3일에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 결과 한봄고가 서울중앙여고를 3-0으로 완파하고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당초 여고부에서는 중앙여고가 가장 전력이 강한 팀으로 지목됐다. 이번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이다현(185cm, MB)이 주장을 맡고 있는 팀이다. 라이트 윙스파이커 박현주(175cm)는 2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에, 세터 이진(172cm)은 3라운드 5순위로 IBK기업은행에 들어갔다. 1학년이지만 신장이 188cm인 이예담도 날개로 뛰고 있다. 객관적으로 이들을 상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중앙여고를 누르고 우승한 한봄고는 올해 3학년이 없다. 모두 1, 2학년으로만 구성돼 있다. 신장도 그리 크지 않다. 대부분 선수들이 170cm대다. 여기에 주포 최정민(2학년, 180cm, MB)이 U18 국가대표로 참가해 뛰지 못한 것도 컸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중앙여고 우위를 점쳤지만, 한봄고는 이런 예상을 뒤집었다.

어창선 감독이 이끄는 한봄고 배구는 기본기에 매우 충실했다. 미들블로커를 제외한 전원이 수비에 적극 가담하고, 한 발 빠른 공격을 통해 득점을 올리는 식이다. 높이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서브도 날카롭게 구사했다. 다양한 공격루트를 활용해 상대 장신 블로커를 따돌렸다.

이들이 공격을 시도할 때 신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회 MVP를 차지한 1학년 김가영은 173cm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코트 위 공격수들 중 가장 시원시원한 스파이크를 날렸다.

어창선 감독은 "아무래도 신장이 작고 나이가 어리다 보니 기본기에 충실한 배구를 펼치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다. 아이들이 잘 따라줘서 좋은 성적을 냈다"라고 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번 대회 4강에 든 천안청수고 역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좋은 경기를 펼쳤다. 이들은 지난 3년 동안 단 1승도 챙기지 못했던 팀이다. 그러나 양철호 전 현대건설 감독이 부임한 이후 기본기 위주로 철저히 교육 받았다. 그 결과 청수고는 지난 6월 영광배 4강 진출에 이어 CBS배도 4강에 올랐다.

양철호 청수고 감독은 "처음 부임했을 때 아이들이 기본적인 것을 많이 놓치고 있더라. 그래서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훈련했다. 그 외에 특별히 한 건 없다. 아이들이 내가 알려준 것을 잘 보고 배웠기 때문에 성적을 낼 수 있었다. 잘 따라준 선수들에 고맙다"라고 이야기했다.

배구에서 기본기 중요성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다. 리시브, 디그, 정확한 연결 등을 곧 기본기라고 한다. 팀 조직력은 이것이 뒷받침될 때 살아난다. 기본기가 얼마나 중요한 지는 지난 8월 한국에서 열렸던 ‘2019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을 통해 확인했다. 우승국인 일본, 준우승국인 태국 두 팀은 뛰어난 기본기를 바탕으로 조직적인 배구를 펼쳐 성적을 냈다.

어린 선수들이 강조해서 배워야 할 것이 바로 기본기다. 탄탄한 기본기가 기초에 있고, 그 위에 갖가지 기술적인 것이 더해질 때 비로소 좋은 선수가 된다. 배구여제 김연경은 중학교 시절 키가 작아 좀처럼 코트 위에 오르지 못했다. 배구를 포기하려 했지만 더욱 독하게 마음먹고 기본기 단련에 힘썼다. 이후 고등학교에 진학해 20cm가 자라면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옮겼다. 그리고 어린 시절 단련했던 기본기 덕분에 그는 공격과 수비 모두 세계 정상급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프로 감독들이 신인을 받고 교육을 시키면서 하는 말 중 자주 나오는 말이 “기본기가 안 돼 있다”다. 어린 시절부터 지나치게 성적만을 바라보며 기술 위주 수업을 하다 보니 기본기가 약한 채로 프로로 가는 것이다. 결국 그런 선수들은 프로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우리는 그런 경우를 수도 없이 봐 왔다.

이번 여고부 무대에서 한봄고, 청수고가 보여준 탄탄한 기본기 배구는 그런 걱정을 덜고 보는 이들을 흡족하게 했다. 게다가 이 배구를 통해 성적까지 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부디 보다 많은 팀들이 기본기를 앞세워 선수들을 육성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이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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