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남자배구 국제경쟁력과 관련해 가장 자주 언급되는 포지션을 꼽으라면 미들블로커일 것 같다. 지금 대표팀 주전인 신영석과 최민호 뒤를 이을 미들블로커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스파이크>가 지난달에 이어 또 한 명의 미들블로커 유망주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해 19세이하유스대표팀 일원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 다녀왔고, 올해부터 성균관대 소속으로 대학리그에서 활약할 배하준(19, 199cm)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월 9일 성균관대 수원 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조금은 남다른 캠퍼스 이야기를 들었다.

아쉽게 지나가는 신입생 라이프
배하준을 만나기 위해 성균관대를 찾은 캠퍼스는 조용했다. 코로나19 여파 아직 대학들이 개강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신입생 입학으로 한창 풋풋해야 할 캠퍼스에 좀처럼 그런 생기가 돌지 않았다. 배구선수이기 이전에 신입생이기도 했던 배하준 역시 이러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내면서 남은 선수들과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Q__새 학기 분위기가 한창이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움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가 안 나서 좀 아쉽긴 하죠. 캠퍼스가 그냥 조용해요. 사람도 별로 없고요.
Q__대학에 입학하면서 기대했던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입학식이나 오리엔테이션(흔히 말하는 OT) 같은 행사는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입학식도 못 하고 OT도 못 가니 너무 아쉽죠.
Q__성균관대 합류 이후 훈련은 지금까지 어떻게 해오고 있나요.
우선 지금 학교에 없는 선수들도 있어서 개인 훈련을 많이 하고 있어요. 오전, 오후로 나눠서요. 남은 선수들끼리 연결 훈련이나 개인 공격 연습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하고요. 또 제가 부족한 면인 속공 연습도 많이 하고 있어요. 경북사대부고 시절에는 느린 플레이에 익숙해서 속공 올라가는 타이밍이 조금 느렸어요. 대학에서는 더 빠른 플레이를 하니까 잘 안 맞더라고요. 그런 점을 나아지게 하고자 연습 중입니다.
Q__대학리그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언제 개막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선수로서도 어려움이 있을 듯합니다.
(대학배구연맹은 3월 26일 개최하기로 한 대학배구리그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지만 정확히 언제 열릴지는 미지수이다)
새롭게 리그가 시작되면 저를 알리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잖아요. 그러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이제 성균관대 소속 선수로서의 저를 알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니까요.
Q__훈련과 연습경기 등을 통해 지금까지 받은 성균관대 팀에 대한 인상은 어떤가요.
다른 팀보다 잘하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연결을 비롯한 세트 플레이가 좋아요. 실업팀과 연습경기에서도 이기고 지고 했거든요.
Q__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요.
선수들끼리는 잘 단합하고 있어요. 술 한잔도 하면서(웃음) 분위기 살리고 있습니다. (조)용석이 형이나 (임)성진이 형이 잘 챙겨줘요.
Q__성균관대 선수 중에서 이전에 ‘같이 뛰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한 선수가 있을까요.
이번에 같이 입학한 선수 중에 (김)태원이요. 유스대표팀에서 (이)현승이(한양대)와 함께 세터로 뽑혔는데, 자체 청백전을 할 때 태원이랑 뛰면 속공이 잘 맞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에서 한번 같이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__아직 실전을 많이 치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느끼기에 고교무대와 대학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경기할 때 분위기가 달라요. 고교 시절에는 경기 중에 분위기가 오락가락했어요. 하지만 대학팀끼리 경기에서는 어느 한 팀이 분위기를 잡으면 그 기세를 몰아서 이기는 경기가 많았어요. 왜 그런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주전 부담? 신입생답게 부딪치려고요!”
성균관대는 2019년 주전 미들블로커로 뛴 박지윤(한국전력)과 김승태(KB손해보험)가 모두 졸업했다. 올해 이 자리는 2학년 김현민(193cm)과 함께 두 신입생, 배하준과 장하랑(195cm)이 메워야 한다. 주전을 차지할 가능성이 큰 배하준은 주전이라는 부담을 어떻게 이겨내려 할까.
Q__지난해 성균관대 주전 미들블로커 두 명이 모두 졸업했습니다. 장하랑, 김현민 선수와 함께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어떻게 준비 중인가요.
아직 팀에 합류한 지 오래되지는 않아서 세트 플레이에 미흡한 점이 있어요. 계속 조금 안 맞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런 미흡한 점을 고치려고 노력 중입니다. 계속 노력하면 잘될 것 같아요.

Q__미들블로커끼리 나누는 이야기가 있나요.
훈련 중에 한 명이 속공을 잘 때리고 누군가 블로킹을 잘 잡으면 그날 바로 물어봐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됐는지를요. 그런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있습니다.
Q__김상우 감독님도 미들블로커 출신입니다. 따로 조언해준 바가 있을까요.
주로 속공에 대한 게 많아요. 속공할 때 좀 더 빨리 떠서 빠르게 때리라는 식이에요.
Q__함께 호흡을 맞출 정승현(180cm, S) 선수가 4학년인데요, 어떻게 맞춰가고 있나요.
사실 4학년 형이라서 어려움은 조금 있어요. 훈련하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해요. 조금 더 높게 달라거나 조금 짧다고요. 그렇게 이야기하면서 잘 맞추고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승현이 형이 잘 이해해줘요.
Q__신입생 시절부터 주전으로 뛴다는 게 부담으로 올 수도 있는데, 어떻게 마음가짐을 다잡고 있나요.
이제 1학년이라 부담은 없어요. 형들이 잘 이끌어주면 저를 비롯한 신입생들이 또 잘 따라가서 패기 있고 파이팅 있게 플레이해야죠.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중2때 시작한 배구
미들블로커로선 더 짧은 수련 시간
배하준은 구력이 긴 편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여기에 전업 미들블로커로 활동한 시간은 더 짧다. 경북사대부고 2학년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미들블로커로 뛰었다. 배하준은 어떻게 배구의 길로, 또 미들블로커로 오게 된 것일까.
Q__배하준 선수 구력이 짧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 때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잘 못 하기도 했고 다쳐서 거의 1년을 쉬었어요. 제대로 시작한 건 중3부터였죠. 그래서 아직도 미흡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Q__배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초등학생 때 축구를 비롯한 운동을 좋아했고 다양하게 했거든요. 중학교 올라가서 체육 선생님이 키가 크니까 배구할 생각 없냐고 물어보셨어요. 성공시켜주겠다면서요. 그러다가 경북사대부중으로 전학을 갔어요. 거기서부터 본격적으로 했죠.
Q__처음 배구선수로 뛸 때는 어땠나요.
배구라는 스포츠가 볼이 땅에 닿으면 끝이잖아요. 기본기가 탄탄해야 하는데, 그래서 더 어려웠어요. 지금도 부족하지만 그런 점이 처음에 가장 어려웠어요.
Q__배하준 선수와는 좀 잘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나요.
처음에는 저랑 안 맞는 것 같았어요. 처음이니까 잘 안 되는 게 당연한 건데 너무 안되니까 “아, 나랑 안 맞나, 그만둬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거든요. 계속 버티다 보니까 여기까지 왔네요.
Q__그렇게 버틸 수 있던 원동력이 있다면요.
중학교 때 정말 배구를 잘하던 한 학년 선배가 있었어요. 파이팅도 좋았어요. 그 형이 저한테 와서 처음에는 다 못한다, 처음부터 잘하면 천재라면서 위로해줬어요. 조금만 더 배우면 잘할 거라고 해줬죠. 그래서 저도 참고 했어요(그 이야기를 해준 선배는 지금은 배구를 그만뒀다고 한다).
Q__포지션은 처음부터 미들블로커였나요.
중학생 때는 리시브를 안 받고 전위에서 미들블로커처럼 블로킹을 했어요. 공격은 측면, 중앙 다 때렸죠.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전문 미들블로커로 뛰었어요. 1학년 때 (함)형진이 형이 유스대표팀에 뽑혀서 대통령배 때는 대회 전체를 미들블로커로 소화한 적이 있고요. 미들블로커는 블로킹이 중요한데, 중학생 때는 패스들이 대부분 ‘뻥 패스’라서 따라가기 쉬웠어요. 고등학교부터는 속공도 제대로 때리고 블로킹도 더 제대로 따라가야 해서 어려웠어요. 상대를 읽고 움직이는 게 특히 어려웠죠.

뒤늦게 들어보는
2019 19세이하세계선수권 이야기
지난해 배하준은 19세이하유스대표팀 소속으로 2019 FIVB(국제배구연맹) 세계19세이하유스선수권에 출전했다. 당시 한국은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쉽게도 대회 직후 선수들의 후기를 듣진 못했지만, 늦게나마 배하준을 통해 당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__이제 시간이 꽤 흘렀지만, 지난해 유스세계선수권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당시에 대학 진학 문제도 있고, 얼리드래프트 문제도 겹쳤어요. 잘하고 싶은 마음만 앞서고 몸은 안 따라줘서 잘 안 됐어요. 그래서 당시에 슬럼프가 온 느낌이었죠. 그게 이어져서 세계선수권도 잘 안 된 것 같아요.
Q__대회 최종 성적은 11위였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경기가 있다면요.
가장 아쉬웠던 건 일본전이죠(한국은 16강에서 일본에 1-3으로 패했다). 한일전은 특별한 의미가 있잖아요. 무조건 이기고 싶었어요. 당시에 여자대표팀이 일본에 진 이후라 꼭 이기고 싶었는데, 전체적으로 안 풀리면서 졌거든요. 그 경기가 가장 후회가 남네요.
Q__특히 어떤 점이 가장 아쉬웠을까요.
블로킹과 속공 모두 잘 안 됐어요. 미들블로커로서 해줘야 할 역할이 있는데 그걸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게 아쉬웠죠.
Q__일본과는 2018년 아시아유스선수권 결승전에서도 만나 아쉽게 졌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일본을 만나는데, 일본과 붙으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요.
일본은 되게 단단한 팀이라는 느낌을 줘요. 실수해도 크게 자책하지 않고 다시 해보자는 마음가짐도 강한 것 같고요. 수비와 리시브를 워낙 잘하니까 세트 플레이도 좋고요. 그러면서 미들블로커도 우왕좌왕하게 되고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고 생각해요.
Q__유스세계선수권을 치르면서 여러 팀과 맞붙었는데요, 당시 소감이 궁금합니다. 팀을 이끈 강수영 감독님은 신체조건 차이를 자주 언급했습니다.
진짜 신체조건 차이가 좀 많이 나요. 러시아는 리베로가 191~2cm예요. 미들블로커는 214cm였나 그랬어요. 여기에 탄력도 좋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플레이가 많이 없었죠. 러시아전의 경우에는 서브 에이스를 연속으로 많이 내줬어요. 거기서 무너진 것 같아요.
Q__대회를 치르면서 미들블로커로서 더 보완해야겠다고 느낀 점이 있다면.
리딩 블로킹이 잘 안 됐어요. 그 점을 더 연습해야 해요.
Q__만약 올해 청소년대표팀 소속으로 아시아선수권에 나간다면 목표가 있을까요.
일단 미들블로커로서 맡은 역할을 잘해야죠. 미들블로커는 역시 블로킹이잖아요. 블로킹에서 우선 잘해주고 파이팅 있게 다른 선수들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신영석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선수를 목표로!
성균관대는 2018년 해남대회 우승 이후 2019년은 무관에 그쳤다. 코로나19로 대학배구리그가 언제 재개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성균관대 소속으로 새롭게 나설 배하준에게 새 시즌 각오를 물었다. 더불어 최근 남자배구계에서 자주 언급되는 ‘미들블로커 유망주’에 대한 생각과 각오도 함께 들었다.
Q__이제 성균관대 학생이 됐습니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요.
성균관대 배구부 플레이에 잘 물들어서 해야죠. 1학년이니까 패기 있고, 파이팅하면서 경기해야 하고요. 형들이 이끌어주면 잘 따라가고요. 올해 우승 트로피 하나는 꼭 들고 싶어요.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블로킹 탑 5에 들고 싶어요.
Q__1년 선배인 양희준 선수가 지난해 블로킹 TOP3를 목표로 삼았다가 실패했어요.
(양희준은 지난해 5월 11일, 명지대전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블로킹 부문에서 3위 안에 드는 게 조그마한 목표에요”라고 답한 바 있다)
올해는 제가 대신 한 번 해보겠습니다.

Q__최근 남자배구계에서 미들블로커에 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신영석, 최민호 선수 뒤를 이을 유망주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주인데요.
저는 그런 분위기까지는 잘 몰랐어요. 저는 아직 그런 이야기에 언급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서 그 뒤를 이을 수 있도록 해야죠.
Q__남자배구에서 미들블로커가 약점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미들블로커라는 포지션이 배구를 늦게 시작하는 사람에게 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인지 저를 포함해 구력이 짧은 경우가 많아요. 그런 면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좀 더 어렸을 때부터 전문적으로 미들블로커 훈련을 한다면 더 낫지 않을까요?
Q__선배 미들블로커 중에 롤 모델로 삼는 선수가 있다면.
신영석 선수요. 고1 때 인터뷰에서도 신영석 선수를 꼽았어요. 리딩 블로킹을 정말 잘해요. 블로킹으로 막고 뒤에 있는 수비수들이 잘 따라가도록 길을 보이게 해주고요. 속공도 길게 잘 때려요. 그런 점을 배우고 싶어요.
Q__배구선수로서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듣고 싶은 수식어가 있을까요.
‘신영석의 뒤를 이은 배하준이 나왔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보고 싶어요.
배하준 프로필
생년월일 2001. 07. 31
신장 199cm
포지션 미들블로커
출신교 경북사대부고-성균관대
주요경력 2019 세계19세이하유스선수권 출전
글 / 서영욱 기자
사진/ 홍기웅 기자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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