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에서 서브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태초의 ‘서비스(service)’ 개념에서 이제는 확실히 선공의 의미가 강해졌다. 그렇다면 매 세트 기선제압을 이끌 수 있는 첫 서브 시도에도 뭔가 비밀이 숨어있지 않을까? 올 시즌 V-리그 남녀부 13개 팀의 첫 서브 시도자를 살펴보며 팀들이 ‘첫 서브’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 추적해봤다.
세트 첫 서브, 누가 많이 넣었을까.
남자부에서 팀 세트 첫 서브 시도가 가장 많은 선수는 김형진(삼성화재)과 나경복(우리카드)으로, 40회로 가장 많다. 김규민(대한항공)과 송명근(OK저축은행)이 39회로 그 뒤를 잇는다. 세트 첫 서브 시도 상위 10명 중 이호건(29회,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모두 30회 이상이다. 남자부 세트 첫 서브 시도 상위 10명을 보면 세터가 다수를 이루고 있다. 10명 중 다섯 명이 세터다(표1 참조). 포지션별로 나누면 가장 많다.

세트 첫 서브를 누가 하느냐는 곧 그 팀의 로테이션과 연결된다. 첫 서브 시도자와 그 대각에 있는 선수, 이와 함께 상대 로테이션과 어떻게 맞물리게 위치했는지를 봐야 한다. 여기서는 첫 서브 시도자와 관련해서만 본다면, 그 대각을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 세터와 대각을 이루는 선수는 아포짓 스파이커다. 대부분 팀의 주포이면서 공격에서 비중이 가장 큰 선수들이다.
로테이션상 4번, 전위 왼쪽부터 출발하는 선수는 세트 초반 전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가장 길다. 그래서 공격력이 가장 좋은 선수가 로테이션상 4번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꽤 있다. 위의 경우처럼 세터들이 첫 서브 시도를 하고 아포짓 스파이커들이 4번에 위치하는 건 최대한 공격력이 좋은 아포짓 스파이커들이 전위에 오래 머무르며 공격을 이끌도록 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성화재, KB손해보험, 한국전력은 어느 팀보다도 아포짓 스파이커의 공격 비중이 큰 팀이기에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서브 부문 상위 10명 중 첫 서브 시도 상위 10명에도 포함된 선수는 네 명이다(나경복, 김정호, 송명근, 황택의). 황택의(KB손해보험)는 세터로서, 서브 상위 10위 두 내용에 모두 해당한다. 이런 경우는 강서브로 초반 기선제압을 노린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서브 위력을 강조하는 OK저축은행이나 KB손해보험은 그간 기조에 어울리는 수치이기도 하다. 송명근과 김정호 모두 파이프 옵션으로도 활용할 수 있기에 후위에 있어도 공격 참여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여자부에선 황민경(현대건설)이 유일하게 40회 이상을 기록하며 1위다(47회). 그 뒤를 어나이(IBK기업은행), 최은지(KGC인삼공사) 순으로 잇는다(표2 참조). 황민경은 팀 내 비중도 상당히 큰데,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첫 서브를 기록한 게 20회의 정지윤(현대건설)이다. 황민경은 여자부 서브 부문 3위(세트당 0.333개)로 서브 위력도 어느 정도 고려한 배치라고 볼 수 있다.
여자부는 남자부처럼 세트 첫 서브 시도 분포에서 세터 비중이 크진 않다. 상위 10명 중 세터는 세 명이다(염혜선, 이나연, 이고은). 대신 서브 부문 상위 10명 안에 들어가는 선수들의 이름이 좀 더 들어가는데, 총 5명이 포함된다(황민경, 김미연, 어나이, 이소영, 최은지).
참고로 어나이는 남녀부 통틀어 세트 첫 서브 시도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외국인 선수다. 어나이는 IBK기업은행 선수 중 세트 첫 서브 시도가 가장 많은데, 올 시즌 IBK기업은행이 부상 등의 이유로 로테이션 내에서 변화가 상당히 많았음을 고려하면, 그 와중에도 이나연과 어나이가 두드러지게 첫 서브 시도가 많았다는 건 주목할 요소이다.
한편 위 순위에서 남자부는 현대캐피탈 소속 선수들 이름이 빠져있다. 현대캐피탈은 여러 선수가 고르게 세트 첫 서브를 시도해 순위에 들지 못했다. 현대캐피탈에서는 박주형이 24회로 가장 많다. 10위 이호건과는 5개 차이다. 그 뒤를 이승원(19번), 신영석과 최민호(각각 18회)가 잇는다. 도로공사는 박정아가 20회로 가장 많아 공동 10위로 끄트머리에 자리한 가운데 이효희(14회)와 정대영(13회), 최민지(10회)까지 고르게 분포한 편이다. GS칼텍스도 상대적으로 분포가 고른 편인데, 안혜진이 18회로 팀 내 3위에 올라있다.

사진설명_김미연은 위력적인 스파이크 소유자로 세트 첫 서브자로 나선 경우가 꽤 많다. 5세트에는 비중이 더 늘어난다.
초반 흐름이 더 중요한 5세트
5세트는 어떨까?
그렇다면 5세트는 다른 양상이었을까? 남자부는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제외하면 앞서 제시한 세트 첫 서브 시도 분포와 비슷한 양상이다. 올 시즌 남자부 구단 중 가장 많은 5세트를 치른 KB손해보험은 13번의 5세트 승부 중 김정호가 여섯 번 첫 서브를 책임졌다. 그 뒤를 김홍정(3회), 황택의(2회)가 잇는다.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도 양상이 비슷하다. 우리카드는 세트 첫 서브 시도가 가장 많은 나경복과 노재욱이 5세트 첫 서브 시도도 가장 많았다(나경복 4회, 노재욱 3회). OK저축은행은 10번 중 절반을 송명근이 책임졌다. 대한항공은 유광우가 여덟 번 중 네 번 첫 서브를 시도했다. 대한항공은 한선수가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5세트를 딱 두 번 치르고 그전까지 여섯 번을 치렀는데, 이 과정에서 유광우 빈도가 크게 늘었다.
양상이 다른 삼성화재는 여덟 번의 5세트 중 정성규가 3회로 가장 많았다. 그 외에는 다섯 선수가 한 번씩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첫 서브 시도 팀 내 3위인 신영석이 5세트 아홉 경기 중 중 4회로 가장 많다. 현대캐피탈도 신영석을 제외하면 다섯 선수가 한 번씩만 기록했다.
여자부는 IBK기업은행이 세트 첫 서브 시도 분포와 가장 유사한 양상을 띤다. 아홉 번의 5세트 중 어나이와 이나연이 각각 4번씩 첫 서브를 기록했다. 이 외에는 KGC인삼공사가 세트 첫 서브 시도가 팀에서 두 번째로 많았던 염혜선이 5세트 13번 중 4회 첫 서브를 시도해 그나마 비슷한 구도를 보였다. 이 외에 최은지와 고민지, 나현수가 두 번씩 시도했다. 흥국생명은 10번 중 김미연이 4회로 팀 내 첫 서브 시도와 비슷하진 않았지만 그나마 팀 내 이 지표 상위권 선수가 이름을 올린 경우였다.
세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은 어느 한 선수 시도가 두드러지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5세트에는 양상이 아예 다른 경우였다. 세트 첫 서브 시도가 팀에서뿐만 아니라 여자부 선수를 통틀어도 가장 많았던 황민경이지만 5세트 첫 서브 시도는 한 번뿐이었다. 5세트 일곱 번 중 가장 시도가 많은 건 헤일리(3회)였다. 헤일리는 총 첫 서브 시도는 7회였는데, 그중 절반에 가까운 시도를 5세트에 했다.
5세트 첫 서브와 로테이션에 담긴 팀들의 생각
당연히 프로팀은 모든 세트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5세트는 그 중에서도 고려할 게 좀 더 많다. 25점이 끝인 1~4세트와 달리 5세트는 15점이면 끝나기 때문에 초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 여기서는 V-리그 남녀부 13개 팀 중 5세트 로테이션에서 특징을 보여주는 일부 팀을 언급해보려 한다.
상대 팀을 불문하고 5세트 출발 로테이션이 비슷한 팀으로는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이 있다.

사진1_5세트 대한항공이 가장 많이 내세운 로테이션 예시. 유광우가 1번 자리에서 시작하고 김규민이 전위 중앙인 로테이션 3번 자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 정지석과 곽승석 위치도 위처럼 대각을 이룰 때가 대부분이었다.
대한항공은 유광우가 5세트 첫 서브 시도 4회로 가장 많은 가운데 다른 로테이션 선수들도 조합이 비슷하다(사진1 참조). 대한항공이 세트 첫 서브를 시도하는 경우, 세터 외 포지션 선수가 나선 건 정지석이 유일한데, 단 한 차례 있었다. 그 외에 상대가 첫 서브를 하고 사이드아웃에 성공해 자신들의 첫 서브권을 구사할 때는 김규민이 대부분 첫 서브 시도자로 들어간다(로테이션상 2번 자리 출발).
유광우가 1번 자리에서 출발하는 라인업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김규민이 상대 주 공격수(주로 외국인 선수)를 최대한 견제하게 돌아가며 유광우는 상대 윙스파이커 중 공격 비중이 높은 선수와는 되도록 엇갈리게 움직인다.

사진2_현대캐피탈 5세트 로테이션 대부분은 위와 같은 형태를 띤다. 박주형과 신영석이 1, 2번으로, 아포짓 스파이커(위 그림에서는 다우디)가 3번에 배치된다. 선수 구성은 다를 때도 있었지만 포지션 구성은 대부분 위와 같았다.
현대캐피탈도 로테이션 안에서 선수가 달라진 적은 많지만 박주형이 1번 자리에서 출발하고 신영석이 2번 자리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다(사진2 참조). 5세트 첫 서브 시도가 가장 많은 신영석은 6라운드 우리카드전을 제외하면 모두 상대 첫 서브를 받고 사이드아웃 이후 서브권을 가져와 첫 서브를 시도할 때 나섰다.
이 과정에서 특징이라면 신영석이 2번으로 출발하는 라인업은 세트를 시작할 때 블로킹 높이가 가장 높게 들어간다. 주로 함께 전위에 들어오는 4번 자리에 전광인이 들어오고 3번 자리에 아포짓 스파이커가 들어온다. 현대캐피탈이 가장 좋은 블로킹 높이를 자랑할 수 있는 로테이션이다. 여기에 현대캐피탈은 다른 팀과 비교하면 미들블로커 활용이 워낙 많은 편이고 주로 전광인 파트너로 들어오는 박주형이 공격력이 크게 떨어지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전후 위 공격 옵션을 배치할 때 상대적으로 고민은 덜한 편이다. 여기에 문성민, 김지한, 이시우 등 공격력이 좋은 대체 자원도 있어 활용하기에 용이하다.
첫 서브 시도자 특징만을 고려한다면 남자부 OK저축은행과 KB손해보험, 삼성화재도 특징이 두드러지는 편이다. 세 팀의 공통점은 국내 선수 중 가장 위력적인 서브를 구사하는 선수들의 5세트 첫 서브 시도가 많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OK저축은행은 송명근, KB손해보험은 김정호, 삼성화재는 정성규가 해당한다. OK저축은행은 아포짓 스파이커로 들어오는 조재성이나 레오도 서브가 상당히 좋지만 아포짓 스파이커는 전위에서 공격에 더 치중해야 하기에 다른 선수들이 첫 서브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서브로 흐름이 짧은 5세트 기선제압을 중시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사진3_남자부에서 5세트를 가장 많이 치른 KB손해보험이 5세트 가장 많이 내세운 로테이션. 나머지 포지션은 대부분 선수 구성도 비슷한 가운데 사진상 정동근이 위치한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 브람, 한국민, 마테우스까지 여러 선수가 나왔다.
남자부에서 가장 많은 5세트를 치른 KB손해보험은 로테이션 구성도 비슷한 경기가 많았다.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 브람부터 한국민, 최근의 마테우스까지 다양하게 들어가 선수 구성까진 같지 않지만 김정호가 1번에서 시작하고 김홍정이 2번, 아포짓 스파이커가 3번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학민이 아포짓 스파이커와 주로 전위에서 함께 들어갔다. KB손해보험은 간혹 김정호와 리베로 2인 리시브를 가동할 때도 있었는데, 김학민의 리시브 부담은 줄이고 공격력은 극대화해보겠다는 계산이라고 볼 수 있다(사진3 참조).
현대건설은 5세트 일곱 경기 중 단 한 경기(흥국생명과 5라운드 맞대결)를 제외하면 모두 양효진이 4번 자리에서 출발했다. 다른 자리는 바뀌더라도 양효진의 4번 출발은 대부분 5세트 경기에서 반복됐다.
흥국생명은 수비면에서 특징이 있었다. 김세영이 주로 4번 자리에서 출발했고 상대 주 공격수와 최대한 전위에서 맞물리며 가도록 로테이션을 구성했다. 후위에서 조송화(세터)가 6번, 이재영이 주로 5번 자리에서 출발했는데 이재영도 상대 주 공격수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았다.

사진4_KGC인삼공사는 위 사진처럼 디우프가 4번 자리부터 출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KGC인삼공사는 디우프가 전위에서 최대한 공격에 참여하도록 4번 내지는 3번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고 최은지가 2번 자리부터 나오는 로테이션이 많았다(사진4 참조). 최은지가 팀 내 서브 점유율 10% 이상 선수 중 서브 기록이 두 번째로 좋기도 하고(세트당 서브 0.206개) 팀 내 윙스파이커 중 공격력은 가장 나은 편이기 때문에(비록 4라운드 이후 부진했지만) 디우프가 후위로 갔을 때 전위에서 공격력을 보강하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된다.
5세트 로테이션이 보여주는 당연하지만 중요한 명제
“강점은 극대화하고 약점은 가린다”
모든 팀 스포츠에 해당하는 내용이겠지만, 라인업 구성의 기본은 우리 팀 강점은 최대한 살리고 약점은 최대한 가리는 것이다. 배구는 다른 구기 종목과 비교하면 경기 중 움직임은 덜 하지만 상대 로테이션과 우리 로테이션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약점이 두드러질 수도, 강점이 더 살아날 수도 있는 특징이 있다.
앞서 언급한 팀들의 5세트 로테이션 특징을 통해서도 이는 확인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특히 유광우가 뛸 때 첫 서브 빈도가 높았다. 5세트뿐만이 아니라 전체 기록상으로도 두 번째로 많았다. 유광우 서브가 범실이 적기도 하고(서브 범실 13개) 상당히 까다로운 플로터 서브를 구사하기에 위력이 있는 것도 있지만 최대한 블로킹에 참여하지 않도록 배치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발목 상태가 좋지 않은 유광우이고 신장이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블로킹 과정에서 상대에게 집중 공략당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4라운드 우리카드전은 이 부분을 정말 집요하게 공략당한 경기였다).
현대캐피탈도 앞서 언급했듯이 자신들의 강점인 블로킹 높이로 초반을 압박하고 전위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라인업을 뽐내 금방 사이드 아웃을 돌릴 수 있도록 5세트 로테이션을 구성했다.

사진5_양효진 공격력과 높이를 극대화하려는 현대건설과 양효진으로 파생되는 중앙 공격 위력을 저지하려는 흥국생명의 생각을 볼 수 있는 로테이션. 두 팀은 맞대결마다 선수 구성은 다르지만 위와 같은 순서로 로테이션을 짜는 경우가 많았다.
올 시즌 맞대결 중 5세트 승부만 네 번 있었던 흥국생명과 현대건설 경기는 두 팀의 머리싸움을 잘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보다도 승부처에서 미들블로커 공격 비중이 큰 팀이다. 중앙을 막지 못하면 윙스파이커로부터 오는 공격도 견제가 어렵기 때문에 현대건설 상대로는 반드시 중앙을 어느 정도 막아줘야 한다. 이를 위해 흥국생명이 꺼내든 방법은 어떻게든 김세영이 양효진과 최대한 맞물리게 가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네 번의 5세트 승부 중 세 번은 두 선수 모두 4번 자리에서 출발했고 4라운드 맞대결 당시 5세트에서는 흥국생명이 상대 첫 서브 사이드 아웃 이후 김세영이 4번 자리에 위치하도록 구성했다(사진5 참조). 또한 웬만한 높은 블로킹 상대로도 위력을 보여주는 이재영이 오히려 양효진을 상대하고 대각에 있는 윙스파이커가 좀 더 낮은 블로커를 맞이하도록 구성했다.

사진설명_미들블로커 중 독보적인 공격력과 높이를 자랑하는 양효진이기에 로테이션상 4번 배치가 많았다.
여러 팀의 5세트 로테이션 중 두드러지는 또 다른 특징은 주 공격수의 4번 배치다. 앞서 언급한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 외에도 도로공사가 특히 그렇다. 도로공사는 올 시즌 치른 5세트 일곱 경기 모두 박정아를 4번에 배치했다. 다른 대각 포지션이 전·후위를 바꿔가며 구성하는 경우는 있더라도 박정아는 항상 4번 자리 출발이었다. 세트 첫 서브 시도가 팀에서 가장 많은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이는 올 시즌 도로공사의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하는 부분이다. 올 시즌 도로공사는 배유나도 부상으로 빠진 채 출발했고 사실상 외국인 선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 채 시즌을 치렀다. 팀에서 믿을 만한 공격수, 오픈 상황에서 볼을 처리할 선수가 사실상 박정아 한 명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15점 만에 승부가 나는 5세트에는 박정아에게 기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클러치 박’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승부처에 강한 박정아 덕분인지, 도로공사는 5세트 일곱 경기에서 3승 4패로 선방했다(4패 중 2패는 올 시즌 5세트 엄청난 포스를 보여주던 디우프가 버틴 KGC인삼공사에 당했다).
IBK기업은행은 도로공사와 비슷한 고민(믿을 만한 공격수 부족)을 가지고 시즌을 치렀지만 해결 방법은 조금 달랐다. 어나이와 이나연이 5세트 아홉 경기 중 각각 네 차례 첫 서브자로 나섰는데, 대부분 팀이 외국인 선수가 전위부터 출발하는 것과는 대비된다.
5세트 아홉 경기 중 절반 이상인 다섯 번이 KGC인삼공사 상대였는데, 이 경기를 포함해 IBK기업은행 5세트 로테이션의 특징은 ‘어나이 구하기’였다. 어나이를 상대 주 공격수나 높은 블로킹을 피해갈 수 있도록 로테이션을 구성했다. 올 시즌 IBK기업은행의 사실상 유일한 후위 공격 옵션이 어나이였기에(후위 공격 점유율 79.32%, 성공률은 31.9%로 그리 좋지 않았다) 가능한 로테이션이라고도 볼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김희진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나섰던 경기 중에는 두 번의 5세트가 있었는데, 그 두 경기는 선수 구성과 로테이션 순서까지 모두 똑같았다. 두 경기 모두 상대는 KGC인삼공사로, 이때도 앞서 언급한 특징(상대 주 공격수와 어나이를 최대한 떨어트리는)이 드러났다.
글/ 서영욱 기자
사진/ 유용우, 박상혁 기자
자료 제공/ KOVO
(위 기사는 더스파이크 4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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