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태백산배 중고배구대회 남고부 우승팀 남성고에는 눈에 띄는 1년생 듀오가 있다. 쌍둥이 형제 세터 이현승(189cm, 사진 오른쪽), 아포짓스파이커 이현진(192cm, 사진 왼쪽) 선수. 재미있게 배구를 하며 미래 국가대표를 꿈꾸는 형제이야기이다.
먼저 주목 받은 이는 동생 이현진이다. 입학하자 마자 주전 아포짓스파이커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며 이번 태백산배 우승의 주역으로 빛났다. 비록 주전 윙스파이커 강우석(3학년)과 김선호(3학년)가 있어 공격 비중은 그리 높지 않았지만 형들 사이에서도 주눅 들지 않은 공격으로 팀 내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고교무대에서 처음 뛰는 대회에서 주전으로, 그리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여 그 기쁨이 남다르다는 이현진. 그는 결승전 1세트 초반 상대 제천산업고 에이스 임동혁(3학년, 203cm)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낸 순간을 이번 대회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했다.
“평소 블로킹이 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이번 결승전 1세트에서 임동혁 선배를 막아낸 것이 너무 기뻤다. 그 덕분에 자신감을 얻어 결승전을 열심히 뛸 수 있었다”라며 지난 결승전 경기를 회상했다.
대담한 공격으로 상대 블로킹을 뚫어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긴장하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비결에 대해 “사실 굉장히 떨린다”라고 솔직한 대답을 꺼낸 이현진은 뒤이어 “뛰면서 점수를 한두 점 내다보면 어느새 긴장이 싹 풀린다”라며 대담함을 자랑했다.
침착한 동생과는 달리 형 이현승은 코트 밖에서 동생 경기모습을 보면 긴장되어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세터 최익제(3학년)가 있어 아직은 코트 안에 들어서는 기회가 아직 많지 않다. 그러나 형에 앞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동생 모습을 보면 질투심보다는 ‘더 잘했으면’하는 걱정이 든다고 이야기했다.
“(최)익제 형이 너무 잘해 제가 후보에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중학 시절부터 동생과 함께 호흡을 맞추다 고등학교 와서는 동생을 밖에서 지켜보니 조금 어색합니다. 그렇지만 동생이 더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런 생각 때문인지 동생의 공격을 지켜보고 있으면 저도 모르게 손에서 땀이 납니다.”
이현승은 주전으로 뛰지 못해 아쉽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 후보 선수로 있는 이 시간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내년, 혹은 내후년에 제가 주전으로 뛰게 되면 졸업한 형들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열심히 배우고, 동생과 함께 팀 주축이 될 것이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남들보다 키가 크던 초등학교 시절, 배구부 감독이었던 담임 선생님 추천으로 함께 배구에 뛰어들었다는 두 선수. 아직 완성된 배구선수는 아니지만 서로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파트너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현승은 “프로 리그에서 뛰고 있는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 활약을 보며 언젠가 우리도 저들처럼 함께 코트 위에서 활약하는 모습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공교롭게도 재영-다영 자매처럼 세터와 공격수 포지션을 나눠서 맡고 있는 현승-현진 형제. 그들의 소망처럼 두 선수가 프로 무대에서 함께 경기를 뛰는 모습이 기대된다.
사진/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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