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다카사키/최원영 기자]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을 이끄는 세터 삼총사. 이민규(25, OK저축은행) 노재욱(25, 현대캐피탈) 황택의(21, KB손해보험)가 일본에서 전의를 다졌다.
지금껏 대표팀에는 대개 세터 두 명이 발탁돼왔다. 그러나 이번 대표팀에는 무려 세 명이나 승선했다. 명 세터 출신인 김호철 감독이 직접 차세대 국가대표 세터를 육성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은 개막과 동시에 안방에서 체코, 슬로베니아, 핀란드를 상대했고 2승 1패로 선방했다. 대회 2주차는 일본 다카사키에서 맞이했다.
8일 오후 현지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친 세터들을 만났다. 먼저 서울시리즈에서 선전한 소감부터 물었다. 주전 세터로서 출전 시간이 가장 길었던 이민규는 “나름대로 만족한다. 지인들에게 우리가 이길 것 같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 승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슬로베니아는 너무 잘하더라”며 솔직히 답했다.
핀란드 전(4일) 경기 도중 투입돼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이끈 노재욱은 “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선수들끼리 서로 믿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1, 2주차에는 최종 엔트리에서 빠지고 3주차인 네덜란드 시리즈부터 이름을 올리게 된 황택의. “코트 밖에서 보니 형들이 연습 때보다 더 잘하는 것 같았다. 멋있었다”라며 미소 지었다.
서울시리즈에서는 매 경기마다 이강원, 정지석, 박주형 등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그 배경에는 숨은 조력자로서 힘쓴 세터들이 있었다. 이민규는 “아포짓 스파이커 포지션은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강원이 형을 신경 썼다. 주형이 형은 재욱이와 소속 팀이 같아서 워낙 잘 맞더라. 세터가 바뀔 때마다 활약하는 선수들도 달라지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저는 생각 없이 하는데요”라고 웃던 노재욱은 “매 경기 몸이 좋은 선수들이 있다. 상황에 따라 컨디션 좋은 공격수에게 올려주려 한다. 그럼 그 선수가 다 해결해주더라”며 공을 돌렸다. 황택의는 “(신)영석이 형이 최고다. 나는 형 팬이다. 잘할 줄은 알았지만 실제로 보니 더 잘한다”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대륙간라운드 2주차 상대인 슬로베니아(9일) 터키(10일) 일본(11일) 중 이기고 싶은 팀을 묻자 황택의가 먼저 “내가 뛰진 않았지만 첫 주에 슬로베니아에게 졌다. 형들이 여기서라도 한 번 이겨주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이민규와 노재욱은 “많은 분들이 일본 전에 관심을 가지실 듯 하다. 체력 관리 잘해서 일본을 이겨보고 싶다. 선수들 모두 비슷하다. 꼭 이겨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라며 한 목소리를 냈다.
한편, 1주차부터 꾸준히 주전으로 나선 이민규에게 부담감은 없었을까. 그는 “예전에는 긴장을 많이 했다. 이제는 어린 나이가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 V-리그에서도 매일 부담감을 안고 뛴다. 국제 무대라고 크게 다를 건 없다”라며 덤덤히 대답을 이어갔다.
고질적으로 허리가 좋지 않은 노재욱은 일본시리즈가 끝나면 먼저 귀국한다. 네덜란드까지 장시간 비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섭섭하고 아쉽다. 그래도 선수들과 한 마음 한 뜻이다. 네덜란드 가서도 다들 잘할 거라 믿는다. 택의가 옆에서 민규를 열심히 도와줄 것이다”라며 속마음을 밝혔다.
노재욱에게 바통을 이어받는 황택의는 “연습할 때는 형들이 많아서 주눅들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보인 것 같다. 네덜란드 가면 실전에서 기죽지 않고 잘하도록 하겠다”라며 씩씩하게 답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시리즈에 임하는 각오를 묻자 황택의는 “뒤에서 응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이민규는 “3연전을 치른다는 게 생각보다 체력 부담이 크다. 매 경기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전했다. 노재욱은 “선수들은 승부욕이 있어 항상 이기려는 마음으로 경기장에 들어선다. 열심히 하되 부상 없이 잘 마쳤으면 한다”라며 마무리했다.
(사진 1: 왼쪽부터 황택의, 이민규, 노재욱)
사진/ 더스파이크 DB,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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