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삼성화재 단장, 유소년 클리닉서 전한 ‘다움의 철학’

최원영 / 기사승인 : 2017-12-01 16: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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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제천/최원영 기자] 신치용(62) 현 삼성화재 단장이 미래 배구선수를 꿈꾸는 아이들과 마주했다.


2017 KOVO 유소년 원포인트 배구 클리닉이 1일부터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막을 열었다. 전국 20개교 유소년 세터 선수 45명, 지도자 19명 등 총 64명이 참가했다. 첫날은 풍성한 이론 교육으로 채워졌다. 첫 번째 주자로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이 나섰다.


카리스마 넘치는 신 단장도 이날만큼은 인자한 미소와 가벼운 농담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갔다. “배구한다는 후배들 보러 왔다. 눈이 나빠져서 멀리 있으면 얼굴이 잘 안 보인다(웃음). 가까이에서 이야기 나누고 싶다. 졸리면 편안하게 자도 된다. 안 자면 병 난다”라며 분위기를 풀었다.


신 단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딱 여러분 나이 즈음 배구를 시작했다. 강냉이 빵, 죽을 주길래 거기에 맛 들려서 넘어갔다. 선수생활 끝난 후 코치 12년, 감독 20년, 단장 3년째다”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그가 첫 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태도’였다. “배구는 전술보다 태도가 중요하다. 마음가짐이 올바르고 튼튼하면 훨씬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다. 제일 중요한 건 배구에 대한 태도다. 사소한 거 하나라도 정성 들여 해야 한다. 본인과 더불어 팀 동료, 선생님, 배구공 등을 대하는 자세다. 자기관리도 잘해야 한다. 운동선수는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한다.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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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기본기’다. “기본기는 선수 생활하는 내내 따라다닌다. 서브나 리시브 하나만 잘해도 10년은 배구할 수 있다. 지금 현대캐피탈에 있는 리베로 여오현이 삼성화재에서 나와 10년 이상 같이했다. 여오현은 품격이 다른 리베로다. 그 정도로 배구 이해도가 높다. 석진욱 현 OK저축은행 코치도 기본기가 튼튼한 대표적인 선수였다. 공을 품을 줄 알았다. 기본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전술도 기초가 안 되면 못한다. 리시브가 안 되면 어떤 전술도 펼칠 수 없다.” 신 감독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피드배구’와 속칭 ‘몰빵배구(외인이 대부분 공격을 담당하는 것)’에 관한 의견도 들려줬다. “많은 이들이 삼성화재가 몰빵배구 대가라고 한다. 사실 우리도 전술은 다양하다. 몰빵배구를 하려면 국내선수들의 헌신, 희생, 기본기 등이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으면 성적을 낼 수 없다”라고 했다.


이어 “스피드배구도 별거 아니다. 우리 현역 때도 빠르게 잘했다. 일본, 중국은 스피드배구를 1995년쯤부터 시작했다. 어느 배구가 좋고, 이상적이라는 건 없다. 어떤 배구를 할 것인지는 구성원 경기 능력에 따라서 늘 변해야 한다. 단, 스피드배구와 낮게 하는 배구는 다르다. 단순히 낮기만 한 배구는 실패한다. 세터는 공격수가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공격수가 못 때리는 스피드배구는 의미가 없다. 아무리 상대 블로커를 다 따돌렸더라도 말이다. 리시브가 잘 안 됐을 때도 공을 정확하게 올려줄 수 있어야 한다. 겉멋에 빠지지 말고 기초를 탄탄히 해야 한다”라며 딱 잘라 말했다.


신 단장은 추억상자를 열었다. 본인을 거쳐간 선수들 이름을 하나씩 꺼냈다. “올 시즌 삼성화재 주전 세터로 거듭난 황동일은 키도 크고 정말 좋은 선수다. 동일이 데려올 때 진짜 한 번 지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신체 조건이 너무 좋다. 손도 크고 신장도 좋고 팔도 길다. 얼굴까지 잘생겼다. 삼성화재 감독직에서 물러날 때 인터뷰에서도 말했다. 황동일 못 만들고 나가는 게 제일 억울하다고. 황동일 데리고 우승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신 단장에게 황동일은 애증의 이름이었다. “동일이는 세터가 공격 본능이 너무 커 종종 욕을 먹는다. 근데 그것도 엄청난 장점이다. 이번 시즌 시작할 때도 직접 공격하는 거 괜찮다고 했다. 근데 성공 못할 거면 하지 말라고 했다. 이제 감독은 아니지만 동일이에게는 아직도 매달리고 있다. 아침에도 지난 경기 불성실했다고 혼내고 왔다. 자발적으로 심리 치료를 받는 등 노력이 대단한 선수다”라며 웃는 신 단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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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외국인 선수로 흘러갔다. “가빈은 처음에 17만 5천불에 계약했다. 고등학생 때 배구를 시작해서 실력은 아주 좋지 않았지만 몸이 너무 좋더라. 근데 다른 프로구단 두 팀에서 테스트 받았다가 퇴짜를 맞았다고 들었다. 그래도 계약했다. 결국 V-리그에서 성공했고 이후 러시아 갈 때 120만불 받고 갔다. 옆구리에 열정, 헌신, 인내를 새기기도 했다. 지금까지 본 선수 중 인성은 가빈이 최고다.”


그는 “배구 이해도가 가장 좋은 선수는 레오, 최고 경기력은 그로저다. 레오는 처음엔 너무 말랐고 공에 파워도 전혀 없었다. 근데 배구 감각이나 센스가 너무 좋았다. 10kg 이상 체중을 늘리기로 약속하고 데려왔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추억여행을 끝마친 신 단장은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내가 지켜보니 제일 안 좋은 게 부대찌개, 감자탕에 라면사리 팡팡 넣어서 먹는 거더라. 그게 살도 많이 찌고 몸을 망친다. 탄산음료도 멀리해야 한다. 물이나 생과일 주스 먹길 바란다.”


그는 “나도 손녀가 셋이다. 아이들에게는 여백을 둬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가서 새로운 걸 채워 넣을 수 있다. 공자 이야기 중 ‘다움의 철학’이 있다. 선생님답게, 학생답게 자기 위치에서 책임을 다하면 좋은 선수, 좋은 팀이 된다는 것이다. 지금 하고 싶은 걸 열심히, 신나게 하길 바란다.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건강하게 자라길 응원하겠다”라며 흐뭇한 미소로 마무리했다.


강의 후에는 아이들의 사인 공세가 뜨거웠다. 유소년들에게 인기만점이던 신 단장이다.



사진/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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