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인천국제공항/이현지 기자] 국제대회 일정을 마무리한 차해원 감독이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한국배구 최초로 전임감독을 맡은 차해원 감독이 부진한 성적으로 실망을 안긴 점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한국여자대표팀은 2018 FIVB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이하 세계선수권) 1차 조별예선에서 탈락한 뒤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한국은 세계선수권에서 1승 4패, 조 5위로 예상보다 일찍 대회를 마감했다. 한국(세계랭킹 10위)은 세계랭킹이 낮은 태국(16위)와 아제르바이잔(24위)에 무릎을 꿇었다.
주전 미들블로커 양효진이 발목 부상으로 미국전, 러시아전, 트리니다드 토바고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공수에서 모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재영도 어깨 통증으로 마지막 경기에서는 수비에만 치중했다. 이재영의 뒤를 받치기 위해 세계선수권 엔트리에 포함된 이소영도 발목 부상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못했다.
차해원 감독은 “1~2명 정도 부상 선수가 생길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자리를 맡고 있는 이재영과 이소영이 동시에 부상이 생겨 대회를 치르기 힘들었다”라며 “주전 선수들의 뒤를 받쳐줄 수 있는 엔트리를 구성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건 감독의 불찰이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세계선수권 엔트리가 발표되자마자 곳곳에서 이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다. 올해 열린 국제대회 중 가장 중요한 세계선수권에 고교생 3명(이주아. 박은진, 정호영)과 V-리그에서 리베로로 뛰고 있는 선수가 3명(김해란, 나현정, 오지영)이나 포함돼 주전 선수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차해원 감독은 “(이)주아나 (박)은진이에게 연습을 많이 시켰다. 실력은 많이 늘었지만 아직 언니들과 함께 뛰기에는 리듬감이 부족했다. 어린 선수들의 미래를 보고 선발했는데 주전 선수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에는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선수권 엔트리를 구성하면서 서브와 수비가 좋은 선수가 필요했는데 우리가 원했던 선수가 피로골절로 원활한 훈련이 불가능해 합류가 불발됐다”라는 속사정을 밝혔다.
차해원 감독이 고교생 3명을 고집하는 이유는 ‘높이’였다. 차 감독은 “현재 프로 선수들 대다수가 180cm 초반의 신장을 갖고 있다. 이런 선수들은 스피드와 기술이 좋더라도 높이가 부족해 국제무대에서는 어려움을 겪는다. 호영이는 189cm, 은진이는 188cm, 주아는 185cm다. 이 정도 높이면 상대 공격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유효블로킹 정도는 가능하다. 190cm가 훌쩍 넘는 외국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신장이 좋은 선수들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수확은 있었다. 바로 박정아의 공격력이다. 박정아는 세계선수권에서 김연경보다 더 많은 득점을 내면서 팀의 공격을 주도했다. 차해원 감독은 “이번에 (박)정아가 정말 잘해줬다. 정아에 대한 기대감 커졌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만큼, 올림픽 세계예선전과 올림픽 대륙별예선전을 통해 2020 도쿄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쟁취해야만 한다. 차해원 감독은 “지금까지는 매년 새롭게 대표팀을 운영해야 했지만 전임감독제로 인해 내년까지 시스템이 이어져 진전이 더 빨라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며 긍정적인 부분을 언급했다.
남자배구 전임감독을 맡은 김호철 감독은 일찍부터 유망주 육성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신장이 좋은 어린 선수들을 소집해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차해원 감독도 마찬가지. 차 감독은 “지금 있는 고교생 선수들은 올 겨울이 지나고 나면 한층 성장한 모습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여기에 겨울방학을 이용해 키가 큰 고교생 선수들을 소집해 합동 훈련을 하려고 한다”라고 구상했다.
차해원 감독은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한 주변의 협조도 부탁했다. 차 감독은 “협회에 요청해서 선수 개개인의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트레이닝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부상을 입은 선수들 중 몇 명은 지금까지 아프지 않던 부위에 부상이 생겼다. 이런 부분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진천선수촌에는 배구 코트가 한 개밖에 없어 남녀대표팀이 번갈아 사용하고 있다. 서로 훈련 스케줄을 조율하기도 힘들고 연습 경기를 진행하기에도 어려운 점이 많다”라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사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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