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보령/서영욱 기자]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2연승 기쁨과 함께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20일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 FIVB(국제배구연맹)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5주차 폴란드와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보령 시리즈를 2연승으로 마쳤고 VNL 예선 라운드 탈꼴찌에도 성공했다.
이날 한국은 라바리니 감독이 원하는 모습을 전날에 이어 다시 한번 보여줬다. 김연경뿐만 아니라 표승주, 김희진도 득점을 책임지며 볼 배분이 고루 이뤄질 수 있게 했다. 강소휘를 필두로 한 강서브가 효과를 보며 폴란드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고 1세트를 포함해 결정적인 순간 분위기를 바꿀 수 있었다. 4세트에는 끌려가는 상황에서 뒤집는 모습도 보여줬다. 선수들은 마지막 주차에 라바리니 감독이 그간 대표팀에 주문하던 모습을 보여줬다.
경기 후 라바리니 감독으로부터 VNL을 치르면서 느낀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였다. 폴란드는 이미 결선 라운드가 확정돼 우리와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 우리는 모든 경기가 중요했고 기회를 잡아야 했다. 그 점에서 우리가 강했다”라고 심리적인 면에서 오는 차이를 먼저 언급했다.
이어 라바리니 감독은 긍정적인 면을 언급했다. 그는 “승리가 더 기쁜 이유는 선수들과 벤치가 같은 배구를 이야기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이 부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다”라며 “이제는 선수들이 어떤 배구를 원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게 오늘 승리가 더 기쁜 이유다”라고 선수들을 칭찬했다.

일본전과 폴란드전을 통해 드러난 긍정적인 경기 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발전했다고 말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정확한 기록지가 없어서 모르겠지만 리시브 효율이 계속 올라와 이번 주에 가장 좋았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스피드 배구를 펼칠 기반을 만들었다. 선수들이 강서브에 익숙해지면서 적응했고 나아졌다. 이게 VNL에서 얻은 결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다만 예전에는 이상하게 리시브가 좋으면 공격 효율이 올라가야 하는데 역으로 떨어졌다. 3~4주차에는 그랬다. 이번 주는 공격 효율도 함께 올라가 나아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라바리니 감독은 부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 선수들과 오랜 시간 활동하며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5주간의 경험을 통해 느낀 한국 여자배구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아직 한국 배구를 오랜 시간 겪지 않아 섣불리 말할 수 없다고 전제를 깔았다. 하지만 신중하게 자신이 느낀 좋은 점과 보완이 필요한 점을 언급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선수들의 서브 능력을 높이 샀다. 그는 “서브가 강해졌다고 하는데, 내가 따로 요구하거나 바꾼 건 없다. 선수들이 가진 재능이 좋은 덕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윙스파이커 선수들의 공격력도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보완할 점에 대해서는 국제무대와 한국이 다른 점을 언급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라바리니 감독은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 따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다. 아직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이 짧아 단순히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다른 점은 블로킹 시스템,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의 기능 측면인 것 같다”라고 차이점을 들었다.
이어 라바리니 감독은 “물론 국제대회와 한국 리그의 플레이가 다르기 때문에 이는 당연하다. 다만 한국은 수비 능력에 중점을 둔다. 국제무대에서는 수비를 잘해도 득점이 안 나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격을 중시한다. 그 점에서 다르다고 본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공격 측면에서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로 향하는 볼 배분도 언급했다. 그는 일본전과 폴란드전을 들며 “두 경기에서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로부터 득점이 나오면서 포지션별 득점 밸런스가 맞았다. 물론 미들블로커에서 득점이 더 나와야 한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먼저 밝혔다. 이어 “서브는 빠른 시간 내에 좋아졌다. 공격 효율은 지난주까지 뚜렷한 발전이 없었다. 최근 두 경기에서 공격이 좋았지만 이번 세 경기만 두고 많이 발전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볼 배분이 균형을 이루고 있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것 같다”라고 신중함을 보였다.
대표팀은 잠시 해산한 뒤 6월 30일 다시 진천 선수촌으로 모인다. 이때는 부상으로 대표팀을 이탈한 이재영, 이소영, 양효진 등 기존 대표팀 주축 선수들도 소집될 가능성이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새로 합류할 선수들에게 권고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새로 올 선수들이 강한 동기를 가지고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걸 기쁘게 생각했으면 한다. 내가 원하는 배구와 기존에 하던 배구가 다를 것이다. 열린 마음을 가지고 그걸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하고자 하는 의지와 대표팀을 향한 자부심이 있으면 좋겠다.”
7월에 있을 대표팀 훈련에서 보완할 점도 언급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우선 첫 번째 터치를 더 끌어올려 모든 선수가 공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공격 효율을 올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라고 다시 한번 공격력을 강조했다. 이어 “블로킹과 수비 구성도 다시 해야 한다. 우리가 블로킹 1위 팀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수비도 잘해봐야 득점까지 연결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득점까지 가는 방법에 더 중점을 두겠다”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라바리니 감독은 8월에 있을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도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다만 7월에 얼마나 좋아지는지를 봐야 한다. 러시아도 이번 VNL에는 주축 선수가 많이 빠졌다”라며 “중요한 건 상대가 어떤지보다 우리가 얼마나 훈련하고 만들어 가느냐라고 본다”라고 상대팀과 가능성에 대해 모두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어 라바리니 감독은 “아직 다른 선수들을 많이 보지 못했다. 새 선수들을 하루빨리 봐서 대표팀 명단을 구성하고 싶다”라고 추후 소집 선수들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보령/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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