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NL] 보령서 ‘유종의 미’ 거둔 김연경, 그의 시선은 8월로 향한다

서영욱 / 기사승인 : 2019-06-21 02: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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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파이크=보령/서영욱 기자] 홈에서 2연승을 거둔 ‘캡틴’ 김연경의 시선은 이미 8월 올림픽 예선전에 가 있었다.

김연경은 이번 VNL 보령 시리즈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VNL 3주차부터 합류한 김연경은 당시 첫 두 경기에서 1세트에만 출전하고 마지막 독일전에서야 풀 세트를 소화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4주차에는 모든 세트에 출전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이는 보령에서 열리는 5주차에 빛을 발했다.

보령 시리즈 현장을 찾은 배구인들 사이에서는 김연경이 30대에 접어들면서 예전의 압도적인 기량에서는 내려왔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김연경은 VNL 4주차를 거쳐 보령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왜 여전히 대표팀에 꼭 필요한 존재인지를 보여줬다.

김연경은 홈에서 열린 5주차 세 경기에서 총 63점, 공격 성공률 44.6%(54/121)을 기록했다. 서브와 블로킹은 각각 4개, 5개를 기록했다. 세 경기 모두 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올렸고 승부처마다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일본전에서는 3세트 일본이 23-24까지 추격한 상황에서 경기를 끝내는 마지막 득점을 책임졌다.




이다영과 호흡이 아직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 비중을 가져갔고 상대 수비 빈 곳을 노리는 페인트 공격도 위협적이었다. 김연경 합류 전까지 좋은 수비에도 마무리가 되지 않아 어려운 경기를 펼친 한국은 김연경이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라온 이후에는 이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리시브도 김연경이 한 자리를 맡아주면서 좀 더 안정감을 찾았다.

이런 활약 덕분에 상대 팀에서도 김연경의 이름은 자주 언급됐다. 일본 나카다 쿠미 감독은 경기 후 일본이 현재 가진 문제점을 설명하면서 “일본에는 김연경과 같은 해결사가 없다”라고 언급했다.

보령 시리즈에서 폴란드 주전 세터로 출전한 줄리아 노비츠카는 “어렸을 때 김연경 경기를 아버지와 자주 봤다. 이렇게 잘하는 선수와 경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감명 깊었다”라고 말했다. 막달레나 스티시악 역시 노비츠카와 같은 내용을 덧붙였다.


VNL을 마친 김연경의 다음 시선은 자연스럽게 8월에 있을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향했다.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김연경은 올림픽 예선전을 준비하는 데 초점을 둔 답변을 남겼다.

김연경은 VNL을 통해 대표팀이 어떤 점에서 달라졌는지 묻자 ‘하나의 목표’를 두고 플레이하는 게 차이라고 답했다. 그는 “선수들이 경기하면서 하나의 목표를 두고 뭘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게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라고 언급했다. 김연경은 “블로킹을 어떻게 하고, 수비를 어떻게 해야 하고, 감독님 작전에 따라 움직이는 게 달라졌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이번 VNL을 통해 얻은 소득도 언급했다. 김연경은 “이번 VNL을 통해 젊은 선수들이 감독님의 배구에 대한 이해도나 팀 시스템에 대해 많은 걸 느꼈다. 좋은 대회가 됐으리라 생각한다. 좀 더 준비하면 올림픽 예선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 역시 준비 과정에서부터 8월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암시한 바 있다. 선수들은 VNL 기간에 경기 당일에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했다. 8월에 있을 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대비해 몸과 체력을 더 만들기 위함이었다. 김연경도 이런 점을 통해 라바리니 감독이 8월에 집중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선수단 전반적으로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하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어 새로운 선수들의 합류가 올림픽 예선전까지 좋은 시너지가 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미팅 때도 나온 이야기지만 올림픽 예선전에 누가 갈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감독님이 지금까지 확인한 선수들은 VNL에 출전한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인식을 남긴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이다. 새로 합류할 선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렇게 경쟁하는 과정이 팀에도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다.”

여자 대표팀을 비롯한 배구계가 2020 도쿄 올림픽에 사활을 걸고 있다. 도쿄 올림픽이 김연경이 대표팀 주축으로 활약할 마지막 국제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전히 한국 여자배구계에서 김연경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보령을 찾은 팬들의 말을 통해서도 김연경이 가진 ‘스타 파워’를 확인할 수 있었다. 3일 내내 경기장을 찾은 한 팬은 “김연경 선수경기를 국내에서 볼 기회는 많지 않다. 그래서 이렇게 기회가 된다면 꼭 오게 된다”라고 말했다. 다른 팬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기점으로 김연경 선수의 팬이 됐다. 아쉽게도 이미 해외 리그에서 뛰던 시기라 국내에서 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 이후에는 기회가 될 때마다 꼭 경기장에 찾아오게 된다”라고 밝혔다.


여자배구는 김연경이 건재한 시기에 김연경 이후 세대에도 지금의 인기를 이어갈 교두보를 마련해야 한다. 2020 도쿄 올림픽은 이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무대이다. 한국은 이번 VNL을 통해 라바리니 감독의 배구를 조금씩 익혀나갔고 전체 성적은 아쉬웠지만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이 변화를 8월까지 긍정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VNL을 마친 대표팀은 6월 30일 진천 선수촌에 다시 소집돼 7월 1일부터 8월 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위한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사진=보령/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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