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서영욱 기자] 한국 여자배구대표팀과 첫 항해를 마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던진 화두는 공격력이었다.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은 20일 폴란드전을 끝으로 2019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모든 일정을 마쳤다.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을 맡은 이후 처음으로 겪은 국제대회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VNL을 8월에 있을 2020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위한 준비 과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팀을 맡은 이후 선수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훈련할 시간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4주차까지 1승에 그친 한국은 홈에서 치른 5주차 보령 시리즈에서 일본과 폴란드를 꺾고 3승 12패로 VNL을 마쳤다. 성적 자체는 좋지 않았지만 대회를 치르면서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라바리니 감독은 폴란드전을 마치고 “선수들과 벤치가 같은 배구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 기뻤다. 이전에는 그런 부분에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는데 선수들도 어떤 배구를 원하는지 이해하기 시작했고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라고 자신이 추구하는 배구에 선수들이 조금씩 익숙해졌다고 긍정적인 면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 승리한 세 경기 승인은 모두 서브
한국은 대회 내내 공격적인 서브를 구사했고 이는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 한국이 승리한 세 경기는 모두 서브가 효과적으로 들어가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벨기에전에는 서브 에이스만 11개를 기록했고 폴란드전에도 10개에 달했다. 일본전은 서브 에이스는 5개였지만 리시브 라인을 흔들면서 일본의 빠른 템포에 이은 세트 플레이를 억제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서브에는 만족감을 드러냈지만 나머지 공격에 대한 평가에는 신중했다. 보령 시리즈에서는 공격 전개나 효율이 좋아진건 맞다. 그러나 보령 시리즈 경기만 보고 팀이 확실히 좋아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공격 효율을 끌어올리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도 덧붙였다. 코트 위 모든 공격수가 참여하는 공격 전개를 원하고 있다. 측면 선수들은 전위와 후위를 가리지 않고 공격 준비를 해야 하고 미들블로커를 활용한 공격 옵션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라바리니 감독이 추구하는 구상은 VNL을 통해 조금씩 실현되는 과정에 있다. 주전 세터로 낙점된 이다영은 미들블로커에게 더 많은 볼을 올려주려 노력했고 중앙 후위 공격도 활용했다.
물론 아직까지 라바리니 감독의 눈높이만큼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다. 라바리니 감독은 폴란드전 이후 “VNL 4주차까지는 공격에서 뚜렷한 성장세가 보이지 않았다. 보령 시리즈에서는 좋아졌지만 이것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5주차에는 미들블로커와 아포짓 스파이커에서 나오는 득점이 조금씩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미들블로커로부터 득점이 더 나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VNL에서 미들블로커 중 가장 많은 득점을 올린 건 이주아(72점)였다. 이다영과 호흡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꾸준히 이동공격을 시도하며 활발하게 공격 작업에 참여했다. 이주아는 폴란드전을 마치고 경기를 치르면서 해외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조금씩 익혔다고 긍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라바리니 감독은 VNL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서 득점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초점을 둔 말을 많이 남겼다.
라바리니 감독이 이처럼 스피드배구와 득점 루트에 초점을 맞추는 까닭은 해외 강팀 상대로 신체 조건이 밀리는 한국이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였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서브를 주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브가 어느 정도 결실을 낸 가운데 라바리니 감독은 공격 효율을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이 수비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있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 서브 이후 나오는 첫 두 터치를 더 정교하게 가져가야 한다. 랠리가 오가는 상황에서는 이단 연결도 더 정확히 올려줘야 한다. 이번 VNL에서는 리시브는 주차를 거듭할수록 좋아졌고 특히 김연경이 합류한 이후 안정감을 찾았다. 긴 랠리를 끝내줄 결정력 문제도 김연경이 합류하면서 어느 정도 해결됐다. 다만 이단 연결은 앞으로도 보완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여자 대표팀은 VNL을 마치고 7월 1일부터 다시 2020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위해 담금질에 들어간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때 새로 합류할 선수들을 두고 “새 선수들이 강한 동기를 가지고 대표팀 유니폼을 입는 것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한다. 이전에 하던 배구와 내 스타일이 다르다.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했으면 좋겠다”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지금의 변화되는 모습에 선수들이 모두 적응하기를 바라고 있다.
여자 대표팀은 VNL을 통해 결과까지 얻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제는 VNL에서 얻은 소득을 8월에 있을 올림픽 예선으로 이어가야 한다. 지금의 수확을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더 중요해진 앞으로의 일정이다.
사진=보령/홍기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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