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광준 기자]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이 무너지지 않게 내가 힘이 되고 싶다.”
지난 27일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좋지 않은 소식을 전했다.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예선전을 준비하던 중 주전 세터 이다영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여기에 백업 세터 안혜진까지 비행 후 과호흡 증세를 보여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결국 대표팀은 세터 교체를 결정했다. 이다영과 안혜진을 대신해 이효희와 이나연이 대회에 나서게 됐다.
대회 직전 세터 교체는 심각한 문제다. 시간 상 두 세터는 맞춰 볼 시간 없이 오는 8월 2일부터 4일까지 올림픽 대륙간예선전을 치러야 한다. 세터는 팀 전체를 조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기가 아닐 수 없는 상황이다.
이효희와 이나연 모두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아래서 훈련을 해본 경험은 있다. 그러나 이나연의 경우에는 기간이 굉장히 짧았다. 이효희 역시 이다영이 자리를 잡은 이후로는 나서지 않았다. 지난 6월 마무리된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1, 2주차에 뛰었을 뿐이었다. 소속팀으로 돌아가 한창 시즌을 준비하던 이효희는 갑작스런 부름을 받고 다시 대표팀에 돌아가게 됐다.
이효희와 이나연은 30일 늦은 밤 인천국제공항에 모인다. 그리고 31일 새벽 비행기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갈 예정이다.

투입 소식을 들은 이효희도 적잖이 놀란 듯했다. 이효희는 지난 29일 <더스파이크>와 통화에서 “갑작스럽게 결정된 소식에 놀랐다. 그리고 부담감이 몰려왔다”라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올림픽 진출이 달린 중요한 대회를 훈련 없이 뛰어야 한다는 건 어떤 베테랑 선수여도 부담되는 것이 당연했다. 이효희도 마찬가지였다. “올림픽이 걸린 무대를 훈련 없이 뛴다는 건 정말 큰 부담이다. 대회를 앞두고 이런 일이 벌어져 가슴 아프다. 가는 게 당연히 맞지만 부담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체력적으로는 부담되지 않는지 궁금했다. 이효희는 “소속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운동하는 건 똑같다. 체력적인 건 문제되지 않는다. 정신적인 부담이 갑자기 닥쳐와 그게 걱정이다”라고 답했다.
이효희는 부상으로 하차한 두 선수, 그 중에서도 특히 이다영을 떠올리며 안타까워했다. 이다영은 새로 온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 아래서 일취월장하며 기대를 높였던 선수다.
이효희는 “(이)다영이가 옆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했다. 굉장히 열심히 하면서 자리를 잘 잡아갔다. 다른 걸 떠나 같은 선수 입장에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프다. 준비를 열심히 해놓고 다쳐서 무척 속상할 것이다. 심적으로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여기저기에서 이 위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건 베테랑 이효희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 박기주 여자경기력향상위원장도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이효희가 가장 적격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김연경, 김희진, 양효진 등 대표팀 선수들과 이전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선수다. 숱한 대회 경험도 가졌다.
이효희 역시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이야기는 정말 감사한 말이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 생긴다. 10년을 함께 해도 호흡에 문제가 생기는 게 배구다. 한 번도 안 맞춰보고 한다는 게 정말 큰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걱정만 할 순 없다. 이효희는 당장 대표팀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 상태다. “이것저것 생각하느라 머리가 아프다. 대표팀 내 공격수들과 다 해봐서 성향은 알고 있지만 다시 그걸 떠올려야 한다. 소속팀에서 신장이 작은 선수들과 훈련하다가 대표팀에 가서 장신 선수들에게 맞춰주는 게 바로 되는 건 아니다. 이전에 했던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끝으로 이효희는 “지금은 하나만 마음속에 간직하려 한다. 다른 선수들이 정말 많은 준비를 했다. 그들이 그냥 무너지지 않도록 힘이 되고 싶다.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힘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_더스파이크 DB(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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