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파이크=이정원 기자] ‘공수 만능’ 이소영이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 맹활약하며 그간 국가대표에서 보여줬던 부진을 떨치고 있다.
이소영은 지난 19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20회 신한금융 서울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 조별예선 A조 2차전 홍콩(세계랭킹 117위)과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최다인 16득점을 올렸다. 이소영의 활약 덕분에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세계랭킹 9위)은 3-0(25-10, 25-14, 25-22) 완승을 거뒀다. 한국은 이란전 승리에 이어 2연승을 거두며 조1위로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안방에서 사상 첫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노리는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김연경, 이재영, 양효진 등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신 투입된 박은진, 이주아, 표승주 등이 빈자리를 잘 메꿨기 때문이다. 특히 매 경기 교체 투입돼 맹위를 떨친 이소영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소영은 1, 2차전 통틀어 24점을 올렸다(이란전 8점, 홍콩전 16점). 한국 선수 가운데 최다 득점이다. 비록 이란과 홍콩 등 약체를 상대로 올린 득점이지만 의미가 있는 기록임에는 틀림없다. 그 이유는 이소영이 그간 국가대표만 오면 소속팀과는 상극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소영은 2015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배구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에 선발됐다. 월드컵에서 이소영은 김연경과 김희진에 이어 팀 내에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가능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후 한차례 시련이 찾아왔다. 2016 리우 올림픽 최종예선에 출전했지만 올림픽 본선 엔트리에는 탈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소영은 엔트리 탈락을 발판 삼아 2016~2017시즌 맹활약을 펼쳤다. 공격 종합 6위, 득점 8위에 올랐다.
이소영은 2016~2017 시즌 종료 후 다시 한 번 여자배구대표팀에 선발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상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2017년 6월 연습 경기 도중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인해 대표팀에서 하차하게 됐다. 당시 최소 6개월 혹은 최대 시즌 아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이소영은 2018 보령·한국도로공사컵과 2018~2019시즌을 통해 다시 일어났다. 리그에서 거둔 개인 성적 및 팀 성적을 바탕으로 이소영은 지난 4월 2019 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출전을 위해 대표팀에 소집되었다. 이번에는 수술 후유증이 문제였다. 2년 전 무릎 십자인대 수술 당시 고정했던 핀 제거 수술을 인한 후유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훈련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다시 대표팀에서 하차하게 됐다.
재활 치료 후 이소영은 2020 도쿄올림픽 대륙간 예선전을 위해 소집됐고 러시아로 출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부진에 빠졌다. 이소영은 2차전인 멕시코전 경기 종료 후 눈물을 훔쳤다. 부담감만 가득했던 올림픽 예선전. 이소영은 결국 단 1득점도 올리지 못했다. 이소영은 국가대표에만 오면 GS칼텍스에서 보여주던 에이스의 모습을 살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아시아선수권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브면 서브, 리시브면 리시브까지 공수 양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김연경의 체력 안배를 제대로 해준 것이다. 그렇게 이소영은 국가대표에서 보여준 부진을 조금씩 떨쳐내고 있었다.
사실 이소영의 마음 속에도 국가대표에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다. 이소영은 홍콩전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대륙간 예선전에는 솔직히 보여드린 게 없었다. 이번 대회에는 많은 걸 보여드리려고 하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대표팀에서 잘해보려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번이야말로 이소영이 가지고 있는 아쉬움과 부담감을 털어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려면 8강 조별리그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다시 발휘해야 한다. 특히 오는 23일 태국과 맞대결이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우승으로 가려면 주전 윙스파이커 김연경과 이재영의 활약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뒤를 받쳐주고 있는 이소영이 없다면 사상 첫 아시아선수권 우승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과연 이소영이 조별예선에서 보여준 공수 활약을 8강에서도 보여줄 수 있을까.
한국은 오는 22일 16시 30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대만과 8강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를 가진다.
사진_AVC 제공
[저작권자ⓒ 더스파이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